스트리밍의 ‘안티-케이블’ 딜레마… 거대 번들 대신 ‘채널 스토어’가 뜬다
케이블TV를 끊고 스트리밍으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이제는 케이블 시절보다 더 많은 돈을 낸다. 그러나 업계가 하나의 거대한 ‘케이블식 번들’로 다시 묶이는 일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그 빈자리를 TV 운영체제(OS)와 커넥티드TV 플랫폼의 ‘채널 스토어’가 메우고 있다.
케이블 TV를 끊고 스트리밍으로 갈아탔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케이블 시절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스트리밍 업계가 과거처럼 하나의 거대한 케이블식 번들로 다시 묶이는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컴캐스트·로쿠·아마존·애플·구글 등 TV 운영체제와 커넥티드TV(CTV) 플랫폼이 흩어진 구독을 한 화면에서 사고·관리하게 해주는 ‘채널 스토어’로 진화하고 있다. 개별 사업자들이 번들보다 단독 운영이 더 높은 수익성을 낸다고 믿는 한, 통합 번들로 회귀할 유인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그 구조적 배경이다.
스트리밍 초창기의 매력은 비싼 케이블 패키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는 6월 13일 분석에서 이제 많은 소비자가 코드 커팅(cord-cutting)을 한 대가로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일 케이블형 번들이 조만간 등장할 가능성을 분석가들은 낮게 본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TV 운영체제와 CTV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여러 구독을 한곳에서 탐색·관리하도록 돕되, 결제는 여전히 여러 개의 작은 번들로 나눠 받는 방식이다.
출시 이후 평균 7.31달러 인상… 디즈니+가 최대폭
구독료는 꾸준히 올랐고, 이는 소비자를 광고 요금제와 번들로 밀어내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악시오스(AXIOS) 집계에 따르면 8대 영상 구독 스트리밍의 최저가 무광고(ad-free) 요금제는 출시 이후 평균 7.31달러 올랐다. 3대 음악 스트리밍의 평균 인상폭은 2달러였다.
가장 가파르게 오른 서비스는 디즈니+다. 2019년 월 6.99달러로 출발한 무광고 요금제가 현재 18.99달러까지 올라, 주요 서비스 중 인상폭이 가장 컸다. 넷플릭스는 9달러에서 20달러로, 훌루는 10달러에서 19달러로 올랐다. HBO 맥스(15→18달러)와 피콕(10→17달러)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애플TV는 출시가 5달러에서 13달러로 두 배를 넘겼다.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월 구독료 변화 (출시연도 → 2026년) · 자료: Axios 리서치(2026.6.13)
‘OS’가 번들을 대신한다
운영체제들이 통합의 무게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컴캐스트 엑스피니티 X1, 구글 안드로이드TV, 애플 tvOS, 로쿠 OS, 아마존 파이어TV는 통합 검색, 통합 시청목록(watchlist), 라이브 스트리밍 연동 기능을 플랫폼에 심기 시작했다. 흩어진 앱을 한 화면에서 검색하고 관리하게 해 ‘구독 피로’를 덜어주려는 시도다.
특히 미국 최대 연결성(connectivity) 사업자 중 하나인 컴캐스트가 가장 공격적이다. 컴캐스트는 지난해 엑스피니티 안에 ‘스트림스토어(StreamStore)’를 출시해, 소비자가 단일 스마트TV 인터페이스에서 유료 구독을 발견하고 구매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채널 스토어’, 즉 구독을 위한 운영체제를 노리는 사업자는 늘고 있다. 여러 앱의 결제를 한곳으로 모으겠다는 발상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채널, 유튜브 프라임타임 채널도 유사한 구독 관리 기능을 제공하지만, 스트림스토어가 갖춘 폭넓은 엔터테인먼트 관리·기기 연동 기능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왜 다시 번들로 가지 않나
소비자에게는 통합 번들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업자 셈법은 다르다. 영상 산업이 의미 있게 성장하려면 경쟁보다 협력, 즉 정돈된 번들 형태로 경제 구조가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그 일이 가까운 시일 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모펫나단슨의 로버트 피시먼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투자자 노트에서, 각 스트리밍 서비스가 번들보다 단독 운영으로 더 나은 수익성을 낼 수 있다고 믿는 한 재(再)번들의 가능성은 요원하다고 짚었다. 스트리밍이 애초에 케이블의 거대한 번들을 해체하며 성장했다는 점에서, 다시 묶이는 시나리오 자체가 역설적이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케이블 시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케이블처럼 한 번에 묶이는 편의는 누리지 못하는 상태에 놓였다. 그 간극을 메우는 새로운 주도권은 콘텐츠 사업자가 아니라, 검색·결제·기기를 쥔 TV 운영체제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