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야구장, 美 중소도시 K-콘텐츠 공연의 새로운 무대가 될까?

사이먼 그룹, 20년 연장 운영 약속과 4,000만 달러 투자 조건으로 리노 야구장 소유권 인수 추진—연간 70경기 외 200일, '숨은 공연장'으로 부상하는 마이너리그 야구장의 전략적 가치

부동산 재벌 허브 사이먼(Herb Simon)이 이끄는 그룹이 네바다주 리노(Reno) 다운타운의 그레이터 네바다 필드(Greater Nevada Field) 야구장 소유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스포츠 시설 거래를 넘어, 미국 중소도시에서 마이너리그 야구장이 도시 재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K-콘텐츠 산업 관점에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미국 전역 120여 개 마이너리그 야구장이 연간 70경기의 야구 시즌 외에도 콘서트, 페스티벌, 기업 행사, 지역 문화 이벤트를 유치하며 '제2의 공연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LA 다저스타디움이나 뉴욕 시티필드 같은 메이저리그 구장이 BTS, 블랙핑크의 스타디움 투어 무대로 익숙하다면, 마이너리그 야구장은 5,000~15,000석 규모의 중형 공연 시장—팬미팅, 쇼케이스, 지역 페스티벌—을 공략할 수 있는 인프라다.

마이너리그 야구장, 다운타운 재생의 앵커 시설

미국 전역에서 마이너리그 야구장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장을 넘어 도심 활성화의 '앵커 시설(anchor facility)'로 기능하고 있다. 연간 70경기 이상의 홈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은 주변 상권에 지속적인 유동 인구를 공급하며, 콘서트·축제·기업 행사 등 다목적 이벤트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2009년 개장한 그레이터 네바다 필드는 리노 다운타운 재개발의 상징적 프로젝트였다. 카지노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도심을 다각화하려는 리노시의 전략에서 야구장은 핵심 역할을 담당해왔다. 구단 측에 따르면, 에이시스는 연간 약 2,190만 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2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Greater Nevada 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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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투자, 민간 소유—미국 스포츠 시설의 고질적 딜레마

이번 제안은 미국 스포츠 시설 개발의 고질적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공공 자금으로 건설된 시설이 민간에 이전될 때 납세자의 투자금이 적절히 보상받는가의 문제다.

그레이터 네바다 필드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 건설되었으며, 리노시는 현재까지 연간 100만 달러, 총 3,000만 달러를 부담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지급불능 사태를 겪으며 2013년 계약이 재구조화됐고, 시 일반 기금이 부채 보증인으로 지정되는 리스크까지 떠안았다.

네바다 랜드는 이번 제안에서 시의 보증 의무 해제, 4,000만 달러 추가 투자, 20년 운영 연장, 매각 시 수익 공유 조항 등을 제시하며 균형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 자산의 민간 이전이라는 본질적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이먼 제국의 확장—부동산에서 스포츠까지

허브 사이먼은 단순한 구단주가 아니다. 그가 공동 창업한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은 미국 최대 쇼핑몰 리츠(REITs)로, 전국 200개 이상의 쇼핑센터를 소유·운영하고 있다. 리노의 메도우드 몰도 그 포트폴리오의 일부다.

사이먼은 NBA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대주주이기도 하며, 스포츠 시설과 부동산 개발을 결합하는 '스포츠 앵커드 개발(sports-anchored development)'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번 리노 야구장 인수는 그의 스포츠-부동산 통합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장하는 행보로 읽힌다.

리노의 선택—도시 재생 파트너십의 새 모델이 될까

이번 제안은 1월 26일 리노 재개발청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된다.

리노시 입장에서는 14년간의 법적 리스크 해소, 4,000만 달러 민간 투자 유치, 20년간 구단 잔류 확보라는 실익이 있다. 반면 수십 년간 공공 자금이 투입된 자산을 민간에 넘기는 결정에 대한 시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미국 전역에서 스포츠 시설의 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이 재검토되는 가운데, 리노의 선택은 중소도시 스포츠 인프라 거버넌스의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

야구장의 재발견: 연간 200일의 '빈 무대'

마이너리그 야구 시즌은 통상 4월부터 9월까지, 홈경기는 연간 70경기 내외다. 나머지 200일 이상은 야구장이 비어 있다. 이 '빈 무대'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구단 수익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그레이터 네바다 필드는 9,100석 규모로, 콘서트 시 최대 12,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실제로 이 야구장에서는 컨트리 뮤직 콘서트, 지역 푸드 페스티벌, 불꽃놀이 행사, 기업 이벤트 등이 연중 개최되고 있다. 사이먼 그룹이 4,000만 달러 투자를 약속한 것도 이러한 다목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시설 현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 전역의 마이너리그 야구장들이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내슈빌의 퍼스트 호라이즌 파크는 컨트리 뮤직 성지로, 인디애나폴리스의 빅토리 필드는 지역 페스티벌 허브로 자리 잡았다. 야구장이 '스포츠 전용 시설'에서 '커뮤니티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K-콘텐츠에 주는 시사점: 중소도시 공연 인프라의 재발견

K-팝의 북미 투어는 그동안 LA,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 아레나와 스타디움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팬덤의 지리적 분포는 훨씬 넓다. 네바다, 유타, 아이다호, 뉴멕시코 등 이른바 '플라이오버 스테이트(flyover states)'의 K-팝 팬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수백 마일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이너리그 야구장은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인프라다. 5,000~15,000석 규모는 아레나 투어의 '스윗 스팟'이며, 대도시 대비 대관료와 운영 비용이 현저히 낮다. 무엇보다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성이 강해 팬미팅, 쇼케이스, 한국 문화 페스티벌 등 '경험형 이벤트'에 적합하다.

실제로 일본 아이돌 그룹들은 이미 미국 중소도시 공연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라틴 아티스트들의 지역 순회 공연도 마이너리그 야구장을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다. K-콘텐츠 산업이 북미 시장 확장을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숨은 공연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이먼 그룹: 스포츠-부동산-엔터테인먼트 통합 플레이어

이번 거래 주체인 허브 사이먼은 단순한 스포츠 구단주는 아니다. 그가 공동 창업한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은 미국 최대 쇼핑몰 리츠(REITs)로, 전국 200개 이상의 쇼핑센터를 소유·운영하고 있다. NBA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사이먼의 전략은 '스포츠 앵커드 개발(sports-anchored development)'로 요약된다. 스포츠 시설을 중심으로 상업·주거·엔터테인먼트 복합 개발을 추진하는 모델이다. 리노 야구장 인수는 이 전략의 연장선에서, 야구장을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다운타운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재편하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러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융합 트렌드는 K-콘텐츠 기업들에게도 파트너십 기회를 제공한다. 구단 및 시설 운영사와의 콘텐츠 제휴, 한국 기업 스폰서십, 한류 페스티벌 공동 개최 등 다양한 협업 모델이 가능하다.

공공-민간 파트너십의 새 모델, 콘텐츠 산업에 던지는 질문

이번 제안의 배경에는 계약 구조의 허점이 있다. 리노 에이시스의 운영 계약은 2029년 만료되지만, 시의 리스 계약은 2043년까지 지속되어 구단 이전 시 시가 14년간 빈 야구장에 묶이는 리스크가 있었다. 네바다 랜드는 20년 운영 연장을 조건으로 소유권 이전을 요청하고 있다.

리노시 입장에서는 4,000만 달러 민간 투자, 20년 구단 잔류 확보, 법적 리스크 해소라는 실익이 있다. 반면 공공 자금이 투입된 자산의 민간 이전이라는 본질적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이 딜은 1월 26일 리노 재개발청 자문위원회에서 논의된다. 미국 전역에서 스포츠 시설의 공공-민간 파트너십 모델이 재검토되는 가운데, 리노의 선택은 중소도시 엔터테인먼트 인프라 거버넌스의 새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

북미 시장 확장에서 대도시 메이저 공연장 중심의 전략을 넘어, 중소도시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마이너리그 야구장 120여 개, 연간 200일의 빈 무대가 K-콘텐츠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Reno Gazette Journal, 2025년 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