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딜러들이 소비자 차를 놓고 경쟁 입찰… LA 벤처 자금, ‘AI 버티컬’과 ‘거래 구조 재설계’로 이동
비드버스 1,500만 달러(한화 약 225억 원) 시리즈 A… 교육·제약·의료·방산·우주로 확산되는 산업 특화 AI 투자
로스앤젤레스(LA) 벤처 자금이 범용 인공지능(AI)에서 산업별 워크플로를 직접 파고드는 ‘버티컬 AI’와 소비자 거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마켓플레이스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주(7월 첫째~둘째 주) LA에서 공개된 투자 라운드를 보면 중고차 매각, 대학 입학 행정, 제약 제조, 메디케어 진료, 반려견 헬스케어, 노년층 사기 방지까지 특정 산업과 생활 영역의 비효율을 겨냥한 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대드론 방어, 로켓 엔진, 우주 경제 인프라 등 하드테크 대형 라운드와 8억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AI 인프라 딜에 LA 펀드들이 잇따라 이름을 올리면서, 지역 벤처 생태계의 투자 지형이 ‘모델 경쟁’에서 ‘응용 경쟁’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런 이동에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이 소수 빅테크와 초대형 스타트업으로 정리되면서, 초기·중기 벤처 자금이 수익화 경로가 뚜렷한 영역으로 재배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 비대칭이 크고 거래 단가가 높은 시장, 그리고 규제·전문성 장벽 때문에 범용 AI가 침투하기 어려운 산업일수록 특화 스타트업의 방어력이 높다는 판단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딜러가 소비자 차를 놓고 싸운다… 비드버스의 역경매 모델
이번 주 LA 스타트업 신(scene)의 중심에는 중고차 역경매 플랫폼 비드버스(Bidbus)가 있었다. 비드버스는 아이벡스 인베스터스(Ibex Investors)가 주도한 1,500만 달러(한화 약 225억 원) 규모 시리즈 A 라운드를 유치했다. 머커 캐피털(Mucker Capital), FJ랩스(FJ Labs), 모틀리풀 벤처스(Motley Fool Ventures), 데이터포인트 캐피털(Data Point Capital), 월터 벤처스(Walter Ventures)와 함께 ‘카 딜러십 가이(Car Dealership Guy)’로 알려진 요시 레비(Yossi Levi)가 참여했다.
중고차 매각은 지금도 소비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거래로 남아 있다.
직접 매물을 올려 낯선 구매자를 상대하거나, 온라인 즉시 매입 오퍼를 받아들이면서 돈을 손해 본 것은 아닌지 의심하거나, 딜러십에 걸어 들어가 협상이라는 감정 소모전을 치르는 세 가지 선택지가 전부였다.
비드버스는 이 과정을 뒤집는다.
소비자가 차량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검증된 딜러십들이 재고 확보를 위해 경쟁 입찰로 매입 가격을 제시한다. 판매자가 같은 차를 여러 딜러에 들고 다니며 견적을 받는 대신, 딜러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다.
이용 절차는 세 단계다. 차량 정보를 입력해 무료 시장 가치 평가를 받고(Get an Estimate), 1,000곳이 넘는 검증 딜러십이 실시간으로 경쟁 입찰하는 과정을 지켜본 뒤(Watch Dealers Bidding) — 대개 2시간 안에 호가가 올라간다 — 낙찰과 함께 차량 인도 일정까지 안내받는(Get It Sold) 방식이다.
비드버스의 3단계 이용 절차: 시세 평가 → 딜러 실시간 입찰 → 판매 완료 (출처: 비드버스 홈페이지)
회사 측은 일부 사례에서 카바나(Carvana) 대비 2,000~3,000달러(한화 약 300만~450만 원) 높은 오퍼가 나온다고 밝혔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듀크 얀(Duke Yan)은 창업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머니의 차를 팔아주려 했을 때 딜러들의 오퍼가 모욕적일 만큼 낮았고, 딜러들을 하나의 그룹 채팅방에 모아놓자 구매자들이 스스로 가격을 올려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얀은 "중고차 구매력 문제는 금융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효율의 문제"라며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가격 발견 수단이 없고, 딜러는 양질의 재고를 구하지 못하며, 가장 좋은 매물의 상당수는 여전히 사람들의 차고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비드버스의 수익 구조는 온라인 즉시 매입 업체가 지불하려는 금액과 딜러가 실제로 지불할 수 있는 금액 사이의 스프레드에 있다. 이 차이는 수천 달러까지 벌어질 수 있는데, 딜러 입장에서도 가장 가치가 높은 중고 매물은 개인 판매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경매에 참여할 유인이 있다.
딜러십이 재고 확보를 위해 경매에서 차를 사들이는 것은 이미 업계의 표준 관행이어서, 비드버스가 낯선 개념을 파는 것도 아니다. 얀은 여기에 재미 요소를 더했다.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Robinhood)와 틱톡(TikTok)에서 영감을 받아, 차량이 승인되면 딜러들이 몇 시간 안에 입찰을 마쳐야 하고 실시간 호가가 큰 글씨로 표시되도록 설계했다. 이용자들이 입찰 장면을 스크린샷이나 영상으로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새 판매자를 끌어들이는 바이럴 구조를 노린 것이다. 얀은 "차를 파는 일을 주식 거래처럼 투명하고 경쟁적으로 만들겠다"며 "가격이 단일 구매자가 아니라 시장 경쟁으로 결정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성장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초기에 자체 자금으로 운영하던 시절, 얀은 플랫폼 최대 딜러 중 하나를 퇴출시켜야 했다. 그는 "당시 그 딜러가 워낙 많은 차를 사들이다 보니 흥정이나 저가 후려치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에는 아팠지만 지금은 플랫폼이 어느 때보다 좋아졌고, 그만큼 많이 사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고객 경험 기준을 지키는 딜러가 5~8곳 더 생겼다"고 말했다. 비드버스는 지금까지 약 1만 대의 차량 판매를 성사시켰고, 리시아 모터스(Lithia Motors), 펜스키 오토모티브(Penske Automotive) 같은 대형 딜러 그룹도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라운드를 이끈 아이벡스의 파트너 제프 피터스(Jeff Peters)는 시드 단계에서는 투자를 보류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비드버스가 LA에서만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인데, 회사가 신규 시장으로 확장하고 대형 딜러 그룹들과 계약하는 것을 보고 참여를 결정했다. 피터스는 "이 문제는 미국 전역에 걸친 보편적인 문제이자 기회이고, 가장 오래가는 비즈니스 모델은 마켓플레이스이기 때문에 지속성도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는 차값으로 2,000~3,000달러를 더 쥐여주고, 딜러에게는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재고에 대한 접근을 열어주는 것이 이 회사가 만드는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카바나가 온라인 차량 판매의 간편함을 증명한 만큼, 이제 소비자들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선의 조건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드버스는 현재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투자금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제약·의료… 산업별로 쪼개지는 AI 투자
버티컬 AI 딜은 이번 주 LA 투자 흐름의 중심축이었다. LA 기반 에드바이저리(EdVisorly)는 브리치웨이 캐피털(Breachway Capital) 주도로 1,330만 달러(한화 약 200억 원) 시리즈 A를 유치했다.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 루미나 재단(Lumina Foundation), 스트라다 교육재단(Strada Education Foundation), 모틀리풀 벤처스, 주보 벤처스(Juvo Ventures), 질 캐피털 파트너스(Zeal Capital Partners) 등 교육 분야 전략 투자자들이 라운드에 들어왔다. 크런치베이스 뉴스(Crunchbase News)에 따르면 이번 라운드로 누적 조달액은 약 2,200만 달러(한화 약 330억 원)가 됐고, 기업가치도 이전 라운드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에드테크 투자가 팬데믹 정점이던 2021년 약 200억 달러에서 2026년 상반기 18억 달러 밑으로 쪼그라든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매니 스미스(Manny Smith)의 이력이 회사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모가 대학 학점이 없고 등록금을 감당할 형편도 아니었던 스미스는 체육 장학금으로 미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장교가 됐고, 8년간 현역으로 복무하며 공군과 우주군의 위성·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테크니컬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7개월 파병에서 돌아온 뒤 커뮤니티칼리지에서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 성공률 데이터를 들여다본 그는, 커뮤니티칼리지를 거치는 것보다 사관학교에 가는 편이 학사 학위 취득 확률이 높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크런치베이스 뉴스에 말했다. 그는 UC버클리에서 MBA 과정을 밟던 2019년 에드바이저리를 창업했다.
성장 동력은 자체 플랫폼 ‘에디AI(EddyAI)’다. 입학·등록 과정의 반복적인 백오피스 업무 — 성적표를 읽고 각 대학의 기준에 맞춰 평점(GPA)을 재산정하는 작업 등 — 를 자동화한다.
스미스는 이 소프트웨어가 합격 여부를 결정하거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직원의 발목을 잡는 행정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4년제 편입을 준비하는 커뮤니티칼리지 학생은 1,050만 명에 달하지만, 어떤 학점이 인정될지는 대부분 추측에 의존해 왔다. 에드바이저리 플랫폼에서는 지원자가 성적표를 올리면 앱이 수강 과목을 읽어 대학별 요건과 대조하고, 입학 상담사를 만나기 전에 학점 인정 범위, 학위 취득 비용, 남은 학기 수까지 확인할 수 있다. 대학 쪽 학적 담당자도 같은 기술로 공식 편입 학점을 처리하고 학점 매칭 규칙을 빠르게 구축한다.
에드바이저리 홈페이지. 성적표 처리 자동화, 편입생 모집, 학점 평가 간소화를 내세우며, 학생이 성적표를 올려 에디AI와 대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출처: 에드바이저리 홈페이지)
에드바이저리는 카네기멜런대, 코네티컷대, 매사추세츠대, 캘리포니아주립폴리텍대(포모나) 등 100개가 넘는 대학·고등교육 시스템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창업 이후 25만 명 이상의 학생을 지원했다. 대학에 직접 판매하는 B2B 구독 모델이며 직원은 약 50명이다. 투자금은 핵심 엔지니어링 인프라 고도화와 학생용 앱의 UX 디자이너 충원에 쓰인다. 라운드를 주도한 브리치웨이 캐피털의 제이슨 크랜츠(Jason Krantz) 매니징 파트너는 "시장의 한쪽을 희생시켜 다른 쪽을 최적화하는 솔루션이 아니라, 대학에는 실질적 효율을, 학생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를 통과하는 경험의 개선을 동시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제약 분야에서는 본파이어 벤처스(Bonfire Ventures)가 샌프란시스코 기반 카탈라이즈 AI(Katalyze AI)의 1,050만 달러(한화 약 158억 원) 시드 라운드를 주도했다. 이노비아 캐피털(Inovia Capital), 리플 벤처스(Ripple Ventures), 알럼나이 벤처스(Alumni Ventures)와 함께 고쿨 라자람(Gokul Rajaram), 파르자드 솔레이마니(Farzad Soleimani) 등 엔젤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카탈라이즈는 제약사의 과학자, 엔지니어, 분석가가 과학·엔지니어링·제조 워크플로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배치할 수 있게 하는 ‘에이전틱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5곳이 이미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스케어에서는 율리시스 캐피털(Ulysses Capital)이 펄 헬스(Pearl Health)의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650억 원) 조달에 참여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가 주도한 5,000만 달러(한화 약 750억 원) 지분 투자와 트리니티 캐피털(Trinity Capital)이 주도한 6,000만 달러(한화 약 900억 원) 부채 조달을 합친 규모다. 펄 헬스는 메디케어 중심 의료진이 위험을 관리하고 환자 수요를 예측하며 가치기반 진료 워크플로를 자동화하도록 돕는 AI 기술을 만든다. 40개 주 이상에서 1만 명이 넘는 의료진을 지원하고 있으며, 신규 자본은 AI 플랫폼,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상품, 의료진 파트너십 확장에 쓰인다.
프랑스 파리 기반 바이오텍에도 LA 자본이 들어갔다. 고든MD 글로벌 인베스트먼츠(GordonMD Global Investments)는 M벤처스(M Ventures)와 함께 실렌 테라퓨틱스(Cyllene Therapeutics)의 3,300만 유로(한화 약 565억 원) 시리즈 C를 공동 주도했다. EG427에서 사명을 바꾼 실렌은 비복제 단순포진바이러스(HSV-1) 기반 ‘헤르메스(HERMES)’ 플랫폼으로 정밀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로, 신경비뇨기과 적응증을 겨냥한 EG110A의 임상 개발과 파이프라인 확장에 자금을 투입한다. EG110A의 임상 2b/3상은 2027년 개시를 목표로 한다.
한국 스타트업 니어닥, 크로스보더 조달로 미국 의료 시장 진입
한국계 자본과 스타트업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스트롱 벤처스(Strong Ventures)는 스튜디오 키코(Studio Kiko)의 AI 의료 차팅 서비스 ‘니어닥(NearDoc)’ 프리 A 라운드(금액 비공개)에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Smilegate Investment),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Korea Investment Accelerator)와 함께 참여했다. 니어닥은 진료 중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전자의무기록(EMR)용 SOAP 노트를 자동 생성해 의사의 문서 작성 부담을 줄이는 서비스로, 출시 2개월 만에 300개 이상 병·의원에 도입됐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제품을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비영어권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 스타트업이 한국계 VC와 LA 현지 펀드를 함께 묶어 미국 시장에 진입한 크로스보더 조달 구조라는 점에서, 콘텐츠·엔터테크 기업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다.
생활 밀착형 AI 서비스도 자금을 모았다. LA 기반 사비 시큐리티(Savi Security)는 가족을 AI 기반 사기와 스캠에서 보호하는 iOS·안드로이드 앱 ‘사비(Savi)’를 출시하면서 애크루 캐피털(Acrew Capital) 주도의 700만 달러(한화 약 105억 원) 시드 투자를 발표했다. 매그니파이 벤처스(Magnify Ventures), TTCER, 레졸루트 벤처스(Resolute Ventures)도 참여했다. 창업 계기가 상징적이다.
2025년 형제인 패트릭 코글린(Patrick Coughlin)과 라이언 코글린(Ryan Coughlin)이 회사를 세운 것은, 어머니가 AI 음성 복제로 만들어진 가짜 납치 사기 전화에 넘어갈 뻔한 일을 겪은 직후였다. 패트릭은 트러스타(TruSTAR), 스플렁크(Splunk), 시스코(Cisco),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을 거친 국가안보·기업 사이버 방어 전문가이고, 라이언은 애플(Apple),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AI·머신러닝 제품을 만들어 온 프로덕트 리더다. 패트릭은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3초 분량의 공개된 소셜미디어 음성만으로 목소리를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과거 정부기관과 포천 500 기업을 겨냥하던 수준의 공격 정교함이 소비자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5년 사칭 사기로 인한 신고 피해액은 35억 달러(한화 약 5조 2,500억 원)로 2020년의 세 배가 됐고, 회사 발표 기준 60세 이상 미국인의 2025년 피해 추정액은 816억 달러(한화 약 122조 원)에 이른다.
사비 앱은 행동 분석 AI로 전화, 문자, 음성 메시지의 내용과 패턴을 분석해 이용자가 응답하기 전에 위협을 걸러낸다. 스팸·사기 문자를 자동으로 정크함에 분류하는 문자 보호,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대신 받아 발신자를 식별하고 사기 의심 여부를 표시하는 음성 메시지 스크리닝, 진행 중인 통화에 사비를 초대하면 조용히 듣고 있다가 사기 패턴이 감지되면 경고하는 실시간 통화 모니터링(On Call)이 핵심 기능이다.
의심스러운 메시지·이메일·이미지를 올리면 즉시 판정해 주는 무료 도구 ‘스캠와이즈(Scamwise)’는 출시 이후 약 10만 건의 제보를 검토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사기로 판정됐다. 요금은 월 7.99달러(연 62.99달러)로, 인원 제한 없이 부모, 배우자, 자녀까지 한 플랜으로 가족 전체를 보장하는 구조다.
사비 홈페이지. "가족을 보호하세요. 당신이 곁에 없을 때도"라는 문구로 부모·자녀·본인을 AI 사기에서 24시간 보호하는 앱임을 내세운다 (출처: 사비 시큐리티 홈페이지)
반려동물 헬스케어에서는 WndrCo가 메이버론(Maveron)과 함께 원더독(Wonderdog)의 500만 달러(한화 약 75억 원) 프리시드 라운드를 공동 주도했다. 허모사비치에 본사를 둔 원더독은 마이크로바이옴·혈액·유전자 검사를 결합해 반려견의 건강 위험을 조기에 식별하고 맞춤형 식단, 보충제, 케어 플랜을 추천하는 예방 헬스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마즈 펫케어(Mars Petcare)의 초기 투자 프로그램인 컬티베이트 넥스트(Cultivate Next)도 참여했으며, 투자금은 진단 플랫폼 확장과 신규 시장 진출에 쓰인다.
드론 방어에서 로켓 엔진, 우주 금융 인프라까지
방산·우주 분야에서는 대형 라운드가 이어졌다. UP파트너스(UP.Partners)는 오픈AI(OpenAI) 초기 투자사이기도 한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와 함께 이스라엘 디펜스테크 스타트업 스카피온(Skapion)의 3,600만 달러(한화 약 540억 원) 시드 라운드를 공동 주도했다. 퓨전 VC(Fusion VC), 스트라토스 벤처스(Stratos Ventures), TBD VC, q펀드(q Fund)도 참여했다. 2025년 말 설립돼 창업 1년이 채 안 된 회사가 유치한 시드로는 디펜스테크 업계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규모다. 스카피온은 7개월간 스텔스 모드로 운영되다 이번 발표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회사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네이티브 카운터-스웜 시스템(Native Counter-Swarm System)’이라는 개념이다. 기존 대드론(Counter-UAS) 시스템 대부분이 단일 드론이나 소수 표적 대응용으로 설계된 것과 달리, 처음부터 수십에서 수백 대의 무인기(UAV)가 동시에 몰려오는 스웜 공격 시나리오를 전제로 이동식 탐지·요격·무력화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에서의 자폭 드론 확산 이후, 스웜 대응은 방공 체계의 핵심 과제가 됐다. 문제는 작전만이 아니라 경제성이다.
값싼 표적에 고가 요격탄을 쓰면 방어 체계가 빠르게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매체 마코(Mako/N12)에 따르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이도 바르-온(Ido Bar-On)은 2024년 4월 이란의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격 방어에 이스라엘과 연합국이 하루 밤에 70억 달러(한화 약 10조 5,000억 원) 이상을 썼고, 러시아는 월 1만 대 가까운 자폭 드론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키이우가 하룻밤에 600대 이상의 샤헤드(Shahed) 공격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스카피온이 제시하는 목표는 표적당 1만 달러(한화 약 1,500만 원) 미만의 요격 비용으로, 4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아이언돔의 타미르(Tamir) 요격탄과 대비된다. 통신이 제한된 환경과 GPS·통신 신호 없이 비행하는 ‘다크 드론’, 시속 450~500km급 차세대 자폭 드론까지 상정해 설계 중이며, 연간 약 1만 발의 요격체 생산 능력을 갖추고 2027년 실전형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이스라엘 국방부와 협력해 서브시스템 시험을 진행 중이고, 다음 단계는 실사격·요격 시험이다.
창업진의 면면도 전략을 보여준다. 수석 아키텍트인 예비역 준장 피니 융만(Pini Yungman)은 이스라엘 방산기업 라파엘(Rafael)의 방공·미사일 시스템 사업부를 이끌며 아이언돔(Iron Dome)과 다비즈 슬링(David’s Sling) 개발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최고경영자 이도 바르-온은 드론 기업 엑스텐드(XTEND)에서 국제 정부·국방 사업을 이끌었고, 최고기술책임자 갈 고렌(Gal Goren), 재생에너지 기업 엔라이트(Enlight Renewable Energy) 공동창업자 츠프리르 요엘리(Tzafrir Yoeli), 야론 카르프(Yaron Karp)가 합류했다.
조직 구조도 시장 전략을 드러낸다. 연구개발(R&D) 거점은 이스라엘 라마트간에 두고 본사는 워싱턴 D.C.에 뒀는데, 초기 단계부터 세계 최대 방산 조달 시장인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20명 이상을 고용 중이며 전자,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자율주행, 항공 분야 엔지니어 수십 명을 추가 채용하고 있다. 이번 자금은 엔지니어링 확충, 시스템 개발, 통합·시험, 그리고 이스라엘·미국 및 기타 국가의 국방·정부 기관 대응에 투입된다.
트라우스데일 벤처스(Trousdale Ventures)는 휴스턴 기반 비너스 에어로스페이스(Venus Aerospace)의 9,100만 달러(한화 약 1,365억 원) 시리즈 B에 참여했다. 머큐리 펀드(Mercury Fund)가 주도하고 록히드마틴 벤처스(Lockheed Martin Ventures) 등이 참여한 이번 라운드는, 2025년 미국 내 비행 시험을 마친 회전 폭발 로켓 엔진(RDRE) 기술을 프로토타입에서 양산 단계로 옮기는 데 쓰인다. 극초음속 항공기, 방위 시스템, 궤도 비행체, 우주 추진 등 응용 범위가 넓은 기술이다.
우주 경제의 금융·거래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도 등장했다. 멀티볼 캐피털(Multiball Capital)은 GV가 주도한 네벡스(Nebex)의 3,000만 달러(한화 약 450억 원) 시드 라운드에 참여했다.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출신 기업가 테지폴 바티아(Tejpaul Bhatia)와 아난드 수브라마니안(Anand Subramanian)이 설립한 네벡스는 각국 정부의 우주 프로그램과 우주 기술을 만드는 창업자·기업을 연결하는 시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우주 산업 거래의 매출·현금흐름·결제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J.P.모건(J.P. Morgan)과 뱅킹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8억 달러 투게더 AI, 1억 3,500만 달러 8090 랩스… 초대형 딜에 올라탄 LA 펀드
LA 펀드들은 초대형 AI 인프라·엔터프라이즈 딜에도 이름을 올렸다.
마치 캐피털(March Capital)은 투게더 AI(Together AI)의 8억 달러(한화 약 1조 2,000억 원) 시리즈 C에 참여했다. 아람코 벤처스(Aramco Ventures), 엔비디아(NVIDIA), 비스타 에쿼티(Vista Equity), 제너럴 캐털리스트(General Catalyst), 이머전스 캐피털(Emergence Capital), SE벤처스(SE Ventures), 페가트론(Pegatron), 세일즈포스 벤처스(Salesforce Ventures), DTCP그로스(DTCP Growth), 럭스 캐피털(Lux Capital), 지오데식(Geodesic) 등이 함께한 이번 라운드에서 투게더 AI는 오픈소스·커스텀 AI를 위한 추론, 학습, 파인튜닝, GPU 클러스터, 가속 컴퓨트 인프라를 확장한다. 향후 성장을 뒷받침할 500메가와트(MW) 이상의 컴퓨트 용량 확보 약정도 함께 발표했다.
WndrCo는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가 설립한 8090 랩스(8090 Labs)의 1억 3,500만 달러(한화 약 2,025억 원) 시리즈 A에도 참여했다. 세일즈포스 벤처스가 주도하고 크래프트 벤처스(Craft Ventures), 더 프로덕션 보드(The Production Board), 런치(Launch)가 들어온 이번 라운드로, 8090 랩스는 빠른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감사 추적과 통제 기능을 갖춘 프로덕션급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엔터프라이즈 엔지니어링 조직용 AI 코딩 에이전트 ‘소프트웨어 팩토리(Software Factory)’를 개발한다. 팔리하피티야는 직접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건설 분야에서는 피프스 월(Fifth Wall)이 하이아크(Higharc)의 9,500만 달러(한화 약 1,425억 원) 시리즈 C에 참여했다.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가 주도하고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 스파크 캐피털(Spark Capital), 럭스 캐피털 등 기존 투자자들이 뒷받침한 이번 라운드로 하이아크의 누적 조달액은 1억 7,000만 달러(한화 약 2,550억 원)를 넘어섰다. 하이아크는 주택을 3차원(3D) 공간 데이터로 생성해 건설사와 자재 공급사가 설계, 견적, 판매, 시공 워크플로를 관리하도록 돕는 AI 소프트웨어를 만들며, 미국 건자재 유통사 US LBM과의 신규 파트너십을 통해 자재 공급망 워크플로로 사업을 넓힌다.
핀테크에서는 스토리하우스 벤처스(StoryHouse Ventures)가 기존 투자자로 있는 싱가포르 기반 PvX파트너스(PvX Partners)가 매사추세츠공대(MIT)로부터 500만 달러(한화 약 75억 원) 규모의 신규 지분 투자를 확보했다. PvX는 자체 머신러닝 시스템 ‘PvX 람다(PvX Lambda)’로 마케팅·성과 데이터를 평가한 뒤 소비자 앱과 모바일 게임의 이용자 획득(UA) 캠페인 자금을 지원하는 회사로, 전통적 벤처캐피털이나 대출의 대안을 제시한다. 누적 UA 파이낸싱 약정액은 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1,250억 원)를 넘어섰다. 이 밖에 폭스호그 벤처스(Foxhog Ventures)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디지털 마켓플레이스 펀딩바자닷컴(FundingBazar.com)에 134만 달러(한화 약 20억 원)를 투자했다. 현재 베타 단계인 펀딩바자는 지분 투자와 매출 기반 파이낸싱(RBF) 양쪽으로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고, 투자자 발굴, 디지털 문서화, 실사, 창업자-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추가할 계획이다.
뷰티 브랜드는 롤업으로… 버스드, 벨 브랜즈에 매각
엑싯 소식으로는 캐서린 파워(Katherine Power)가 설립한 클린 스킨케어·메이크업 브랜드 버스드(Versed)의 매각이 있었다. 인수 주체는 소비자 분야 사모 투자사 윈드송 글로벌(Windsong Global)이 만든 플랫폼사 벨 브랜즈(Belle Brands)로, 버스드는 JVN헤어(JVN Hair), 피펫(Pipette), KVD뷰티(KVD Beauty)와 같은 지붕 아래 편입된다.
최고경영자 앤디 추(Andy Chiu)가 전환 과정을 지원하며,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독 스케일업이 어려워진 소비자 브랜드가 사모펀드(PE) 주도의 롤업 구조로 정리되는 흐름이 뷰티 카테고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LA 딜 목록이 보여주는 것은 AI 투자의 무게중심 이동이다. 모델 자체가 아니라 모델을 특정 산업의 돈이 흐르는 지점에 꽂아 넣는 회사, 그리고 소비자가 불리했던 거래 구조를 뒤집는 회사에 자금이 모이고 있다. 한국 콘텐츠·엔터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니어닥처럼 한국계 자본과 현지 펀드를 결합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조달 구조가 하나의 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출처
• dot.LA Weekly Update, "This LA Startup Wants Dealers to Fight Over Your Car" (2026.7.10)
https://dot.la
• 비드버스(Bidbus) 공식 사이트
https://bidbus.com
• TechCrunch, "This startup pits dealerships against each other to bid on your used car" (Sean O’Kane, 2026.7.7)
https://techcrunch.com/2026/07/07/this-startup-is-pitting-dealerships-against-each-other-to-bid-on-your-used-car/
• Crunchbase News, "EdVisorly Raises $13.3M Series A To Fix The Messy College Transfer Process With AI" (Mary Ann Azevedo, 2026.7.8)
https://news.crunchbase.com/venture/edtech-university-ai-platform-funding-edvisorly/
• 에드바이저리(EdVisorly) 공식 사이트
https://www.edvisorly.com
• 사비 시큐리티(Savi Security) 공식 사이트
https://www.savisecurity.com
• TechCrunch, "Savi’s app aims to protect consumers from realistic AI scams like kidnappers demanding ransom" (2026.7.7)
https://techcrunch.com/2026/07/07/savis-app-aims-to-protect-consumers-from-realistic-ai-scams-like-kidnappers-demanding-ransom/
• GlobeNewswire, "Savi Security Launches App to Protect Families from AI Scams and Fraud" (2026.7.7)
https://www.globenewswire.com/news-release/2026/07/07/3323124/0/en/Savi-Security-Launches-App-to-Protect-Families-from-AI-Scams-and-Fraud.html
• Techtime(이스라엘), "Skapion, 드론 스웜 대응 시스템 개발에 3,600만 달러 유치" (2026.7.9)
https://techtime.co.il/2026/07/09/skapion/
• Mako/N12(이스라엘), "스웜을 위한 아이언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야심찬 약속" (2026.7)
https://www.mako.co.il/news-military/2026_q3/Article-dce7a286aed4f91027.htm
• 환율: Investing.com USD/KRW (2026.7월 초 기준, 1달러=약 1,500원)
https://kr.investing.com/currencies/usd-krw
※ 개별 투자 라운드 정보는 dot.LA 뉴스레터(2026.7.10)가 집계한 각 사 발표 내용을 기반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