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TV, 크리에이터에 의존해 시청률 끌어올리기

기존 레거시 방송사들이 크리에이터를 방송 출연 인재(온에어 탤런트)이자 프로모션 파트너로 적극 영입하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에 빼앗긴 젊은 시청자를 되찾기 위해, 전통 TV 네트워크들은 디지털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ESPN, CBS 뉴스, CNN, NBCUniversal 등 주요 방송사들이 잇달아 크리에이터 전략을 공식화하며, 소셜미디어와 TV 사이의 '다리'를 놓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네트워크는 TV를 떠나 유튜브와 틱톡으로 이동한 젊은 시청자를 되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인 TV 시청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와의 융합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었다.

닐슨(Nielsen)의 'The Gauge' 데이터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5년 2월 전체 TV 시청 점유율 11.6%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레거시 네트워크를 추월했다. 이후 11개월 연속 선두를 유지했으며, 2025년 12월 기준 점유율 12.7%로 디즈니(10.7%), 파라마운트(8.6%), NBCUniversal(8.2%), 폭스(7.0%) 등 전통 네트워크를 모두 앞서고 있다. 여기에 YouTube TV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는 점에서, 유튜브의 실제 영향력은 이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12월 미국 TV 시청 점유율 (배급사별, 닐슨 The Gauge 기준)

배급사

시청 점유율

YouTube

12.7%

Disney

10.7%

Paramount

8.6%

NBCUniversal

8.2%

Fox

7.0%

* YouTube TV 미포함 | 데이터: Nielsen's The Gauge | 차트: Axios Visuals

네트워크별 크리에이터 전략

각 네트워크는 최근 몇 달 사이 공식 크리에이터 전략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잇달아 구축하고 있다. 다음은 주요 방송사별 움직임이다.

ESPN

ESPN은 스포츠 크리에이터 릴리 심바시(Lily Shimbashi, Sportsish 창립자)를 고용해 NFL 어너스 시상식 등의 주요 이벤트를 취재하게 했다. 이는 오마르 라자(Omar Raja)가 주도적으로 설계한 ESPN의 광범위한 크리에이터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에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케이티 피니(Katie Feeney)를 영입해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ESPN 스튜디오 방송에도 직접 출연하게 했다. 이는 크리에이터를 단순한 외부 파트너가 아닌 '온에어 탤런트'로 격상시킨 대표적 사례다.

CBS 뉴스

CBS 뉴스는 지난달 팟캐스터와 서브스택(Substack) 기반 독립 작가들을 대거 기고자(contributor)로 영입했다. 여기에는 건강 분야 팟캐스터 앤드루 휴버먼(Andrew Huberman), 뉴욕의 유명 셰프 클레어 드 보어(Clare de Boer), 청년 트렌드 전문 저널리스트 케이시 루이스(Casey Lewis) 등이 포함된다. 이는 전통 뉴스 미디어가 디지털 네이티브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전문성과 팬베이스를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전환을 보여준다.

CNN

CNN은 지난 가을 'CNN 크리에이터스(CNN Creators)'를 새 프로그램이자 멀티플랫폼 이니셔티브로 발표했다. 테크, 스포츠,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디지털 네이티브 저널리스트들로 구성되며, 기존 CNN의 방송 플랫폼과 디지털 채널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NBCUniversal

NBCUniversal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크리에이터 콜렉티브(Creator Collective)'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카이 세넷(Kai Cenat), 할리 칼릴(Haley Kalil), 리비 던(Livvy Dunne) 등 인기 크리에이터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파리 하계올림픽 현장에 직접 참여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2025년 2월 '레전더리 2월(Legendary February)' 보도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NBCUniversal의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협업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NBCUniversal의 크리에이터 전략 심층 분석

NBCUniversal 글로벌 플랫폼 파트너십 수석부사장 지오 카라페티안(Geo Karapetyan)은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이 프로그램의 핵심 목표를 '소셜미디어와 TV 사이의 다리를 만들어 시청자를 라이브 방송으로 유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라페티안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림픽에 대한 엄청난 열기를 활용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 흥분을 증폭시키고 소셜 전반의 대화를 확대하는 방법이다”며 “그것이 플라이휠(flywheel) 효과를 일으켜 사람들이 더욱 흥미를 갖게 되고, 궁극적으로 NBC의 방송을 시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NBC 스포츠 소비자 인게이지먼트 수석부사장 린지 시그너(Lyndsay Signor)는 덧붙였다: "우리는 사람들이 올림픽을 보길 원한다. 우리 플랫폼 전반에서 소비하길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우리를 위한 '확성기(megaphone)'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 그 팬덤은 매우 중요하다."

돈의 흐름: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결합

크리에이터 전략은 방송사의 광고 수익 모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NBCUniversal 광고·파트너십 사장 카렌 코박스(Karen Kovacs)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들은 브랜드 캠페인의 핵심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비자(Visa)는 NBCUniversal과 파트너십을 맺고 크리에이터 앨리슨 쿠크(Allison Kuch)와 그의 남편이자 전 NFL 선수인 아이작 로셸(Isaac Rochell)을 슈퍼볼과 올림픽 관련 캠페인에 참여시켰다. 이는 크리에이터가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광고주-방송사-시청자를 연결하는 '삼각 허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새로운 시청 생태계

크리에이터들은 자체 커뮤니티를 구축해왔으며, TV를 평소 시청하지 않을 수도 있는 팔로워들을 방송 시청으로 유도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매우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시청자와 진정성 있는 개인적 연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박스는 "크리에이터들은 매우 파편화된 세상에서 진정성 있고 개인적인 연결을 통해 시청자와 신뢰를 쌓고 대화할 수 있다”며 “이것이 레거시 미디어가 스스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오디언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핵심 경로”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

시그너는 NBCUniversal이 2028 LA 올림픽에서도 크리에이터 콜렉티브 이니셔티브를 확대·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림픽이라는 글로벌 이벤트와 크리에이터의 팬 기반을 결합하는 전략은 앞으로도 핵심 모델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국 미디어 산업에 대한 전략적 함의

미국 레거시 미디어의 크리에이터 전략은 한국 미디어 산업에 세 가지 차원에서 직접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FAST 채널과 크리에이터의 결합 가능성.

글로벌 FAST 시장이 2025년 58억 달러에서 2030년 106억 달러로 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K-콘텐츠의 FAST 채널 유통 확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방송사들이 크리에이터를 통해 젊은 시청자를 TV로 유입시키고 있듯, K-FAST 채널도 해외 현지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채널 인지도와 시청자 유입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동남아, 유럽 등 주요 타겟 시장에서 K-콘텐츠 팬덤을 보유한 현지 크리에이터와의 파트너십은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

NBCUniversal이 올림픽이라는 글로벌 이벤트를 매개로 크리에이터 콜렉티브를 조직한 것처럼, 한국 방송사와 콘텐츠 기업도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을 위한 체계적인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BCWW(Broadcast Worldwide), KOCCA의 글로벌 사업, 각종 K-콘텐츠 마켓 등 기존 인프라를 크리에이터 협업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검토되어야 한다.

2028 LA 올림픽: 전략적 준비의 시점.

NBCUniversal이 크리에이터 콜렉티브를 2028 LA 올림픽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힌 만큼, 이는 K-콘텐츠 기업에게도 중요한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다. LA는 K-문화의 글로벌 거점 도시 중 하나이며, 올림픽 기간 전세계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에 K-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결합한 글로벌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부터 LA 올림픽을 활용한 크리에이터 협업 전략을 수립하고, NBCUniversal 등 미국 미디어 그룹과의 파트너십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시장 전망 및 리스크 요인

크리에이터와 레거시 미디어의 융합은 가속화될 것이나, 몇 가지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크리에이터의 개인 브랜드 의존도가 높아 평판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며, 크리에이터 영입 비용의 상승은 ROI 측정의 정교화를 요구한다. 또한 크리에이터의 '진정성'이 기업 시스템 안에서 희석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유튜브가 미국 TV 시청의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크리에이터 전략은 레거시 미디어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 구조적 전환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미디어 산업 전체의 방향을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 미디어 산업도 이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