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주]엔터테크 투자 동향, 케이블이 세로형 숏폼을 사들였다 — LA 미디어 자본이 향한 곳

마이크로드라마·여성 스포츠·AI 창작으로 옮겨간 한 주, 그리고 그 뒤의 하드테크 붐

이번 주(2026년 6월 1일~6일) 로스앤젤레스(LA)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자본은 짧고 모바일에 맞춘 형식, 그리고 선수와 크리에이터가 직접 끌고 가는 콘텐츠로 쏠렸다.

그 상징이 케이블 채널을 분사한 버센트 미디어 그룹(Versant Media Group)이 세로형 마이크로드라마 앱 감마타임(GammaTime)의 지분을 사들인 거래다. 같은 주 여성 스포츠 미디어와 AI 콘텐츠 창작 플랫폼에도 자금이 들어왔고, 공통점은 콘텐츠의 형식과 그것을 끄는 주체가 함께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환의 동력은 선형 케이블의 쇠퇴와 그 반대편에서 커지는 세로형 숏폼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는 전 세계 마이크로드라마 매출이 2025년 약 110억 달러에 이르렀고 올해 140억 달러로 늘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는 이미 마이크로드라마 앱의 모바일 사용 시간이 넷플릭스를 앞질렀다는 집계가 나온다. 시청과 광고가 휴대전화 세로 화면으로 옮겨가자, 전통 미디어는 새 형식을 처음부터 만들기보다 자체 지식재산(IP)과 쇼러너를 숏폼 플랫폼에 태우는 길을 택하기 시작했다. 콘텐츠를 끄는 힘도 제작사에서 선수·크리에이터·이용자로 이동한다. LA의 한 주가 보여준 미디어 거래는 이 두 축 위에 놓여 있다.

마이크로드라마가 레거시 미디어를 끌어들이다 — 감마타임

가장 상징적인 거래는 감마타임이 버샌트로부터 시리즈 A의 일부로 소수 지분 투자를 받은 일이다. 버샌트는 USA 네트워크와 Syfy를 보유한 컴캐스트(Comcast)의 케이블 분사 법인으로, 이번 투자에는 채널 브랜드를 세로형 숏폼 시리즈로 각색하는 권리가 포함됐다. CNBC·MS NOW 같은 뉴스 브랜드는 대상에서 빠졌다. 미라맥스를 이끌던 빌 블록(Bill Block)이 세우고 구글 게이밍 출신 슬라바 무드리흐(Slava Mudrykh)와 디스커버리 출신 알렉스 몬탈보(Alex Montalvo)가 합류한 감마타임은, 지난해 10월 출범 전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크리스 제너(Kris Jenner)와 레딧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오해니언(Alexis Ohanian) 등에게서 1천400만 달러를 모았다. 로맨스·범죄·판타지 장르의 숏폼 오리지널을 만들며, ‘내셔널 인콰이어러’ 소유주와 아카이브를 마이크로드라마로 재가공하는 계약도 맺었다.

세로형 1~2분짜리 드라마를 회차마다 결제해 보는 마이크로드라마는 중국에서 다듬어진 제작·마케팅 방식이 18개월 만에 미국에 이식되며 산업이 됐다. 처음 몇 회를 무료로 풀고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결제 장벽을 세우는 구조가 핵심이다.

릴쇼트(ReelShort)와 드라마박스(DramaBox)가 시장을 이끌며 미국을 중국 밖 최대 시장으로 키웠고, 매출의 큰 몫은 로맨스·복수·재벌 서사를 즐기는 30~60대 모바일 여성 시청자에게서 나온다. 버샌트의 베팅은 이 흐름에 올라타려는 시도다. 마크 라자루스(Mark Lazarus) 버샌트 최고경영자(CEO)는 감마타임의 모바일 우선 전략이 자사 브랜드와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장할 자연스러운 파트너십이라고 했고, 블록은 이번 투자가 감마타임과 마이크로드라마 범주 전체의 전환점이며 버샌트의 IP·브랜드 자산·창작 역량으로 오리지널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 거래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드라마 IP와 제작 역량을 가진 한국은 세로형 숏폼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위치에 있고, 미국 레거시 미디어가 스타트업 지분을 사며 형식 전환에 올라타는 방식은 국내 방송사와 콘텐츠 기업이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짧은 형식이 기존 드라마를 대체하기보다 ‘사이 시간’을 파고들며 새 수익원을 만든다는 점에서, K-콘텐츠의 다음 전선이 여기에 있다.

여성 스포츠 미디어의 전환 — 저스트 우먼스 스포츠

선수와 팬덤이 직접 콘텐츠를 끄는 흐름은 스포츠 미디어에서 두드러진다. 여성 스포츠 미디어 저스트 우먼스 스포츠(Just Women’s Sports)는 데이비드 블리처(David Blitzer)의 패밀리오피스 볼트 벤처스(Bolt Ventures)가 주도한 7자릿수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블리처는 여러 리그에 지분을 둔 적극적인 스포츠 투자자로, 2022년 투자에 이어 다시 베팅했다. 고담FC 공동 구단주 가족의 패밀리오피스 스타리 아이드 투모로(Starry Eyed Tomorrow), 라이즈 오브 더 레스트 시드펀드, 블루 풀 캐피털(Blue Pool Capital), OVO 펀드 등 기존 투자자도 다시 참여했다.

기존 투자자가 새 라운드에 재진입하는 것은 회사가 서사가 아니라 실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저스트 우먼스 스포츠. (이미지: Just Women’s Sports)

2021년 헤일리 로즌(Haley Rosen)이 ‘여성 스포츠도 곁다리가 아닌 전용의 질 높은 보도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세운 이 회사는, 미국여자프로축구(NWSL)의 공식 미디어 파트너이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의 새 미디어 파트너다.

이번 자금은 뉴스·콘텐츠 인프라와 팀을 키우고, 리사 레슬리·앤절 매코트리·켈리 오하라 같은 선수가 직접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행사 사업에 투입된다.

회사는 케샤(Kesha) 공연이 있었던 NWSL 챔피언십 파티와 600여 명이 다녀간 WNBA 올스타 팬 행사처럼 ‘현장에서 만나는’ 이벤트를 키워 왔다. 선수가 주도하는 프로그램과 오프라인 경험을 결합한 이 모델은 한때 저평가됐던 여성 스포츠 미디어를 경쟁이 치열한 영역으로 끌어올렸고, 레거시 스포츠 미디어가 아직 따라잡지 못한 미디어와 크리에이터 경제의 교차점에 서 있다.

수집품과 팬덤 미디어 — 카드HQ

수집품에서도 결이 비슷한 거래가 있었다. LA의 샴록 캐피털(Shamrock Capital)이 엔원 벤처스(EnOne Ventures)와 함께 카드HQ(CardsHQ)와 스포츠 카드 인베스터(Sports Card Investor)를 한 회사로 합치는 성장 투자를 단행했다.

리테일과 라이브 브레이킹(개봉 방송), 마켓 무버스(Market Movers) 같은 데이터·미디어를 묶어 스포츠 카드 커뮤니티를 키우는 플랫폼으로, 선수와 팬·콘텐츠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로이 디즈니가의 투자회사로 출발해 약 74억 달러를 운용하는 샴록이 미디어·엔터·스포츠에 특화돼 있고, 엔원이 선수단체의 IP를 다루는 펀드라는 점에서, 이 거래는 LA 자본이 팬덤 기반 미디어를 어떻게 보는지를 드러낸다.

AI가 만드는 콘텐츠 — 세카이와 보드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전문 제작사에서 이용자로 넘어가는 흐름도 같은 주에 자금을 받았다.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미니 앱을 만드는 AI 플랫폼 세카이(Sekai)는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와 커넥트 벤처스(Connect Ventures)가 공동 주도한 2,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를 받았다. 애플과 바이트댄스에 회사를 매각한 경험이 있는 창업자 럭키 장(Lucky Zhang)이 이끄는 이 앱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앱을 만들고 남의 앱을 변형하며, 누적 1천500만 개가 넘는 미니 앱이 만들어졌고 하루 20만 개씩 새로 생긴다.

평균 이용 시간은 하루 한 시간을 넘는다. 장 대표는 수동적으로 넘겨 보는 소비가 아니라 직접 만들고 참여하는 경험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커넥트 벤처스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츠 에이전시(CAA)와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A)의 합작에서 출발한 만큼, 회사는 CAA의 연결을 통한 크리에이터·셀럽 협업도 모색한다.

뉴욕의 보드(Board)는 ‘함께 하는 게임’의 부활을 내세우며 새로운 인터랙티브 플랫폼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유니언 스퀘어 벤처스(Union Square Ventures)가 주도한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한 이 회사는, 홈 피트니스 스타트업 미러(Mirror)를 창업해 룰루레몬에 매각했던 브린 퍼트넘(Brynn Putnam)이 설립했다는 점에서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보드가 내놓은 제품은 24인치 터치스크린 기반의 테이블형 콘솔이다. 단순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실제 게임 말을 인식하는 센서와 컴퓨터 비전 기술을 결합해 물리적 보드게임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구현한다. 이용자들은 하나의 화면을 중심으로 마주 앉아, 실물 게임 피스를 움직이면서도 화면 위에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그래픽과 규칙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보드게임의 사회성과 비디오게임의 몰입감을 결합한 형태로, ‘대면 게이밍(in-person gaming)’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지향한다.

출시 이후 보드는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미국 50개 주 전역의 가정뿐 아니라 학교, 병원, 레스토랑 등 다양한 공간에 도입됐으며, 이용자의 85%가 월 평균 30회 이상 플레이하는 높은 참여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넘어, 반복 사용이 가능한 ‘생활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회사가 다음 단계로 준비 중인 ‘보드 스튜디오(Board Studio)’는 이 플랫폼의 확장성을 크게 끌어올릴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자연어 기반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이 도구는, 전문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게임 형태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퀴즈 게임”이나 “어린이를 위한 수학 학습 게임”과 같은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콘텐츠 생성이 가능해지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AI 기반 콘텐츠 제작이 개인의 화면 안에 머물던 기존 흐름에서 벗어나, 실제 물리적 공간과 집단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즉,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혼자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함께 상호작용하는 형태로 전환시키는 시도다.

업계에서는 보드의 모델이 게임을 넘어 교육, 헬스케어, 외식, 리테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IP 기반 콘텐츠와 결합할 경우, 영화·드라마·스포츠 등 기존 미디어 자산을 인터랙티브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된 콘텐츠 산업이 다시 ‘오프라인 경험’과 결합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보드는 “AI 시대의 콘텐츠는 어디에서 소비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화면이 아닌 ‘사람들이 모이는 테이블 위’라는 새로운 답을 제시하고 있다.

같은 주, 더 큰 자본은 ‘물리적 산업’으로

미디어가 형식과 주체의 전환을 보여줬다면, 같은 주 LA에서 가장 큰 금액은 위성·로켓엔진·로봇처럼 손에 잡히는 물리적 산업으로 흘렀다. 위성 제조사 에이펙스(Apex)가 2억 달러 넘는 자금으로 기업가치 23억 달러에 올라섰고, 궤도 이동 기업 임펄스 스페이스(Impulse Space)와 무인 방위 기업 마하 인더스트리스(Mach Industries)가 각각 5억·3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발사 비용이 내려가자 병목이 위성과 부품 ‘양산’으로 옮겨갔고, 골든돔(Golden Dome) 같은 안보 구상과 국방혁신단(DIU) 계약이 빠르게 양산하는 상업 제조사 수요를 키운 결과다. 이 자금은 엘세군도·호손·레돈도비치·헌팅턴비치로 이어지는 남부 해안 항공우주 벨트로 모인다.

발사 다음의 병목 — 에이펙스와 임펄스

에이펙스가 풀려는 문제는 한 가지로 요약된다. 발사는 빨라졌는데 위성 제작은 여전히 한 기(機)씩 손으로 맞추는 일이라는 점이다. 회사의 해법은 위성의 골격에 해당하는 위성 버스(satellite bus)를 임무마다 새로 설계하는 대신 구성만 바꿔 끼우는 표준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2022년 이안 시나몬(Ian Cinnamon)과 맥스 베나시(Max Benassi)가 세운 이 회사는 첫 위성 버스를 백지 설계에서 궤도 운용까지 가장 빠르게 올린 사례로 기록됐고, 2년 전 쏘아 올린 첫 아리에스(Aries) 위성은 지금도 저궤도(LEO)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품군은 아리에스·노바(Nova)·코멧(Comet) 세 갈래로, 코멧의 ‘미니(Mini)’ 구성은 최대 3,000㎏까지 탑재한다. LA의 ‘팩토리 원(Factory One)’은 정상 가동 시 연 200기 이상을 만들 수 있고, 직원은 1년 새 두 배 넘게 불어 350명을 웃돈다. 이번 라운드는 글레이드 브룩 캐피털 파트너스(Glade Brook Capital Partners)가 주도하고 워싱턴 하버 파트너스(Washington Harbour Partners)가 공동 주도했다.

위성을 조립하는 클린룸. 발사가 흔해지면서 병목은 위성 ‘양산’으로 옮겨갔다. (사진: dot.LA/Apex)

방위로의 확장도 빨라지고 있다. 에이펙스는 골든돔과 맞물려 노스럽 그러먼(Northrop Grumman)과 함께 미 우주군(U.S. Space Force)용 우주 기반 요격체(SBI) 역량을 개발하며, 위성 플랫폼 노바 원(Nova 1)에는 상업이 주도하는 첫 궤도상 요격 실증 ‘프로젝트 섀도(Project Shadow)’가 실려 올여름 발사를 앞두고 있다.

발사 다음 단계도 산업이 되고 있다. 레돈도비치의 임펄스 스페이스는 5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D로 누적 조달액을 10억 달러 위로 끌어올렸다. 스페이스X(SpaceX) 초기에 추진 시스템을 책임졌던 톰 뮬러(Tom Mueller)가 세운 이 회사는 발사 이후 위성과 화물을 궤도에서 옮기는 ‘우주 내 이동성(in-space mobility)’ 인프라를 만든다. 에이펙스가 ‘무엇을 올릴까’를, 임펄스가 ‘올린 뒤 어떻게 움직일까’를 맡으면서 우주 공급망이 단계별 전문 업체로 갈라지고 있다.

빠르고 싼 무기 — 마하와 레이업

방위 쪽에서 이번 주 가장 큰 베팅을 받은 곳은 헌팅턴비치의 마하 인더스트리스다. 3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로 기업가치 18억 달러를 인정받아 1년 만에 몸값을 약 네 배로 키웠다. 라운드는 딥테크 펀드 인피니트 캐피털(Infinite Capital)과 리빗 캐피털(Ribbit Capital)이 주도했고 베드록 캐피털(Bedrock Capital)·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코슬라 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열아홉에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중퇴하고 회사를 차린 스물두 살 이선 손튼(Ethan Thornton)은 2억 달러를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지만 초과 청약이 몰리자 규모를 3억 달러로 늘렸다.

제품군은 수직 이착륙 제트기 바이퍼(Viper), 고고도 글라이더 글라이드(Glide), 감시 플랫폼 스트라토스(Stratos), 대(對)드론 요격기 다트(Dart), 장거리 탄을 쏘는 파이크(Pike) 등 다섯 종이며, 최근 국방혁신단(DIU)으로부터 해군의 ‘활주로 독립형 타격기’를 만드는 계약을 따냈다.

지난달 단행한 고체 로켓모터(SRM) 스타트업 엑스쿼드럼(Exquadrum) 인수는 투자자들이 큰 수표를 쓴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5천만 달러 규모의 현금·주식 거래로, 여덟 곳 넘는 후보를 제치고 따냈다. 드론 수요가 폭증하며 로켓모터가 동나는데 시장은 에어로젯 로켓다인(Aerojet Rocketdyne)과 노스럽 그러먼 두 대형 방산이 쥐고 있고 납기는 수년씩 걸린다. 마하는 이 인수로 추진체를 직접 손에 쥐었고 엔진을 외부에 파는 상업 사업 ‘마하 에너제틱스(Mach Energetics)’도 새로 열었다.

같은 도시의 레이업 파츠(Layup Parts)는 4,2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A로, 탄소섬유 같은 복합소재 부품을 시제품부터 양산까지 더 빠르고 싸게 조달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기반 제조 플랫폼을 키운다. 위성·엔진·기체를 빠르게 찍어내려면 그 아래 부품 공급망부터 속도가 붙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레이업 파츠 홈페이지. 시제품부터 양산까지 복합소재 부품을 더 빠르게 공급한다고 내세운다. (사진: Layup Parts)

화면 밖으로 나온 AI — 알프레드와 ‘피지컬 AI’

물리적 축에는 인공지능(AI)도 합류하고 있다. 호손에서 스페이스X 팰컨 로켓 공장 맞은편에 자리 잡은 스텔스 스타트업 알프레드(Alfred)는 전 테슬라 디자이너 앙킷 우킬(Ankit Ukil)과 전 메타 리얼리티랩스 엔지니어 도뫼퇴르 줄리아스(Dömötör Gulyas)가 아홉 달 전 세운 회사다. 테슬라·포드·혼다 출신이 모인 이 팀은 로봇·자동차 같은 물리적 시스템의 연구개발 기간을 줄여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며, 4천만 달러 기업가치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

샘 알트먼(Sam Altman)이 자신의 벤처펀드 하이드라진 캐피털(Hydrazine Capital)을 통해 투자했고 코슬라 벤처스, SV 에인절(SV Angel), 챕터 원(Chapter One) 등이 가세했다.

알프레드가 속한 ‘피지컬 AI’는 올 들어 자본이 가장 빠르게 몰리는 영역으로, 한 집계에 따르면 4월 한 달에만 관련 스타트업이 약 53억 달러를 유치했다. 엔비디아(Nvidia)는 학계를 위한 표준 휴머노이드 설계를 공개했고, 올트먼은 로봇이 오픈AI(OpenAI)의 다음 영역이라고 밝혔다. 우주·방위·로봇이 한 줄기로 묶이는 배경에는 소프트웨어가 다시 ‘움직이는 기계’와 만나는 이 흐름이 있다.

핀테크와 딥테크 — 램프, 그리고 광물·양자

핀테크에서는 램프(Ramp)가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F로 44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이코닉(Iconiq)과 싱가포르투자청(GIC), 온타리오교사연금이 주도하고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스라이브 캐피털 등이 참여했으며, LA의 파인그로브 벤처 파트너스(Pinegrove Venture Partners)도 이름을 올렸다.

1년 전 시리즈 E에서 160억 달러였던 몸값이 세 배 가까이로 뛰었고, 3월 총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170% 늘었다. 램프는 사람과 거래처에 이어 ‘토큰으로 결제되는 지능’을 기업 지출의 세 번째 축으로 규정하고, 오픈AI·앤트로픽·구글이 토큰 단위로 청구하는 AI 사용료를 추적·관리하는 인프라가 되겠다고 밝혔다.

램프 홈페이지. AI 시대의 기업 지출 관리를 표방한다. (사진: Ramp)

딥테크 자금도 LA 펀드를 거쳐 갔다. 임계광물 탐사 기업 아타나 엘리먼츠(Atana Elements)는 로워카본 캐피털(Lowercarbon Capital)이 주도한 2천750만 달러 시드를 유치했다. BP·헤스·리오틴토·엑손모빌 출신들이 모인 이 회사는 석유·가스의 지하 탐사 기법과 AI를 결합해, 리튬 함유 염수나 헬륨처럼 흐르는 광물 시스템을 통상 5~10년 걸리는 일을 22개월 만에 찾아낸다고 말한다.

영국의 양자컴퓨팅 기업 옥스퍼드 퀀텀 서킷(Oxford Quantum Circuits)은 불하운드 캐피털(Bullhound Capital)이 주도한 3억5천만 달러 시리즈 C를 유치하며 양자 분야 세계 최대 시리즈 C로 기록됐다. 두 거래에는 LA의 오버처 벤처스(Overture Ventures)와 알파 에디슨(Alpha Edison)이 각각 참여했다.

소비자 브랜드 — 캘리포니아 내추럴스

기술·미디어 바깥의 소비자 브랜드에도 자금이 들어왔다. 클린 퍼스널케어 브랜드 캘리포니아 내추럴스(California Naturals)는 얼라인 벤처스(Align Ventures)가 주도한 시리즈 B를 마감하고 헤이든 하이엇(Hayden Hiatt)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타깃·울타뷰티·CVS 등 주요 유통망으로 헤어·보디·생활용품 라인을 넓히며, 자극이 적은 ‘깨끗한’ 성분을 앞세운다.

캘리포니아 내추럴스 홈페이지. (사진: California Naturals)

서울 우나스텔라, 같은 자장 안에서

이 흐름은 한국과도 이어진다. 2022년 설립된 서울의 발사체 스타트업 우나스텔라(Unastella)는 알토스벤처스(Altos Ventures)가 주도하고 한국산업은행(Korea Development Bank)·하나벤처스(Hana Ventures), 그리고 LA에 거점을 둔 스트롱 벤처스(Strong Ventures)가 참여한 2천400만 달러(약 335억 원) 규모의 시리즈 B를 마감했다. 누적 조달액은 4,400만 달러에 이른다.

누리호 연소기를 개발하다 독일항공우주센터를 거쳐 창업한 박재홍 대표(Jae Park)는 가장 인상적인 로켓을 만드는 연구집단이 아니라 시장에 빠르게 도달하는 상업 발사 기업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케로신·액체산소 추진에 무거운 터보펌프 대신 값싼 전기모터 펌프를 쓴 것도 탑재량을 일부 내주더라도 빨리 상용화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5월 고흥 자체 발사장에서 쏘아 올린 우나 익스프레스-Ⅰ(UNA EXPRESS-I)은 국내 민간이 자력으로 한국 영토에서 로켓을 발사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22명 규모의 이 회사가 정작 겨냥하는 것은 내년 우나 익스프레스-Ⅱ(UNA EXPRESS-II)다. 고도 100㎞에 도달하면 한국의 주요 항공우주·방위 기업과의 협력 문이 열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우나 익스프레스-Ⅰ에 부품을 실어 시험했고 전기모터 펌프 기술을 이전하기도 했다. 소형 발사 시장은 미국·중국이 주도해 온 영역이며, 한국에서도 누리호 기술을 넘겨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코스닥에 상장한 이노스페이스, 블루웨일을 개발하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경쟁하고, 2024년 출범한 우주항공청(KASA)은 7년간 2억6천600만 달러를 발사 인프라에 투입하기로 했다. LA의 자본이 서울의 발사체에 실린 것은 빠르고 싸게 만든다는 상업 우주의 논리가 국경을 넘었다는 표시다.

형식도 자본도, 다시 짧고 손에 잡히는 쪽으로

6월 한 주의 거래를 모아 보면, LA 미디어 자본은 짧고 모바일에 맞춘 형식과 선수·크리에이터가 끄는 콘텐츠로 무게를 옮기고 있고, 더 큰 자본은 위성과 엔진, 로봇과 부품 같은 물리적 산업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자는 케이블이 세로형 숏폼의 지분을 사는 방식으로, 후자는 남부 해안 항공우주 벨트의 양산 능력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우나스텔라가 같은 자장 안에서 자금을 끌어들였듯, 한국의 콘텐츠와 발사체 모두 이 두 흐름에 접속하고 있다. 다음 분기에 이 자본이 실제 시청 시간과 양산, 비행과 계약으로 이어지는지가 전환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표] 이번 주 LA 벤처펀드 투자 현황

dot.LA가 ‘LA Venture Funds’로 분류한, 이번 주 거래에 참여한 LA 지역 벤처펀드와 투자처를 정리했다. (일부 펀드는 LA 외 지역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벤처캐피털 (LA)

투자처

라운드 · 규모

홈페이지

파인그로브 벤처 파트너스

(Pinegrove Venture Partners)

램프(Ramp)

레이업 파츠(Layup Parts)

시리즈 F 7억5천만 달러(밸류 440억$)

시리즈 A 4천200만 달러

pinegrove.vc

알파 에디슨

(Alpha Edison)

옥스퍼드 퀀텀 서킷

(Oxford Quantum Circuits)

시리즈 C 3억5천만 달러

www.alphaedison.com

패트론(Patron)

보드(Board)

시리즈 A 2천만 달러

patron.fund

오버처 벤처스

(Overture Ventures)

아타나 엘리먼츠

(Atana Elements)

시드 2천750만 달러

overture.vc

베드록 캐피털

(Bedrock Capital)

마하 인더스트리스

(Mach Industries)

시리즈 C 3억 달러(밸류 18억$)

bedrockcap.com

스트롱 벤처스

(Strong Ventures)

우나스텔라(Unastella)

시리즈 B 2천400만 달러

strongvc.com

커넥트 벤처스

(Connect Ventures)

세카이(Sekai)

시리즈 A 2천만 달러(공동 주도)

www.connectventures.com

샴록 캐피털

(Shamrock Capital Advisors)

카드HQ(CardsHQ)

전략적 성장투자(금액 비공개)

www.shamrockcap.com

자료: dot.LA Weekly, The Hollywood Reporter, Sports Business Journal, TechCrunch, Axios, Business Insider, Inc., 마이크로드라마 시장 수치는 Omdia·Sensor Tower·Media Partners Asia 등, 각 사 발표자료 및 벤처캐피털 홈페이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