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LX, 시청자 1억 2,500만 명 돌파… 역대 2위 기록하며 미국 스포츠 미디어 지형 재확인

NBC 중계, 닐슨 새 측정 방식 첫 적용… 피콕 "역대 최고의 날" 달성

NBC가 지난 일요일(2월 8일) 중계한 제60회 슈퍼볼(Super Bowl LX)이 추정 시청자 약 1억 2,49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닐슨(Nielsen)의 공식 집계에 따른 수치다.

시애틀 시호크스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29대 13으로 완파한 이번 경기는 NBC 지상파, 텔레문도(Telemundo), NBC 스포츠 디지털, NFL+, 그리고 NBCUniversal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까지 총 5개 플랫폼을 통해 동시 중계됐다. 전통적인 지상파 방송부터 스페인어 채널, 디지털 플랫폼, 유료 스트리밍까지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전략이 대규모 시청자 확보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닐슨 '빅데이터+패널' 측정 방식, 슈퍼볼 첫 적용

이번 시청자 수치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닐슨이 최근 도입한 '빅데이터+패널(Big Data + Panel)' 측정 방식을 슈퍼볼에 처음 적용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표본 가구의 TV 시청 데이터를 중심으로 시청률을 산출했으나, 새로운 방식은 셋톱박스·스마트TV 등에서 수집한 대규모 데이터를 기존 패널 데이터와 결합하여 보다 정밀한 시청자 추정이 가능하다.

이번 집계에는 가정 내 TV 시청뿐 아니라 가정 외(OOH, Out-of-Home) 시청, 모바일·PC 디지털 시청, MVPD(다채널 유료방송 사업자) 앱, 가상 MVPD(vMVPD) 등 다양한 시청 경로가 모두 포함됐다. 슈퍼볼처럼 바(Bar), 레스토랑, 스포츠 펍, 직장, 호텔 등 가정 밖에서의 시청 비중이 높은 이벤트의 경우, OOH 시청을 포함하는 것이 실제 영향력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대 1위와의 차이: 무료 스트리밍 vs. 유료 구독

올해 슈퍼볼 시청자 수를 앞선 것은 지난해 폭스(Fox)가 중계한 2025년 슈퍼볼뿐이다. 당시 1억 2,770만 명이 시청했는데, 이는 올해보다 약 280만 명 많은 수치다. 그러나 단순 비교에는 중요한 맥락이 있다.

2025년 슈퍼볼은 폭스의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AVOD) 투비(Tubi)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었다. 추가 비용 없이 누구나 스트리밍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올해는 NBC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피콕이 유료 구독 모델로만 운영되어, 스트리밍 시청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료 가입이 필요했다. 이러한 접근성 차이를 감안하면, 유료 장벽에도 불구하고 1억 2,490만 명을 달성한 것은 오히려 더 인상적인 성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스트리밍 시대에 프리미엄 라이브 스포츠 콘텐츠의 유료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무료 스트리밍 없이도 거의 근접한 시청자 수를 확보했다는 것은 슈퍼볼이라는 콘텐츠 자체의 압도적 흡인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피콕의 유료 구독자 확보 전략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낸 셈이다.

시청자 정점: 2쿼터 1억 3,780만 명

닐슨 집계 기준 시청자 수는 경기 2쿼터에 정점을 찍었다. 시호크스가 6대 0으로 앞서던 이 시점에 1억 3,780만 명이 동시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초반의 박빙 분위기가 시청자들의 이탈을 막고, 오히려 채널 유입을 촉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어 채널 텔레문도는 평균 33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미국 내 스페인어 슈퍼볼 중계 사상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웠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의 지속적 증가와 NFL의 라틴계 팬층 확대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NFL은 최근 몇 년간 멕시코시티 경기 개최, 라틴 아메리카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히스패닉 시장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배드 버니 하프타임 쇼, 1억 2,820만 명 시청

이번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글로벌 슈퍼스타 배드 버니(Bad Bunny)였다. 오후 8시 15분부터 30분 사이에 진행된 하프타임 공연은 평균 1억 2,820만 명이 시청하며, 본 경기 평균 시청자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하프타임 쇼 시청자가 경기 평균 시청자를 상회하는 현상은 슈퍼볼의 독특한 특성이다. 미식축구에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도 하프타임 공연만을 위해 채널을 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배드 버니의 캐스팅은 라틴 음악 팬층과 히스패닉 시청자를 대거 유입시키는 효과를 냈으며, 텔레문도의 역대 최고 시청 기록과도 맥을 같이한다.

NBC 개국 100주년, 사상 최다 시청 프로그램 등극

NBCU에 따르면 슈퍼볼 LX는 NBC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를 모은 프로그램으로 기록됐다. 올해는 NBC가 개국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해, 상징적 의미가 더해졌다. NBC는 1926년 라디오 네트워크로 출발해 미국 방송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온 만큼, 100주년에 자사 역대 최고 시청 기록을 경신한 것은 사내에서도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슈퍼볼과 동시에 진행 중인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과의 시너지 효과도 컸다. 일요일 밀라노 프라임타임 중계는 평균 4,200만 명이 시청했다. 슈퍼볼이 올림픽 중계의 강력한 리드인(lead-in) 역할을 하면서, NBC 입장에서는 2월 한 달간 미국 TV 시청의 중심에 서는 전례 없는 이중 메가이벤트 효과를 누리게 됐다.

피콕, "역대 최고의 날"… 스트리밍 전략의 결정적 한 수

NBCU는 2월 8일 일요일을 도달률(Reach)과 총 스트리밍 시간(Hours Streamed) 모두에서 "피콕 역대 최고의 날(Peacock's best day ever)"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슈퍼볼 라이브 스트리밍이 가입자 유입의 강력한 동력이 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스포츠뿐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졌다. 슈퍼볼 직후 공개된 피콕 오리지널 시리즈 The Burbs는 피콕 오리지널 사상 최고의 첫날 시청 성적을 기록했다. 슈퍼볼 이후 시간대에 신규 오리지널 콘텐츠를 배치하는 전략은 전통적으로 지상파 네트워크가 활용해온 '슈퍼볼 리드아웃(Super Bowl lead-out)' 기법의 스트리밍 버전이라 할 수 있다. NBC는 이 전략을 피콕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셈이다.

이번 결과는 NBCU가 피콕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사업을 강화하려는 전략에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슈퍼볼급 라이브 이벤트를 통해 대규모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고, 이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연결해 이탈을 방지하는 선순환 구조가 실증된 것이기 때문이다.

NBC 스포츠 사장 릭 코르델라의 성명

NBC 스포츠 사장 릭 코르델라(Rick Cordella)는 공식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슈퍼볼과 NFL이 다시 한번 NBC 지상파, 피콕, 텔레문도를 아우르는 블록버스터급 시청자를 만들어냈으며, 밀라노 프라임타임 중계에 전례 없는 리드인을 제공했다. 슈퍼볼과 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이벤트이며, 시청자와 방송국, 파트너들을 위해 최고 수준의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 뛰어난 제작·기술·중계팀에 경의를 표한다."

미디어 업계 시사점: 라이브 스포츠의 압도적 가치 재확인

슈퍼볼 LX의 시청 성과는 스트리밍 전환기에 라이브 스포츠가 여전히 미디어 산업의 가장 강력한 콘텐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코드커팅(cord-cutting)이 가속화되고 스트리밍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슈퍼볼은 1억 명 이상의 동시 시청을 끌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무료 스트리밍 옵션 없이도 역대 2위 시청자 수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프리미엄 스포츠 라이브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유료 지불 의향이 충분히 존재함을 입증했다. 이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Thursday Night Football, 넷플릭스의 크리스마스 NFL 경기 중계 등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스포츠 라이브 투자가 정당화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광고 시장에서도 슈퍼볼의 위상은 건재했다. 올해 슈퍼볼 30초 광고 단가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며, 1억 명 이상의 시청자에게 동시에 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점점 희소해지는 미디어 환경에서 슈퍼볼 광고의 프리미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NBC에게 이번 슈퍼볼은 지상파 방송의 도달력, 피콕의 스트리밍 성장, 텔레문도의 히스패닉 시장 공략, 그리고 동계올림픽과의 시너지까지 4중 효과를 동시에 거둔 이상적 시나리오였다. NBC 개국 100주년에 걸맞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방송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