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글로벌 콘텐츠 투자 2,550억 달러 전망
스트리밍 주도 시대, 한국 미디어의 생존 전략
Ampere Analysis 보고서가 보여주는 시장 구조 재편과 K-콘텐츠 산업의 과제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투자가 2026년 2,550억 달러에 도달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2%의 완만한 성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근본적인 시장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전체 투자의 40%인 1,010억 달러를 차지하며 6% 성장을 기록하는 반면, 전통 방송은 정체 또는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2025년 스트리밍이 사상 처음으로 상업 방송을 추월한 데 이어, 2026년에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이 구조적 전환은 한국 미디어 산업에 복합적 함의를 던진다. 글로벌 플랫폼의 K-콘텐츠 수요는 지속되지만, 협상력과 수익 배분에서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FAST 채널의 부상, 스포츠 중계권 경쟁 격화, AI 기반 제작 혁신 등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한국 콘텐츠 사업자들의 전략적 재정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1. 글로벌 콘텐츠 투자 현황과 전망
1-1. 2,550억 달러의 의미
Ampere Analysis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제작 투자는 2,5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2% 증가한 수치로, 팬데믹 이후 폭발적 성장기를 지나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체 성장률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 주체의 이동이다. 성장의 대부분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발생하고, 전통 방송 영역은 사실상 위축되고 있다.
[그림 1] 글로벌 콘텐츠 투자 추이 (2022-2026, 단위: 10억 달러) / 출처: Ampere Analysis
1-2. 스트리밍 vs 전통 방송: 역전의 가속화
Ampere의 피터 잉그램 리서치 매니저는 "2025년 스트리밍 서비스가 콘텐츠 지출 기여도에서 처음으로 상업 방송사를 추월했다"며 "2026년에는 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점유율 변화가 아닌 구조적 재편(structural rebalancing)이다. 콘텐츠 제작의 중심축이 방송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비가역적이다.
구분 | 2026년 투자 규모 | 성장률 |
스트리밍(SVOD+AVOD) | 1,010억 달러 | +6% |
전통 방송(유료·상업·공영) | 정체/감소 | 0% 이하 |
전체 | 2,550억 달러 | +2% |
1-3. 전통 방송의 3중고
전통 방송사들이 콘텐츠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광고 수익 압박이다. 디지털 광고로의 예산 이동이 지속되면서 TV 광고 시장은 정체 또는 축소 중이다. 둘째, 제작비 상승이다.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 글로벌 플랫폼과의 인재 경쟁으로 제작 단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셋째, 시청 행태 변화다. 팬데믹 이후 고착화된 스트리밍 시청 습관은 전통 방송의 도달률과 시청 시간을 구조적으로 잠식하고 있다.
2. 지역별 차별화: 미국과 비미국 시장의 디커플링
2-1. 미국: 스튜디오 그룹의 전략적 재배치
미국 시장에서는 특이한 현상이 관찰된다. 상업 방송사들의 콘텐츠 지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시장 위축이 아니라 모회사(스튜디오 그룹)의 전략적 선택 때문이다. 디즈니(ABC),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CNN, TNT), NBC유니버설(NBC), 파라마운트(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모두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방송 부문의 예산을 스트리밍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방송 콘텐츠 투자 감소로 나타난다.
2-2. 비미국 시장: 상대적 회복탄력성
Ampere는 미국 외 지역 방송사들이 2026년까지 상대적으로 양호한 투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미국 시장에서는 자국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공영방송 시스템이 건재한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는 수신료 기반의 안정적 재원이 콘텐츠 투자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것이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미국 방송사들도 중장기적으로는 동일한 구조적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3. 스포츠 중계권: 스트리밍의 마지막 개척지
3-1. 2026년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영향
2026년에는 북미 3개국(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동 개최 FIFA 월드컵과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2026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48개국이 참가하는 확대된 대회로, 경기 수와 중계 콘텐츠 분량이 대폭 증가한다. 이는 중계권료 상승과 부가 콘텐츠 제작 투자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3-2. 아마존의 NBA 중계권 확보와 의미
Ampere 보고서가 주목하는 또 다른 변화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스포츠 시장 본격 진출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026년부터 NBA 주요 경기 중계권을 확보했으며, 이는 스포츠 중계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 스포츠는 전통 방송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다. 실시간 시청이 필수적이고, 광고 효과가 높으며, 구독 해지를 막는 '앵커 콘텐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별도 시장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스포츠 중계권 지출은 2030년까지 78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4. 한국 미디어 산업에 대한 함의
4-1. 지상파·종편 방송의 구조적 도전
한국 지상파 및 종편 방송사들은 Ampere가 분석한 '비미국 시장 방송사'의 전형적 사례다. 한국 TV 광고 시장은 약 3조 원 규모로 정체 상태인 반면, 디지털 광고는 8조 원을 넘어 지속 성장 중이다. 지상파 3사의 프라임타임 시청률은 10년 전 대비 절반 이하로 하락했으며, 젊은 층의 TV 이탈은 특히 심각하다.
4-2. K-콘텐츠의 글로벌 위상과 수익 구조의 괴리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 K-콘텐츠가 글로벌 흥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한국 콘텐츠 산업의 실질적 수혜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넷플릭스의 연간 글로벌 콘텐츠 투자는 약 170억 달러 수준이며, 이 중 한국 콘텐츠 투자는 연간 5~6억 달러로 추정되어 전체의 3~4%에 불과하다. K-콘텐츠가 화제성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실제 투자 비중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4-3. FAST 채널: 새로운 기회의 창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시장은 2025년 58억 달러에서 2030년 106억 달러로 연평균 12%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방대한 드라마, 예능 아카이브를 보유한 한국 방송사들은 FAST 시대에 유리한 자산을 갖고 있다. K-드라마, K-예능, K-팝 등 장르별 전문 채널 구성이 가능하며, FAST는 SVOD(구독형)와 달리 콘텐츠 사업자가 광고 수익을 직접 분배받는 구조로, 라이선스 일시금에 의존하던 기존 모델에서 벗어나 시청량에 연동된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4-4. 플랫폼 전략의 재검토
한국 토종 OTT들(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은 각자의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Ampere가 강조하는 "규모와 도달 범위(scale and reach)"는 한국 OTT에도 적용된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 논의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규모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스포츠, 특정 장르, 로컬 콘텐츠 등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5. 전략적 제언
5-1. 콘텐츠 사업자를 위한 제언
단순 라이선싱을 넘어 글로벌 리메이크, 프랜차이즈화, 부가 사업(게임, 머천다이징 등)으로 IP 수익을 다각화해야 한다. 북미, 유럽 주요 FAST 플랫폼에 K-콘텐츠 전문 채널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개별 사업자의 협상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 간 컨소시엄 또는 공동 협상 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5-2. 방송사를 위한 제언
실시간 방송 중심 모델에서 VOD, 클립 콘텐츠, 숏폼 등 디지털 소비 형태에 맞는 콘텐츠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AI 기반 제작 도구, 버추얼 프로덕션 등 기술 혁신을 통해 제작비 효율화를 추구하고, 디지털 광고, 어드레서블 TV 광고, 브랜디드 콘텐츠 등 새로운 광고 상품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5-3. 플랫폼 사업자를 위한 제언
글로벌 메이저와 정면 경쟁보다는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한 M&A나 전략적 제휴를 적극 검토하고, 플랫폼 자체의 글로벌 확장보다는 콘텐츠 수출, 공동 제작, 포맷 판매 등 실현 가능한 글로벌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5-4. 정책 입안자를 위한 제언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의 국내 콘텐츠 투자 의무화, 매출 공개 요구 등 규제 프레임워크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제작 지원 중심에서 IP 개발, 글로벌 유통, 기술 혁신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다변화하고,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작 인력의 처우 개선과 차세대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6. 결론: 구조적 전환기의 생존 전략
Ampere Analysis의 2026년 전망은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단순한 성장기를 지나 구조적 재편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스트리밍이 방송을 추월한 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비가역적 전환이다.
이 전환기에서 생존하는 사업자와 도태되는 사업자를 가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규모와 도달 범위(scale and reach)를 확보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뚜렷한 차별화로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중간 지대에 머무르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콘텐츠의 경쟁력이 곧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콘텐츠 경쟁력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협상력 강화를 위한 업계 연대, 기술 혁신을 통한 비용 효율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2026년은 이러한 전략적 선택의 성패가 가시화되기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사업자에게는 기회가, 현상 유지에 안주하는 사업자에게는 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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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분석은 Ampere Analysis의 글로벌 콘텐츠 투자 전망 보고서(2026)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