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원, 월드컵을 '제2의 론칭'으로…스포츠 시청자를 플랫폼 고객으로 바꾸는 실험

AI 요약·멀티뷰·예측 데이터까지, 2026 FIFA 월드컵에 건 폭스의 스트리밍 승부수

지난 6월 12일 개막한 2026년 FIFA월드컵. 한국은 체코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이 경기를 중계한 회사는 폭스. 폭스(Fox)의 스트리밍 서비스 폭스원(Fox One)에게 2026 FIFA 월드컵은 단순한 대형 스포츠 중계가 아니다.

출시 1년 차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회성 이벤트 시청자를 뉴스·엔터테인먼트·팟캐스트까지 소비하는 장기 구독자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험대다. 폭스원이 월드컵을 내부적으로 '제2의 론칭(2nd launch moment)'이라 부르는 이유다. 미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 확보 비용이 치솟고 해지율(churn)이 일상화된 지금, 대형 라이브 스포츠는 한 번에 수천만 명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됐다. 문제는 경기가 끝난 뒤다. 폭스원의 월드컵 전략은 이 '경기 이후'를 설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경기 1,500만 명'…목표는 시청이 아니라 체류

폭스 경영진은 월드컵 기간 미국 대표팀 경기당 최소 1,500만 명, 대회 전체로는 누적 1억 5,000만 명의 시청자를 기대하고 있다. 6월 11일 개막한 이번 대회의 104개 전 경기는 4K로 스트리밍된다.

폭스원 프로덕트 총괄 아밋 두다키아(Amit Dudakia)는 미국 연예매체 더랩(TheWrap)과의 인터뷰에서 “내부적으로 월드컵을 제2의 론칭 모먼트로 보고 있다. 규모와 야심 모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덕트 모먼트”라며 “팀에 제시한 첫 번째 목표는 평범한 축구 팬이 맥락이나 서사를 몰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경기에 어떻게 몰입하게 만들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두다키아가 주목하는 것은 시청 패턴의 변화다. NFL과 대학 풋볼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청이 집중되지만, 월드컵은 한 달 넘게 주중 내내 경기가 이어진다. 그는 “스포츠만 보러 오는 고객도 있지만, 스포츠로 유입된 고객이 뉴스로 넘어가는 흐름이 늘고 있다. 스포츠 시청 집단 안에서도 뉴스 시청이 상승 추세”라며 뉴스에 이어 엔터테인먼트와 팟캐스트 콘텐츠로 소비를 확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생성 AI가 만드는 '경기의 맥락'

월드컵에 맞춰 투입되는 기능의 중심에는 생성 AI가 있다. 폭스원은 특정 국가 대표팀을 왜 주목해야 하는지, 공격 지표와 최근 경기력은 어떤지를 AI가 요약해 제공한다. 축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에게 '이 경기를 봐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홈 화면에는 가장 극적인 순간을 전면에 배치하는 '히어로 스포트라이트(Hero Spotlight)'가 추가되고,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은 대시보드 '캔버스(Canvas)'도 새로 선보인다. 주요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 '키 플레이 리와인드(Key Plays Rewind)', 스트림 내 실시간 통계와 인사이트, 사용자가 직접 스트림과 ISO 카메라 앵글·레이아웃을 구성하는 개인화 멀티뷰도 도입된다. 알림 개인화, iOS 라이브 액티비티 연동, 야후 판타지의 데일리 드로·픽엠 게임 연계까지 더해진다.

두다키아는 콘텐츠 발견(discovery) 자체를 AI로 다시 설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챗GPT, 퍼플렉시티,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외부 AI 서비스의 맞춤형 프롬프트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는 “생성형 AI 요약으로 맥락을 얻고,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관련 콘텐츠—스튜디오 쇼에서 AI로 클리핑한 숏폼 분석, 하이라이트—가 함께 제공되고, 후속 질문까지 제안되는 경험”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제시하며 “사용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발견을 이끌어내는 데 A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시 예측 데이터, 스포츠 시청의 새 변수

폭스는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의 예측 데이터를 플랫폼에 통합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두다키아는 “프로덕트 경험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자리 잡을지 논의 중”이라며 “핵심은 발견 경험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관련성 높은 콘텐츠를 보여주고,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중계와 예측 데이터의 결합은 미국 미디어 업계에서 베팅·예측시장이 시청 경험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코드커터를 잡되, 케이블은 건드리지 않는다

폭스원은 코드커터(cord-cutter)와 코드네버(cord-never)를 겨냥하면서도 모회사의 유료방송 생태계를 잠식하지 않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다키아는 “고객 확보 방식에 매우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왔다. 리니어 채널에는 광고를 집행하지 않고 디지털 마케팅도 정교하게 타깃팅한다”며 “실제로 잠식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통 유료방송을 통해 폭스원을 구매하든 직접 가입하든 상관없다는 입장이고, 케이블 번들 가입자에게는 부가 가치로 본다”고 말했다.

유통 측면에서 폭스원은 유튜브 프라임타임 채널, 로쿠 채널을 통해 제공되며 ESPN, 폭스 네이션, 빅텐플러스(Big Ten+)와의 번들도 운영 중이다. 두다키아는 채널 스토어 모델 진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당분간은 직접 가입(D2C)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파편화가 너무 심하다. 아마존이든 유튜브든 로쿠든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기를 바란다”면서도 “직접 가입 고객에게는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통제하고 설계할 수 있다. 가능할 때마다 고객이 우리에게 직접 오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월드컵 다음은 NFL·월드시리즈·중간선거

이번에 도입되는 기능들은 월드컵 이후 NFL, 대학 풋볼, 월드시리즈, 그리고 11월 중간선거까지 확장 적용될 예정이다. 숏폼 서비스 '쇼츠(Shorts)'도 개인화와 콘텐츠 노출 방식을 개선한다. 두다키아에 따르면 숏폼 시청자는 더 자주, 더 오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레드 시트 벤처스(Red Seat Ventures)와의 라이선스 제휴로 운영 중인 팟캐스트는 아직 “실험 단계”다. 그는 “발견 가능성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이 팀의 다음 과제”라며 “폭스원 고객에게 팟캐스트는 큰 기회의 영역이다. 다음 분기 동안 개선 작업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점: 라이브 이벤트는 '입구', 승부는 그 이후에 갈린다

폭스원의 월드컵 전략은 K-콘텐츠와 한국 미디어 기업에도 참고할 지점이 많다.

대형 라이브 이벤트는 더 이상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플랫폼 전체 콘텐츠로 시청자를 순환시키는 입구로 설계된다.

또 생성 AI는 추천을 넘어 '왜 봐야 하는가'라는 맥락과 서사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외부 AI 서비스(챗GPT·퍼플렉시티 등)를 콘텐츠 발견 경로로 끌어들이는 시도는 검색과 디스커버리의 주도권이 플랫폼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스포츠 중계권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계 '이후'의 경험을 설계하는 역량이 스트리밍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TheWrap, “Fox One Prepares for Its ‘2nd Launch Moment’ With the FIFA World Cup” (Lucas Manfredi, 2026.6.3) 인터뷰 내용 기반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