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가 떠난 자리를 숏폼과 AI가 채우다

소니의 2028년 디스크 종료, 쇼티컬(Shortical)의 1억 달러, 딜로이트(Deloitte)의 78억 달러 전망이 보여주는 콘텐츠의 미래

이번 주 업계는 세 개의 소식에 술렁였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2028년 1월 이후 신작 게임의 물리 디스크 생산을 끝낸다고 발표했고, 이스라엘 마이크로드라마 앱 쇼티컬(Shortical)은 AI 시리즈 확대를 앞세워 1억 달러를 조달했다. 여기에 딜로이트(Deloitte)는 올해 마이크로드라마 앱 매출이 78억 달러로 두 배 넘게 커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1994년 플레이스테이션이 연 디스크 시대가 폐막 일정을 통보받은 바로 그 주에, 자본과 리서치는 엔터테인먼트의 다음 무게중심이 모바일 숏폼과 AI 제작에 있다는 답을 각자의 방식으로 적어냈다. 디지털 다운로드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구매의 78%를 차지하고, AI가 시간당 수십만 달러의 제작비를 몇 분의 일로 줄이는 조건 위에서, 산업의 투자와 유통은 짧고, 세로로 길고, 즉시 소비되는 포맷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① 1994→2028, 디스크 시대의 폐막 일정이 나왔다

플레이스테이션 5. 소니는 2028년 1월 이후 신작을 디지털 포맷으로만 판매한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는 1일 공식 블로그에서 2028년 1월 이후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용 신작을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와 소매점의 디지털 포맷으로만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 이전에 디스크로 출시된 게임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발표를 맡은 시드 슈먼(Sid Shuman)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시니어 디렉터는 소비자 선호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이 디스크에서 디지털로 이동해 온 흐름을 근거로 들었다.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일반적 선호가 물리 디스크를 크게 앞서는 소비자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의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 시드 슈먼(Sid Shuman), SIE

결국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회사는 없다. 2026년 3월 마감 회계연도 기준 플레이스테이션 풀게임 구매의 78%가 디지털 다운로드였다. 10년 전 소수의 선택이던 다운로드가 표준이 됐고, 디스크는 다섯 건 중 한 건으로 밀려났다. 며칠 전 록스타게임즈(Rockstar Games)가 'GTA VI'의 '실물판'을 디스크 없는 '박스 속 다운로드 코드'로 내놓겠다고 밝혀 팬들의 반발을 샀는데, 소니의 발표로 그것이 한 퍼블리셔의 선택이 아니라 플랫폼 전체의 일정이었음이 확인됐다.

암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의 피어스 하딩롤스(Piers Harding-Rolls)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를 근거로 차세대 콘솔 PS6가 2028년 이후에 나오고 기본형에는 디스크 드라이브가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고 거래와 트레이드인 위에 서 있던 게임스탑(GameStop)류 소매 모델은 토대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② AI 배우가 끌어온 1억 달러

쇼티컬(Shortical) 홈페이지. 'License Your Face' 메뉴가 AI 배우 시대의 새 계약 형태를 보여준다.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단독 보도한 쇼티컬의 자금 조달은 규모와 구조에서 마이크로드라마 업계의 기록을 새로 썼다는 평가다.

금융 서비스 회사 PvX 파트너스(PvX Partners)가 집행한 1억 달러는 지분 투자가 아니라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통용되는 '유저 획득 파이낸싱(user acquisition financing)' 방식의 부채라는 점이 눈에 띈다.

PvX는 지분 대신 신규 유저가 만들어내는 매출의 일부를 회수하고, 창업자들은 지분을 지킨다. 홀리워터(Holywater)의 2,200만 달러, 감마타임(GammaTime)의 1,400만 달러와 비교하면 단위가 다르다.

스트리밍 리서치 회사 아울앤코(Owl & Co.)의 헤르난 로페즈(Hernan Lopez) 창업자는 이 방식의 자금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를 유닛 이코노믹스가 증명됐다는 신호로 읽었다.

쇼티컬의 첫 AI 시리즈 'Bound by Fire'. 출연 배우 전원이 AI로 생성됐다.

쇼티컬은 AI 배우가 출연한 판타지 시리즈 'Bound by Fire'를 공개했고 시청자 반응이 실사 시리즈와 대등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 회사는 월 20시간의 AI 쇼와 5시간의 실사 쇼를 만들 계획이다.

실사 시리즈 한 시간에 10만–30만 달러가 드는 시장에서 AI 시리즈의 제작비는 그 일부에 그친다. 가이 시모니(Guy Shimoni) CEO는 인터뷰에서 15명의 전속 작가를 고용하고 넷플릭스 시리즈를 연출한 오피르 로벨(Ofir Lobel) 같은 인력과 협업한다는 점을 함께 내세웠다. AI가 밀어내는 것은 촬영 현장의 비용이지 이야기를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메시지다.

“AI는 비슷하거나 더 적은 예산으로 실사 제작의 10배를 가능하게 할 잠재력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10배가 아니라 100배다.” — 가이 시모니(Guy Shimoni), 쇼티컬 CEO

③ 딜로이트의 계산 — 산업은 숏폼에 더 기댄다

딜로이트 인사이트 Figure 1. 중국 6억 6,200만 명의 마이크로드라마 이용자와 아시아 상위 5개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1억 5,000만 명 (출처: Omdia, 2025.3).

딜로이트의 『TMT 예측 2026』은 이 이동을 수치로 정리했다. 마이크로시리즈(마이크로드라마) 앱의 인앱 매출은 2025년 38억 달러에서 2026년 78억 달러로 두 배 넘게 커지고, 미국의 비중은 2025년 절반(50%)에서 40%로 내려간다. 미국 밖 시장들이 시청과 다운로드를 현금으로 바꾸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마이크로드라마 앱의 글로벌 매출은 2024년 1분기 1억 7,800만 달러에서 2025년 1분기 약 7억 달러로 1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뛰었다.

구분

유저 획득 파이낸싱 (UA Financing)

지분(VC) 투자

자금 성격

부채 — 신규 유저 매출에 연동해 상환

자본 — 지분과 교환

회수 방식

신규 유저가 만들어내는 매출의 일부를 분배받아 회수

지분 가치 상승 후 상장·매각(엑시트)으로 회수

지분 희석

없음 — 창업자가 소유권 유지

있음 — 투자 라운드마다 창업자 지분 감소

투자 전제

유닛 이코노믹스 검증 — 광고비 대비 회수(ROAS)가 숫자로 증명돼야 성립

성장 잠재력·시장 규모·팀에 대한 평가

자금 용도

마케팅·유저 획득 비용에 집중

제품 개발·인력 등 운영 전반

통용 시장

모바일 게임에서 정착, 마이크로드라마로 확산 (PvX: 스토릴·루니에 이어 쇼티컬이 세 번째)

스타트업 전반의 표준적 조달 방식

이번 사례

쇼티컬 1억 달러 (PvX 파트너스)

쇼티컬 1,500만 달러 (넷캐피털·스티커벤처스) / 홀리워터 2,200만 달러 / 감마타임 1,400만 달러

기반은 아시아가 닦았다. 중국에서는 2024년 기준 약 6억 6,200만 명이 마이크로드라마를 봤고, 아이치이(iQiyi)는 1만 5,000편이 넘는 유·무료 마이크로드라마를 갖추고 지난 1년간 시청 시간을 크게 늘리는 한편 마이크로드라마 생태계에 커머스 기능까지 붙였다. 인도에서는 지(Zee)엔터테인먼트와 쿠쿠FM(Kuku FM) 등이 전용 마이크로드라마 버티컬을 열었고, 숏폼 파일럿 도입 후 일일 시청 시간이 두 배가 됐다는 플랫폼 보고도 나온다. 이들은 회당 소액결제와 유연한 구독제, 구독료에 광고 수익을 섞은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실험하고 있다. 처음 몇 편은 무료로 풀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지점부터 과금하는 방식이 공통된 틀이다.

미국에서는 드라마박스(DramaBox), 릴숏(ReelShort), 굿숏(GoodShort) 같은 앱이 앱스토어 다운로드 상위 25위 안에 상시 진입해 있다. 미국은 이제 숏드라마 앱의 최대 매출 시장이 됐다. 소셜 영상 플랫폼으로의 확산이 이 성장을 밀어 올렸고, 소셜 플랫폼 자체도 마이크로시리즈 콘텐츠에서 더 큰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수요의 성격도 젊다. 딜로이트의 미국 소비자 조사에서 2025년 3월 기준 Z세대와 밀레니얼의 약 30%가 마이크로시리즈를 알고 있었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1년 전보다 시청을 늘렸으며, 비슷한 비율이 이미 구독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마이크로시리즈를 더 보고 싶다고 답했다. 딜로이트는 이를 스트리머에게 열린 경쟁 경로로 읽었다.

딜로이트는 알고리즘 피드와 관심 그래프가 애초에 '연재 서사'를 받쳐주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덕스러운 소셜 피드에서는 시리즈를 '팔로우'하며 새 회차를 따라가기가 어렵고, 그 틈이 시리얼 콘텐츠를 좇는 이용자와 크리에이터를 전용 마이크로드라마 앱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마이크로시리즈의 인기가 계속 오르면 소셜 플랫폼이 '시리즈 인식(series-aware)' 알고리즘이나 '이어보기(continue watching)' 레일 같은 기능으로 트렌드 알고리즘 자체를 손볼 수 있다고도 봤다. 옥스퍼드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브레인 로트(brain rot)'를 꼽을 만큼 무한 피드에 지친 이용자들에게, 정해진 시간에 다음 화가 오는 시리얼 숏폼은 오히려 리니어 TV의 습관을 모바일로 되살린 형태에 가깝다. 딜로이트가 던진 질문도 같다. "리니어 TV로의 숏폼식 회귀가 해법일 수 있을까?"

④ 피지컬은 돌아온다, 다만 '명품'으로

세대별 음반 구매 동기 중 '노스탤지어' 비중. X세대의 카세트 구매자 55%가 향수를 이유로 꼽았다 (출처: Luminate U.S. Music 360, 2025).

물리 매체가 사라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레코드(바이닐) 음반과 CD, 카세트테이프 판매는 되살아났고, 루미네이트(Luminate) 조사에서 구매자들은 그 이유로 노스탤지어를 지목했다. 이 포맷들의 등장을 직접 겪은 X세대에서 그 비중이 가장 높았다.

게임에서도 한정판 패키지와 콜렉터스 에디션 시장은 남을 것이다. 다만 이 부활의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 레코드 음반은 물성 자체가 상품이다. 재킷을 걸고, 턴테이블에 올리고, 소장하는 경험에 값을 치른다. 게임 디스크는 달랐다. 데이터를 옮기는 운반체였고, 더 빠른 운반 수단이 나오자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 피지컬의 귀환은 대중 유통 채널의 부활이 아니라 소장 가치가 이끄는 프리미엄 시장, 말하자면 명품 시장의 형성이다. 운반체는 퇴장하고, 물성은 명품으로 남는다.

⑤ 남는 것 — IP와 기획, 그리고 도달

네 개의 장면을 겹쳐 보면 가치가 어디로 옮겨가는지 읽힌다. 제조·물류·소매 같은 전달 단계의 가치는 정리되는 중이고, 촬영·출연 같은 실행 단계의 비용은 AI가 끌어내리고 있다. 그렇게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것은 이야기를 설계하는 기획과 IP, 그리고 시청자에게 도달해 붙잡아 두는 유통 역량이다.

쇼티컬은 AI 시리즈를 앞세우면서도 전속 작가 15명을 함께 강조했다. 딜로이트는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의 부상과 소셜 플랫폼의 시리얼 콘텐츠 지원 여부를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AI가 밀어내는 것은 촬영 현장의 비용이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지 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운반체가 사라지고 제작 단가가 평준화될수록, 값이 매겨지는 자리는 기획과 IP, 도달 쪽으로 좁혀진다.

한국이 손에 쥔 자산은 분명하다. 전 세계가 소비를 검증한 스토리 IP, 회차를 끌고 가는 시리얼 포맷의 기획력, 그리고 '오징어 게임'과 'KPop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세계 시장 도달력이다. 다만 이 자산은 지금까지 회당 수십만 달러가 드는 고비용 제작 구조 위에 얹혀 있었다.

향후 2–3년의 과제는 이것을 새 지형으로 옮겨 싣는 일이다. 검증된 IP와 기획력을 AI로 낮아진 제작비 구조에 태우고, 마이크로드라마와 FAST 같은 짧고 세로로 긴 유통 창구에 올려놓는 것이다. 이번 주 세 건의 뉴스가 말하는 바는 단순하다. 이야기를 만드는 힘은 남는다.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얹느냐가 다음 승부를 가른다.

출처

Variety, “PlayStation Ending Games on Physical Discs in 2028” (2026.7.1): https://variety.com/2026/gaming/news/playstation-ending-games-physical-discs-2028-1236799978/

Business Insider, “AI actors helped this micro drama app raise $100 million in financing” (Lucia Moses, 2026.7.1): https://www.businessinsider.com/ai-series-help-shortical-raise-100m-funding-from-pvx-partners-2026-7

Deloitte Insights, “TMT Predictions 2026: Short-form video series”: https://www.deloitte.com/us/en/insights/industry/technology/technology-media-and-telecom-predictions/2026/short-form-video-seri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