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lair’s Scripps Bid Accelerates America’s Broadcast Consolidation—and Raises the Stakes for Korean Media

America’s Local Broadcast Shakeup: Sinclair–Scripps Merger and Its Impact on Korean Media Industry

America’s local broadcast sector is again in the midst of sweeping consolidation. Sinclair Broadcast Group—already operator of 185 stations nationwide—has formally announced efforts to acquire E.W. Scripps, which owns 61 local TV stations, by recently acquiring an 8% stake on the open market. The offer, reportedly valuing Scripps shares at roughly triple their recent trading price, would significantly reshape the U.S. broadcasting landscape if successful. This move follows other landmark transactions like Nexstar’s $6.2 billion acquisition of Tegna, which made Nexstar the nation’s largest station owner.

Sinclair’s pursuit, revealed in a November SEC 13D disclosure, marks a dramatic escalation following months of private talks. While Sinclair emphasizes a strategic vision—arguing that only scale can ensure local broadcasters’ competitiveness against streaming giants and big tech—Scripps has responded sharply, decrying Sinclair’s “opportunistic behavior” and vowing to protect shareholder value and company independence. Scripps’ board has left the door open to further negotiation but maintains a firm stance for now, potentially setting the stage for a hostile takeover scenario.

Sinclair maintains that “scale is survival”—claiming enhanced size not only cuts costs, but also strengthens the public service role of local broadcasters, helping them preserve local news and community ties. The group estimates over $300 million in annual cost savings post-merger and says the new combined company would offer shareholders up to three times Scripps’ current share value without requiring additional debt financing.

The broader context is a broadcast industry reeling from structural challenges: cord-cutting, declining linear viewership, rapidly shifting ad dollars toward streaming and digital, and intensifying competition from global OTT heavyweights such as Netflix and Disney+. Sinclair, Nexstar, and others are convinced that only aggressive mergers and large-scale integration will keep U.S. broadcasters relevant and solvent in the streaming era.

Key driver for these M&A waves is policy anticipation. The 2025 inauguration of President Trump and FCC Chairman Brendan Carr has lifted industry hopes that regulatory barriers to further consolidation will ease, reversing years of ownership caps and regulatory scrutiny. Advocates argue that amid severe market disruption, previously forbidden deals are now essential for local broadcasters’ survival and future competitiveness.

Still, formidable hurdles remain: any Sinclair–Scripps merger would face close FCC review, given the federal 39% national ownership cap and longstanding concerns over local media diversity and monopoly power. Critics warn that concentration risks weakening community journalism and diluting the public interest mandate.

Implications for Korea: Survival Means Scale
This consolidation trend provides key lessons for Korea. Korean broadcasters are simultaneously facing declining TV ad revenues (down 28% since 2019), rapid digital ad growth, and surging competition from global OTTs like Netflix, whose Korean market share now approaches 45% and annual content investment tops 1 trillion won—several times that of even Korea’s largest local OTTs. Korean services such as TVING and wavve, even after their ongoing merger, still lag far behind global titans in both user base and capital.

Korea’s regulatory landscape remains stricter than America’s, with cross-ownership and size limits hampering large media mergers, though OTT-only integration (where such rules don’t apply) is stirring growing industry debate. The lesson from the U.S.—that “scale is survival”—is increasingly resonant: unless Korean media pursues broader integration, regulatory innovation, and significant IP investment, it will struggle for a viable seat in the global broadcasting and streaming order. The ongoing U.S. consolidation wave functions as both a warning and a mirror for the future structure of Korean broadcasting.


미국 지역방송 통합 ‘소용돌이’…싱클레어-스크립스 M&A의 여파와 한국 미디어 산업에 주는 시사점

185개 방송국 보유 싱클레어, 61개 방송국 스크립스 지분 8% 확보… "최근 주가 3배 가치 제안"

스크립스 "기회주의적 시도" 강력 반발… 적대적 M&A 양상 전개 가능성

넥스타-테그나 62억 달러 딜에

이어 업계 대규모 통합 가속화… 트럼프 행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도 통합 압력 직면… "글로벌 플랫폼 경쟁 속 규모 확대 불가피"

미국 지역방송 산업이 다시 한번 대규모 재편의 소용돌이에 들어섰다. 185개 방송국을 보유한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Sinclair Broadcast Group)이 61개 방송국을 운영하는 E.W. 스크립스(E.W. Scripps)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대형 방송 간 통합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미국 방송 시장의 권력 지형이 크게 흔들릴 전망이며, 글로벌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 방송산업에도 규모 확대와 구조 개편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물밑 협상 끝 공개 압박으로 전환

싱클레어는 11월 17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D 공시를 통해 최근 몇 주간 스크립스 보통주 지분 8% 이상을 공개시장에서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닌 경영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지분 확보임을 시사한다.

공시에 따르면 싱클레어 이사회와 경영진은 재무 및 법률 자문단과 함께 수개월간 스크립스 측과 두 회사의 잠재적 결합에 관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해왔다. 싱클레어는 자사가 제시한 인수 제안의 가치가 스크립스 주식의 최근 거래 가격 대비 약 3배 수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당한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시 내용만으로는 스크립스 측이 이러한 제안에 호의적으로 반응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싱클레어가 공개 공시를 통해 압박에 나선 것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거나 스크립스 측의 거부에 직면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스크립스의 강경 대응… "기회주의적 행동으로부터 보호"

스크립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강경했다. 스크립스는 17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은 회사의 모든 주주는 물론 직원들, 그리고 우리가 미국 전역에서 서비스하는 수많은 지역사회와 시청자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다음 문구다. "이사회는 싱클레어나 다른 누구의 기회주의적 행동으로부터 회사와 회사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는 싱클레어의 접근을 명백히 적대적 인수 시도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스크립스는 "회사 이사회는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모든 회사 주주의 최선의 이익이 될 모든 거래 및 기타 대안을 평가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평가할 것"이라며 일정한 여지를 남겨두었다. 이는 조건이 맞으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스크립스 경영진은 18일(화) 웰스파고 TMT(Technology, Media, Telecommunications) 서밋에서 사업 전략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스크립스가 싱클레어의 제안에 대한 더 구체적인 입장과 자체적인 전략적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싱클레어의 전략적 논리… "규모 확대 없이는 생존 불가"

싱클레어는 SEC 공시에서 이번 인수 추진의 전략적 근거를 상세히 설명했다. 핵심은 지역 방송 산업이 빅테크와 대형 미디어 기업들과 경쟁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통합과 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업계 통합과 경쟁 심화는 방송 텔레비전 산업에서 추가적인 규모가 구조적 역풍에 대응하고 대규모 빅테크 및 빅미디어 업체들, 그리고 주요 방송 그룹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우리의 견해를 더욱 강화시킨다"고 싱클레어는 밝혔다.

싱클레어는 규모 확대가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더 큰 규모는 또한 방송사들이 지역 뉴스 제작이라는 중요한 공공 서비스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역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부각시켜 규제 당국의 승인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에 대해 싱클레어는 "스크립스와의 결합은 향상된 지역 및 전국 규모와 시너지의 체계적 실행을 통해 광고 점유율, 핵심 프로그래밍, 배급 경제성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반의 통합 흐름… 넥스타-테그나 62억 달러 딜

싱클레어의 이번 움직임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미국 지역 방송 산업 전체가 대규모 통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초 넥스타 미디어 그룹(Nexstar Media Group)은 테그나(TEGNA)를 62억 달러(약 8조 6,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 딜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완료되면 넥스타는 200개 이상의 방송국을 보유한 미국 최대 지역 방송국 소유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테그나는 전국에 걸쳐 64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넥스타의 테그나 인수 발표와 거의 같은 시기에 자체적으로 "포괄적 전략 검토(comprehensive strategic review)"를 발표했다. 8월 11일 발표된 이 전략 검토는 인수, 전략적 파트너십, 기업 결합 등 모든 가치 향상 기회를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당시 크리스 리플리(Chris Ripley) 싱클레어 사장 겸 CEO는 "오늘날 방송 산업에서는 규모가 승리한다. 우리는 그 통합을 주도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리플리는 "우리 방송 사업의 업계 선도적 성과는 우리를 가치 창출을 위한 선택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시킨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싱클레어는 전략 검토 발표 당시 자사 방송 사업이 "지속적으로 업계 동종사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최근 분기에는 "기록적인 정치 광고 물량 대체(political displacement)에도 불구하고" 광고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는 것이다.

싱클레어는 또한 싱클레어 벤처스(Sinclair Ventures) 포트폴리오를 스핀오프, 스플릿오프 또는 기타 거래를 통해 분리하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벤처스 그룹은 부동산, 사모펀드, 기술 분야에 대한 회사의 다각화된 투자를 대표한다. 이는 핵심 방송 사업에 집중하고 숨겨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싱클레어 주가는 전략 검토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20% 이상 급등하며 주당 15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규제 환경 변화 기대

지역 방송 사업자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규제 환경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4년 11월 대선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꺾고 승리했으며, 2025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방송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와 브렌든 카(Brendan Carr)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체제에서 이전 행정부에서는 불가능했던 대규모 통합이 허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싱클레어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트리뷴 미디어(Tribune Media) 인수를 시도했으나 규제 당국의 우려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39억 달러 규모였던 이 딜은 결합 후 방송국 수와 시장 집중도에 대한 FCC의 우려로 결국 결렬됐다.

그러나 방송 업계는 현재 상황이 당시와는 다르다고 본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급성장과 디지털 광고 시장의 팽창으로 전통적인 지역 방송사들이 생존 위기에 처한 만큼, 규제 당국도 산업 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라는 기대다.

지역 방송 산업의 구조적 도전

미국 지역 방송 산업은 여러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디즈니+, 맥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거 이동하면서 전통적인 지상파 방송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광고 시장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구글, 메타(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하면서, 지역 방송사들의 광고 수익은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광고주들은 정밀한 타겟팅이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한다.

케이블 및 위성 TV 가입자 이탈(cord-cutting)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이 케이블 구독을 해지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하면서, 지역 방송사들의 재송신 수수료(retransmission fee) 수익도 장기적으로는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싱클레어를 비롯한 지역 방송 그룹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 협상력 강화, 콘텐츠 투자 확대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싱클레어와 스크립스의 합병 '미국 1위 지역 방송 탄생'

싱클레어는 메릴랜드주 헌트밸리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지역 방송 그룹 중 하나다. 81개 시장에서 약 185개 방송국을 소유, 운영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 방송국은 ABC, CBS, NBC, FOX 등 모든 주요 방송 네트워크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싱클레어는 또한 테니스 채널(Tennis Channel)을 소유하고 있으며, 멀티캐스트 네트워크인 Charge!, Comet, ROAR, The Nest를 운영한다. NewsON이라는 지역 뉴스 콘텐츠의 전국 스트리밍 애그리게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E.W. 스크립스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본사를 둔 미디어 기업으로, 전국에 걸쳐 61개 텔레비전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 스크립스는 또한 ION Media Networks를 2021년 인수하면서 디지털 및 스트리밍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약 246개의 방송국을 보유한 거대 미디어 그룹이 탄생하게 되며, 이는 넥스타-테그나 결합체와 함께 미국 지역 방송 시장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게 된다.

향후 전망

싱클레어와 스크립스의 거래가 실제로 성사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스크립스의 강경한 초기 반응을 고려할 때, 싱클레어는 제안 조건을 개선하거나 주주들을 직접 설득하는 전략을 취해야 할 수도 있다.

설령 양측이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규제 승인이라는 높은 장벽이 남아 있다. FCC는 한 사업자가 전국 가구의 39% 이상에 도달하는 방송국을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한 시장 집중도와 지역 다양성 측면에서도 면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보다는 기업 친화적이고 산업 통합에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렌든 카 FCC 위원장은 규제 완화와 기업의 혁신 촉진을 강조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러한 대규모 통합이 실제로 지역 방송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할지, 아니면 오히려 지역 뉴스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해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수의 대형 방송 그룹으로의 권력 집중이 지역 저널리즘의 질과 다양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싱클레어는 공시에서 "전략 검토가 어떤 거래나 전략적 변화로 귀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이사회가 특정 행동 방침을 승인하거나 회사가 추가 공개가 적절하거나 법적으로 요구된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진행 상황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지역 방송 산업의 대규모 재편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할 수 있다. 싱클레어-스크립스 딜의 향방과 넥스타-테그나 통합의 최종 결과는 향후 미국 지역 미디어 생태계의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한국 미디어 시장에 주는 시사점… "통합 압력 본격화"

미국 지역 방송 시장의 대규모 통합은 한국 미디어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공세와 광고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동일한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미디어 시장도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공세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내 주요 방송사와 통신사들은 웨이브(wavve), 티빙(TVING) 같은 토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플랫폼과의 격차는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약 45%에 달하는 반면,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각각 10~15% 수준에 불과하다. 콘텐츠 투자 규모 면에서도 넷플릭스가 2024년 한국에만 약 1조원을 투자한 반면, 국내 OTT들의 연간 콘텐츠 투자는 개별적으로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지역 방송 그룹들이 '규모가 승리한다'며 통합에 나서는 것처럼, 한국 미디어 기업들도 단독으로는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 재편과 지상파 위기

한국 지상파 방송의 광고 수익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 TV 광고비는 2019년 1조 3,200억원에서 2024년 약 9,500억원으로 5년 만에 2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디지털 광고 시장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했다.

특히 20~30대 타겟 광고주들의 지상파 이탈이 두드러진다. 주요 광고주들은 정밀한 타겟팅과 성과 측정이 가능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광고비를 전환하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경영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MBC는 2023년 약 3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BS도 광고 수익 감소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수신료 동결로 재정난을 겪는 KBS는 2024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

역설적으로 한국은 콘텐츠 제작 역량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의 성공이 한국 미디어 기업의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히트작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면서, 한국 제작사들은 제작비를 받지만 글로벌 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은 제한적이다. 스튜디오드래곤 등 주요 제작사들은 자체 IP(지적재산권) 확보와 다양한 수익 창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넷플릭스, 디즈니+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통합 역량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환경의 차이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 규제 환경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디어 통합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미디어 소유 및 겸영 규제가 엄격하다.

방송법과 신문법은 신문·방송 교차 소유, 대기업의 방송 소유 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미디어 다양성과 여론 독과점 방지라는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국내 미디어 기업의 규모 확대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전통 방송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활용해, OTT 중심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웨이브와 티빙은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방송법의 소유 규제를 받지 않는다.

지역 방송의 위기와 공공성 논란

미국의 지역 방송 통합이 지역 저널리즘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지역 방송의 위기는 심각하다.

전국 10개 MBC 지역 계열사와 민영 지역 방송사들은 광고 수익 감소와 시청률 하락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 방송사는 인력 감축과 프로그램 축소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는 지역 뉴스와 문화 콘텐츠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언론학회는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역 방송의 위기는 단순히 경영 문제가 아니라 지역 민주주의와 문화 다양성의 위기"라며 "공적 지원과 함께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역 방송사 간 통합이나 중앙 방송사와의 수직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지역 방송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에 직면한다.

한국 미디어 시장에 주는 시사점

미국 방송의 통합 러시는 한국 방송·미디어 업계에도 중요한 경고음을 울린다.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와 광고시장 구조변화 속에서, 한국 역시 규모 확대 없이는 경쟁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광고수익 감소는 그 신호탄이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도 글로벌 플랫폼 대비 투자력과 이용자 규모에서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한국판 넥스타 모델’을 지향하는 통합 방안 논의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마무리되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

싱클레어-스크립스 합병 시도는 단순한 기업 거래를 넘어, 미국 방송산업의 생존 전략이자 글로벌 미디어 질서 재편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규모가 곧 생존’이라는 명제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한국 방송산업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키면서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편과 전략적 통합 논의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미국의 재편 흐름은 결국 한국 미디어 산업의 미래 구조를 결정짓는 거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