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AI 전략 — 외부 빅딜에서 사내 역량으로, 두 전선의 재편
엔지니어링은 속도와 비용 규율, 창작은 스토리텔링 가속…인간 중심 원칙과 분산형 조직이 관통
■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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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스토리텔링을 지원한다'
디즈니의 인공지능(AI) 전략이 ‘외부 빅딜’에서 ‘사내 역량’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픈AI와의 10억 달러 계약이 3월 무산된 뒤, 디즈니는 엔지니어링에선 개발 속도를 높이되 성과와 무관한 토큰 낭비(‘토큰맥싱’)를 규율하고, 창작에선 자사 IP로 학습한 ‘상업적으로 안전한’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파운드리로 테마파크 설계까지 끌어들였다. 이 전환의 밑바탕에는 두 개의 구조 변화가 있다.
하나는 토큰이 곧 비용이 되는 시대에 스트리밍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 마진에 오르며 비용 규율이 절실해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생성형 AI의 저작권 다툼이 격화되며 ‘자사 IP 위에 모델을 세우고 무단 학습에는 소송으로 맞선다’는 IP 방어가 전략의 축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두 전선을 관통하는 원칙은 하나다. 기술은 스토리텔링을 지원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전선 1 엔지니어링 — 속도 제고와 비용 규율
엔지니어링 전선의 핵심은 ‘더 빠르게, 그러나 낭비 없이’다. 디즈니는 스트리밍 부문 기술 인력에게 AI로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라고 주문하면서도, 성과와 무관하게 토큰만 소모하는 이른바 ‘토큰맥싱(tokenmaxxing)’은 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디즈니 스트리밍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AI를 활용해 벨로시티(velocity), 즉 출력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라고 압박해 왔다고 복수의 고위 기술 직원이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전했다. 한 AI 담당 고위 직원은 회사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속도 향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안드레 로에(Andre Rohe) 디즈니 제품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부사장(EVP)은 수요일 내부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토큰맥싱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토큰맥싱은 생산성 기여 여부와 무관하게 AI 토큰 사용량만 최대화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경영진의 메시지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토큰 사용량 추적은 비효율적 사용을 가려내기 위한 것이고, 기능 출시와 코드 전달에서는 속도를 높여야 하며, 속도만이 아니라 코드 품질과 제품 안정성도 지켜 출시 후 오류를 일으키는 AI 작성 코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지난 1년간 AI에 빠르게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직원들에게 클로드(Claude)와 커서(Cursor)를 제공했고, 토큰 사용량을 추적하는 ‘AI 도입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일부 관리자는 AI를 쓰지 않는 엔지니어에게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회사는 의도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회사 전략에 밝은 관계자는 대시보드가 높은 사용량을 유도하려는 게 아니라 AI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쓰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에 부사장이 낭비를 경계한 배경에는 토큰이 곧 비용이라는 사실이 있다. 대시보드는 활성 사용자와 요청·토큰 순위까지 보여줘 한 직원은 이를 ‘리더보드’라 불렀고, 4월 중순 한 직원은 9영업일간 클로드를 약 46만 번(하루 약 5만1000번) 호출했다. 상당수가 자율 에이전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사용량을 순위로 전시하면 지표 자체가 목표가 되어 오히려 토큰맥싱을 부추길 여지가 생긴다. 사용량을 죄려는 흐름은 업계에도 뚜렷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최고경영자(CEO)는 토큰맥싱을 “중독성이 있다”고 표현했고,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사용자별 월간 지출 한도를 두겠다고 알렸다. 다만 한도는 높게 잡겠다는 게 파라마운트의 설명이다.
오픈AI와의 결별, 그리고 ‘에이전트 부대’
디즈니의 AI 행보에서 가장 큰 변수는 오픈AI 계약의 무산이었다. 지난해 12월 디즈니는 오픈AI와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어 자사 캐릭터를 소라(Sora)에 라이선스하고 디즈니플러스(Disney+)에 AI 생성 영상을 올릴 길을 열었다. 그러나 오픈AI가 3월 계약을 취소하고 소라를 중단하면서 구상은 백지화됐다.
조시 다마로(Josh D’Amaro) CEO 취임이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후 대형 AI 제휴는 없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디즈니가 12곳이 넘는 파트너와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사내 최고 엔지니어들은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부대’처럼 돌려 혼자서는 어려운 분량의 코딩을 처리한다. AI 연구개발 총괄 이사 제이슨 콕스(Jason Cox)는 자신이 만든 AI 비서를 “아들”이라 부르며 애정을 표한다고 블로그에 적었다.
비용 규율과 스트리밍 수익성
이 규율은 스트리밍 수익성과 맞닿아 있다. 디즈니 스트리밍(DTC) 부문은 2026 회계연도 2분기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에 올라섰고, 올해 스트리밍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토큰이 곧 비용인 만큼, 마진을 이제 막 증명한 조직에 통제되지 않은 AI 사용량은 잠재적 변수로 남는다. 규모 면에서도 디즈니의 합산 스트리밍 시청 점유율은 2026년 3월 근 3년 만의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고, 넷플릭스 대비로도 근 1년 만의 최고 성적을 냈다(닐슨 미국 기준). 훌루를 디즈니+로 흡수하는 ‘슈퍼앱’ 통합이 진행되는 가운데, 닐슨은 2024년 12월부터 디즈니+·훌루의 개별 점유율 보고를 중단했다.
디즈니 스트리밍 시청 점유율(%). 자료: Nielsen · 차트: James Faris/BI. 닐슨은 2024년 12월부터 디즈니+·훌루 개별 점유율 보고를 중단했다.
수익성의 근거는 충성도 높은 대규모 구독 기반이다. 디즈니는 지난 분기 스트리밍에서 5억8200만 달러의 이익을 냈고, 구독자 수는 더는 공개하지 않지만 2025년 9월 말 기준 1억9600만 건의 구독을 보유했다.
잇단 가격 인상에도 디즈니+·훌루의 해지율은 넷플릭스에 이어 업계에서 가장 낮아 5월 해지 고객은 4% 미만이었다(안테나 집계). 다만 미국 TV 시청 점유율에서는 2025년 중반 이후 넷플릭스가 여전히 디즈니 스트리밍을 앞선다. 다마로 CEO는 디즈니+와 훌루를 하나로 합치는 ‘슈퍼앱’으로 참여를 끌어올리고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쓰려 하며, 넷플릭스·피콕·파라마운트+처럼 숏폼에도 베팅한다.
사내 도구와 인간 중심 원칙
디즈니는 사내 도구도 함께 늘렸다. 자체 챗봇 디즈니GPT는 IT 지원 티켓 생성과 사내 인력 명부 조회, 프로젝트 재무 분석 같은 내부 업무를 돕고, 10월 베타 도입 뒤 12월 업데이트로 엑셀·파워포인트 업로드가 가능해졌다. 에이전트형 챗봇 ‘자비스(Jarvis)’—영화 ‘아이언맨’의 비서에서 명명—도 개발 중이다. 클로드는 지난해 말만 해도 비승인 도구였다가 이후 정식 제공에 포함됐다.
디즈니GPT 베타 화면. 출처: Business Insider
디즈니는 사내 정책 페이지에서 ‘책임 있고 인간 중심적인 AI 활용’을 표방한다. 인간의 창의성이 회사의 핵심 동력으로 남는다는 원칙이다. BI와 인터뷰한 직원 8명 중 3명은 AI가 사람을 대체해 고용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할리우드가 2023년 작가·배우 파업에서 AI를 핵심 쟁점으로 다뤘던 기억도 여전하다. 사용을 독려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한 직원은 “지금은 반기지만, 얼마나 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선 2 창작 — 스토리텔링 가속과 이매지니어링 협업
디즈니의 창작·체험은 파크로 이어진다 — 월트 디즈니 월드의 미키·미니 토피어리와 신데렐라 성. 사진: WDW Magazine.
사내 엔지니어링에서 AI가 ‘규율’의 대상이라면, 창작 부문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다. 어도비, 엔비디아, 메타 같은 세계적 기술 기업이 스토리텔링의 미래를 함께 그리기 위해 디즈니를 찾고 있다. 그 중심에는 파크와 크루즈를 아우르는 몰입형 경험을 만드는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이 있다. 카일 로플린(Kyle Laughlin) 이매지니어링 R&D 수석부사장(SVP)은 “우리의 상품은 감정(our product is emotion)”이라며, 이런 도구들이 그 감정적 연결을 더 빠르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설계의 가속 —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파운드리
대표 사례는 어도비 파이어플라이 파운드리(Adobe Firefly Foundry)를 테마파크 설계에 끌어들인 협업이다. 이매지니어링 R&D는 이 기술로 2D 콘셉트 아트와 2D 렌더링, 3D 프로토타입 모델을 만들어 미래의 파크·호텔·크루즈·어트랙션(놀이기구) 설계에 쓰기로 했다.
파이어플라이 파운드리는 기업이 소유했거나 퍼블릭 도메인인 데이터로 학습하는 ‘상업적으로 안전한(commercially safe)’ 모델을 표방한다. 디즈니로선 저작권 침해 위험 없이 자사 캐릭터와 배경을 생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도비 센세이(Sensei) 플랫폼 위에 구독형으로 제공되며,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통합되는 AI 코파일럿을 갖췄다.
초기 프로젝트는 겨울왕국·카·릴로 앤드 스티치 같은 고전 작품이다. 이매지니어들은 이 영화들의 손그림 스케치를 상세 프로토타입과 렌더링으로 바꿔 새 어트랙션의 설계·시공에 활용한다. 물리적 목업 이전에 시각 콘셉트를 빠르게 생성·반복해, 아이디어에서 놀이기구까지의 시간과 수작업·목업 비용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로플린 SVP는 이 협업이 “디즈니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파크에서 더 빠르게, 손님이 기대하는 감정의 질로 구현하게 해준다”고 했다. 어도비의 한나 엘사크르 GenAI 신사업 담당 부사장은 도구가 더 대담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최선의 것을 실현할 창작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어플라이 파운드리 기반 테마파크 설계 워크플로(디즈니 IP로 학습). 자료: Adobe·Disney 발표 재구성.
‘상업적으로 안전한’ 모델을 고른 선택 자체가 전략이다. 디즈니는 같은 시기 무단 학습을 문제 삼아 여러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원고이기도 하다. 2025년 6월 디즈니와 유니버설은 이미지 생성 서비스 미드저니(Midjourney)가 자사 IP를 스크래핑했다며 제소했고, 2026년 5월에는 중국 AI 기업 미니맥스(MiniMax)가 허가 없이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했다며 소송을 냈다.
‘우리가 소유하거나 퍼블릭 도메인인 IP 위에 모델을 세우되, 무단 스크래핑에는 소송으로 맞선다’는 이중 포석인 셈이다. IP 보호를 앞세운 플랫폼을 택한 이 행보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에도 선례가 될 수 있다. 어도비로선 이매지니어링 R&D를 파운드리 고객으로 확보한 것이 유력한 레퍼런스다.
로봇이 채우는 파크 — 물속 로봇과 호버링 드로이드
창작 전선의 다른 축은 물리적 체험, 곧 로봇이다. 디즈니는 파크·리조트에 10년간 6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세웠고,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의 이매지니어링 R&D 연구소가 그 기술의 상당 부분을 만든다. 이 흐름은 파크 부문을 이끌며 이매지니어와 로보틱스를 직접 챙겨 온 조시 다마로 CEO의 구상과 맞물린다. 그는 BDX 드로이드를 데리고 팬 행사에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 프로젝트는 물속 로봇이다. 연구소에는 차 한 대 크기의 6피트 만타가오리 목제 시제품이 있는데, 완성되면 ‘모아나’의 그램마 탈라로 변신해 파크 석호(라군)에 등장할 예정이다. 하이드로포일 기술로 물살을 가르며 인간 배우와 나란히 공연하는, 살아 있는 듯한 수중 캐릭터를 지향한다(스타워즈 같은 다른 프랜차이즈로도 전용 가능하다). 이어 돌고래형 로봇 무리가 더해진다. 제트 펌프 추진과 생체모방 관절, GPS 항법으로 제트스키처럼 움직이고 서로 상호작용하며 동기화 공연도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드론처럼 온보드 센서로 거의 자율 작동하지만 여전히 사람 조작자가 필요하다. 로플린은 낮 동안 비어 있는 파크의 수면을 ‘캔버스’로 보고 모아나·아바타 같은 ‘물 IP’와 연결하는 자율 수중 퍼포머를 구상한다고 했다.
형태도 다양해진다. 이족·사족은 물론 나는 것과 헤엄치는 것까지 아우른다. 이미 파크에는 이족 BDX 드로이드, ‘판타스틱 4’의 허비(H.E.R.B.I.E.), ‘겨울왕국’ 올라프 같은 자유 이동 캐릭터가 돌아다닌다(올라프는 엔비디아 시뮬레이션 ‘뉴턴(Newton)’으로 세운 BDX 프레임워크 덕에 4개월 만에 개발됐고, 올해 오작동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엔 창업자 월트 디즈니의 첫 애니매트로닉스가 디즈니랜드 메인스트리트에 등장했고 플로리다에도 내년 온다. 여기에 차세대 투영 기술이 더해진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금은보화 위 해적이 사람에서 해골로 변하는 장면처럼, 실시간 전면 투영 매핑과 광학 추적으로 정적인 실리콘 얼굴보다 훨씬 생생한 표정을 낸다. 이 기술과 자유 이동 로봇, 통합 XR 경험(메타 레이밴 등)은 회사가 ‘가장 기술적으로 야심 찬 곳’이라 부르는 디즈니랜드 아부다비를 겨냥한다.
상업과 스토리텔링을 잇는 실험도 있다.
‘만달로리안 앤드 그로구’에서 영감을 받은 자율 드로이드가 정지형 푸드트럭 카운터 위를 무대 삼아 호버링한다. 손님이 모바일 앱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주문에 따라 캐릭터가 다르게 반응하며 카운터에서 ‘쇼’를 벌인다—음료 하나만 사면 외로운 척을 하는 식이다. 존 파브로 감독의 제작팀과 협업했고, 8월 D23 팬 행사에서 선보인 뒤 연내 애너하임 디즈니랜드 데뷔를 검토한다. 앞서 디즈니는 극장판 ‘스타워즈: 더 만달로리안 앤드 그로구’ 개봉일에 맞춰 ‘밀레니엄 팰컨: 스머글러스 런’에 딘 자린·그로구 미션을 공개하는 데이앤데이트도 선보였다.
로플린은 이 모든 시도의 목적을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언제나 이야기를 위한 것”이라고 요약했다. 로봇은 이제 어디에나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시장만 2050년 5조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55년 디즈니랜드의 ‘로켓 투 더 문’ 이래 ‘미래 엿보기’를 팔아 온 디즈니에게 이 흐름을 외면하는 선택지는 없었다.
투영 애니매트로닉스 — ‘캐리비안의 해적’의 저주받은 해적
로봇과 투영이 만나는 지점에서 디즈니는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
2026년 6월 26일, 약 8주 리퍼비시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디즈니랜드(애너하임) ‘캐리비안의 해적’ 동굴 장면(신 11)에 파크 최초의 ‘투영 매핑 얼굴’ 애니매트로닉이 등장했다. 59년간 금은보화 위에 앉아 있던 해골 해적이 이제 사람에서 해골로 실시간 변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연기한다.
저주받은 금화를 집어 든 순간 시간이 멈춰 해골이 되고, 팔이 내려가며 금화를 떨어뜨리면 저주가 풀리지만, 탐욕에 다시 금화를 집어 들며 같은 굴레가 반복된다. 해적은 ‘헤헤헤’ ‘우’ ‘아’ 세 가지 감정을 오간다.
핵심은 ‘하이브리드 전면 투영’ 기술이다. 얼굴은 움직이는 부품이 없는 3D 프린팅 셸이고, 그 위에 고해상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투영해 표정을 만든다.
몸체는 기존 애니매트로닉 기계 방식을 그대로 쓴다. 애니매트로닉의 애니메이션 시스템이 피겨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동시에 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에 보내고, 투영 영상은 이 데이터에 맞춰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에픽게임즈(Epic Games)와의 협업의 일부다. 움직이는 피겨에 투영 매핑을 입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영 애니매트로닉스 3단계: 기계 베이스 → 실시간 투영 오버레이 → 살아 있는 캐릭터. 자료 재구성.
정렬을 위해선 특허받은 캘리브레이션 기법을 새로 만들었다. 의상이 많아 기존 카메라 방식이 어렵자 마커를 해적의 반다나에 직접 내장했다. 이 마커는 자외선(UV) 조명에 반응해 야간 캘리브레이션 때 노랗게 빛나고, 낮에는 UV를 꺼 손님 눈에 보이지 않는다. 프로젝터는 두 대를 두되 한 번에 한 대만 작동하고 나머지는 백업이다. 시스템은 피겨의 위치를 끊임없이 추적해 피겨가 움직이거나 모터가 오작동해도 투영 영상이 얼굴에 정확히 고정되도록 한다. 각종 센서가 매일 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하며 연산·투영 장비에도 이중화가 걸려 있다.
하이브리드 전면 투영 셋업: 프로젝터 2대(1대 백업)·IR 카메라·캘리브레이션이 반다나 UV 마커를 추적해 얼굴에 영상을 고정. 자료 재구성.
디즈니는 2025년 11월 ‘위 콜 잇 이매지니어링(We Call It Imagineering)’ 에피소드에서 이 기술을 개념으로 처음 공개했고, 7개월 만에 실제 파크에 넣었다.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R&D의 레슬리 에번스(Leslie Evans) 총괄 R&D 이매지니어는 “이야기를 더 놀랍게 전할 도구를 늘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응이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59년간 사랑받은 장면을 바꿨다는 온라인 비판이 있었고, 7월 4일에는 피겨가 작동하지 않아 투영 대신 물리적 해골 마스크로 임시 대체되기도 했다. 완벽한 안정화까지는 시행착오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두 얼굴을 관통하는 원칙은 하나다. 기술은 스토리텔링을 지원하기 위해 쓰인다는 것. 로플린은 디즈니가 창작자·인재 중심 회사이며 창작 과정에 인간이 있다는 점을 존중하는 협업 상대를 찾았다고 했다.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창의성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엔지니어링에서 비용을 규율하는 논리와 창작에서 인간을 중심에 두는 원칙은 결국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같은 문장으로 수렴한다.
한국 미디어 산업에 주는 시사점
디즈니의 사례가 한국 미디어 산업에 던지는 첫 메시지는 ‘AI는 쓰되 비용을 설계하라’는 것이다. 디즈니조차 스트리밍이 이제 막 두 자릿수 마진에 오른 국면에서 토큰 사용을 순위로 관리한다. 디즈니보다 마진 여력이 얇은 국내 방송·스트리밍 사업자에게 추론 비용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된다. 사용을 독려하되 대시보드·예산·한도로 규율하는 ‘운영 규율’로서의 AI 접근은 국내 콘텐츠·플랫폼 기업이 AI를 워크플로에 이식할 때 참고할 틀이다. 다만 ‘토큰맥싱’과 리더보드의 역설이 보여주듯, 사용량을 성과 지표로 오인하는 순간 낭비가 제도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온다.
두 번째는 자산의 활용법이다. 디즈니는 자사 창작 자산으로 전용 생성모델을 세워 브랜드 일관성을 지키며 제작을 가속했다. 강력한 IP 라이브러리를 가진 한국 콘텐츠 사업자에게 이 방식—범용 모델을 그대로 쓰기보다 자사 IP·아카이브로 커스터마이즈한 전용 모델—은 창작 정체성과 저작권 통제를 동시에 잡는 현실적 경로다. 특히 디즈니가 자사·라이선스 IP로만 모델을 세우면서 동시에 미드저니 등 무단 학습 AI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이중 포석은, IP 가치를 지키며 AI를 도입하려는 국내 콘텐츠 홀더에게 참고할 만한 태도다.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이 확대될수록, 방대한 방송·영화 아카이브를 학습 자산으로 전환해 제작 파이프라인을 압축하는 전략의 값어치는 커진다.
세 번째는 파트너십의 방향이다. 디즈니는 오픈AI와의 대형 외부 딜이 무산된 뒤 사내 도구와 사용 규율로 무게를 옮겼다. 특정 외부 플랫폼에 대한 의존과 자체 역량 구축 사이의 균형이라는 질문은 한국 미디어·플랫폼 기업에도 똑같이 주어진다. FAST와 글로벌 유통에서 경쟁하는 국내 사업자에게, 외부 AI에 대한 종속을 관리하면서 내부 도구와 데이터 거버넌스를 갖추는 일은 비용만이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의 문제다.
네 번째는 창작 노동과 체험의 문제다. 디즈니가 내세운 ‘인간 중심·창작자 중심’ 원칙과 사내의 고용 대체 우려는 2023년 할리우드 파업을 거치며 국내 창작 현장에도 익숙해진 긴장이다. 생성형 도구와 로보틱스·웨어러블이 파크·체험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테마파크와 실감 콘텐츠, 공연·전시로 영역을 넓히는 국내 ‘경험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관건은 같다. 기술을 스토리텔링의 수단으로 두느냐, 목적으로 삼느냐다.
다섯 번째는 로봇과 체험의 융합이다. 디즈니가 물속 로봇과 자유 이동 캐릭터, 투영 기술로 파크를 ‘살아 있는 이야기 공간’으로 바꾸는 방식은, IP를 물리적 체험으로 확장하려는 국내 업계에 구체적 참조점이 된다. 한국은 로봇 제조 기반(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등)과 웹툰·K팝·드라마의 강력한 IP를 동시에 갖췄다. 콘텐츠 IP와 로보틱스·실감 기술을 결합하면 테마파크와 상설 전시, 팝업·페스티벌 같은 체험형 K콘텐츠라는 새 수출 형태가 열린다. 여기서도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다. 디즈니가 반복해 강조하듯, 로봇도 결국 스토리텔링의 수단일 때 값어치를 갖는다.
디즈니 AI 조직 (2026년 기준)
디즈니의 AI는 최고경영자(CEO) 조시 다마로(Josh D’Amaro) 아래 세 갈래로 실행된다.
다마로 CEO는 스트리밍을 최우선에 두고, TV 부문 수장이던 데이나 월든(Dana Walden)을 회사 첫 최고창작책임자(CCO)로 임명했으며 애덤 스미스(Adam Smith)와 조 얼리(Joe Earley)를 DTC(직접판매) 부문 공동대표로 세웠다.
전사 정책·조율은 앨런 버그먼(Alan Bergman)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회장에게 보고하는 기술구현조직 OTE(제이미 보리스 대표, 2024년 말 신설·약 100명)가 맡는다.
사내 도구·대시보드 운영과 ‘토큰맥싱’ 지침이 나온 엔지니어링 실행은 스미스 CPTO의 제품·기술 조직 소관이다. 스미스에게는 직속 8명이 있고, 그 아래 안드레 로에(Andre Rohe) 부사장이 제품·미디어·QA·커머스·그로스·아이덴티티 엔지니어링을 묶은 통합 조직과 AI 도입 대시보드를 이끈다.
로에에게도 직속 12명이 있으며, 엔지니어링 조직에는 AI 연구개발을 이끄는 제이슨 콕스(Jason Cox)도 있다. 창작·체험 영역의 AI는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산하 월트 디즈니 이매지니어링 R&D(카일 로플린 SVP)가 담당한다.
디즈니는 단일 최고AI책임자(CAIO)를 두기보다 정책은 OTE, 실행은 각 사업부가 맡는 분산형 구조를 택했다.
디즈니 AI 관련 조직도(2026년 기준). 정책=OTE, 엔지니어링 실행=스트리밍 제품·기술, 창작=이매지니어링 R&D. 자료: Business Insider·Variety 등 종합·재구성.
인물 | 직책 | 소속 · 역할 |
|---|---|---|
조시 다마로(Josh D’Amaro) | CEO | 2026년 3월 취임, 스트리밍 최우선 |
데이나 월든(Dana Walden) | 최고창작책임자(CCO) | 신설 직책 · 콘텐츠 총괄 |
앨런 버그먼(Alan Bergman) |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회장 | OTE·엔터테인먼트 기술 상위 라인 |
제이미 보리스(Jamie Voris) | OTE 대표 | 전사 AI·XR, 버그먼에게 보고 |
조 얼리(Joe Earley) | DTC 공동대표(사업) | 디즈니+·훌루 사업 |
애덤 스미스(Adam Smith) | DTC 공동대표 · CPTO | 제품·기술 총괄, 직속 8명 |
안드레 로에(Andre Rohe) | 제품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EVP) | 스미스 직속, 직속 12명 / 대시보드·‘토큰맥싱’ 지침 |
카일 로플린(Kyle Laughlin) | 이매지니어링 R&D 수석부사장(SVP) | 디즈니 익스피리언스, 창작·체험 AI |
애덤 스미스 CPTO 직속 8명 (알파벳순)
이름 | 직책 |
|---|---|
Andre Rohe | 제품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EVP) |
Chris Lawson | 콘텐츠 플랫폼·운영 총괄 부사장(EVP) |
Danette Dugas | 수석 비서(Senior Executive Assistant) |
Dimitri Kontopidis | 제품·기술 전략·운영 총괄이사 |
Erin Teague | 제품관리 총괄 부사장(EVP) |
Meghan Borsic | 디자인 수석부사장(SVP) |
Michael Cupo | 사업운영 수석부사장(SVP) |
Tony Donohoe | 광고 플랫폼 총괄 부사장(EVP) |
안드레 로에 EVP 직속 12명 (알파벳순)
이름 | 직책 |
|---|---|
Andrew Hyde | 제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VP) |
Christopher Shattuck | 인도 제품·기술 총괄 |
Chris Sword | 데이터 애널리틱스 이사 |
Devika Chawla | 제품 SW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SVP) |
Dominique Charrette | 데이터 애널리틱스 부사장(VP) |
Jay Donnell | 제품 SW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SVP) |
Justin Altwies | 제품엔지니어링·사업운영 이사 |
Mali Sonnier | 수석 비서(Senior Executive Assistant) |
Mayank Sachan | 그로스 엔지니어링 부사장(VP) |
Mehran Bozorgi | 제품 SW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SVP) |
Nicholas Brookins | 미디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SVP) |
Zachary Cava | 제품 SW 엔지니어링 부사장(VP) |
출처
▸ AI 전략 · 엔지니어링 (Business Insider, James Faris)
“Disney is pushing tech employees to move faster with AI — but avoid ‘tokenmaxxing’” 2026. 6. 13.
“Disney staffers have an ‘AI Adoption Dashboard’ — one Claude user invoked it 460,000 times in 9 days” 2026. 4. 23.
“Disney’s internal AI strategy: ‘DisneyGPT’ and a new ‘Jarvis’ tool” 2025. 12. 13.
https://www.businessinsider.com/disney-ai-strategy-employees-disneygpt-openai-deal-chatgpt-2025-12
“Disney org chart: streaming tech leaders as Hulu converges into Disney+” 2026. 7.
▸ 창작 · 이매지니어링 (설계)
The Walt Disney Company, “Why the World’s Leading Tech Companies Collaborate with Disney” Disney Newsroom, 2026. 6. 18.
https://thewaltdisneycompany.com/news/tech-companies-collaborate-storytelling-innovation/
Rahim Amir, “Adobe and Disney… next generation of theme park rides with Foundry AI” TechRadar Pro, 2026. 6. 30.
▸ 파크 · 로봇 · 애니매트로닉스
Samantha Kelly, “Disney’s Parks Revamp Includes Aquatic Robots and Hovering Star Wars Droids” Bloomberg, 2026. 6. 26.
Blog Mickey, “Disney Debuts First Projection-Mapped Face on an Audio-Animatronic” 2026. 6. 26.
https://blogmickey.com/2026/06/disney-debuts-first-projection-mapped-face-on-an-audio-animatronic/
Jacob Krol, “I watched Disney’s next-gen audio-animatronic transform from a pirate to a skeleton…” TechRadar, 2026. 6. 26.
Walt Disney Imagineering / Disney Parks, projection-mapped animatronic 영상,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331z0nOZJw0
‘The Future of Animatronics — Great Moments in Imagineering’(제공 자료) 참조.
▸ 사업 · 시장 데이터
스트리밍 실적·구독·해지율: 디즈니 FY2026 2분기 실적 보도(TheWrap 등)·Antenna. 시청 점유율: Nielsen. 피어 사례: The Information. OTE(2024): Variety.
https://www.thewrap.com/industry-news/business/disney-earnings-q2-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