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저니의 역공… “스튜디오도 AI를 쓰지 않느냐”

디즈니·유니버설·워너, 내부 AI 사용 실태 공개 압박받아 | 할리우드 AI 저작권 소송의 새 국면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와 AI 이미지 생성 기업 미드저니(Midjourney)의 저작권 소송이 방향을 틀었다. 피고였던 미드저니가 이제 디즈니,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를 향해 “당신들은 내부에서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법정에서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침해를 주장하던 스튜디오들이 오히려 자사의 AI 활용 실태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공방이 커지는 데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생성형 AI는 이미 스토리보드, 시각효과, 마케팅 등 콘텐츠 제작·유통 전 과정에 스며들었고, 스튜디오들 역시 내부적으로 AI 도구를 개발하거나 도입해 왔다. 그런데 이들 도구의 상당수가 미드저니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웹 데이터 학습에 기반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AI 학습에 저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는 주장이 소송의 핵심인 이상, 원고인 스튜디오가 같은 방식으로 AI를 학습·활용하고 있는지 여부는 소송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변수가 된다. 미드저니가 파고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소송 경과: 소비자용 AI만 공개하라는 1차 결정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Variety)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와 유니버설 등 스튜디오들은 지난해 미드저니가 자사 캐릭터에 대한 대규모 저작권 침해를 조장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워너브러더스도 원고로 참여했다. 미드저니는 ‘공정이용(fair use)’을 주장하는 한편, 스튜디오들도 자신과 동일한 AI 관행에 관여하고 있다고 맞서 왔다.

지난 6월 15일 조엘 리클린(Joel Richlin) 매지스트레이트 판사는 미드저니가 스튜디오의 AI 사용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요구한 데 대해, 미드저니의 침해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스튜디오들이 제출해야 할 자료는 ‘소비자 대상(consumer-facing)’ AI 애플리케이션 관련 정보로 한정됐고, 내부용 AI 도구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드저니의 항고: 학습 데이터셋과 이사회 자료까지

미드저니는 이 결정에 불복해 이번 주 존 크론스타트(John Kronstadt) 담당 판사에게 결정을 뒤집어 달라는 신청을 냈다. 미드저니가 요구하는 자료의 범위는 넓다. 스튜디오의 AI 사업 계획, 연구 보고서, 학습 데이터셋, 모델 가중치(model weights), 그리고 AI 관련 이사회 프레젠테이션까지 포함된다. 영화·TV 콘텐츠의 제작과 마케팅에 AI 도구가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이다.

미드저니 측 변호인 바비 가자르(Bobby Ghajar)는 신청서에서, 원고들이 처벌하려는 바로 그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다면 그 증거는 미드저니의 공정이용 및 ‘언클린 핸즈(unclean hands·부정한 손)’ 항변의 핵심에 닿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스튜디오들이 무허가 제3자 저작물로 학습된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스토리보드 작성이나 콘텐츠 구상 등 내부 용도로 개발하고 있다면, 무단 저작물로 AI를 학습시키는 것이 스튜디오를 포함한 업계 전반의 관행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고 썼다. 저작물 무단 학습이 ‘업계 표준 관행’이라는 논리를 세워 공정이용 판단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스튜디오의 반박: “낚시성 증거 수집”

스튜디오 측 수석 변호인 데이비드 싱어(David Singer)는 미드저니가 자신의 위법 행위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낚시성 증거 수집(fishing expedition)’에 나서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그는 앞서 제출한 서면에서 원고들이 AI 기술 자체를 막거나 미드저니의 사업을 폐쇄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사 영화·TV 콘텐츠의 복제와 캐릭터 무단 사용, 무단 배포·전시·2차적 저작물 작성을 중단시키려는 것뿐이며, 이는 어떤 저작권자라도 침해자를 상대로 행사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시사점: 법정에 소환된 할리우드의 ‘내부 AI’

이번 공방의 무게는 미드저니 한 회사의 운명을 넘어선다. 크론스타트 판사가 매지스트레이트 결정을 뒤집어 내부 AI 자료까지 공개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어떤 데이터로, 어떤 모델을, 어느 공정에서 쓰고 있는지가 처음으로 법정 기록에 남게 된다. 이는 진행 중인 다른 AI 저작권 소송은 물론, AI 활용을 둘러싼 노조 협상과 규제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다.

반대로 공개 범위가 소비자용 AI로 유지된다면, 스튜디오들은 내부 AI 활용과 대외적 저작권 강경 기조를 분리하는 현재의 전략을 지킬 수 있다. 콘텐츠 산업 전체가 AI를 ‘도구로는 쓰되 상대의 무기로는 인정하지 않는’ 이중 구도 위에 서 있는 셈이고, 이 소송은 그 구도가 법적으로 유지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첫 사례가 되고 있다.

※ 출처: Variety, “Midjourney Seeks to Reveal Studios’ Use of AI in High-Stakes Copyright Battle” (Gene Madda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