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은 지는데 ‘더 파이브(The Five)’는 15년째 큰다… 한국 뉴스·FAST가 볼 지점

뉴스가 아니라 진행자·포맷이 남는다 — 폭스뉴스 라운드테이블의 성장 방정식과 한국 미디어에 주는 함의

케이블 뉴스 시청자가 10여 년째 빠져나가는 사이, 폭스뉴스(Fox News)의 평일 라운드테이블 ‘더 파이브(The Five)’는 시청자를 148% 늘려 올해 평균 360만 명을 넘어섰다.

22개월 연속 케이블 뉴스 1위를 지키는 이 프로그램이 판 것은 속보가 아니라 경험이다. 뉴스와 정보가 어디서나 공짜로 흔해진 시장에서 시청자를 붙든 것은 매일 같은 얼굴을 마주하고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는 감각, 곧 진행자들과 맺는 관계였다. 실시간 시청이 무너지고 FAST·유튜브가 그 자리를 파고드는 한국의 보도채널과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같은 방정식이 놓여 있다.

폭스뉴스는 중립을 표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진행자들은 성장의 비결로 포맷과 출연진의 호흡을 꼽는다.

창단 멤버 그렉 것펠드(Greg Gutfeld)는 “비결은 놀리기”라며 “좋아하는 사람만 놀릴 수 있다. 놀릴 수 없으면 호흡이 얼어붙는다”고 했다. 커리어 전체를 폭스뉴스에서 보낸 제시 워터스(Jesse Watters)는 대본이 없다는 이유로 오후 8시 단독 프로그램보다 ‘더 파이브’를 더 즐긴다고 했다.

토론이 다양한 정치 성향의 시청자와 민주당 성향 공동 진행자 모두에게 불편하지 않게 다가가도록 만든다는 것이 진행자들의 설명이다. 민주당 출신 공동 진행자 제시카 탈로프(Jessica Tarlov)는 “오늘날 미디어에서 진보 진영이 가진 가장 멋진 자리”라며 이 프로그램이 미국인들이 보고 싶어 했던 정파를 넘나드는 대화를 구현한다고 말했다. 전 민주당 하원의원 해럴드 포드 주니어(Harold Ford Jr.)도 “우리는 서로를 좋아한다”고 했다.

미 동부시간 오후 5시에 방송되는 ‘더 파이브’의 평균 시청자는 2011년 이후 148% 늘어 올해 평균 360만 명을 넘어섰다(닐슨(Nielsen) 집계). 케이블 뉴스 전체에서 시청자가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자, 스포츠 중계를 뺀 케이블 프로그램 가운데 1위다.

같은 오후 5시대만 놓고 보면 최근 폭스뉴스가 약 370만 명으로, MS NOW(옛 MSNBC) 약 120만 명과 CNN 약 78만 8000명을 크게 앞선다. 첫 10년 동안 시청자를 두 배로 늘린 데 이어 최근 5년 사이 100만 명을 더 보태 2025년 평균 400만 명에 근접했다. 케이블 뉴스 1위 자리는 22개월 연속 지키고 있고, 자정 재방송도 90만 명 넘게 본다.

평일 오후 5시대 주요 케이블 뉴스 채널 평균 시청자 추이(2011년 7월~2026년 7월). 자료: 닐슨·악시오스

‘더 파이브’는 지난주 방송 15주년을 맞았다. 원래는 글렌 벡(Glenn Beck) 하차 이후 5주짜리 임시 편성이었다. 창단 멤버로 지금도 매일 패널에 오르는 다나 페리노(Dana Perino)는 누구도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으로 남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첫 회 방송 몇 분 만에 당시 편성·개발 총괄이던 수잔 스콧(Suzanne Scott) 현 폭스뉴스 CEO가 조정실에서 “이건 히트할 것”이라고 단언했고, 이후 상황은 그 말대로 흘러갔다.

15년간 진행자들은 총기, 대마초, 이민, 낙태 등 현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이 바뀌기도 했다. 포드 주니어는 교육 문제에서 페리노 덕에 시야를 넓혔다고 했고, 페리노는 대마초 합법화를 놓고 자신의 견해를 벼리게 된 데에는 것펠드가 있었다고 했다. 탈로프는 불법 이민자 보호 도시(생추어리 시티) 정책에 더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대표적 대중영합 보수 논객으로 꼽히는 워터스조차 탈로프 덕에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산업 분석 — 뉴스가 아니라 사람과 포맷이 남는다

‘더 파이브’의 성장은 케이블 뉴스가 건강하다는 신호가 아니다. 같은 차트에서 CNN과 MS NOW(옛 MSNBC)의 오후 5시대 시청자는 정체하거나 뒷걸음쳤다. 시장 전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특정 모델만 살아남았다는 쪽에 가깝다. 그 모델의 핵심은 속보 경쟁이 아니라 인물과 포맷이다.

라운드테이블 토크는 제작비가 낮다. 현장 취재나 대형 세트가 필요 없고, 같은 출연진으로 매일 한 시간을 채운다. 한 번 만든 방송은 자정 재방송에서 다시 90만 명을 끌어모으며 여러 창구로 소비된다.

진행자는 프로그램에 묶인 비용이 아니라 이동 가능한 자산이 된다. 것펠드가 ‘더 파이브’에서 쌓은 인지도를 2015년 주말 단독 프로그램으로, 2021년 다시 평일 심야 토크쇼로 확장한 경로가 그 예다. 저비용·고반복·스타 배출이라는 세 축이 맞물리면서 인물 중심 패널은 케이블 뉴스의 예외가 아니라 표준 편성이 됐다.

남는 해자는 뉴스라는 상품이 아니라 경험이다. 속보와 정보는 어디서나 공짜로 얻을 수 있고 이제는 자동 생성까지 된다. 복제되지 않는 것은 특정 진행자들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서로 놀리고 부딪치며 만드는 대면의 감각이다. 시청자는 정보를 받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 끼러 온다. ‘더 파이브’가 파는 것은 그 관계와 현장감이고, 토론이라는 형식은 그것을 담는 그릇이다. 폭스뉴스가 정치 성향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민주당 성향 공동 진행자를 상시 배치하는 것도, 대립을 피하지 않되 서로 놀릴 수 있는 관계를 전면에 세워 그 경험의 밀도를 높이려는 선택이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

한국 미디어도 같은 압력 아래 있다. 지상파와 종편·보도전문채널의 실시간 시청은 장기 하락세이고, 삼성 TV플러스와 LG 채널 같은 FAST 플랫폼과 유튜브가 그 자리를 파고든다. 편성표를 채워야 하는 사업자에게 ‘더 파이브’ 모델은 몇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포맷과 인물은 값싸고 소유 가능한 콘텐츠다. 스튜디오 토크는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보다 제작비가 낮으면서도 채널 고유의 색을 만든다. 실시간용으로 한 번 제작한 방송을 유튜브 하이라이트와 쇼츠, FAST 채널로 재편집해 창구를 늘리는 방식은 국내 시사·예능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작동한다. ‘더 파이브’가 본방과 재방, 클립으로 시청자를 겹겹이 확보하는 구조를 한국 사업자도 더 촘촘하게 짤 수 있다.

진행자를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전략도 있다. 한국은 아티스트와 IP를 발굴해 확장하는 데 강점을 지녀 왔다. 그 방법론을 뉴스·시사·정보 예능 진행자에게 적용하면 개별 프로그램을 넘어 이동 가능한 스타 자산을 만들 수 있다. 특정 진행자 의존은 위험도 크지만, 관계와 캐릭터가 곧 차별화라는 점은 K-콘텐츠가 증명해 온 문법이다.

포맷이 정파와 세대를 가로지르도록 설계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뉴스 시장은 진영에 따라 시청층이 갈리는 경향이 강하다. 서로 다른 입장을 한 테이블에 앉히되 소비 가능한 대화로 풀어내는 구성은 갈라진 시청층을 넓히려는 채널의 선택지가 된다. 다만 이는 편성 철학과 신뢰의 문제여서, 미국식 포맷을 그대로 옮긴다고 성립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지점은 콘텐츠가 흔해질수록 값이 오르는 쪽이 경험과 대면이라는 사실이다.

무한히 복제되는 정보·영상과 달리 실시간의 현장감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복제되지 않는다.

진행자와 시청자가 쌓는 관계를 화면 안에 가두지 않고 공개방송·팬 미팅·현장 이벤트처럼 직접 대면하는 경험으로 확장할 때 그 값은 더 올라간다.

한국은 라이브와 팬덤, 아티스트–팬 관계에서 이미 앞서 있다. 그 자산을 뉴스·시사·정보 편성으로 넓히고, 화면 위 관계를 오프라인 경험으로 잇는 설계가 실시간·FAST 사업자의 차별화 지점이 된다.

‘더 파이브’의 15년은 케이블이라는 매체의 승리가 아니라, 뉴스가 흔해진 시대에 무엇이 시청자를 붙드는지를 둘러싼 실험의 기록에 가깝다. 남은 것은 매체가 아니라 사람, 그리고 그들과 맺는 경험이었다. 한국의 실시간·FAST 사업자가 편성표와 수익 구조를 다시 짤 때 참고할 지점도 거기에 있다.

원문: Sara Fischer, “‘The Five’ at 15: Fox News’ unlikely TV survivor”, 액시오스(Axios). 시청률 자료: 닐슨(Nielsen). 산업 분석과 국내 시사점은 필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