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뉴스 ‘빅3’, 번들 붕괴를 앞질러 달린다 — 폭스뉴스(Fox News)·MS NOW·CNN의 ‘포스트 케이블’ 설계
미디어 · 플랫폼 | 케이블 뉴스
유료방송 침투율 50% 붕괴와 M&A발 채널 대정리 속에서, 리니어가 버는 현금으로 스트리밍·멤버십·팟캐스트를 짓는 뉴스 3사 — 그리고 같은 힘 앞에 선 JTBC·YTN
미국 케이블 뉴스 ‘빅3’로 꼽히는 폭스뉴스(Fox News)·MS NOW·CNN이 코드커팅이 업계를 태워버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번들 바깥으로 사업을 옮기고 있다. 리니어 TV가 벌어들이는 현금과 시청자 충성도를 밑천 삼아 스트리밍·멤버십·팟캐스트·디지털 퍼블리싱·라이브 이벤트라는 새 수익원을 짓는 것이다.
이 이동은 선택이 아니라 리니어를 덮친 격변이 강제한 결과다. 유료방송 가입 가구 비중은 올해 안에 전체 가구의 절반 아래로 내려가고, 모펫내이선슨(MoffettNathanson) 추산 유료방송 가입자는 1분기에 200만 명 넘게 빠져 약 6,220만 명으로 줄었다. 그런데도 케이블 뉴스 시청은 견고하다.
닐슨(Nielsen) 4월 게이지에서 뉴스는 케이블 시청의 29%를 차지해 스포츠(9%)를 크게 앞섰다. 축소되는 배급 플랫폼과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시청 몰입이 공존하는 이 역설이, 리니어가 아직 의미 있는 현금을 뿜어내는 지금 3사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왜 지금인가 — 무너지는 유료방송, 버티는 뉴스
답은 유료방송의 붕괴 속도에 있다. 매디슨앤월(Madison & Wall)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75.4%였던 유료방송 침투율은 2025년 3분기 50.2%까지 내려왔고, 연내 절반 선이 무너진다. 7년 사이 25%포인트가 증발했다.
[차트 1] 미국 유료방송 가구 침투율 (2018 Q3~2025 Q3) · 자료: Madison & Wall / 기업 공시 / 미 인구조사국
시청 점유율에서도 스트리밍과 리니어(방송+케이블)의 자리바꿈은 끝났다.
닐슨 4월 ‘더 게이지(The Gauge)’에서 스트리밍은 47.6%로 최대 카테고리 지위를 지켰고, 케이블 21.6%, 방송 19.9%가 뒤를 이었다. 다만 케이블 뉴스만 떼어 보면 결이 다르다. 케이블은 이 달 ‘3월의 광란(March Madness)’ 여진으로 유일하게 점유율이 오른 카테고리였고, 그 안에서 뉴스는 29%로 스포츠(9%)를 크게 앞섰다.
[차트 2] 닐슨 더 게이지 2026년 4월 · Total Day / Persons 2+ · 자료: Nielsen
압박은 배급 수익(distribution revenue)에서 먼저, 그리고 불균등하게 드러난다.
배급 수익은 유료방송 사업자가 채널을 싣는 대가로 내는 수신료·재송신 수수료로, 세 뉴스 브랜드의 모기업이 정확히 이 지표에서 갈렸다. 2026년 1분기 폭스(Fox)의 배급 수익은 전년 대비 5% 늘어난 반면, MS NOW의 모기업 버샌트(Versant)는 7.3%, CNN의 모기업 WBD는 8% 감소했다.
폭스뉴스라는 협상력 높은 채널로 가입자 감소를 단가 인상으로 상쇄한 폭스와, 케이블 포트폴리오 전반의 노출이 큰 두 회사의 갈림길이 한 장에 담겨 있다.
[차트 3] 배급 수익 전년 대비 증감 (2026년 1분기) · 자료: 각사 실적 / Datawrapper
3사의 서로 다른 길 — 생태계·멤버십·포트폴리오
접근은 갈린다. 폭스뉴스는 케이블 채널을 마케팅 엔진으로 두고 그 바깥에 생태계를 쌓았고, MS NOW는 충성도를 유료 멤버십으로 바꾸는 데 걸었으며, CNN은 독자 서비스 대신 모기업 스트리밍 포트폴리오를 떠받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같은 문제에 대한 세 갈래의 답이다.
브랜드(모기업) | 접근 방식 | 2026년 1분기 지표 | DTC·디지털 축 |
|---|---|---|---|
폭스뉴스(Fox News) · 폭스(Fox) | 케이블을 마케팅 엔진 삼아 그 바깥에 구독·디지털·이벤트 생태계 구축 |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 매출 17.4억 달러(+6%), 배급 수익 +5%, 광고 +5%, EBITDA 8.84억 | Fox Nation·Fox One(8월)·팟캐스트·도서·라이브. 비리니어 매출 ’25년 약 5억 달러, 시청자 30~50% 젊음 |
MS NOW · 버샌트(Versant) | 시청 충성도를 유료 ‘멤버십 커뮤니티’로 전환 | 버샌트 배급 수익 −7.3%, 광고 −5.2%. 반면 플랫폼 매출 +9.5%, 콘텐츠 라이선싱 2배+ | 연내 첫 DTC 멤버십. 6월 유튜브 뉴스 1위, 올해 유튜브·틱톡 합산 29억 뷰 |
CNN · WBD | 독자 서비스 대신 WBD 스트리밍 포트폴리오의 프리미엄 축으로 배치 | CNN TV·디지털 플랫폼 +30%, 리니어 시청 +35% | CNN 올액세스(’25년 말): 라이브·온디맨드·오리지널·뉴스레터·이벤트 통합 |
폭스뉴스(Fox News)는 케이블 채널을 마케팅 엔진으로 두고 그 바깥에 완결된 생태계를 세웠다.
팬 층을 겨냥한 폭스 네이션(Fox Nation)은 스트리밍 부록에서 다큐멘터리·오피니언·트루크라임·라이브 이벤트를 묶은 독립 구독 사업으로 성장했고, 폭스뉴스 디지털(기사·뉴스레터·팟캐스트·소셜 영상), 폭스뉴스 북스, 브랜드 이벤트가 시청자와 브랜드를 여러 접점으로 잇는다. 케이블 채널은 이 상품들의 1차 마케팅 창구로, 수백만 시청자를 폭스 네이션·팟캐스트·도서로 밀어 넣고 다시 DTC로 유도한다.
수잰 스콧(Suzanne Scott) 폭스뉴스 미디어 CEO가 이를 소비자 미디어 전략으로 다듬었고, 라클런 머독(Lachlan Murdoch) CEO는 폭스뉴스를 “단순한 뉴스 서비스”가 아니라 ‘미국 5대 방송 네트워크의 하나’로 규정한다. 2026년 1분기 폭스뉴스를 포함한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 매출은 17억4,000만 달러로 6% 늘었고, 배급 수익과 광고가 각각 5% 증가해 EBITDA는 8억8,4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리니어 밖 사업은 2025년 약 5억 달러 매출이 예상되고, 2020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며 전통 TV보다 30~50%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1분기 폭스뉴스 디지털의 소셜 영상 조회수는 65억 회로 분기 최고치였다.
MS NOW의 베팅은 멤버십이다.
2025년 11월 MSNBC에서 이름을 바꾼 이 채널은 컴캐스트(Comcast)의 케이블 분사 회사 버샌트(Versant)로 편입됐다. 레베카 커틀러(Rebecca Kutler) 사장은 지난해 12월 인베스터데이에서 코드커팅에도 최근 5년 중 최고 매출을 냈다며, 닐슨 시청률보다 시청자 충성도와 재무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월 기준 MS NOW의 하루 평균 시청자는 약 60만 명으로 폭스뉴스(약 138만)에 이어 케이블 뉴스 2위이지만, 전략의 초점은 시청률 경쟁이 아니라 가장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유료 회원으로 바꾸는 데 있다.
연내 첫 DTC 상품을 내놓는데, 커틀러는 이를 “멤버십 커뮤니티”라 부르며 전형적인 스트리밍이나 또 하나의 뉴스 구독과 선을 그었다. 기반은 이미 디지털에 있다. 6월 유튜브 뉴스 1위에 올랐고 올해 유튜브·틱톡 합산 29억 뷰를 기록했다. 모기업 버샌트의 1분기 배급 수익은 7.3%, 광고는 5.2% 줄었지만 플랫폼 매출은 9.5% 늘고 콘텐츠 라이선싱은 두 배 넘게 뛰었다. 버샌트는 케이블이 버는 현금을 스포츠테크·AI 금융도구·FAST 인수로 돌리며 유료방송 의존도를 낮추는 중이다. 데이비드 피에트리카(David Pietrycha) 최고매출책임자는 버티컬을 더 깊게 파고 팬들의 시간과 지갑에서 더 큰 몫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CNN의 자리는 다르다.
WBD는 CNN을 독자 서비스가 아니라 더 넓은 스트리밍 포트폴리오를 떠받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배치한다. 2025년 말 출범한 CNN 올액세스(CNN All Access)는 라이브·온디맨드 뉴스, CNN 오리지널, 프리미엄 디지털 저널리즘, 뉴스레터, 라이브 이벤트를 하나의 구독으로 묶었다.
2022년 데뷔 몇 주 만에 접은 CNN+, 그리고 CNN 맥스(CNN Max)의 실패를 딛고 이번에는 케이블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WBD 스트리밍을 보완하는 설계를 택했다. 마크 톰슨(Mark Thompson) CEO는 구독 전환을 직접 밀어붙이며 연간 목표를 앞서고 있다고 밝혔고 디지털 편집국도 보강했다. 1분기 CNN의 TV·디지털 플랫폼 매출은 30%, 리니어 시청은 35% 성장했다. 다만 향방은 유동적이다. 파라마운트(Paramount)의 WBD 인수가 성사되면 통합 포트폴리오에서 CNN의 위치가 다시 짜일 수 있고, 배리 딜러(Barry Diller)는 기회가 온다면 CNN을 “당장이라도” 사겠다고 공언했다.
세 전략이 겨누는 문제는 하나다. 번들 바깥에서 지속 가능한 뉴스 사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제시카 라이프 에얼릭(Jessica Reif Ehrlich)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들을 “더 많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브랜드”로 봤다. 월가의 질문도 ‘수신료가 케이블 뉴스를 언제까지 떠받치나’에서 ‘오늘의 현금흐름으로 내일의 사업을 짓고 있나’로 옮겨갔고, 모펫내이선슨은 경영진이 이제 전통 수신료 대신 DTC를 포함한 ‘광의의 배급 수익’을 강조한다고 짚었다. 관문은 남아 있다. 스트리밍이나 멤버십을 띄우는 것과, 소비자가 해마다 돈을 내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세계적 뉴스 브랜드도 시청자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은 2022년 몇 주 만에 접힌 CNN+가 앞서 겪은 일이다.
나머지 케이블은 ‘정리’ 국면 — M&A가 당기는 방아쇠
뉴스 빅3가 상대적 강자의 위치에서 전환을 설계하는 사이, 나머지 케이블은 다른 국면에 있다. 콸리아 레거시 어드바이저스(Qualia Legacy Advisors)의 애런 마이어슨(Aaron Meyerson) 매니징 디렉터는 더랩(TheWrap)에 “이제 논쟁은 하락 속도를 늦추고, 현금을 거둬들이고, 왕관의 보석 같은 브랜드를 지키는 것”이라며, 어떤 채널을 스트리밍 우선 미래로 데려가고 어떤 채널을 “조용히 안락사시킬지”를 정하는 문제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그는 M&A가 ‘TV 역사상 최대 규모의 케이블 채널 정리’를 부르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봤다. 먼지가 가라앉으면 스포츠와 뉴스, 그리고 소수의 라이프스타일·다큐멘터리·엔터테인먼트 브랜드를 축으로 30~40개의 ‘의미 있는’ 리니어 채널만 남는다는 전망이다. 규모와 강력한 IP, 잘 정의된 브랜드 정체성을 갖춘 채널은 디지털에서 살아남고, ‘인위적 번들 경제’에 기대 연명하던 채널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리를 실제로 밀어붙이는 힘은 진행 중인 M&A 드라마다. WBD의 전부 또는 일부를 둘러싼 입찰 경쟁과 연내 마무리되는 컴캐스트의 버샌트 분사가 케이블 지형의 향방을 좌우한다.
사업자별 전략 지도 — 정리·전환·생존
주요 미디어 기업은 같은 하락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통과하고 있다. 리니어 이익이 두 자릿수로 빠지는 공통 흐름 위에서, 대응은 정리·분할, 제자리 전환, 상대적 생존으로 갈린다.
기업 | 리니어(케이블) 실적 | 스트리밍·FAST·디지털 전략 | M&A 스탠스 |
|---|---|---|---|
컴캐스트(Comcast)/버샌트(Versant) | 버샌트 순이익 7.49억 달러(1~3분기, −24%) | CNBC·MS NOW·Oxygen·Syfy·E!·USA·골프채널(’24년말 6,500만 가구). Xumo·FAST·피콕·OTA·라이브. 디지털(골프나우·판당고·로튼토마토·스포츠엔진) 확장. 컴캐스트는 Bravo 잔류 | ‘기회주의적·규율 있는 인수’. 컴캐스트는 WBD 스튜디오·스트리밍에 1차 입찰 |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 리니어 이익 17억 달러(3분기, −20%) | 4월 Warner Bros.(스튜디오·스트리밍)와 Discovery Global(케이블) 분할. CNN 세 번째 스트리밍 도전, HBO Max 24시간 채널, TNT Sports 앱, Roku·Tubi FAST | 인수전 대상. Discovery Global은 분리 후 ‘자유롭게’ M&A |
파라마운트(Paramount) | TV·미디어 이익 8.22억 달러(3분기, 전년 9.36억) | ‘더 선별적’ 편성(스폰지밥·사우스파크·데일리쇼). Paramount+·BET+·Pluto와 Roku·Prime·Plex·삼성·LG·비지오 FAST. 셸 “디지털 방식 전환” | WBD 전체에 4차례 입찰. 텔레페·칠레비전 매각 등 30억 달러 절감 |
디즈니(Disney) | 엔터 리니어 이익 3.91억(−21%), ESPN 8.98억(보합) | ABC News Live·ESPN Unlimited·Disney+ ‘Streams’. ESPN Unlimited 가입 80%가 트리오 번들 경유 | ‘대형 M&A 불필요’ 관망. 아이거, 리니어 분사안 철회 |
폭스(Fox) | 케이블 이익 FY25 30.3억, FY26 1분기 8억 달러(증가) | Fox One·Fox Nation, Tubi(MAU 1억+, 흑자, 4월 스트리밍 2.2%). LiveNow·Fox Local. Red Seat(팟캐스트) 인수 | ‘M&A는 성장의 축’이나 케이블 고노출 자산은 인수 안 함(머독) |
AMC 네트웍스(AMC Networks) | 3분기 전체 이익 증가, 매출은 리니어에 눌림(자발적 감원 5% 미만) | AMC+·Acorn·Shudder·ALLBLK·HIDIVE로 BBC America·IFC·Sundance·We TV 견인. 22개 플랫폼 33개+ FAST·250개+ 피드 | 대형 딜보다 스트리밍 전환에 집중 |
스타즈(Starz) | 손실 5,260만 달러로 확대(코드커팅) | 매출 70% 디지털 전환. Starz 앱·Roku FAST, HBO Max·BET+·AMC+·MGM+ 번들. 캐나다 벨미디어 라이선스 | 여성·소외층 ‘리니어 고립’ 채널과 제휴 관심. A&E(Lifetime·History) 인수 타진 |
정리와 분할로 몸집을 줄이는 쪽이 한 축이다. 컴캐스트(Comcast)는 CNBC·MS NOW·Oxygen·Syfy·E!·USA·골프채널을 버샌트(Versant)로 떼어내되 피콕(Peacock)의 공급원인 Bravo는 남겼다.
버샌트는 이들 채널을 Xumo·FAST·피콕과 OTA·라이브 이벤트로 확장하고 골프나우·판당고·로튼토마토·스포츠엔진 같은 디지털 자산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WBD는 4월 스튜디오·스트리밍의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와 케이블의 디스커버리 글로벌(Discovery Global)로 쪼개진다. 3분기 리니어 이익이 20% 줄어든 17억 달러에 그친 것이 분할의 배경이다.
분사 대신 ‘제자리 전환’을 택한 쪽도 있다.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 체제의 파라마운트(Paramount)는 케이블을 스폰지밥·사우스파크·데일리쇼 같은 프랜차이즈 중심의 ‘더 선별적’ 편성으로 좁히면서, 제프 셸(Jeff Shell) 사장의 말대로 자산을 매각하기보다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디즈니(Disney)는 밥 아이거(Bob Iger)가 한때 검토한 리니어 분사를 접고 스트리밍과 묶어두는 쪽을 택했다. 엔터 리니어 이익은 21% 줄었지만 ESPN은 보합을 지켰고, ESPN 언리미티드 신규 가입의 80%가 트리오 번들을 통해 들어온다.
상대적 승자는 폭스(Fox)다. 케이블 뉴스·스포츠의 협상력을 앞세워 FY25 케이블 이익이 30억 달러를 넘었고, 투비(Tubi)는 월 1억 명 넘는 이용자를 모으며 흑자에 올랐다. 머독은 성장의 축으로 M&A를 꼽으면서도 케이블 고노출 자산은 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자는 전환 속도로 승부한다.
크리스틴 돌란(Kristin Dolan)의 AMC 네트웍스(AMC Networks)는 AMC+·애콘·셔더 등으로 22개 플랫폼에 33개 넘는 FAST 채널을 깔았고, 제프 허시(Jeff Hirsch)의 스타즈(Starz)는 매출의 70%를 디지털로 돌린 뒤 여성·소외 시청층에 맞는 ‘리니어에 고립된’ 채널과의 제휴와 A&E(Lifetime·History)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흐름을 관통하는 두 축은 FAST와 스포츠·뉴스다. 버샌트부터 스타즈까지 사업자들은 정리 대상이 될 채널의 라이브러리를 로쿠 채널(The Roku Channel)·투비(Tubi)·플루토TV(Pluto TV), 삼성 TV플러스(Samsung TV Plus)·LG 채널(LG Channels)·비지오(Vizio)의 FAST 채널로 흘려보낸다. 그 와중에 케이블의 잔여 가치를 지키는 것은 스포츠(디즈니 ESPN, 폭스 케이블 이익 증가)와 뉴스(버샌트 MS NOW·CNBC, WBD CNN)라는 두 장르다.
살아남을 채널 — 스포츠·뉴스, 그리고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
생존 후보군을 보는 시각은 대체로 일치한다. S&P 글로벌(S&P Global)의 스콧 롭슨(Scott Robson) 애널리스트는 뉴스·스포츠 네트워크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봤고, 어린이 채널과 뮤직비디오 채널은 향후 수신료 인상을 받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마케터(eMarketer)의 로스 베네스(Ross Benes) 선임 애널리스트도 비(非)스포츠 케이블 브랜드가 가장 위험하다는 데 동의했다.
베테랑 TV 프로듀서 에번 셔피로(Evan Shapiro)는 브랜드·규모·시청자 충성도를 모두 갖춘 케이블 채널은 ‘극소수’라고 진단했다. 그가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리라 본 채널은 HGTV·홀마크·폭스뉴스·MS NOW·HBO·CNN·ESPN이며, 마이어슨은 FX·내셔널지오그래픽·Bravo·Discovery·푸드네트워크·니켈로디언·파라마운트 네트워크를 더했다. 셔피로는 이들이 이길 자격이 있지만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 우선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소비·통합·소멸’ 중 하나로 휩쓸린다고 했다. 뉴스 빅3가 앞서 스트리밍·멤버십·팟캐스트로 이동하는 것도 같은 명제에 대한 응답이다.
국내 구조 변화 — 같은 힘, 다른 결과: JTBC와 YTN
미국을 흔든 힘은 한국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작동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집계로 국내 방송광고 시장은 2021년 4조531억 원에서 2024년 3조2,191억 원으로 20% 넘게 줄었고, 2026년에는 2조5,583억 원으로 다시 20% 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고·수신료 중심 수익 구조가 얇아지는 속도가 미국의 유료방송 붕괴 못지않다.
차이는 완충의 유무다.
미국 뉴스 빅3는 아직 현금을 뿜어내는 리니어를 밑천 삼아 번들 바깥을 짓지만, 그 완충을 먼저 소진한 사례가 국내에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2019년 적자 전환 이후 만성 적자와 광고 수익 악화가 겹치며, 2026년 6월 12일 206억 원 규모 유동화차입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틀 뒤 JTBC와 지주사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19일에는 중앙일보까지 200억 원대 어음 부도를 냈다.
법원은 6월 30일 계열 4개사의 회생 개시를 결정하면서도 JTBC에 대해서는 방송사라는 특수성을 들어 판단을 한 달 보류했다. 리니어 하락이 전환 속도를 앞지르면 ‘현금을 거둬들이며 전환한다’는 미국식 경로 자체가 닫힌다. JTBC는 그 임계점을 국내에서 먼저 통과했다.
반대편에는 전환을 시도하는 쪽이 있다.
보도전문채널 YTN은 2023년 한전KDN·한국마사회가 보유하던 지분 30.95%가 유진그룹(유진이엔티)에 매각되며 민영화됐고, 2024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수를 승인했다. 유진그룹은 2026년 7월 미디어에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5년 안에 미디어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방송·콘텐츠를 넘어 데이터·커머스·이벤트·공간개발로 수익원을 넓히고, 2027년 1월 직영화하는 남산타워를 K브랜드 마케팅 공간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강희석 유진이엔티 대표는 간담호에서 “스케일 리더가 아니라 차별성의 리더”를 지향한다고 했다.
채널을 넘어 신뢰·플랫폼·이벤트로 사업을 넓힌다는 점에서 미국 뉴스 빅3의 문법과 겹친다.
다만 YTN에서는 민영화의 정당성과 편성 독립성을 둘러싼 갈등이 함께 진행 중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유진그룹의 인수와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에 반발해 왔고, 사측은 보도·편성의 독립성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지속되면 회사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두 사례는 같은 구조 변화의 양 끝이다.
리니어가 버는 현금이 남아 있을 때 번들 바깥을 지어야 한다는 미국 뉴스 빅3의 교훈은, 완충이 얇은 한국에서 더 촉박하게 적용된다. FAST 편성·라이선싱·라이브 중계권 같은 새 수익원과, 수신료·광고에서 구독·라이선싱·플랫폼으로의 지표 전환을 리니어가 완전히 마르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국 미디어에 주는 영향
미국 케이블이 30~40개로 솎이는 동안, 정리 대상 채널의 라이브러리는 로쿠 채널·투비·플루토TV, 그리고 삼성 TV플러스(Samsung TV Plus)·LG 채널(LG Channels)·비지오(Vizio)로 흘러 들어간다.
이 가운데 삼성과 LG는 미국 FAST 시장에서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이다. 미국 케이블 채널이 하나씩 문을 닫을수록 같은 CTV 화면의 FAST 슬롯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K-드라마·예능 채널이 편성 경쟁을 벌이는 무대도, 그 슬롯을 파는 플랫폼도 한국과 맞닿아 있다. 콘텐츠 공급자이자 플랫폼 사업자라는 두 지위를 동시에 쥔 셈이다.
편성 예산의 이동도 기회다. 비(非)스포츠 채널이 수신료 인상을 받아내기 어려워지면 예산은 시간당 단가가 낮은 콘텐츠 쪽으로 쏠린다. 스타즈(Starz)가 여성·소외 시청층에 맞는 ‘리니어에 고립된’ 채널과 손잡겠다고 밝힌 것처럼, 정리 국면에 몰린 채널들은 저비용으로 빈 편성을 메울 파트너를 찾는다.
방대한 장르 카탈로그를 쌓아 온 한국 제작사에는 라이선스 협상의 문이 넓어지고, 완성 콘텐츠뿐 아니라 포맷·공동제작으로 카드를 다변화할 여지도 커진다.
케이블의 마지막 버팀목이 스포츠와 뉴스라는 사실은 라이브의 값어치를 끌어올린다. 케이블과 스트리밍이 동시에 붙잡으려는 자원이 ‘지금, 실시간으로 봐야 하는’ 콘텐츠라면, K-팝 콘서트·시상식·팬 이벤트 중계권은 그 희소 자원의 한 축이 된다. 글로벌 플랫폼이 스포츠·라이브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물려, 한국의 라이브 IP는 편성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지표를 읽는 방식도 바뀐다. 모펫내이선슨(MoffettNathanson)이 짚었듯 미국 경영진은 이제 전통 수신료 대신 DTC를 포함한 ‘광의의 배급 수익’으로 성과를 설명한다. 리니어에서 디지털·FAST로 넘어가는 한국 미디어 기업 역시 수신료·광고 중심 지표에서 구독·라이선싱·플랫폼 매출을 아우르는 틀로 성과 서사를 다시 짜야 협상과 투자 유치에서 불리하지 않다.
한국 뉴스 채널도 움직여야 한다
미국 뉴스 빅3가 던지는 신호는 국내 뉴스채널로 그대로 향한다. 리니어가 아직 현금을 만들 때 번들 밖으로 나가야 하고, 그 창은 오래 열려 있지 않다. JTBC는 완충이 먼저 마르면 전환을 시작할 자본조차 남지 않는다는 것을 국내에서 앞서 겪었고, 방송광고 시장이 2년 새 다시 20% 넘게 줄어드는 속도는 그 시간표를 앞당긴다.
움직인다는 것은 구체적이다. 지상파·종편·보도채널이 리니어 편성 자산을 FAST 채널로 옮겨 담고, 폭스 네이션·CNN 올액세스처럼 심층·오리지널·라이브를 묶은 DTC 상품을 붙이며, MS NOW처럼 유튜브·팟캐스트에서 쌓은 도달을 유료 멤버십으로 바꾸는 일이다.
뉴스가 가진 신뢰와 실시간성은 스포츠와 함께 케이블이 마지막까지 지킨 자산이었고, 같은 자산이 국내에서도 FAST·스트리밍이 붙잡으려는 희소 자원이 된다.
움직이지 않을 때의 비용도 크다. 리니어 광고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전환에 쓸 자본과 협상력을 동시에 잃는다. 반대로 한국에는 미국 뉴스채널에 없는 지렛대가 있다.
삼성 TV플러스·LG 채널이라는 글로벌 FAST 플랫폼을 자국 기업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뉴스채널이 이 플랫폼과 K-라이브 IP를 묶어 움직이면, 미국이 밟은 경로를 자체 유통망 위에서 더 빠르게 밟을 수 있다.
WBD 분할과 버샌트 분사로 미국 채널 정리와 라이브러리 재배치가 2026년에 몰리고, 국내에서는 JTBC 회생과 YTN 전환이 같은 해에 겹친다. FAST 편성권과 라이선스, 멤버십 설계의 협상 테이블이 열리는 창은 올해다. 국내 뉴스채널에 남은 질문은 ‘전환할 것인가’가 아니라 ‘리니어가 마르기 전에 끝낼 수 있는가’다.
출처
· TheWrap, “How Fox News, MS NOW and CNN Are Building Beyond the Cable Bundle”, A.J. Katz, 2026.7.20
· TheWrap, “How Hollywood Is Managing Cable TV’s Rapid Decline”, Lucas Manfredi, 2025.12.1
· Nielsen, The Gauge — Total TV and Streaming Snapshot, April 2026 (released 2026.6.25)
· Madison & Wall, U.S. pay-TV household penetration (company reports / U.S. Census Bureau)
· Company Q1 2026 results: Fox Corporation · Versant · Warner Bros. Discovery · MoffettNathanson · Bank of America Securities
· Versant, Q1 2026 results (investors.versantmedia.com/node/7396/pdf)
· 국내 방송광고 시장·유진그룹 미디어 비전: 헤럴드경제·이투데이·뉴스1 (2026.7)
· JTBC·중앙그룹 회생절차: MBC뉴스·이데일리·인베스트조선 (2026.6~7)
· YTN 민영화·지배구조: IB토마토·한국기자협회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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