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억 vs 409억, 역전의 카운트다운...SBS의 도전
547억 vs 409억, 역전의 카운트다운
— 레거시의 역습 —
AI로 무장한 美 미디어 4강의 반격, 그리고 SBS가 여는 '제3의 길'
2027년, 미국 리니어 TV 광고 547억 달러, CTV 광고 409억 달러. 격차는 138억 달러. 하지만 두 선의 기울기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2029~2030년, 역전이 온다. 미국 TV 광고 역사상 처음으로 스트리밍이 전통 방송을 추월하는 순간이다. 디즈니·NBCU·WBD·파라마운트, 미국 레거시 미디어 4강은 이 역전의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AI와 데이터 기술로 무장한 '역습'에 나섰다.
2026년 한국도 움직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회장단이 CES 2026을 방문해 AI 혁신 전략을 모색한 가운데, SBS가 미국 지상파 싱클레어와 손잡고 ATSC 3.0 기반 K-콘텐츠 채널 개설에 합의했다. OTT도 AI 플랫폼도 아닌, '제3의 길'을 개척한 SBS의 전략이 주목된다.
1. 시장 현황: 광고 매출, CTV, 지상파 역전 눈 앞
이마케터(Emarketer)의 최신 전망치가 그리는 그래프는 미국 TV 광고 시장의 구조적 대전환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의 궤적, 그리고 그 너머로 이어지는 두 개의 선이 서로 다른 운명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프] 미국 TV 광고 시장 전망 2021-2027 (자료: Emarketer, Axios Visuals)
파란색 실선이 그리는 리니어(Linear) TV 광고의 궤적을 보자. 2021년 약 640억 달러에서 출발해 2022년 670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그 이후 완만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23년부터 점선으로 표시된 구간은 전망치다. 이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다. 2027년 전망치는 547억 달러. 정점 대비 18% 감소다.
반면 노란색 선이 그리는 CTV(Connected TV) 광고의 궤적은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2021년 173억 달러에서 출발해 2027년 409억 달러에 도달한다. 6년간 136% 성장, 연평균 성장률(CAGR) 15%에 달하는 고속 성장이다. 2027년 기준 두 시장의 격차는 138억 달러. 하지만 두 선의 기울기를 연장하면, 2029~2030년경 역전이 예상된다.
흥미로운 것은 '라이브의 역설'이다. 슈퍼볼, 올림픽, NFL 같은 라이브 스포츠가 여전히 시청률을 견인한다. 하지만 광고비 하락을 막지 못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광고주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도달률(Reach)'에서 '타겟팅 정밀도(Targeting Precision)'와 '측정 가능성(Measurability)'으로. 수천만 명에게 동일한 광고를 보여주는 것보다, 구매 가능성이 높은 10만 명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고 그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시대가 됐다.
■ 미국 TV 광고 시장 전망 (단위: 억 달러)
구분 | 2021년 | 2027년(E) | 증감률 |
CTV 광고 | 173 | 409 | +136% |
리니어 TV 광고 | 670 | 547 | -18% |
2. 레거시의 역습: AI·데이터·새 포맷으로 무장하다
미국 미디어 대기업들은 2029~2030년의 '역전'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CES 2026에서 일제히 혁신 카드를 꺼냈다.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다. AI(인공지능), 데이터 통합, 새로운 광고 포맷. 수십 년간 축적한 프리미엄 콘텐츠와 라이브 역량을 첨단 기술과 결합해 CTV 시대에도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즈니: AI가 광고를 만들고, AI가 성과를 측정한다
디즈니는 CES 2026에서 6번째 '글로벌 테크 & 데이터 쇼케이스'를 개최하며 AI 중심의 광고 혁신을 선보였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AI 영상 생성 도구다. 광고주가 기존에 보유한 브랜드 자산(로고, 이미지, 영상 클립 등)을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CTV용 광고를 생성한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다. 오디언스(시청자층), 맥락(콘텐츠 장르), 배치(플랫폼)별로 최적화된 크리에이티브 버전을 만들어낸다.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Known'과 'Instinct Pet Food'가 테스트 파트너로 참여했다.
AI 기획 도구도 출시했다. 광고주의 목표, 타겟 오디언스, 캠페인 타이밍을 AI가 자동으로 파악해 미디어 플래닝을 지원한다. 디즈니 광고 부문 수석부사장 제이미 파워는 "미디어 플래닝이 '경험 수준 플래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 컴패스(Disney Compass)' 플랫폼도 확장됐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지원에 이어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확대를 예고했다. 브랜드 포털을 통해 광고주는 캠페인 성과를 통합적으로 조회하고, AI가 요약한 인사이트를 받아볼 수 있다. 세로형 동영상 포맷도 도입한다. ESPN 앱에서 'Verts'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세로형 동영상이 성공하자, 디즈니플러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NBCU: 라이브의 가치를 AI로 극대화하다
NBC 창사 100주년(2026년)을 앞둔 NBCUniversal은 '라이브 콘텐츠'라는 자사의 핵심 자산을 AI 기술로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핵심은 '라이브 토탈 임팩트(Live Total Impact)'다. 슈퍼볼, 올림픽, NBA 올스타 위켄드 등 대형 라이브 이벤트 시청자를 크로스플랫폼으로 리타겟팅하는 업계 최초의 도구다.
선데이 나이트 풋볼(Sunday Night Football) 베타 테스트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경쟁 스트리밍 플랫폼 대비 인지도·기억도 10% 상승, 검색 참여 77% 증가, 웹사이트 방문 1.8배 상승. 라이브 이벤트를 시청한 후 리타겟팅된 시청자는 그렇지 않은 시청자 대비 웹사이트 방문이 6.8배 높았다.
'AI 맥락 타겟팅'도 출시했다. 라이브 콘텐츠를 AI가 실시간으로 스캔해 광고를 최적의 순간에 자동 배치한다. 럭셔리 브랜드 베타 테스트 결과, 비보조 브랜드 인지도 10% 상승, 검색 참여 56% 상승을 기록했다. 피콕의 '일시정지 광고'는 광고 기억도 68% 상승, 매장 방문 106% 상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세로형 동영상 포맷은 2026년 전체 광고주에게 개방된다. 피콕 모바일 시청은 4년간 244% 증가했고, 숏폼 콘텐츠 시청은 1년간 257% 증가했다. 구글·팀USA·LA28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과 2028년 LA 올림픽의 시청 경험을 AI로 강화한다.
WBD: 멀티-커런시 시대, 측정의 표준을 다시 쓰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는 '측정(Measurement)'에 집중했다. CTV 시대의 핵심 과제는 리니어와 디지털을 아우르는 통합 측정이다. WBD는 비디오앰프(VideoAmp)와 다년 계약을 체결해 멀티-커런시 측정 체계를 구축했다.
데이터 클린룸 기술 성과가 인상적이다. 전통적 서드파티 방식 대비 타겟팅 가능 ID가 3.2배 증가했고, 크로스플랫폼 캠페인에서 14% 추가 디지털 도달을 달성했다. 닐슨과도 빅데이터+패널 기반 다년 계약을 체결해 측정 옵션의 다양성을 확보했다. 영국·아일랜드에서는 스카이 미디어와 손잡고 2026년 초 HBO Max 출시를 준비한다.
파라마운트: CTV와 오픈웹을 연결하고, 스트리밍을 이벤트화하다
파라마운트는 타불라(Taboola)와 '퍼포먼스 멀티플라이어'를 출시해 CTV 광고를 오픈웹 9,000개 이상 퍼블리셔 인벤토리로 확장했다. CTV의 강점(브랜드 도달)과 오픈웹의 강점(측정 가능성)을 결합한 것이다. 타불라 CEO 아담 싱골다는 "성과 확인 없이 지출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스트리밍 픽스드 유닛'은 스트리밍 콘텐츠를 '이벤트'로 만드는 전략이다. 인기 프로그램의 신규 에피소드가 공개되면, 7일간 특정 광고 배치가 고정된다. '랜드맨' 시즌1이 매주 일요일 밤 파라마운트+에 엄청난 트래픽 급증을 일으킨 것에서 착안했다. 스트리밍 콘텐츠를 스포츠 중계처럼 '이벤트화'하는 전략이다.
■ 미국 레거시 4사 주요 혁신 (CES 2026 기준)
기업 | 주요 혁신 | 핵심 성과/특징 |
디즈니 | AI 영상 생성, AI 기획, 디즈니 컴패스 | 기획-측정 통합, 세로형 동영상 도입 |
NBCU | 라이브 토탈 임팩트, AI 맥락 타겟팅 | 인지도 10%↑, 검색참여 77%↑, 방문 6.8배 |
WBD | 비디오앰프·닐슨 다년 계약 | 타겟팅 ID 3.2배, 디지털 도달 14%↑ |
파라마운트 | 퍼포먼스 멀티플라이어, 픽스드 유닛 | CTV+오픈웹 결합, 스트리밍 이벤트화 |
3. 한국 방송의 대응: SBS가 여는 '제3의 길'
스트리밍 서비스도 AI 플랫폼도 아닌, 새로운 경로의 개척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의 공식은 명확해 보였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그들의 가입자 기반과 알고리즘 추천의 힘을 빌려 세계로 나가는 것.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무빙〉이 이 공식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SBS는 다른 길을 열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지상파'. AI 플랫폼이 아닌 'K-콘텐츠 IP'. 미국 레거시 미디어가 보유한 인프라를 활용해 K-콘텐츠의 새로운 유통 경로를 개척하는 전략이다.
한국방송협회 회장단, CES 2026 현장에 서다
한국방송협회 회장단이 CES 2026 현장을 찾았다. 방문신 SBS 사장(협회장), 박장범 KBS 사장(부회장), 안형준 MBC 사장(부회장)이 1월 6~9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다. 각 사 AI 담당 부서장이 동행해 최신 미디어 기술 트렌드를 점검하고 글로벌 미디어 관계자와 접촉했다. 최형두 국회의원도 공식 컨퍼런스 세션에 참석해 AI 파급력, 정책 대응, 국제 협력을 논의했다.
방문신 협회장은 "AI 기술은 미디어 산업의 제작 방식과 유통 구조, 수익 모델 전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협회 차원의 CES 방문은 AI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우리 방송 산업의 혁신적 미래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밝혔다.
SBS-싱클레어: 넷플릭스 너머의 '두 번째 경로'
CES 2026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SBS와 싱클레어(Sinclair)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1월 8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핵심은 ATSC 3.0 기반 'K-콘텐츠 채널' 개설이다. 한국 지상파 콘텐츠가 미국 지상파 방송망으로 직접 송출되는 최초 사례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 시대의 대안이다. 미국 가정의 평균 스트리밍 구독 수는 4.5개. 월 지출은 61달러를 넘어섰다. 넷플릭스, 디즈니+, 맥스, 피콕... 소비자는 지쳤다. ATSC 3.0 기반 K-콘텐츠 채널은 무료다. 안테나만 있으면 된다. K-콘텐츠 접근성이 '유료 구독자'에서 '전체 TV 시청자'로 확대된다.
둘째, 플랫폼 의존도 분산이다.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의 1막은 넷플릭스가 썼다. 하지만 플랫폼 의존은 양날의 검이다. 알고리즘이 바뀌면? 수수료가 오르면? 계약 조건이 불리해지면? SBS-싱클레어 파트너십은 K-콘텐츠 해외 유통의 '두 번째 경로'를 여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넷플릭스와 병행하는 멀티 채널 전략이다.
셋째, ATSC 3.0의 기술적 장점이다. 단순한 방송 송출이 아니다. ATSC 3.0은 지상파와 초고속 인터넷을 결합한 차세대 기술이다. 4K/HDR 화질, 인터랙티브 기능, 타겟 광고가 가능하다. 디즈니와 NBCU가 CTV에서 구현하려는 '정밀 타겟팅'이 지상파에서도 가능해진다. SBS는 콘텐츠를, 싱클레어는 인프라와 광고 기술을 제공하는 윈-윈 구조다.
방문신 SBS 사장은 "미국 지상파로 SBS 콘텐츠가 송출되면, 그만큼 많은 미국인들이 SBS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돼 매우 기대된다"며 "K-방송 콘텐츠 확산을 위해 글로벌 미디어그룹과의 협력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싱클레어의 델 파크스 기술총괄사장은 "ATSC 3.0의 강력한 데이터 전송 능력과 SBS 콘텐츠가 결합하면 새로운 시청 경험과 유통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문신 사장의 '스피어 구상': K-콘텐츠를 '경험'으로 확장하다
'넥스트 K-웨이브 엔터테크 포럼' 축사에서 방문신 사장은 더 큰 그림을 제시했다. "SBS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올라갈 때마다 넷플릭스 코리아 '톱10'의 상당 부분을 장식한다." K-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제안은 라스베이거스 '스피어(Sphere)'와의 협력 구상이다. 스피어는 MSG가 23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한 세계 최대 구형 공연장. 내부 16K LED 스크린, 외부 120만 개 LED 퍽으로 덮인 이 건물은 '몰입형 경험'의 상징이다.
방 사장의 구상은 이렇다. 서울에서 열리는 〈SBS 가요대전〉을 AI와 XR(확장현실)로 실시간 변환해 라스베이거스 스피어로 송출한다. 미국 팬은 스피어에서, 한국 팬은 서울에서, 동시에 같은 공연을 '경험'한다. K-콘텐츠가 '보는 콘텐츠'에서 '경험하는 콘텐츠'로 진화하는 순간이다.
"방송 산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거쳐 이제 AI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 서 있다"며 "K-콘텐츠가 '보는 콘텐츠'를 넘어 '경험하는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도록 AI와 콘텐츠가 결합하는 혁신의 해법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고삼석 교수: "콘텐츠 수출을 넘어, 공진화(Co-Evolution)로"
'넥스트 K-웨이브 엔터테크 포럼' 기조연설에서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콘텐츠 산업은 이제 단순한 생산과 소비, 수출과 수입의 관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가 제안한 것은 '한미 엔터테크 동맹(US-Korea EnterTech Alliance)'이다. 단순히 K-드라마를 미국에 파는 것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OTT, AI 플랫폼 사업자, 콘텐츠 제작자,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번 CES에서 확인된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XR 기기의 고도화, 자율주행·디지털 트윈 등의 흐름에 K-콘텐츠 IP를 결합하는 시도를 한미 관련 사업자들이 함께 해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왜 '동맹'인가? 미국은 AI·XR·자율주행 기술의 최전선이다. 한국은 K-팝, K-드라마, K-웹툰이라는 글로벌 검증된 IP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과 콘텐츠가 결합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개별 기업이 하면 비용과 리스크가 크다. 양국 정부와 사업자가 '동맹' 형태로 협력하면 R&D 비용 분담, 시장 접근성 확대, 규제 조율이 가능해진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더 깊은 문화적 공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넥스트 한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그의 말은 K-콘텐츠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한다. K-콘텐츠 1.0이 '수출'이었다면, K-콘텐츠 2.0은 '공진화(Co-Evolution)'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팔고 미국이 사는 구조가 아니라, 양국이 함께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창조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고 교수는 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대한민국 AI 행동계획'의 핵심 내용도 소개하며 "한 단계 더 발전된 한-미 정부 및 사업자 간 협업과 공진화 모델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고삼석 교수 제안 '한미 엔터테크 동맹' 구상
기술 분야 | 한미 공동 사업 구상 |
생성형 AI | 다국적 가상 아이돌 공동 제작 — 한국 K-팝 프로듀싱 + 미국 AI 기술 |
XR/AR | 글로벌 K-팝 팬 콘서트 — XR·AR로 서울-LA-도쿄 실시간 연결 |
자율주행/커넥티드카 | 인카(In-Car) K-콘텐츠 — 이동 중 개인 맞춤형 K드라마·K웹툰 |
4. 시사점: K-콘텐츠에 열리는 세 개의 문
미국 TV 광고 시장의 구조적 재편은 K-콘텐츠에 세 개의 문을 열어준다.
첫 번째 문: FAST, '무료'의 힘
CTV 광고 시장의 고속 성장(연평균 15%)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생태계의 폭발적 확장이다. 투비(Tubi), 플루토TV(Pluto TV), 프리비(Freevee)... 미국 소비자는 '무료'에 열광하고 있다.
K-콘텐츠에 이것은 기회다. 넷플릭스·디즈니+ 구독료를 내지 않는 미국인도 K-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된다. SBS-싱클레어 파트너십의 ATSC 3.0 채널도 같은 맥락이다. 유료 OTT의 벽을 넘어, K-콘텐츠가 '매스 마켓'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린다.
두 번째 문: 정밀 타겟팅, '한류 팬'을 찾아내는 기술
AI 맥락 타겟팅, 데이터 클린룸, 크로스플랫폼 측정. 미국 레거시 4사가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이 기술들은 K-콘텐츠 광고주에게도 무기가 된다.
예를 들어보자. NBCU의 '라이브 토탈 임팩트'는 슈퍼볼 시청자를 리타겟팅해 웹사이트 방문 6.8배 증가를 달성했다. 같은 기술을 K-콘텐츠에 적용하면? 〈오징어 게임〉 시즌3 시청자를 리타겟팅해 한국 식품 브랜드 광고를 노출하고, 그 효과를 월마트나 인스타카트 구매 데이터로 측정할 수 있다. '한류 팬'이라는 모호한 집단이 아니라, '지난주에 K-드라마를 3편 이상 시청하고 한국 라면을 구매한 25-34세 여성'이라는 정밀한 타겟이 가능해진다.
세 번째 문: 세로형 동영상, 숏폼 강국의 기회
디즈니와 NBCU가 앞다투어 도입하는 세로형 동영상 포맷. 피콕 모바일 시청 244% 증가, 숏폼 시청 257% 증가라는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TV는 이제 '가로'만이 아니다.
한국은 숏폼 강국이다. 틱톡에서 K-팝 챌린지가 바이럴되고, 유튜브 쇼츠에서 K-드라마 하이라이트가 수천만 뷰를 찍는다. 이 역량이 미국 CTV의 세로형 광고 인벤토리와 결합하면? K-드라마 명장면 60초 클립 + 한국 뷰티 브랜드 세로형 광고. K-팝 뮤직비디오 티저 + 한국 패션 브랜드 세로형 광고. 콘텐츠와 광고의 새로운 결합이 가능해진다.
5. 결론: 역전의 날, 누가 웃을 것인가
547억 달러 vs 409억 달러.
2027년 미국 리니어 TV 광고와 CTV 광고의 격차는 138억 달러다. 하지만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울기'다. 하나는 내려가고, 하나는 올라간다. 두 선이 교차하는 날, 2029~2030년이 온다.
그날의 승자는 누구일까?
'CTV'라는 기술이 아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승자는 변화에 적응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미국 미디어 4강은 레거시의 약점(하락하는 리니어 광고)을 한탄하지 않는다. 레거시의 강점—수십 년간 축적한 프리미엄 콘텐츠, 슈퍼볼과 올림픽이라는 라이브 자산, 광고주 관계와 인프라—을 AI·데이터 기술과 결합해 CTV 시대에도 가치를 유지하려 한다. 이것이 '레거시의 역습'이다.
한국 지상파의 선택은 달랐다. SBS는 AI 플랫폼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K-콘텐츠라는 검증된 IP를 무기로, 미국 레거시 미디어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넷플릭스가 K-콘텐츠 글로벌 확산의 1막을 썼다면, SBS-싱클레어 파트너십은 '지상파'라는 제3의 경로를 여는 2막의 시작이다.
고삼석 교수가 제안한 '한미 엔터테크 동맹'은 3막의 청사진이다. 단순한 콘텐츠 수출을 넘어, AI·XR·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과 K-콘텐츠 IP가 결합하는 '공진화' 모델. 한국이 콘텐츠를 팔고 미국이 사는 1.0 시대에서, 양국이 함께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창조하는 2.0 시대로의 전환이다.
역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날, 누가 웃을 것인가.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전략의 문제다. 그리고 전략은 선택이다. 미국 레거시는 AI를 선택했다. SBS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고삼석 교수는 공진화를 선택했다.
547억 vs 409억.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두 선이 교차하는 그날, 준비된 자만이 웃을 것이다.
자료: Emarketer, Axios Visuals, Disney, NBCUniversal, WBD, Paramount, Taboola, VideoAmp, SBS, 한국방송협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