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오픈AI 결별:할리우드는 왜 이제야 AI를 고소하기 시작했나

스튜디오들은 오랫동안 AI 기업에 대한 소송을 자제해 왔다. AI 기업과의 잠재적 파트너십 문이 닫히는 것을 우려해서다. WGA가 스튜디오들에게 할리우드(Hollywood) 스크린플레이의 AI 학습 활용 방식을 기술한 서한을 통해 소송을 촉구했음에도 스튜디오들은 자제해왔었다. 하지만, 2025년 하반기, 디즈니(Disney)와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가 이미지 생성 서비스 미드저니(Midjourney)를 상대로 한 소송 시작으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기업과 AI기업 간 소송은 음악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작권 분쟁과 성격이 다르다. 타깃이 ‘무엇을 학습했는가’가 아니라, AI 아웃풋에서 미키 마우스·배트맨처럼 인식 가능한 캐릭터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는지에 맞춰져 있다.

https://chatgptiseatingtheworld.com/2025/06/11/disney-sues-midjourney-for-recreating-disney-characters-copyright-ai-suits-hit-42-in-u-s-complaint-pdf/

2025년 이후, 스튜디오 AI기업 간 소송 본격화

2025년은 스튜디오들에게 매우 중요한 해였다.  AI발전에 막연한 두려움과 조바심을 가졌던 스튜디오들이 서서히 AI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작업 수준이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까지 올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자사 제작 환경에서 AI의 용처와 리스크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AI회사에 대해 필요할 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머지 영역에선 파트너십을 여는 ‘강온 양면 전략’으로 전환했다.

소송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가 미드저니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할리우드의 전략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음악 저작권 소송처럼 특정 악보·음원보다는 ‘인식 가능한 캐릭터(recognizable characters)’가 AI 아웃풋에서 어떻게 재현됐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초점은 AI 서비스가 방대한 콘텐츠를 학습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사용자가 비교적 일반적인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조차 다스 베이더나 스파이더맨처럼 원저작권자가 보호하는 캐릭터가 일반 이용자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도 반복적으로 출력되느냐에 맞춰져 있다.

이 구분은 향후 AI 저작권 법리에서 ‘훈련 데이터 사용은 일정 부분 허용하되, 보호 대상 표현·캐릭터를 아웃풋에서 얼마나 재현했는지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방향의 논의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 소송들이 설령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가지 않고 합의로 마무리되더라도, 스튜디오들이 자사 IP의 AI 무단 재현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업계 전체에 분명히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최근 디즈니가 오픈AI와의 10억 달러 규모 투자·라이선스 계약을 소라(Sora) 서비스 종료와 함께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형식상으로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서비스 철수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내부적으로는 AI 영상 도구가 자사 캐릭터 IP를 어떻게 활용하고, 창작자와 노동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에 대한 경영진·크리에이터들의 우려가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IP와 창작자 권리를 건드리는 AI 활용에는 정면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로 작동하며, 동시에 AI 기업들로 하여금 캐릭터 재현 방식과 권리자 협의·보상 구조를 재설계하도록 압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주요 스튜디오·노조 vs AI 소송·조치 현황

소송·조치 당사자시기쟁점상태
디즈니(Disney)·유니버설(Universal) vs 미드저니(Midjourney)2025.06다스 베이더, 미니언 등 스튜디오 IP를 대량 학습·생성해 ‘무단 애니메이션 캐릭터 재현’을 했다며 제기한 첫 메이저 스튜디오발 AI 저작권 소송. 쟁점은 훈련 데이터 전체가 아니라, AI 아웃풋에서 인식 가능한 캐릭터가 반복 재생성되는지 여부.진행 중
워너브라더스(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 vs 미드저니(Midjourney) 1차2025.09슈퍼맨, 배트맨 등 DC 캐릭터를 AI 이미지로 무단 생성했다며 제기한 캐릭터 IP 침해 소송. 음악 저작권 소송과 달리 recognizable characters 아웃풋 재현이 핵심 쟁점.진행 중
워너브라더스 vs 미드저니 2차2025.11추가 캐릭터·작품을 포함한 별도 소장 제출로 소송 범위를 확대한 케이스. 스튜디오 소송 전선을 넓히는 역할.진행 중
WGA(미국작가조합) 서한 → 스튜디오들2024~2025, 소송 이전할리우드 스크린플레이가 AI 학습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사례를 정리해, 스튜디오들이 AI 기업 상대로 소송·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 공식 서한.서한 발송 완료, 레퍼런스로 인용 중
모션픽처협회(MPA)·메이저 스튜디오 vs 바이트댄스(Seedance 2.0)2026.02시댄스 2.0이 톰 크루즈·브래드 피트 등 배우 얼굴과 스튜디오 IP를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명장면 재현을 대량 생성했다는 이유로, “시스템적 저작권 침해”를 지적한 시즈앤디시스트(cease & desist) 공세. 캐릭터·배우 초상·장면 재현까지 포괄.MPA·각 스튜디오의 시즈앤디시스트 발송, 정식 소송 검토 단계

스튜디오 소송의 전선이 열렸다. 그 타깃은 훈련 데이터가 아니라 AI 아웃풋에서의 캐릭터 재현 그 자체다. 이 소송들의 결과는 생성AI 서비스가 기존 IP의 얼굴·실루엣·의상·상징 요소를 어디까지, 어떤 조건에서 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초의 실질적인 법적 경계를 그어 줄 가능성이 크다.

경계가 한 번 그어지고 나면 게임의 룰은 훨씬 명료해진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디즈니(Disney)–오픈AI(OpenAI)식의 IP 라이선싱·투자 결합 모델은 “허용 구간 안에서 공식 파트너에게만 재현 권리를 부여하는” 프리미엄 비즈니스로서 오히려 가치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이 경계를 무시하거나 우회하려는 AI 기업에 대해서는 소송·규제 리스크가 즉각적으로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지금 진행 중인 소송은 단순한 분쟁을 넘어 향후 AI–콘텐츠 산업 간 협상 구조와 수익 배분 모델을 설계하는 ‘가이드 레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최근 바이트댄스(ByteDance)의 AI 영상 생성 툴 ‘시댄스 2.0(Seedance 2.0)’이 선보인 ‘톰 크루즈 vs 브래드 피트’ 옥상 격투 영상은 이 쟁점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불과 15초짜리 딥페이크 영상 한 편이 전 세계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휩쓸자, 모션픽처협회(MPA)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저작권과 배우 초상권을 동시에 침해한 대표적 사례”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시댄스의 글로벌 론칭 계획은 저작권·딥페이크 논란으로 제동이 걸렸다.

디즈니·워너브라더스의 미드저니 소송이 ‘캐릭터 재현’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첫 시험대라면, 시댄스 사태는 AI가 배우의 얼굴과 움직임을 어떻게 재조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현실적 위험을 전 세계에 시각적으로 각인시킨 셈이다


‘학습’보다 ‘아웃풋’이 쟁점

이 흐름은 한국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향후 AI 저작권 제도 논의의 중심은 ‘무엇을 학습했는가’가 아니라 ‘아웃풋에서 기존 캐릭터·세계관을 어디까지 재현했는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K-콘텐츠 IP 보유사와 국내 AI 기업 모두 프리비즈·스크립트 분석처럼 저위험 영역은 빠르게 도입하되, 캐릭터·로고·세계관이 얽힌 생성 아웃풋에 대해서는 라이선스·보상 구조를 전제로 한 공식 파트너십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이런 규범이 글로벌 표준으로 굳어질 경우, “IP 세이프티 레이어를 얼마나 잘 설계했는가”가 한국발 AI 서비스가 해외 스튜디오와 손잡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