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공간AR 스타트업 일루믹스 인수…‘스펙스’ 양산 앞두고 AR 플랫폼 경쟁 가속

매핑·공간 컴퓨팅 기술 흡수…올가을 약 2500달러 소비자용 AR 안경 출시 정조준

스냅(Snap)이 공간 증강현실(AR) 스타트업 일루믹스(Illumix)를 인수했다. 스냅챗 모회사 스냅은 일루믹스의 공간 매핑 기술과 플랫폼을 차세대 AR 안경 ‘스펙스(Specs)’에 통합하고, 일루믹스 인력 대부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거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출시를 앞둔 스펙스의 ‘실세계 인식’ 성능을 끌어올려 본격 소비자 시장 진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는 행보다.

이번 인수는 컴퓨팅 주도권이 스마트폰에서 안경형 기기로 이동하는 국면에서 나왔다. 메타가 라이방 메타로 시장을 키운 데 이어, 구글과 삼성은 안드로이드 XR 진영을 꾸려 추격하고 있고, 애플도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에실로룩소티카는 지난해 라이방·오클리 스마트안경을 700만 대 넘게 팔며 직전 연간 판매량을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지금까지 출시된 제품 대부분은 카메라·음성비서 중심의 ‘스마트안경’에 머물렀고, 양안(兩眼) 디스플레이로 디지털 객체를 실제 공간에 겹쳐 보여주는 ‘진짜 AR 안경’을 소비자 규모로 내놓은 곳은 아직 없다. 스냅이 11년간 3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이유이자, 일루믹스를 사들인 배경이다.

공간 매핑 역량 흡수…“실세계 경험 확장” 겨냥

스냅이 일루믹스에 주목한 지점은 매핑 기술을 대규모로 확장하고 이를 실세계 경험으로 구현해온 역량이다. 스냅은 일루믹스의 기술과 플랫폼을 스펙스에 그대로 채택할 계획이다. 2017년 키린 신하(Kirin Sinha)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일루믹스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잇는 AR 제품에 집중해 왔다. 2019년 출시된 인기 게임 ‘파이브 나이츠 앳 프레디스(Five Nights at Freddy’s)’의 AR 버전을 공동 개발했고, 변화하는 환경을 인식·반영하는 등 인공지능(AI)을 물리 공간에 접목하는 작업에 무게를 실어 왔다.

스펙스 독립법인 출범…6월 16일 AWE서 공개 예고

스냅은 지난 1월 AR 안경 사업을 전담하는 독립 자회사 ‘스펙스(Specs Inc.)’를 출범시키며 사업에 속도를 냈다. 6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리는 증강현실 박람회 AWE(Augmented World Expo)에서 추가 소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에반 스피겔 CEO는 이 행사에서 ‘컴퓨팅을 더 인간답게(Making Computing More Human)’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스펙스는 외부 단말이나 스마트폰에 연결하지 않는 독립형(standalone) 기기로, 머리·손 추적과 실시간 공간 메싱을 갖춘 양안 디스플레이를 지향한다. 라이방 메타가 한쪽 눈에 고정형 정보창(HUD)을 띄우는 방식에 그치는 것과는 구조가 다르다. 업계에서는 스펙스가 올가을 약 2500달러 안팎에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가 진짜 AR 안경을 2027년, 애플이 2028년 이후로 잡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스냅이 ‘소비자용 본격 AR 안경’ 1호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 이후 가장 중요한 전환”…수직계열화로 승부

스냅은 올해 1분기 매출 15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 늘었고, 순손실은 8900만 달러로 한 해 전(1억3960만 달러)보다 폭을 줄였다. 분기 주주서한에서 스냅은 스마트안경을 두고 스마트폰 등장 이후 가장 중요한 컴퓨팅 전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렌즈 스튜디오(Lens Studio), 스냅 OS, 스펙스로 이어지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수직계열화와 대규모 AR 플랫폼·개발자 생태계를 함께 갖춘 만큼 그 미래를 자사가 주도할 위치에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스냅은 안경용으로 개발된 렌즈(Lenses)가 전년 대비 28% 늘었다고 밝혔다. 스냅챗 일일활성이용자(DAU)는 1분기 4억8300만 명으로 전년보다 5% 증가했다. 카메라 기반 AR 사용 경험과 개발자 풀을 안경 플랫폼으로 옮겨오겠다는 전략의 토대다.

관전 포인트

경쟁 구도는 진영 대결로 굳어지고 있다. 구글은 올해 안드로이드 XR 기반 안경을 워비파커·젠틀몬스터·삼성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고, 삼성도 코드명 ‘진주(Jinju)’로 알려진 보급형 안경을 준비 중이다.

동시에 프라이버시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라이방 메타의 촬영 영상이 외부 검토 과정에 노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규제 당국이 들여다보기 시작한 만큼, 실세계를 상시 인식하는 AR 안경에는 데이터 처리·동의 설계가 시장 신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스냅이 일루믹스의 공간 인식 기술을 어떤 사용자 경험과 프라이버시 설계로 풀어낼지는 6월 16일 AWE 무대에서 1차 윤곽이 드러난다.

자료: Variety(2026.6.4), Snap 투자자 자료 및 주주서한, AWE USA 2026, 업계 보도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