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함께 보던 스포츠는 어디로 갔나

채널을 헤매고 구독료를 더 내는 팬들 — 파편화된 중계가 바꿔놓은 시청 풍경, 그리고 밀라노 올림픽까지

마크 로프터스(69)는 미키 맨틀과 로저 매리스가 홈런을 쏘아 올리던 시절부터 뉴욕 양키스를 응원해 왔다. 소년 시절 그는 지역 라디오와 TV로, 가끔은 주말 네트워크 중계로 영웅들의 경기를 따라갔다. 어디서 언제 하는지 찾기 어렵지 않았고, 보는 데 돈이 들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양키스 경기는 폭스 지상파, TBS·FS1·ESPN·ESPN2 같은 기본 케이블, 프리미엄 채널 YES,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피콕·애플TV+·MLB.TV·고담 스포츠 앱까지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금요일 메이저리그 독점은 애플TV+, 일요일은 피콕으로 요일마다 중계처가 바뀐다. 정작 지역 지상파에서는 양키스 경기가 더 이상 정기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로프터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건 팬을 위한 승리가 아니다"라며, 사업자와 리그가 팬을 향해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태도를 취한다고 말했다.

이 정서는 널리 퍼져 있다. 경기는 요일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흩어져, 일요일 오전 8시 30분(태평양 시간)에 시작하는 메이저리그 중계나 오전 9시에 열리는 서부 팀의 빅텐 원정 경기가 낯설지 않다. 더 큰 불만은 비용이다. 기본 케이블에 프리미엄 스포츠 구독, 초고속인터넷, 여러 스트리밍을 더하면 좋아하는 종목 하나에 매달 수백 달러가 든다.

일요일 오후 경기를 모두 담은 NFL 선데이 티켓은 연 240달러에서 시작해 500달러를 넘기기도 한다. 스포츠 저널리스트 준 리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에서 보스턴 열성 팬이 티켓·시청·굿즈를 합쳐 4785달러를 쓴다고 계산했다. 20년 전보다 262% 오른 액수다.

지친 팬은 떠난다.

캘리포니아의 초등교사 스테이시 디살보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로 LA 다저스를 봤지만, 요금이 오르자 2021년 코드를 끊었고 결국 흥미를 잃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다저스가 월드시리즈로 향할 때 애정이 되살아났지만, 이번엔 상당수 경기를 라디오로 들었다. 시카고의 모기지 회사 임원 빌 설리번은 케이블에 월 252달러를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더 내기를 거부했다. 그는 보수를 요구하는 구단주와 선수를 탓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들은 자기 자신과 탐욕으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구조는 돈 많은 슈퍼팬에게 맞춰져 있을 뿐 새 팬을 끌어들이지 못하며, 리그가 언젠가 이 선택을 후회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리그의 반론도 있다. NBA는 케이블이 쇠퇴하자 2024년 말 ABC·NBC와 11년 계약을 맺어 정규시즌 최소 75경기를 지상파에 올렸다. 직전의 다섯 배다. NFL은 정규시즌 경기의 87%가 전통적 지상파로 중계돼 2013년과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리그의 미디어 담당 임원은 "대단히 팬 친화적"이라며 다양한 패키지가 오히려 시청층을 넓혔다고 말했다. LA의 팬 빌 모즐리처럼 미친 듯 비싼 티켓값에 비하면 온라인 시청이 낫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측정하기 어려운 상실도 있다. 메릴랜드의 은퇴 변호사 마크 펠레시는 1980~90년대 초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전성기 시절 일요일 오후마다 지역 전체가 멈춰 서던 풍경을 떠올렸다. 지역 지상파가 그런 공유를 가능케 했고, 배경과 소득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누렸다는 것이다. 그는 TV 시청 환경이 경기장처럼 계층화하고 있다며 "팬이 지불 능력에 따라 분류되고 갈라지고 있다"고 했다. 무료로, 함께 보던 스포츠가 유료로, 흩어져 보는 스포츠로 바뀌는 사이 무너지는 것은 값만이 아니라 그 공유의 경험이다. 이 변화의 밑바탕에는 생중계 권리를 잘게 잘라 최고가에 파는 리그의 셈법과, 시청 방식 자체를 바꾸는 세대의 이동이 함께 놓여 있다.

돈이 부른 파편화

팬을 흩어놓은 힘은 돈이다. 버라이어티 인텔리전스 플랫폼(VIP+)의 '스포츠 라이츠' 리포트에 인용된 S&P글로벌 추정에 따르면, TV와 스트리밍을 합친 미국 국내 스포츠 중계권 규모는 2015년 146억 4000만 달러에서 2025년 직전 약 300억 달러로 두 배가 됐고, 2027년엔 3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스트리밍 업체들은 2024년에만 약 100억 달러를 썼고, 2023년 이후 지출을 257% 늘렸다. 리그는 생중계라는 희소 자원을 방송사와 스트리머에 잘게 나눠 팔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긴다. 아마존이 지난해 초 NFL 플레이오프 경기를 사상 처음 독점 스트리밍했을 때, 슈퍼볼과 월드시리즈마저 언젠가 유료 뒤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불붙었다.

미국 스포츠 미디어 중계권 시장 규모 (자료: S&P Global / Variety VIP+)

시청자가 게임의 규칙을 바꾼다

파편화만큼 근본적인 변화는 시청자, 특히 젊은 세대에게서 온다. VIP+ 리포트에 인용된 알트먼솔론 조사에 따르면, 전체 팬의 71%가 생중계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콘텐츠로 꼽지만 Z세대와 밀레니얼에서는 그 비율이 58%로 떨어진다.

이들은 정규시즌 경기를 지루하게 여기고, 경기가 막판에 이르기 전까지는 생방송으로 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신 하이라이트 묶음을 선호한다. NBA에서는 이 흐름이 뚜렷해 구단주 마크 큐번이 경기 하이라이트에 요금을 매기는 방안을 거론했을 정도다.

생중계 대신 하이라이트·숏클립을 택하는 이유, 18~24세 (자료: Altman Solon / Variety VIP+)

플랫폼에도 세대 격차가 있다. 18~34세 팬은 전체 영상 시청의 60%를 스트리밍으로 소화한다. 생중계가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면 시청층 자체가 젊어져, 아마존 '목요일 밤 풋볼'의 평균 시청자는 지상파 시절보다 일곱 살 어리다. 경기 중 상당수는 통계·판타지·소셜미디어를 확인하는 '세컨드 스크린'에 눈을 두고, 스포츠 베팅도 관심을 넓힌다. 대부분의 주에서 어떤 경기든 베팅할 수 있게 되면서 LA의 팬이 디트로이트-클리블랜드 경기에 흥미를 갖는 이유가 생겼고, NBA 팬 18~34세의 3분의 2가 'NBA 2K'를 즐기는 등 게임 크로스오버도 몰입을 키운다.

여성 스포츠, 판을 키우다

가장 빠르게 몸값이 뛰는 영역은 여성 스포츠다. VIP+ 리포트에 실린 UCLA 앤더슨센터 집계로, WNBA는 ESPN·NBC·아마존과 맺은 22억 달러 규모 계약으로 직전 대비 389% 뛰었다.

여자 마치매드니스는 2021년 남자 대회와 같은 브랜드를 달면서 시청률이 치솟았고, 새 계약은 연 6500만 달러 안팎으로 직전의 약 10배, 총액 기준 471% 늘었다. 여자 프로축구 NWSL은 450만 달러에서 2억 4000만 달러로 급팽창했고, FIFA는 2027·2031년 여자 월드컵 중계권을 넷플릭스에 넘겼다. 카리스마 있는 슈퍼스타에 좌우되는 골프·테니스와 달리, 여자 농구는 이미 확보한 스타를 앞세워 협상력을 키웠다.

여성 스포츠 중계권의 폭발적 성장 (자료: UCLA Anderson Center / Variety VIP+)

생중계를 삼킨 스트리밍, 국경을 넘는 경기

스트리밍은 생중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WWE '로'에 10년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NFL 크리스마스 경기와 FIFA 여자 월드컵까지 손에 넣었다. 아마존은 10년 180억 달러 규모의 NBA 계약으로 시장을 다시 짰고, 애플은 MLB·MLS를, 사우디 자본이 들어간 DAZN은 클럽 월드컵을 확보했다. 디지털은 시청을 국경 밖으로 실어 나른다. 넷플릭스의 크리스마스 NFL 중계는 218개국에 닿았고, 월드시리즈는 MLB 앱을 통해 경기당 3000만 명 넘는 글로벌 시청자를 모았다. 미국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NBC·피콕), 분데스리가·라리가(ESPN+), 세리에A(파라마운트+)를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다. 모바일 시청이 압도적인 인도에서는 주요 크리켓 경기가 세로 화면으로 생중계됐고, e스포츠는 2027년 사우디 리야드에서 첫 올림픽 e스포츠가 열릴 만큼 제도권에 진입했다.

경기 밖 이야기가 뜬다

소비 방식이 바뀌면서 정작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것은 경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주변의 이야기다. 선수의 안팎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와 리얼리티, 이른바 '숄더 콘텐츠'다. 루미네이트의 2025년 영화·TV 연간 결산에 따르면 범죄·여행 등 대본 없는 콘텐츠의 거의 모든 하위 장르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스포츠만은 유일하게 성장했다.

논스크립트 장르별 연도별 편수 — 대부분 감소하는 가운데 스포츠는 성장 (자료: Luminate Film & TV, 2025)

이 회복력은 스포츠가 파편화된 문화에서도 대규모 관객을 만들어내는 몇 안 되는 소재라는 점에서 나온다. 웨이브스포츠+엔터테인먼트의 맥 소버린 콘텐츠책임자는 루미네이트 팟캐스트 '인 더 랩'에서 스포츠가 "여전히 공동체적 이벤트"라며, 경기에 크게 빠져 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흥미를 끈다고 말했다.

플랫폼별로는 무게중심이 스트리밍으로 넘어가 있다. 2020~2024년 스포츠 숄더 콘텐츠에서 넷플릭스가 26.6%로 가장 큰 몫을 차지했고, 프라임비디오(19.0%)와 맥스(11.5%), 피콕(10.3%)이 뒤를 이었다. 넷플릭스의 'F1: 본능의 질주'가 F1의 미국 팬층을 키운 것처럼, 경기에 익숙지 않은 시청자를 이야기로 먼저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2020~2024 스포츠 숄더 콘텐츠 점유율, 스트리머별 (자료: Luminate, 2025)

한국의 거울: JTBC 올림픽 독점 파장

무료로, 함께 보던 스포츠가 무너지는 흐름은 한국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국내 보도를 종합하면, 2019년 JTBC는 중앙그룹 계열사 피닉스스포츠를 통해 IOC와 직접 협상해 2026년 동계부터 2032년 하계까지 올림픽 단독 중계권을 확보했고, 2024년에는 FIFA와 2026·2030년 월드컵 중계권까지 사들였다. 투입 금액은 약 5억 달러, 7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지상파 3사가 공동 구매를 제안했지만 JTBC는 단독 확보를 택했다.

첫 시험대였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JTBC와 지상파 3사의 재판매 협상은 세 차례 모두 결렬됐고, 대회는 JTBC와 네이버에서만 볼 수 있는 사상 첫 유료방송 단독 중계 올림픽이 됐다. 유료 채널로 넘어가자 '올림픽을 하는지도 몰랐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열기가 식었다. 2024 파리 대회 당시 지상파 3사 합산 3%였던 시청률은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과거의 '기본 20%' 공식은 이미 파리에서 깨진 상태였다. 최가온의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 순간은 쇼트트랙 중계에 밀려 실시간 방송되지 못하고 자막·지연·VOD 클립으로만 소비됐다. FHD·SDR 신호만 구매해 4K 시청이 불가능했고, 뉴미디어 권리를 네이버가 독점하면서 경기 영상이 유튜브가 아닌 네이버 계열 플랫폼에만 올라왔다.

여파는 컸다. JTBC는 지난 4월 월드컵 중계권을 놓고 KBS와 140억원에 공동중계를 타결했지만 MBC·SBS와의 협상은 결렬됐다. 밀라노 재판매 실패로 막대한 적자를 떠안은 JTBC는 6월 12일 200억원대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고, 6월 15일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와 함께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2011년 개국 15년 만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특정 방송사의 올림픽 단독 중계가 보편적 시청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고, 방송협회는 공동협상체 '코리아풀' 확대와 정부 지원을 요구했다.

남는 질문

무료로, 함께 보던 스포츠가 유료로, 흩어져 보는 스포츠로 바뀌는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 리그와 국제 기구는 생중계 권리를 최고가에 팔고, 젊은 세대는 하이라이트와 모바일로 옮겨가며, 여성 스포츠와 스트리밍은 그 위에서 새 시장을 연다. 화려한 중계권 숫자 뒤에 남는 질문은 결국 펠레시의 말로 돌아간다. 배경과 소득에 관계없이 함께 경기를 보던 경험, 그 연대의 감각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느냐다. 밀라노의 빈자리가 그 물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줬다.

출처

· 팬 인터뷰(마크 로프터스·스테이시 디살보·빌 설리번·빌 모즐리·마크 펠레시), 중계 파편화·비용, NBA·NFL 지상파 편성: Paul Farhi, "Why the Golden Age of Sports TV Is Driving Fans Crazy", The Wall Street Journal, 2026년 7월 14일.

· 시장 규모, 시청자 행동, 여성 스포츠 중계권, 스트리밍·글로벌화 데이터: Variety Intelligence Platform(VIP+), "Sports Rights" Special Report, 2025년 4월(원자료: S&P Global, Altman Solon, UCLA Anderson Center, Ampere Analysis, Luminate).

· 숄더 콘텐츠·맥 소버린 인터뷰: Andrew Wallenstein, "Sports 'Shoulder' Content Defies Unscripted TV Downturn", Luminate.

· JTBC 올림픽·월드컵 독점 및 중앙그룹 회생절차: 경향신문·주간경향·프레시안·뉴스핌·노컷뉴스 등 국내 보도와 위키백과·나무위키 종합(2019~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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