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 미국 방송 소유 규제 100년의 갈림길, K-콘텐츠와 한국 시청권에 밀려오는 파장
[K-EnterTech Hub | 미국 미디어 정책 심층분석]
“너무 크거나, 너무 작거나” — 미국 방송 소유 규제 100년의 갈림길, K-콘텐츠와 한국 시청권에 밀려오는 파장
미 상원, 넥스타–테그나 합병·트럼프 지지·AI 위협 놓고 2시간 격론
JTBC 올림픽 독점 중계 논쟁까지 겹친 ‘한·미 미디어 전환기’의 단면
미국 TV 가구의 80%를 커버하는 초대형 방송 합병을 둘러싼 전쟁이 상원 청문회장으로 옮겨졌다. 2월 10일 미 상원 상무위원회는 ‘We Interrupt This Program: Media Ownership in the Digital Age’라는 제목으로 2시간 넘는 청문회를 열고, 1930년대부터 유지돼 온 방송 소유 규제 체계를 스트리밍·AI 시대에 어떻게 재설계할지 논쟁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넥스타(Nexstar)–테그나(Tegna) 합병을 “가짜 뉴스를 무너뜨릴 좋은 딜”이라며 공개 지지하고, FCC 의장이 “대통령이 맞다. 이 딜을 성사시키자”고 즉각 화답한 지 불과 며칠 뒤였다.
합병이 승인되면 넥스타는 44개 주와 워싱턴 D.C.에 걸쳐 265개 풀파워 방송국을 거느리고 미국 전체 TV 가구의 약 80%에 도달하는, 전례 없는 초대형 로컬 방송 그룹으로 재편된다. 현행 FCC 규정이 명목상 39% 전국 도달 상한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예외와 ‘UHF 디스카운트’를 감안해도 사실상 2배 수준에 달하는 도달력을 허용하느냐를 놓고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지역 뉴스를 살릴 구명보트가 될지, 아니면 남은 지역 언론의 토대를 무너뜨릴 트로이 목마가 될지를 둘러싼 논쟁은, 의회의 입법권·FCC의 독립성·민주주의의 정보 기반·AI와 빅테크의 위협까지 아우르는 ‘미디어 질서 총점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논쟁이 전형적인 당파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규제 완화를 지지해온 공화당 진영에서도, 넥스타–테그나 합병과 상한선 완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의 핵심 대립 구도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한 축에는 전미방송협회(NAB)의 커티스 레게이트 회장과 넥스타 측 법률대리인 토머스 존슨이 서 있다. 레게이트 회장은 “지역 방송 뉴스룸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고, 뉴스 제작비와 광고 수익 간 갭이 커지는 상황에서 구식 소유 규칙이 방송사를 ‘한 손이 묶인 채’ 빅테크와 경쟁하게 만들고 있다”며 상한 폐지와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반대편에는 보수주의 뉴스 TV채널 뉴스맥스의 러디 CEO가 섰다. 러디는 “넥스타 EBITDA가 2015년 3억 달러에서 2024년 18억 달러로 500% 가까이 늘었고, 테그나는 8억 1,300만 달러, 싱클레어도 8억 달러를 벌고 있다. 상위 7개 지역 TV 그룹 모두 EBITDA 5억 달러를 넘는데, 이게 어떻게 ‘위기’냐”며 “위기는 허구”라고 직격했다.
청문회는 결론을 미뤘다. 지역 저널리즘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지만, 방송 소유 규칙의 폐지·완화가 그 해법이 될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요원하다. FCC의 선택,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입장, 의회의 입법 여부라는 세 변수가 향후 몇 년간 미국 방송·스트리밍·AI 규제의 방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미국 지역 방송 문제를 여기서는 다루는 이유는 한국 시장에도 직결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올림픽 등 국민 관심 경기의 보편적 시청권, FAST·스트리밍에서의 K-콘텐츠 윈도우 설계, AI 콘텐츠 보호, 지역 저널리즘 지원 체계 등 한국의 현안과도 연관된 거울과 같은 사건이다. 미국에서 초대형 방송 롤업과 AI·빅테크 규제 재편이 어떻게 귀결되는지에 따라, K-드라마·K-예능·K-뉴스가 어떤 경로로 미국 시청자의 스크린에 도달할 수 있을지가 바뀐다. 이 논쟁을 유심히 추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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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문회 핵심 대립 구도
쟁점 | 규제 완화론 (NAB·존슨) | 규제 유지론 (뉴스맥스·월드만) |
방송 산업 현황 | 빅테크에 밀려 생존 위기. 광고 70% 이전. 스트리밍 50% vs 방송 20%. 뉴스룸 절반 이상 적자 | 넥스타 EBITDA 18억$, 테그나 8.1억$, 싱클레어 8억$. 상위 7개 그룹 모두 5억$+. 위기는 허구 |
지역 뉴스 | 통합→규모→투자 증가. 10년간 방송횟수 40%↑, 시간 50%↑. 뉴스룸 27,000명 | 트리뷴 합병 후 16,193→12,142명(-25%). 14개 시장 뉴스룸 통합. 합병 절감 3억$중 1.65억$가 지역방송국 구조조정 |
소비자 영향 | 규모 확대→스포츠 무료 방송 유지. 재송신료 3년 연속 감소 중 | 재송신료 2010년 이후 2,000%↑. 합병절감 중 1.35억$가 재송신료 인상에서. 케이블요금 전가 |
FCC 권한 | 'modify its rules' 표현→FCC 재량권 유지. DC항소법원·대법원 판례 근거 | 의회가 39%를 명시적 설정. 역대 FCC의장들도 '법'으로 인정. 전위원 오라일리 "순수한 환상" |
해법 | 상한 폐지→동일조건 경쟁. DOJ 반독점+FCC 공익심사 유지 | 39% 유지. 빅테크 규제 강화가 우선. 합병시 기자수 유지 의무화(월드만) |
■ 청문회 주요 인물
인물 | 소속 | 입장 | 핵심 발언 |
테드 크루즈 | 상무위 위원장(공화·TX) | FCC 독자권한 회의적 | "법 시행 다음날 FCC가 100%로 올릴 수 있었나?" 극단적 가정으로 추궁 |
마리아 캔트웰 | 상무위 수석민주당 위원(WA) | 합병 반대지역 다양성 우선 | "상한선 변경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역 목소리 다양성만 줄인다" |
크리스 러디 | 뉴스맥스 CEO | 규제 유지합병 강력 반대 | "상위 7개 그룹 EBITDA 5억$+. 위기는 허구" / "소송할 준비 되어있다" |
커티스 레게르트 | NAB 회장 걸 CEO | 규제 완화상한 폐지 지지 | "뉴스룸 절반 이상이 적자. 소유 규칙 현대화 없이는 지역 TV가 신문과 같은 운명" |
토머스 존슨 | Wiley Rein 파트너FCC전 법률고문*넥스타 법률대리 | FCC 권한 긍정규제 폐지 지지 | "모든 처방적 규칙은 구식이며 폐지되어야" / DC항소법원 판례 근거 |
스티븐 월드만 | Rebuild LocalNews 대표 | 중립적조건부 완화 | "양쪽 모두에 일리가 있다. 시간이 아니라 기자 수를 봐라. 완화하려면 기자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
1. 100년 규제의 전환점 — 비틀즈에서 AI까지
크루즈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아이 러브 루시〉부터 비틀즈의 에드 설리번 쇼, 아폴로 11호 달 착륙, 닉슨-케네디 TV 토론, 레이건의 '벽을 허물라' 연설까지 방송의 100년을 환기한 뒤, "그 시대는 지났다"고 선언했다.
크루즈 위원장: “방송 면허를 보유하는 것이 '돈을 찍어내는 면허'라 불리던 시대는 지났다. 케이블TV과 위성이 24시간 뉴스를 가져왔고, 인터넷과 모바일이 스트리밍, 소셜미디어, 무한한 콘텐츠의 홍수를 풀어놓아 과거의 보편적 시청자를 수천 개의 니치 시청자로 분열시켰다.”
TV 규제의 역사는 복잡하다. 1996년 텔레커뮤니케이션법에서 의회는 FCC에 4년마다 방송 소유 규칙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되, 전국 TV 시청 도달 상한선은 별도로 분리했다. 2004년 의회는 이 상한선을 39%로 명시적으로 설정하고, FCC의 금지유예권(forbearance authority)을 통한 면제를 명시적으로 금지했으며, 39% 상한선을 FCC의 정기 규제 검토 과정에서도 배제했다. 22년간 변하지 않은 이 상한선이 이제 파열에 서 있다.
2. 규모의 경제 논쟁 — "적자 뉴스룸" vs "탐욕의 합병"
청문회의 가장 치열한 공방은 전미방송협회(NAB) 회장 레게르트와 뉴스맥스 CEO 러디 사이에서 벌어졌다. 같은 산업을 두고 완전히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레게르트는 현재의 소유 규제가 "구식이며 오늘날의 영상·광고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규제 완화 논거는 지난 20년간 지역 광고 시장의 70%가 구글·메타로 이전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닐슨 기준 스트리밍 시청이 전체의 거의 절반인 반면 방송은 20%에 불과하다.
레게르트 회장은 “NFL 경기를 넷플릭스·아마존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에서, "독립적으로 평가하면 전국 방송 뉴스룸의 절반 이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레게르트: “소유 규칙을 현대화하지 않으면, 많은 지역사회에서 진정한 지역 저널리즘의 마지막 보루인 지역 TV 뉴스가 수천 개 지역 신문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미국 보수주의 뉴스 미디어 CEO인 크리스 러디(Chris Ruddy)는 완전히 반대의 그림을 그렸다. 미국 1위 지역 방송 넥스타(Nexstar Media Group)의 EBITDA가 2015년 3억 달러에서 2024년 18억 달러로 거의 500% 성장했고, 테그나(Tegna) 8억 1,300만, 싱클레어(Sinclair) 8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상위 7개 TV 방송 그룹 모두 2024년 EBITDA가 5억 달러를 초과했다.
러디: “방송 업계는 상원에 위기를 증명할 어떤 데이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규칙을 폐지하면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에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러디는 뉴스맥스의 직접적 피해 사례도 폭로했다. 미국 1위 지역 방송 그룹 넥스타 소유 뉴스네이션(NewsNation)은 뉴스맥스보다 시청률이 5분의 1에 불과하지만, 200개 방송국의 재송신 협상력을 지렛대로 활용해 케이블 사업자에게 더 높은 수수료로 의무 편성을 강제하고 있다.
크루즈가 이 수치의 정확성을 레겟에게 직접 확인하자, 레겟은 시청률 차이는 인정하되 수수료는 "공개 정보가 아니다"며 직접 답변을 피했다. 크루즈는 "그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은 것이군요, 괜찮습니다"라고 일축했다.
레겟은 “지역사회에 단 1달러도 투자하지 않는 전국 단일 방송 채널들(케이블 뉴스채널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힘을 실어주자는 주장을 우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러디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나 러디 CEO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유권자의 70% 이상, 공화당 유권자의 75%가 이번 합병에 반대하며 지지는 7% 미만에 그친다”고 맞받아쳤다. CPAC과 전국종교방송협회(NRB) 역시 FCC에 공식 이의서를 제출하며 넥스타–테그나 합병과 소유 규제 완화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3. 지역 뉴스 — 통합이 살림인가, 장례식인가
레게르트는 청문회에서 폭풍·홍수 시 현장에 남아 생명을 살리는 정보를 제공한 것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나 전국 유료 TV가 아니라 지역 방송사"였다고 강조하며, 통합의 긍정적 효과를 데이터로 제시했다:레겟에 따르면 2011–2023년 지역 뉴스 방송 횟수는 40%했고, 총 방송 시간 50%, 방송 뉴스룸 27,000명 이상을 고용했다.
그러나 러디는 전혀 다른 숫자를 내놓았다. 넥스타가 트리뷴(Tribune)을 합병한 후 직원이 1만6,193명에서 1만2,142명으로 1년 만에 25% 줄었다. 14개 시장에서 넥스타가 두 개의 방송국을 운영하면서 같은 시장 내 뉴스룸을 통합했다. 러디는 “ 테그나와의 합병에서는 3억 달러 이상의 즉각적 비용 절감을 예상하는데, 1억 3,500만 달러는 재송신료 인상, 1억 6,500만 달러는 지역 방송국 비용 절감에서 나온다”며 “이는 일반적으로 지역 뉴스룸 통합을 통해 달성된다”고 설명했다.
러디: “넥스타에서 일하는 기자라면 이력서를 올리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스티븐 월드만 ‘리빌드 로컬 뉴스(Rebuild Local News) 대표는 청문회서 양측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규제에 관련한 핵심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방송 시간이 아닌 방송의 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역 기자 수는 줄었는데 방송 시간만 늘었다면, 실제로 남는 것은 더 피상적인 지역뉴스이거나 단순 복제(news copying)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지난 20년간 약 3,500개 신문이 폐간되고 지역 기자 수가 75% 감소한 현실을 제시했다. 월드만은 소유 규제 완화를 논의하더라도 “지역 기자 수를 유지·증가시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붙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원 상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마리아 캔트웰 의원도 “소유 상한(cap)을 손보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캔트웰은 “지역 뉴스 비즈니스의 경제적 기반을 바로잡지 못한 채 오히려 지역 목소리의 다양성만 줄일 위험이 있다”고 못 박으며, “단순 규제 완화 대신 지역 저널리즘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 해법”을 주문했다.
4. 스포츠 중계 — 슈퍼볼·동계올림픽 ‘유료 벽’ 논쟁
청문회 이틀 전 1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본 슈퍼볼에서 워싱턴주 연고팀 시애틀 시호크스가 우승하자, 상원 청문회장에서는 곧바로 스포츠 중계가 ‘공공재인가, 유료 프리미엄 상품인가’를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마리아 캔트웰 상원의원은 “시청자들이 예전에는 광고만 보면 볼 수 있었던 스포츠 경기를, 이제는 스트리밍과 각종 패키지 요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며, 빅테크·유료 플랫폼으로 스포츠가 이동하는 흐름에 우려를 표시했다.
커티스 레게이트 전미방송협회(NAB) 회장은 대형 방송사들의 규모를 인위적으로 묶어두면 NFL·올림픽 등 메이저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서 밀려, 결국 무료 지상파·지역 방송에서 스포츠를 볼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뉴스맥스 CEO 크리스 러디는 재송신료가 2010년 이후 2,000% 이상 폭등했다며 “같은 속도로 우유값이 올랐다면 오늘날 반 갤런 우유가 40달러”라며, 이 비용 부담이 유료TV·스트리밍 요금으로 가계에 전가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논쟁은 한국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JTBC 단독 중계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JTBC는 2026~2032년 올림픽 및 월드컵 한국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지만, KBS·MBC·SBS와의 재판매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 3사가 올림픽 본중계에서 완전히 빠지는 ‘지상파 블랙아웃’이 현실화됐다.
일부 시청자들은 “올림픽을 보려면 결국 유료 채널·플랫폼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보편적 시청권 침해를 지적하고 있고, 한국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역시 “시청자 권리가 너무 제한적으로만 보장되고 있다”며 독점 구조를 완화할 법 개정을 예고한 상태다.
결국 미국 슈퍼볼 논쟁과 한국 동계올림픽 논쟁이 공통으로 던지는 질문은 같다.
“국민 다수가 함께 즐겨온 스포츠 빅이벤트를, 어디까지 유료 벽 뒤로 밀어 넣을 것인가, 그리고 그 비용과 이익을 누가 떠안고 누가 가져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쟁점이 전 세계 미디어 정책의 중심에 떠올랐다
5. 법적 공방 — "39%는 법인가, 규칙인가"
법적 쟁점의 한복판에는 39% 전국 시청 도달 상한이 의회의 ‘법’이냐, FCC가 손볼 수 있는 ‘규칙’이냐를 둘러싼 해석 싸움이 있다.
FCC 전 법률고문이자 넥스타 측 법률대리인인 토머스 존슨은 DC 항소법원 판례와 1996년 통신법·2004년 예산법의 문구를 근거로, FCC가 상한을 ‘수정(modify)·폐지’할 재량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회가 진정으로 재량권을 제거하려 했다면, 상한선을 법 본문에 직접 명문화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의회는 단지 FCC에게 규칙을 ‘수정하라’고 지시했을 뿐, 소유 상한을 영구 동결하라고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존슨은 자신의 로펌이 넥스타를 대리 중이라는 이해관계를 청문회장에서 직접 밝히면서도, “당시 FCC 법률고문으로서 민주·공화 양당 FCC가 ‘상한 조정 권한은 위원회에 남아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었다”고 덧붙였다.
테드 크루즈 위원장은 이 논리를 정면에서 반박했다.
그는 “당신 말대로라면, 법이 통과된 ‘다음 날’ FCC가 마음만 먹으면 상한선을 100%로 올릴 수 있었다는 뜻이냐”고 몰아붙였고, 커티스 레게이트가 “행정절차법(APA)에 따른 규칙 개정 절차를 거친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답하자, 크루즈의 회의적인 표정은 노골적인 의구심으로 바뀌었다.
뉴스맥스 CEO 크리스 러디는 이 지점에서 “39%는 명백한 ‘법’”이라는 반론을 폈다.
그는 아지트 파이 전 FCC 의장이 상한 논쟁 당시 “법은 지켜져야 한다(the law is the law)”고 반복한 점, 오바마 행정부 시절 로젠워셀 위원장과 공화당 위원 마이클 오라일리가 공동 의견에서 39%를 ‘의회가 정한 한계’로 인정한 점을 상기시키며, “FCC가 이 상한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순수한 환상’”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이 공방은 단순한 해석 차이를 넘어, 대통령이 지지하는 초대형 딜을 위해 FCC가 어디까지 재량을 행사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순간 법원은 어느 편에 설 것이냐라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법정 싸움의 예고편이 되고 있다.
6. 트럼프 효과 — FCC 독립성이 흔들리다
넥스타–테그나 합병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백악관과 규제기관의 거리를 시험하는 정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서비스 “이건 ‘좋은 딜’이며, 성사되면 가짜 뉴스를 물리칠 더 많은 경쟁이 생길 것”이라며 넥스타–테그나 딜을 공개 지지했다.
브렌던 카 FCC 의장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히 맞다. 컴캐스트와 디즈니 같은 전국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많은 힘을 쥐고 있다. 이 딜을 성사시켜 그들에게 진짜 경쟁을 가져오자”고 화답했다. FCC의 법정 180일 심사 시한 가운데 단 71일이 경과한 시점에서, 대통령과 규제기관 수장이 동시에 “딜 추진” 메시지를 띄우자 정치·미디어 업계에서는 FCC의 절차적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즉각 분출됐다.
이보다 앞선 2025년 12월, 벤 레이 루한 상원의원은 상원 청문회에서 브렌든 카 의장으로부터 “FCC는 형식적으로 독립 기관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끌어냈고, 질의 직후 FCC가 공식 웹사이트의 “독립적인 연방 정부 기관(Independent U.S. government agency)” 문구를 삭제한 사실을 폭로했다.
루한은 “내가 질문하기 전까지 FCC는 스스로를 독립 기관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내가 ‘독립 기관이냐’고 묻자, 의장은 아니라고 답했고, 몇 분 뒤 누군가 웹사이트에서 ‘independent’라는 단어를 지웠다”며 “대통령의 정치적 어젠다에 따라 자기 정의까지 고치는 기관을 독립적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스맥스 CEO 크리스 러디는 이번 국면의 모순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불과 몇 달 전인 2025년 11월까지만 해도 방송 소유 상한선 상향과 대형 합병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대통령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으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도, “문제는 그 정보를 제공하고 조언해야 할 카 의장이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 결과, 넥스타–테그나 딜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M&A 심사를 넘어, 대통령의 ‘가짜 뉴스’ 프레임과 FCC 의장의 공개 호응이 뒤섞인, 미국 방송 규제 역사상 보기 드문 ‘트럼프 효과’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7. AI라는 복병 — 지역 뉴스의 '악순환'
이번 청문회에서 AI는 방송 소유 규제 못지않게 뜨거운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스티븐 월드만 Rebuild Local News 대표는 “AI가 지역 뉴스룸이 힘들게 만든 기사들을 빨아들여 모델을 학습시키고, 이후 AI 어시스턴트가 언론사로 독자들을 보내지 않고 완결된 답변을 제공하는 이중 타격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오픈AI 등 생성 AI가 검색 결과 상단에서 요약 답변을 내놓으면서, 워싱턴포스트와 허프포스트 등 주요 매체의 검색 유입이 최근 3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워싱턴포스트는 지역 취재 인력을 70% 이상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마리아 캔트웰 상원의원은 “지역 뉴스는 AI의 씨앗(seed corn)”이라고 규정하며, “지역 기자와 뉴스룸이 뿌려 놓은 정보가 AI 모델의 학습 재료가 되고 있지만, 정작 그 대가를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드만은 해법으로 △AI 기업이 중소·지역 언론 콘텐츠 사용에 대해 집단 라이선스 형태의 보상을 지급하고,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시 일정 비율을 지역 기자 채용·유지 기금으로 적립하며, △AI·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완화 수수료(mitigation fee)’를 부과해 이를 로컬 저널리즘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캔트웰은 마샤 블랙번, 마틴 하인리히와 함께 AI 생성 딥페이크·무단 활용에 투명성과 워터마킹 기준을 세우는 초당적 ‘COPIED Act’를 재발의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은 개인의 목소리·초상권을 무단으로 합성·상업화하는 것을 막는 ‘No Fakes Act’를 병행 추진하며, AI 시대에 지역 뉴스와 크리에이터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입법 공세를 예고했다.
8. 각 주의 현실 — "폭풍 때 보는 채널은 지역 방송"
청문회에서는 각 주 상원의원들이 자국민의 일상 경험을 앞세워 지역 방송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셸리 무어 카피토 의원은 불과 2주 전 폭풍이 덮쳤을 때 주민들이 도로 폐쇄, 학교 휴교, 대피 정보 등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지역 TV·라디오 방송이었다고 소개하며,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지역 방송을 ‘생명선’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브래스카의 데브 피셔 의원은 2024년 팬핸들 지역 KNEP 지역방송국이 문을 닫으며, 해당 커뮤니티가 지역 뉴스·날씨·고지 정보를 한 번에 잃어버린 사례를 언급했다.
인디애나의 토드 영 의원은 “주민들이 구청·카운티의 지역 계획 회의, 재개발 공청회가 열린 사실조차 모른다면, 투표함 앞에서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할 수 없다”며, 지역 의사결정 과정을 중계하는 로컬 저널리즘이 민주주의 인프라임을 역설했다.
매사추세츠의 에드 마키 의원은 “소유가 지역적일 때 저널리즘도 지역적일 수 있다(When ownership is local, journalism is local)”는 메시지로 논의를 정리하며, 전국 단위 소유 집중이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지역 목소리 다양성의 문제라는 점을 재차 상기시켰다.
9. 라디오의 교훈, 그리고 소송의 전운
뉴스맥스 CEO 크리스 러디는 TV 소유 규제 완화 논쟁에서, 이미 ‘실험이 끝난’ 라디오 시장을 반면교사로 제시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의 주요 라디오 면허 대부분은 세 개 대형 방송사가 쥐고 있고, 이 과정에서 지역 프로그램은 사실상 비워졌으며, 이들 회사조차 막대한 부채 부담으로 재정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1990년대 규제 완화 이후 아이하트(iHeart), 커머머스(Cumulus), 오데시(Audacy) 등 대형 그룹이 자금을 동원해 전국 라디오를 통합했다. 통합의 결과는 지역 프로그램의 폐지였다. 러디는 “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전국 송출용 신디케이션 프로그램만 남기고 지역 뉴스·토크·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줄줄이 폐지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 위원장이 “FCC가 의회의 명시적 입법 없이 일방적으로 방송 소유 상한선을 올리거나 없앨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냐”고 묻자, 러디는 “우리는 그 경우 소송을 제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we are prepared to litigate the matter)”고 못 박았다. 그는 통신법에 따라 전국 소유 상한(39%)은 의회가 위임한 규범이며, FCC가 이를 사실상 폐지하는 것은 “의회의 의사를 우회하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전미방송협회(NAB)의 커티스 레게르트 회장 역시 “역사적으로 FCC의 소유 규칙을 손댈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법원 소송이 뒤따랐다”고 인정하면서, 이번 넥스타–테그나 딜과 동반된 상한선 완화 논쟁이 행정 소송과 헌법 소송이 뒤엉킨 장기전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로써 소유 규제 개편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라디오 통합의 후과를 되풀이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성·다양성·공익’을 축으로 한 새로운 미디어 질서를 만들 것인지를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까지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 한·미 미디어 규제 비교
미·한 방송 소유 규제와 AI·스트리밍 환경을 비교하면, 구조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지역 뉴스 위기’와 ‘빅테크/스트리밍 비대칭 규제’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항목 | 미국 | 한국 |
핵심 규제 | 전국 TV 소유 도달 상한 39% (UHF 디스카운트 등 예외 포함), 단일 시장에서 상위 4개 채널 중 2개 이상 소유 제한(듀오폴리 룰) 등으로 소유 집중을 제어하는 구조. | 대기업·신문사·통신사가 지상파를 직접 지배하지 못하도록 지분 한도를 두고, 종편·보도PP에 대해 1인 지분 40% 내외 제한 및 겸영 규제 등 정치·자본 권력의 직접 지배를 막는 형태. |
빅테크 규제 | 넷플릭스·유튜브·아마존 프라임·FAST 등 스트리밍·소셜 플랫폼에는 소유 상한이나 지역성과 관련된 직접 규제가 없어, 방송사들은 “동일 콘텐츠·광고 시장인데도 규제는 완전히 비대칭”이라고 주장. | 디지털 스트리밍(쿠팡플레이, 웨이브, 티빙 등)은 전통 방송법의 소유 상한이나 편성 의무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고, AI·플랫폼 규제 역시 초기 단계여서 지상파·케이블과의 규제 비대칭이 심화. |
지역 뉴스 위기 | 지난 20년간 약 3,500개 지역 신문 폐간, 지역 기자 수 75% 감소 등 ‘뉴스 사막’ 확대가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고, 상원 청문회에서도 지역 방송 소유 규제 완화가 이 위기를 악화시킬지 핵심 쟁점으로 부각. | 지역 MBC·민영방송사의 광고 감소·적자 누적으로 구조조정이 반복되고, 지역 신문 폐간과 통폐합이 가속화되며 지방의 뉴스 공백이 심화. JTBC 올림픽 독점 등으로 ‘보편적 시청권’과 지역성도 동시에 논쟁 대상. |
AI 대응 | 캔트웰·블랙번·하인리히가 딥페이크·무단 활용에 대응하는 ‘COPIED Act’를 발의해 AI 생성 콘텐츠의 출처 표기·워터마킹·권리 보호 기준을 마련하려 하고, 클로버셔가 초상·음성 무단 합성을 규제하는 ‘No Fakes Act’를 추진 중. | 국회·정부 차원의 ‘AI 기본법’ 논의가 진행 중이나, 언론·저널리즘 데이터를 학습하는 AI에 대한 이용 허가·보상, 디지털 저작권 징수·분배 체계는 아직 미비해 지역 언론·창작자의 수익 환류 구조가 본격 설계되지 못한 상태. |
스포츠 중계 | NFL·MLB·NBA가 잇따라 스트리밍·빅테크로 이동하며, 슈퍼볼·플레이오프의 무료 지상파 접근성을 어디까지 보장할지 상원 청문회에서 핵심 정치 이슈로 부상. | 프로야구·프로축구·배구 등 국내 리그의 스트리밍 독점(쿠팡플레이 등)과 올림픽·월드컵 등 메가 이벤트의 유료화 논쟁이 겹치며, ‘보편적 시청권’과 유료 모델의 균형을 두고 방송법·스포츠중계 관련 가이드라인 개정 요구가 커지는 중. |
현재 핵심 논쟁 | 방송사들은 39% 상한 유지·폐지를 둘러싸고 “빅테크와 경쟁하려면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리와 “지역 목소리·다양성 보호를 위해 상한과 로컬 소유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정면 충돌. | 한국은 전통 방송 규제가 스트리밍·AI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 속에서, ‘방송법 전면 개정’과 빅테크·스트리밍에 대한 규제 편입, 지역성·공공성 기준 재설계, AI 학습·보상 체계 구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되는 과도기에 놓여 있음. |
K-콘텐츠 5대 시사점
(1) FAST 채널: 초대형 게이트키퍼의 등장
넥스타–테그나 합병이 성사되면, 265개 지역 방송국을 한 방송그룹이 소유하게 된다. 미국 TV 가구의 약 80%를 커버하는 초대형 로컬 방송 그룹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그룹은 자사 FAST·CTV 채널, 제휴 FAST 플랫폼에서 사실상 ‘미국 가구 10집 중 8집’을 향한 K-콘텐츠 유통의 핵심 게이트키퍼가 된다. 교섭력 측면에서 K-드라마·K-예능·K-라이프스타일 채널의 단독 협상력은 약화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스포츠·뉴스에 자본을 집중하는 방송 그룹 입장에서는 비스포츠·비뉴스 슬롯을 채울 글로벌 프리미엄 콘텐츠로 K-콘텐츠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여지도 생긴다.
여기에 심클레어(Sinclair)가 ATSC 3.0(NextGen TV)을 앞세워 한국 지상파 SBS 등과 기술·비즈니스 협력을 진행 중이라는 점은, 장기적으로 K-콘텐츠가 FAST·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차세대 지상파(인터넷 프로토콜 기반 방송) 채널로 미국 가정에 직접 진입할 수 있는 창구를 넓힌다.
싱클레어-한국 방송사 간 ATSC 3.0 기반 데이터·영상 서비스 합작은, 향후 ‘K-콘텐츠 전용 NextGen 서브채널’이나 지역 기반 K-뉴스/라이프스타일 블록 론칭 같은 확장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는 포석이다. 싱클레어는 연내 지상파 기반 K콘텐츠 채널(CH. 82)을 런칭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계획대로 런칭된다면 미국 지상파 플랫폼에서 방송되는 첫 번째 K콘텐츠 채널이 된다. 특히 이 채널은 양방향 방송 가능해 방송을 보는 도중에 한국 화장품을 사는 등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2) 스포츠 빈자리: NFL·MLB·올림픽 등 프리미엄 스포츠가 점차 유료 스트리밍·빅테크 독점으로 이동하면서, 무료 광고 기반 FAST·지상파 채널에서는 ‘이벤트 시간대의 구멍’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 스포츠가 빠져나간 저녁·주말 슬롯은, 가족·팬덤 친화 장르인 K-드라마·버라이어티·K-팝 공연 실황·리캡 쇼로 대체될 수 있는 구조적 기회다. 특히 스포츠 비시즌·경기 없는 요일에 K-콘텐츠 블록 편성이나 K-드라마 마라톤 편성을 통해, “스포츠가 없는 날의 대체 프리미엄” 포지션을 선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3) AI 콘텐츠 보호: 미 상원에서 논의 중인 COPIED Act와 No Fakes Act는 AI 딥페이크·무단 합성·콘텐츠 원저작자 통제권을 다루는 법안이다. 글로벌 스트리밍·플랫폼에서 유통되는 K-드라마·K-팝·K-예능 IP 보호와 직결된다. 딥페이크 아이돌 영상, AI 합성 K-드라마 클립, 무단 번역·요약 콘텐츠에 대한 규율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의 AI 기본법·저작권법·‘가짜 뉴스’ 규제와 충돌/정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K-콘텐츠 이해당사자(방송사·제작사·엔터사·저작권 단체)는 미국 법제와의 상호 인정, 집단 라이선스, 워터마킹·출처표기 표준 등에 대해 한·미 정책 공조 채널을 선제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4) FCC 모니터링:
넥스타–테그나 딜 승인 여부, 39% 전국 소유 상한 유지/폐지, 후속 행정·헌법 소송은 한국 미디어 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에 직접적 변수가 된다. 초대형 방송 그룹이 탄생하면, 한국 채널·프로그램의 재송신, 로컬 제휴, 스테이션 레벨 공동 제작 등에서 상대 협상력이 극단적으로 집중될 수 있다. 반대로 FCC가 합병을 제동하거나 상한 유지·강화 시에는, 미국 내 로컬 그룹과의 다변화된 파트너십(중형 그룹 대상 K-FAST, 시장별 K-콘텐츠 블록 편성) 전략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 따라서 K-콘텐츠 기업·플랫폼은 FCC의 심사 타임라인, DOJ 반독점 심사, 주요 소송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M&A·채널 론칭·투자 스케줄을 조정해야 한다.
(5) 한국 규제 개혁 반면교사: '
이번 논쟁에서 드러난 교훈은, 방송 소유 규제 완화와 롤업(집중)이 곧바로 지역 콘텐츠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의 신문·지역 방송 통합 사례에서 보듯, 규모 확대는 종종 편집·취재 인력 축소와 뉴스 사막 확대로 귀결됐다.
스티븐 월드만이 제안한 것처럼,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보조금 정책이 추진될 경우 “뉴스룸 인력 유지·증원”을 조건(조건부 인센티브)으로 묶는 설계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지역 MBC·민영방송·지역신문 지원 정책과 스트리밍·AI 규제 완화 논의를 병행할 때, ‘콘텐츠 투자·기자 수·지역 프로그램 비중’과 연동된 인센티브를 설계해 “규모 확대 = 지역 기자·콘텐츠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K-스테이션과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장기적 보호막이 될 것이다.
결론: 세 가지 변수, 하나의 확실성
이번 청문회는 즉각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한 가지 점만큼은 분명해졌다. 현재의 미국 방송 소유 규칙은 현상 유지가 불가능한 지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TV Tech의 조지 윈슬로우는 기사에서 “증인들과 상원의원들은 지역 저널리즘이 지역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그 해법으로 방송 소유 규칙의 폐·완화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크게 갈렸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전개를 가를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는 FCC의 선택이다. 브렌던 카 의장이 의회 입법 없이 39% 전국 소유 상한을 상향·폐지할 경우, 크리스 러디 CEO가 예고했듯 “소송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대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미방송협회(NAB) 커티스 레겟 회장 또한 “역사적으로 FCC의 소유 규칙을 손댈 때마다 법원 도전이 뒤따랐다”고 인정한 만큼, 규제 변경이 이뤄지더라도 수년간의 행정·헌법 소송이 뒤엉킨 불확실성을 거쳐야 한다.
둘째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입장이다. 그는 2025년 11월까지는 39% 상한선 인상에 비판적이었지만, 2026년 2월에는 돌연 넥스타–테그나 합병을 “가짜 뉴스를 무너뜨릴 좋은 딜”로 치켜세웠다. 러디는 “대통령은 충분한 정보를 받으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카 의장이 잘못된 방향으로 조언했다”고 지적하며, 백악관이 어느 시점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FCC·법원·시장 참여자들의 계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셋째는 의회의 입법 여부다. 크루즈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FCC의 독자적 권한 행사에 공개적으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고, 의원들에게는 2월 17일까지 추가 서면 질의, 증인들에게는 3월 3일까지 답변 제출 기한이 부여됐다. 이 과정에서 39% 상한선의 법적 지위, 빅테크·스트리밍에 대한 비대칭 규제, 지역 저널리즘 지원 스킴 등을 포괄하는 입법 패키지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미디어·엔터테크 기업에게 이 논쟁은 ‘남의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 로컬 TV의 재편은 곧 미국 FAST·CTV·스트리밍 생태계의 구조 변화를 의미하고, 이는 K-콘텐츠 채널 진입, 편성 시간 확보, 광고·스폰서십 조건에 직결된다. 동시에 COPIED Act·No Fakes Act를 축으로 전개되는 AI·딥페이크 규제 논의는 K-드라마·K-팝·K-예능 IP 보호, 글로벌 팬덤 마케팅,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모델과 맞물려 한·미 정책 공조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 방송사들이 슈퍼볼·지역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재원을 집중하면서, 무료 FAST·지상파에서 비스포츠·비스크립티드 콘텐츠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은 K-드라마·K-예능·K-라이브 콘텐츠에 구조적 기회가 될 수 있다.
K엔터테크허브도 이 규제·산업 환경 변화를 K-콘텐츠의 FAST 전략, AI 콘텐츠 보호,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윈도우 설계와 연결해 지속적으로 추적·분석해 나갈 예정이다.
출처
1. Deadline, “Too Big Or Too Small” (Ted Johnson, 2026.2.10)
2. TV Tech, “Senate Hearing Witnesses Spar Over Ownership Caps” (George Winslow, 2026.2.10)
3. 미 상원 상무위, “We Interrupt This Program: Media Ownership in the Digital Age” 청문회 전문 (2026.2.10)
4.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qsxBj_QklF0
* 본 기사는 K-EnterTech Hub가 원문 기사와 청문회 전문을 바탕으로 재구성·분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