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미디어의 ‘웰니스 전쟁’… CNN, 뉴욕타임스를 추격하다

2조 달러 웰니스 시장 놓고 구독 경쟁… ‘틱톡 닥터’ 군단과 겨룰 수 있을까

미국 레거시 미디어가 건강·웰니스 콘텐츠를 다음 구독 성장 엔진으로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수면 관리, GLP-1 계열 다이어트약, 펩타이드 같은 라이프스타일 소재로 신규 구독자를 끌어들이자 CNN이 프리미엄 앱을 앞세워 같은 전략을 뒤쫓고 있다. 연 2조 달러에 이른 웰니스 시장이 열려 있고, 광고에서 빠져나간 수익을 구독으로 메워야 하는 처지가 겹치면서 웰니스는 뉴스룸이 놓칠 수 없는 영역이 됐다. 미국 미디어 산업 매체 퍽(Puck)의 보도를 토대로 이 경쟁 구도를 짚었다.

NYT 최고경영자(CEO) 메러디스 코핏 레비엔은 지난해 여름 자사 사업을 설명하며 라이프스타일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라이프스타일 분야에서 강점을 갖는 것이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고, 평소라면 닿기 어려웠을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통로가 된다”고 말했다. NYT는 수면 요령, GLP-1 체험 에세이, 중국산 펩타이드 검증 기사 같은 연성 콘텐츠를 정통 건강 뉴스와 나란히 배치해 왔다.

같은 전략을 CNN에서 되풀이하는 인물이 마크 톰프슨 CNN 회장이다. NYT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 뒤 CNN으로 옮긴 그는 2024년 8월 “건강과 웰니스, 그리고 더 오래 사는 것은 뉴스”라고 규정하며 이 분야를 비즈니스·기술·기후 보도와 나란히 CNN의 핵심 영역으로 세웠다. 지난해에는 알렉스 매캘럼 CNN 디지털 총괄과 함께 NYT 스타일 섹션 출신 코이어 시카를 영입해 웰니스 등 연성 뉴스 버티컬을 맡겼다.

맥킨지 ‘퓨처 오브 웰니스’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 웰니스 시장은 연 2조 달러에 이르렀다. 미국 시장만 약 4800억 달러 규모로 매년 5~10%씩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 소비자의 80% 이상이 웰니스를 일상의 우선순위로 꼽는다. Z세대와 밀레니얼은 성인 인구의 36%를 차지하면서 웰니스 지출의 41% 이상을 이끈다. 구글 검색의 약 5%가 건강·웰니스 관련 질의로, 하루 약 10억 건에 이른다.

이 시장의 최전선에는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있다. 오젬픽·위고비·마운자로 같은 약이 대중화하면서 관련 시장은 2025년 기준 6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정되고, 시장조사기관들은 2030년대 중반 1300억~25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본다. 다이어트약을 둘러싼 체험담과 부작용, 가격 논란이 검색과 소셜미디어를 달구면서 관련 콘텐츠는 트래픽과 구독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소재가 됐다.

관건은 독자가 레거시 미디어에서 웰니스 콘텐츠를 원하느냐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Z세대의 절반 이상이 인플루언서에게서 건강·웰니스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고, 대부분 틱톡과 인스타그램 같은 숏폼 영상 앱을 통했다. 뉴스 소비자 다수가 X와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는 것과 달리, Z세대 웰니스 소비자의 80% 이상은 인스타그램에 의존한다. 레거시 미디어에는 기회이자 넘어야 할 벽이다.

가장 유력하면서도 실행이 까다로운 전략은 크리에이터 제휴다. 신경과학자 앤드루 휴버먼, ‘글루코스 고데스’ 같은 토종 스타가 장악한 시장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바리 와이스는 CBS 뉴스에서 유튜브·인스타그램 팔로어 1000만 명을 거느린 장수(長壽) 전문가 피터 애티아를 영입하려 했으나,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 논란으로 결별했다. 다만 와이스는 휴버먼, 의사이자 작가인 마크 하이먼과의 협업은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우리가 다루는 이야기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셜미디어 건강 정보 공간에는 허위정보가 넘친다. 그만큼 권위 있는 정보원의 가치가 커지고, NYT 같은 기존 매체가 파고들 여지도 생긴다. 레비엔은 웰니스와 건강을 “중요한 보도 영역”으로 규정하며 “엄정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읽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NYT는 이 고민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지난해 디지털 구독을 140만 명 늘려 총 1280만 명을 확보했고, 디지털 매출이 처음으로 20억 달러를 넘었다. 2027년 1500만 구독이라는 목표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반면 CNN은 프리미엄 앱 안착과 새 기자들의 영상 스타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코로나19 초기 국면을 설명하며 불안에 잠긴 도시 엘리트층을 사로잡았던 산제이 굽타는 스트리밍 앱 전용 콘텐츠를 준비 중이지만, 젊은 세대가 좇는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 이들이 소비하는 웰니스 콘텐츠 대부분이 무료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크리에이터를 제품 전반에 녹이려는 시도는 이어진다. CNN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바이스 출신 앤드루 포터를 앞세워 ‘CNN 크리에이터스’ 데스크를 신설했다. 숏폼 플랫폼용 콘텐츠를 만들고, 해당 기자들을 전용 프로그램으로 본 피드에 다시 편입시키는 구조다. 워싱턴포스트는 2022년 팬데믹 이후 ‘Well+Being’ 버티컬을 열고 NYT ‘Well’ 블로그 창간 편집장 타라 파커포프를 데려왔다. 파커포프는 이미 회사를 떠났고, Well+Being은 크리에이터 제휴를 염두에 두고 만든 ‘WP 벤처스’(이른바 제3 뉴스룸) 아래로 편입됐다.

성장의 통로가 크리에이터로 좁혀지는 이유는 독자와 시청자가 초개인화된 콘텐츠를 원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이미 초개인화된 만큼, 폭넓게 통하는 기사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자 인력만으로 이를 감당할 뉴스룸은 없다. 자기 독자를 그대로 끌고 오는 인플루언서의 무게가 다시 커지는 이유다.

뉴스룸이 택할 가장 빠른 길은 서브스택 인재를 통째로 영입하거나, 위험이 낮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성장한 뉴스레터 ‘Your Local Epidemiologist’를 쓰는 케이틀린 제텔리나는 구독자 40만 명 이상으로 과학 부문 상위권에 있다. 공중보건과 허위정보 반박에 초점을 둔 그의 색깔은 CNN 같은 매체와 맞물릴 여지가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소셜·숏폼의 최상위 목소리를 이길 수는 없다. 대신 그 채널에 올라타 권위 있는 목소리를 검증해 주며, 신뢰할 만한 건강·웰니스 목적지를 만들 수는 있다. AI가 쏟아내는 저품질 콘텐츠와 소셜미디어 허위정보의 시대에, 그 신뢰가 마지막 차별점이 될지 모른다. 다만 경쟁자가 넘쳐나는 이 시장에서 나눠 가질 몫은 넉넉하지 않다.

한국 미디어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구독 모델 전환과 버티컬 강화, 크리에이터 제휴라는 과제는 국내 언론과 K콘텐츠 사업자가 동시에 마주한 흐름이다. 신뢰받는 브랜드가 전문 창작자의 목소리를 검증하고 묶어 내는 방식은 웰니스뿐 아니라 다른 연성 분야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다.

■ 참고 자료

· Puck, Julia Alexander, ‘The Wellness Wars’(2026. 6. 13.) — 원 보도

· McKinsey & Company, ‘Future of Wellness’ 조사(2024·2025)

· Pew Research Center, Z세대 건강·웰니스 정보 소비 조사

· 뉴욕타임스 컴퍼니 2025년 4분기·연간 실적 발표(2026. 2. 4.)

· GLP-1 시장 규모: Grand View Research, Fortune Business Insights 등 시장조사기관 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