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슈퍼팬'에 콘서트 티켓 2장 먼저 판다… 라이브네이션과 다년 계약·UMG와는 AI 리믹스 라이선스
'Reserved' 기능 올여름 미국 우선 도입 / 프리미엄 가입자 중 스트리밍·공유 활동 상위 팬 선별 / 발표 직후 주가 장중 17% 급등 / 쇠더스트룀 "생성형 시대의 미디어 플레이어가 될 것"
글로벌 1위 오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가 인기 아티스트의 콘서트 티켓 두 장을 일반 판매 전에 자사 '슈퍼팬' 가입자에게 먼저 살 수 있도록 따로 떼어 두는 'Reserved(예약)' 기능을 도입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동시에 유니버설뮤직그룹(UMG)과는 가입 아티스트의 곡을 사용자가 직접 리믹스·커버할 수 있게 해주는 AI 도구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시장의 가입자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콘서트 티켓팅·창작 도구·AI를 새로운 수익 레이어로 끌어들이려는 플랫폼의 다음 단계 사업 모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21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이 같은 라이브·AI 사업 확장 계획을 공개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장중 17% 급등했다. 음악 스트리밍에 집중해 온 회사가 라이브 음악 시장과 생성 AI 영역으로 사업 축을 동시에 넓힌다는 신호를 시장이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리저브드(Reserved) 기능은 올여름 미국에서 먼저 도입되고, 이후 다른 시장으로 확대된다. 스포티파이는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콘서트 프로모터이자 티켓 판매 사업자인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과 다년 계약을 맺었다. 예약 대상이 되려면 프리미엄 가입자여야 하고,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을 앱 안에서 얼마나 많이 듣고 얼마나 자주 공유했는지가 선별 기준이 된다. 스포티파이가 보유한 청취 데이터를 그대로 '팬덤 등급'으로 환산해 티켓 분배에 적용하는 구조다. 예약된 티켓을 산다는 통보를 받은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구매 시간은 약 하루다.
이번 기능이 겨냥하는 지점은 인기 공연 티켓팅을 둘러싼 오랜 불만이다.
온라인 티켓 판매는 긴 대기 행렬, 빠른 매진, 봇과의 경쟁으로 늘 비판을 받아 왔다. 아티스트 팬클럽 회원이나 특정 카드사 등 소규모 그룹에 열리는 사전 판매조차 좌석은 적은데 줄은 길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스포티파이 라이브 음악 부문 시니어 디렉터 르네 폴커(Rene Volker)는 투자자의 날에서 "봇과 경쟁할 일도, 사전 판매 코드를 찾아 헤맬 일도 없다. 그저 당신 몫으로 두 장이 따로 잡혀 있을 뿐"이라며 "왜냐고? 그동안의 청취 활동으로 그만큼의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발표가 갖는 산업적 함의는 단순한 부가 서비스를 넘어선다. 글로벌 음반 산업이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에는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루미네이트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스트리밍 매출 성장률은 2019년 19.9%에서 2024년 3.6%로, 글로벌은 21.83%에서 7.4%로 낮아졌다. 실물 음반과 다운로드는 장기적으로 정체하거나 감소했고, 스트리밍이 시장을 떠받쳐 왔다. 하지만 주요 시장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추가 성장 여지는 줄어들고 있다. 업계는 이제 가입자 증가보다 가격 인상, 광고 기반 요금제, 번들 전략 같은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무게를 옮기는 분위기다.
음악 스트리밍 단가가 정체된 시장에서 라이브 음악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빠르게 커진 수익 풀이 됐다. 라이브네이션의 작년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K팝부터 슈퍼스타급 글로벌 투어까지 공연 시장은 콘서트 한 회당 수익 구조가 음반·스트리밍 수익을 압도하는 흐름이 굳어졌다. 스포티파이가 청취 데이터를 티켓 분배 권한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음악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견(스트리밍) → 소비(공연) → 충성(굿즈·팬덤)'을 잇는 길목에 플랫폼이 직접 들어선다는 의미가 된다.
AI 영역에서는 UMG와의 합의가 무게중심이다. 스포티파이는 UMG 산하 아티스트와 작곡가 가운데 참여 의사를 밝힌(opt-in) 이들의 곡을 사용자가 리믹스하고 커버할 수 있게 해주는 AI 도구를 출시한다. 사용자가 만든 결과물은 다른 스포티파이 이용자도 들을 수 있게 공개되며, 이 도구는 프리미엄 가입자 대상의 유료 부가 서비스 형태로 제공된다. 출시 시점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는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이 스트리밍 정산과는 별개로 아티스트·작곡가에게 추가 수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포티파이 공동 최고경영자(CEO) 구스타프 쇠더스트룀(Gustav Söderström)은 "생성형 시대에 걸맞은 미디어 플레이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며 "스포티파이가 그 자리에 설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음악 산업 전반이 AI에 의해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작품이 무단으로 변형·재활용되는 문제로 고심해 온 가운데, 스포티파이는 메이저 레이블과의 공식 라이선스를 발판으로 AI 음악 생성 시장에 직접 진입하는 첫 번째 글로벌 스트리머가 됐다. 라이선스를 거치지 않은 AI 음악 서비스에 대한 음악 업계의 견제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법 채널 안에서 AI 창작 수요를 흡수하는 사업자가 누가 될 것이냐의 자리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스포티파이는 같은 자리에서 AI가 생성하는 '퍼스널 팟캐스트(personal podcasts)' 기능도 함께 공개했다. 사용자가 "오늘 우리 동네 소식을 요약해 주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지역 공연 정보도 알려 달라"는 식의 지시를 입력하면, AI가 짧은 맞춤형 에피소드를 만들어 들려주는 방식이다. 음악·팟캐스트·오디오북에 이어 사용자 개인 맞춤형 오디오 콘텐츠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수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청취 시간을 자사 안에서 더 오래 붙잡아 두려는 의도가 읽힌다.
한국 음악·콘텐츠 시장 입장에서 이번 발표는 시장 구도 자체를 흔드는 변수에 가깝다.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투어 티켓팅이 매번 봇·암표·대기 행렬 문제로 잡음을 일으켜 온 상황에서, 스포티파이가 자사 청취 데이터를 그대로 슈퍼팬 선별 권한으로 전환한 모델은 한국 팬덤 플랫폼·티켓 사업자가 마주하게 될 새로운 형태의 경쟁이다. 멜론·지니·바이브 같은 국내 스트리밍 사업자와 인터파크·예스24·NOL 같은 티켓 사업자가 분리돼 있는 한국 시장 구조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지점이다. AI 라이선스 쪽도 무게가 적지 않다.
UMG와 스포티파이가 만든 옵트인 기반 AI 리믹스 모델은, 한국 음원·저작권 단체가 글로벌 AI 음악 서비스와 어떤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냐는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한다. AI 음악 생성을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라이선스 구조로 한국 아티스트·작곡가에게 추가 수익이 흘러들도록 할 것인가로 협상의 무게중심이 이미 옮겨 가고 있다.
한편, 음악 산업의 무게중심이 '대중'에서 '슈퍼팬(Super Fans)'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루미네이트(Luminate) 에 따르면 미국 음악 청취자 중 슈퍼팬으로 분류되는 비중은 전체의 18%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압도적인 소비력과 충성도가 아티스트와 산업 전체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미네이트는 아티스트 및 그 콘텐츠와 다섯 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교류하는 팬을 슈퍼팬으로 정의하며, 이번 조사는 총 27,291명(슈퍼팬 5,24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이 보여주는 참여도는 일반 청취자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프라인 라이브 공연 참석 의향에서 슈퍼팬은 88%에 달해 미국 평균(53%)을 압도했고, 친구나 가족에게 아티스트 이야기를 한다는 응답도 79%로 평균(39%)의 두 배에 이르렀다. 가상 라이브 공연 참석(68% vs 28%), 굿즈 구매(72% vs 25%), LP·CD 등 실물 음반 구매(65% vs 26%) 등 모든 영역에서 슈퍼팬은 일반 청취자를 두세 배 차이로 앞섰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깊숙이 참여하고 지갑을 여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집단인 셈이다.
가격 저항력에서도 슈퍼팬은 차별화된다. 루미네이트 2025년 1분기 조사에서 스트리밍 요금이 1달러 인상될 경우 "해지 가능성이 전혀 없다 또는 낮다"고 답한 슈퍼팬은 61%로, 미국 전체 평균(51%)보다 10%포인트 높았다. 가격이 3달러 오를 때조차 슈퍼팬의 해지 저항력은 일반 사용자보다 견고했다. 업계가 슈퍼팬을 '걸어 다니는 매출원'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이 시장을 가장 앞서 공략하는 곳은 아시아 기업들이다. 한국의 HYBE 와 중국의 텐센트뮤직(TME) 이 글로벌 슈퍼팬 비즈니스의 양대 선두주자로 꼽힌다. HYBE의 분기별 팬클럽 매출은 2022년 1분기 1,021만 달러에서 2024년 4분기 2,119만 달러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으며, 슈퍼팬 전용 앱 위버스(Weverse) 가 꾸준한 매출과 이용자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TME 역시 고가의 '슈퍼 VIP' 구독 티어 덕분에 올해 1분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직접 구독 기반의 Patreon 같은 플랫폼이 이미 슈퍼팬 경제의 토대를 닦아둔 상황에서, 음악 업계는 이 개념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 잠재력도 막대하다. 골드만삭스 의 2025년 보고서 '뮤직 인 디 에어(Music in the Air)'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슈퍼팬은 1억 7,800만 명, 일반팬은 7억 1,3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이 창출할 유료 스트리밍 매출은 각각 74억 달러, 149억 달러로 추산되며, 슈퍼팬 대상 프리미엄 상품이 본격화될 경우 43억 달러(기존 매출 대비 +24%) 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출처
The Wall Street Journal(Katherine Sayre, Anne Steele, 2026.5.2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