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델, 1,000개 코트 돌파…테크 엘리트의 사교 스포츠가 '보는 스포츠'로
우버 CEO부터 헤지펀드 창업자까지 코트로…1년 새 코트 45% 급증, CNBC 전국 중계까지 인프라·자본·미디어가 같은 구간에서 맞물렸다
테니스와 스쿼드를 결합한 미국 신종 스포츠 파델(Padel) 시장이 임계점을 넘었다. 2019년 20개도 되지 않던 미국 내 파델 코트는 2026년 4월 초 1,000개를 돌파했다. 2025년 2분기 688개에서 1년도 안 돼 45% 늘어난 수치다. 코트가 설치된 주는 31개에서 37개로 확대됐고, 전체 코트의 39%가 실내 시설로 지어져 연중 운영이 가능한 사업 모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성장을 끌고 가는 것은 대중이 아니라 자본이다.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7월 4일 기사에서 우버(Uber) CEO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코투 매니지먼트(Coatue Management) 창업자 필립 라퐁(Philippe Laffont) 같은 테크·금융 엘리트가 파델의 플레이어이자 투자자로 나서면서, 파델이 네트워킹 허브이자 '트로피 자산(trophy asset)'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위에 프로 파델 리그(Pro Padel League, PPL)의 CNBC 전국 중계와 프리미어 파델(Premier Padel) 마이애미(Miami) P1 대회가 얹히면서, 미국 파델은 참여 스포츠에서 시청 스포츠로 넘어가는 초입에 들어섰다.
코트가 이렇게 빠르게 늘 수 있었던 것은 공급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파델 코트는 테니스장처럼 기초부터 짓는 시설이 아니라 키트 형태로 제작해 조립하는 상품인데,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코트 키트를 미국 내 제조사가 만들기 시작했고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시공업체도 늘었다.
기존 라켓 스포츠 인프라가 유통망 역할을 하는 점도 확산 속도를 높였다. 미국 피클볼(Pickleball) 시설의 30%가 이미 파델 코트를 병설하고 있다.
파델은 어떤 스포츠인가
파델은 테니스와 스쿼시를 결합한 라켓 스포츠다. 1960년대 멕시코(Mexico)에서 시작돼 스페인(Spain)과 아르헨티나(Argentina)에서 수백만 명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현재 전 세계 90여 개국에 보급돼 있다. 경기는 복식 전용으로 진행되며, 줄이 없는 솔리드 라켓과 일반 테니스공보다 공기압을 낮춰 속도가 느린 공을 쓴다. 코트는 테니스 코트보다 약 25% 작고 유리벽과 철망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스쿼시처럼 벽이 경기의 일부여서, 서브 후 공이 상대 코트에 한 번 바운드되면 벽에 맞고 튀어나와도 랠리가 이어진다. 점수 계산은 테니스와 동일하다. 미국에서는 발음조차 아직 통일되지 않아 '패들(paddle)'처럼 읽는 사람과 스페인식으로 '파델(pa-dell)'이라 부르는 사람이 공존한다.
좁은 코트에서 4명이 대화하며 플레이하는 구조, 체력보다 전략이 중요한 경기 특성은 파델을 사교와 비즈니스 네트워킹에 최적화된 스포츠로 만들었다.
최근 뉴욕(New York)의 '파델 생추어리' 브리사스(Brisas) 토너먼트에서 준우승한 라퐁은 더인포메이션 인터뷰에서 파델을 "테니스와 체스의 중간"이라며 "사교적이고, 운동도 되고, 힘보다 전략이 중요한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비행기 격납고에서 시작된 실험…테크 엘리트의 '제3의 공간'
실리콘밸리의 파델 붐을 보여주는 사례가 베이 파델(Bay Padel)이다. 2023년 아르헨티나 출신 마티아스 간둘포(Matias Gandulfo)와 루카스 텝만(Lucas Tepman)이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최초의 파델 전용 클럽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건물주들은 파델이 미국에서 성공할 리 없다며 이들을 상대해주지 않았다.
두 사람은 트레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의 옛 비행기 격납고를 겨우 구해 클럽을 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베이 파델은 도그패치(Dogpatch)와 서니베일(Sunnyvale)로 확장했고, 오픈AI
장(chief of staff)으로 스카우트해 갔다"고 말했다. 코워킹·피트니스·카페를 포함한 연 4,000달러 무제한 멤버십에 수요가 몰리자, 베이 파델은 최근 750만 달러를 조달해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와 산호세(San Jose) 신규 클럽을 준비 중이다.
동부의 클럽들은 럭셔리 멤버십 모델을 한 단계 더 밀어붙였다. 뉴욕 웨스트 빌리지(West Village)의 회원제 웰니스 클럽 키스 아이비(Kith Ivy)는 옥상 파델 코트를 갖추고 가입비 4만 5,000달러에 연회비 1만 달러를 받는다. 가입하려면 직함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제출해야 한다.
체인형 클럽 파델 하우스(Padel Haus)는 뉴욕을 넘어 콜로라도(Colorado), 조지아(Georgia), 테네시(Tennessee)로 확장했고, 파델의 미국 수도인 마이애미 광역권에는 투자자 웨인 보이치(Wayne Boich)의 리저브 파델(Reserve Padel)을 포함해 최소 25개 클럽이 운영 중이다.
올해 초 스타트업 캐리(Carry)를 8,000만 달러에 매각한 안쿠르 나그팔(Ankur Nagpal)은 파델 하우스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지점의 단골로, 더인포메이션에 "20~30대 부유층이 모이는 곳이다. 일에서는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파델 코트에서는 사소한 일에 이성을 잃는다"고 전했다.
코트는 딜 소싱 현장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페어 VC(Pear VC)의 파트너 워런 셰퍼(Warren Shaeffer)는 지난해 10월 파크 파델(Park Padel)에서 쿼라(Quora) 공동창업자 찰리 치버(Charlie Cheever), 링크트리(Linktree) CEO 알렉스 자카리아(Alex Zaccaria) 등 창업자·투자자 25명을 모아 토너먼트를 열었고, 다른 경기에서 만난 창업자의 코트 위 승부욕과 침착함이 인상적이어서 그 회사의 다음 라운드 투자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델을 "테니스보다 관대하고, 피클볼보다 화려하고, 스쿼시보다 협업적이며, 골프보다 훨씬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평가했다.
파델 전문 VC부터 1,000만 달러 구단까지
부유층이 몰리자 자본이 따라붙었다. 2022년 설립된 뉴욕의 EEP 캐피털(EEP Capital)은 파델 관련 사업에만 투자하는 벤처 펀드로, 베이 파델·파크 파델·파델 하우스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3,000만~4,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중이다. PPL은 지난 3월 샬럿 호네츠(Charlotte Hornets) 공동 구단주 릭 슈날(Rick Schnall)이 주도한 1,500만 달러 시리즈 A를 유치했고, 뉴욕 애틀랜틱스(New York Atlantics) 구단은 테니스 스타 프랜시스 티아포(Frances Tiafoe)의 투자로 1,000만 달러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다.
시카고 부동산 투자사 브리주스 캐피털(Brijus Capital)의 스티븐 레빈(Steven Levin)은 플로리다 고츠(Florida Goats)를, 트럭 운송 기업 매각으로 자산을 일군 아이젠(Eisen) 가문은 약 500만 달러에 LA 비트(Los Angeles Beat)를 사들였다.
구단주들은 럭셔리 이미지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 레빈은 랄프 로렌(Ralph Lauren) 모델 출신 폴로 선수 나초 피게라스(Nacho Figueras)를 소수 지분 투자자로, 아이젠은 테크 임원들이 선호하는 초대제 신용카드 아틀라스 카드(Atlas Card)를 타이틀 스폰서로 영입했다.
플로리다가 코트의 41%…실내 코트가 4계절 시장을 연다
지역별로는 플로리다(Florida)가 전국 코트의 약 41%를 차지하고 텍사스(Texas), 캘리포니아(California), 뉴욕이 뒤를 잇는다. 확산은 마이애미 바깥으로 번지는 중이다. 2025년 9월부터 2026년 4월 사이 코트 보유 주가 31개에서 37개로 늘었고, 실내 코트 비중이 39%에 이르면서 선벨트(Sun Belt) 밖의 4계절 시장에서도 연중 운영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뉴욕만 해도 파델 하우스 브루클린(Brooklyn) 3개 지점,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의 리저브 파델, 브리사스, 공장 옥상을 개조한 시티뷰(CityView)에 이스트 햄프턴(East Hampton)·사우샘프턴(Southampton)의 시즌 클럽까지 15개 안팎의 시설이 도심과 교외 부촌을 함께 커버한다. 뉴욕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 파델팔루자(Padelpalooza)처럼 소셜 토너먼트와 이벤트로 클럽 사이를 연결하는 사업자도 나왔다. 코트라는 하드웨어와 커뮤니티라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크는 구조다.
아마추어 생태계도 조직화되고 있다. 미국파델협회(US Padel Association, USPA)는 2025년을 개인 회원 2,915명(전년 대비 53.5% 증가), 활동 클럽 108개, 공인 오픈 토너먼트 104개로 마감했고, 2026년에는 50개 이상 클럽이 참여하는 150개 이상의 NOX USPA 서킷 토너먼트를 예고했다.
USPA가 지원하는 내셔널 파델 리그(National Padel League)는 첫 시즌을 37개 도시, 55개 클럽, 180개 팀, 1,956명 참가로 마쳤다. 미국에서 파델을 시작하는 플레이어가 레슨에서 랭킹,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완결된 생태계에 들어서게 됐다는 뜻이다.
글로벌 코트 5만 개 시대…미국은 '2027년 본격 가속' 전망
글로벌 시장의 성장 속도가 미국 시장의 미래를 가늠하는 기준선이다. 코트 예약 플랫폼 플레이토믹(Playtomic)이 PwC 전략 부문 스트래티지앤드(Strategy&)와 발간한 '글로벌 파델 리포트 2025'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전 세계에서 3,282개 클럽이 새로 문을 열어(하루 평균 9개꼴) 총 1만 5,933개 클럽에 도달했고, 신규 코트 7,187개가 지어져 글로벌 코트 수는 5만 436개가 됐다.
2027년에는 8만 1,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2.5시간마다 코트 하나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첫 경험 후 재방문율은 92%로, 접근성과 사교성이 리텐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플레이토믹은 미국 시장에 대해 2026년 확장 가속, 2027년 '본격적 가속(real acceleration)'을 내다봤다.
시장 가치 추정은 조사기관별로 편차가 있다. 용품·서비스 중심의 파델 스포츠 시장은 2025년 2억 4,800만 달러에서 2035년 6억 6,200만 달러(연평균 10.3% 성장)로, 파델 코트 건설 시장은 별도로 2026년 5억 달러에서 2035년 1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 미국은 글로벌 파델 스포츠 시장의 약 2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신축 도심 라켓 시설의 45% 이상이 파델 코트를 포함하고 있다. USPA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미국 내 코트 3만 개, 플레이어 1,00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현재 미국의 파델 인구는 집계 기준에 따라 11만 명(등록·활동 기준)에서 100만 명(경험자 포함 추산)까지 폭이 있는데, 어느 기준으로도 테니스 2,700만 명, 피클볼 2,400만 명에 비해 초기 단계여서 성장 여력이 크다.
CNBC 전국 방송, 프리미어 파델 마이애미, beIN까지
미디어 층위에서는 다양한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먼저 국내 리그다. PPL은 지난 7월 2일 NBC유니버설(NBCUniversal) 계열 USA 스포츠(USA Sports)와 손잡고 2026시즌 챔피언십 5경기(남자 결승 3, 여자 결승 2)를 CNBC로 방송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 출범한 리그의 첫 전국 TV 네트워크 중계다.
뉴욕 해머스타인 볼룸(Hammerstein Ballroom, 7월 12일)에서 시작해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8월 16일),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 9월 27일), 과달라하라(Guadalajara, 11월 22일)를 거쳐 마이애미 시티스 컵(City's Cup) 파이널(12월 6일)로 이어진다.
다이앤 고투아(Diane Gotua) PPL 최고커머셜책임자는 "CNBC 같은 프리미어 플랫폼에서 경기의 강도, 선수들의 기량, 팀 기반 포맷의 강점을 전국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WNBA, NASCAR, 프리미어리그(EPL), WWE, PGA 투어를 보유한 USA 스포츠가 파델을 다음 카드로 선택했고, 경제 채널 CNBC 편성은 파델 시청층의 구매력을 겨냥한 배치로 읽힌다. 골프가 그랬듯 파델도 '비즈니스 오디언스'를 매개로 방송 시장에 진입하는 경로다.
글로벌 투어도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세계 최상위 프로 투어인 프리미어 파델은 2025년 마이애미에서 미국 첫 대회를 열어 나흘 연속 매진을 기록했고, 2026년 3월 두 번째 마이애미 P1을 개최했다. 미국에서는 8강 이후 경기를 레드불 TV(Red Bull TV)가, 초반 라운드를 공식 유튜브(YouTube)가 중계한다.
beIN 미디어 그룹(beIN Media Group)은 2026 카타르항공(Qatar Airways) 프리미어 파델 투어 전 대회와 2026 FIP 월드컵(FIP World Cup)의 중계권을 북미를 포함한 39개 지역에서 확보했다. 프리미어 파델은 2026시즌부터 중계 친화적인 '스타 포인트(Star Point)' 스코어링을 도입해 방송 상품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 자체도 방송에 유리하다. 유리벽 코트는 카메라 앵글 확보가 쉽고, 복식 랠리가 길어 중계 화면의 밀도가 높다.
미국 파델은 코트 1,000개 돌파라는 인프라, 파델 전문 VC와 리그 시리즈 A·구단 투자라는 자본, 전국 TV 중계와 글로벌 투어 유치라는 미디어의 세 축이 같은 시기에 맞물리는 구간에 진입했다.
피클볼이 참여 인구를 앞세우고도 시청 스포츠 전환에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파델은 테크 엘리트의 프리미엄 클럽 경제와 방송 자산을 먼저 쌓는 역순의 경로를 밟고 있다. 2026년 CNBC 중계 성적과 2027년으로 예고된 인프라 가속이 이 전략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출처
· 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Pickleball Is the Past. The Tech Elite Is Obsessed With Padel" (Jemima McEvoy, 2026.7.4)
· 스포츠 비디오 그룹(Sports Video Group), "Pro Padel League Announces Broadcast Partnership With USA Sports for 2026 Season" (2026.7.2)
· 플레이토믹(Playtomic) × PwC 스트래티지앤드(Strategy&), "Global Padel Report 2025"
· 악튀 파델(actu-padel), "1,000 padel courts in the USA: the boom changes scale" (2026.4) — 미시트라노 컨설팅(Misitrano Consulting) 집계 인용
· 미국파델협회(US Padel Association, USPA) 2025 연차 보고
· beIN 미디어 그룹(beIN Media Group) 보도자료, 2026 프리미어 파델 투어·FIP 월드컵 중계권 (2026.2.8)
· 글로벌 그로스 인사이츠(Global Growth Insights)·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츠(Business Research Insights) 파델 시장 전망 (2026)
· 스포츠 데스티네이션 매니지먼트(Sports Destination Management), "The Next Big Thing, Padel Making Inroads into U.S. Sports Market" (2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