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의 변신… 영화·드라마 넘어 ‘비디오 팟캐스트’까지 빨아들이는 무료 스트리밍

투비, 시리우스XM과 광고 분배형 비독점 계약… FAST콘텐츠 포맷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이 콘텐츠의 ‘메뉴’ 자체를 바꾸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 라이브러리로 출발했던 무료 스트리밍 진영이 이제 크리에이터 영상과 비디오 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포맷을 빠르게 끌어안으면서, 케이블 채널을 흉내 내던 초기 모습에서 다(多)포맷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폭스 계열 투비(Tubi)가 시리우스XM(SiriusXM)의 비디오 팟캐스트를 자사 플랫폼에 들이기로 한 이번 계약이 그 단면이다.

이 변화의 동력은 비용과 광고, 그리고 시청 행태에 있다. 오리지널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미 팬덤과 화제성을 확보한 크리에이터·팟캐스트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편성 공백을 메우고 플랫폼을 차별화할 수단이 됐다.

동시에 광고로 수익을 내는 FAST·AVOD 구조에서는 새로운 포맷이 곧 새로운 광고 지면을 의미한다. 오디오가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광범위 유통으로 몸집을 키워온 방식을, 이제 영상이 커넥티드TV(CTV) 화면에서 그대로 따라가는 국면이다.

광고 매출 나누는 비독점 계약

투비와 시리우스XM은 지난 2일(현지시간) 비독점 유통·수익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시리우스XM 팟캐스트 네트워크의 비디오 팟캐스트를 투비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 1억 명 규모 플랫폼에 공급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광고 매출은 투비와 시리우스XM의 광고 사업 부문인 시리우스XM 미디어가 나눠 갖는 구조다.

초기 편성 라인업에는 ‘코난 오브라이언 니즈 어 프렌드(Conan O’Brien Needs a Friend)’, ‘로튼 망고(Rotten Mango)’, ‘더 스쿨 오브 그레이트니스(The School of Greatness)’, 트레버 노아의 ‘왓 나우?(What Now? with Trevor Noah)’, ‘모럴 오브 더 스토리(Moral of the Story)’, ‘더 딥 3 팟캐스트(The Deep 3 Podcast)’ 등이 포함됐다. 양사는 이후 타이틀을 더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약이 비독점인 만큼 해당 프로그램들은 유튜브 등 기존 채널에서도 계속 유통된다. 투비로서는 독점권을 포기하는 대신 검증된 콘텐츠를 빠르게 끌어와 CTV 발견 가능성(discoverability)을 높이는 쪽을 택한 셈이다.

‘채널’에서 ‘포맷 백화점’으로

이번 계약은 FAST·AVOD의 콘텐츠 구성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료 스트리밍은 한동안 스크립트 드라마, 비(非)스크립트 예능, 영화 라이브러리로 채워졌지만, 투비는 지난해부터 틱톡과 손잡고 롱폼 오리지널용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는 등 전통적 할리우드 바깥의 콘텐츠를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여왔다.

비디오 팟캐스트도 처음이 아니어서 ‘크라임 정키(Crime Junkie)’, ‘더 덱(The Deck)’ 등을 이미 편성해 왔다. 영화·시리즈 중심이던 라이브러리에 인물 중심 포맷이 또 하나의 축으로 들어선 것이다.

투비는 이번 계약을 ‘크리에이터와 팬덤을 위한 CTV 거점’이라는 자사 전략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설명했다. 리치 블룸 투비 크리에이터 프로그램 총괄 겸 사업개발 부문 부사장(EVP)은 “투비는 크리에이터가 팬층과 매출을 키우도록 돕기 위해 설계된 플랫폼이며, 이번 시리우스XM과의 협업은 그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팟캐스트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들을 투비로 데려옴으로써 크리에이터에게 도달 범위를 넓힐 새로운 통로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시리우스XM은 오디오에서 통했던 ‘광범위 유통’ 전략을 영상에 옮긴다는 점을 강조했다.

앤드루 모스 시리우스XM 콘텐츠 전략·개발 담당 수석부사장(SVP)은 “팟캐스트에서 오디오는 여러 플랫폼에 폭넓게 유통되며 새로운 청중과 연결돼 성장해 왔다”며 “이제 같은 철학을 영상에 적용해 휴대폰·PC·CTV 전반으로 크리에이터의 도달 범위를 넓히려 한다”고 말했다. 시리우스XM에 따르면 자사 팟캐스트 네트워크는 에디슨 리서치 기준 다른 어떤 네트워크보다 많은 ‘상위 20위’ 팟캐스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월 미국 팟캐스트 청취자 두 명 중 한 명에게 도달한다.

이 변신은 무료 스트리밍이 더 이상 ‘선형 채널의 무료판’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투비는 30만 편 이상의 영화·TV 에피소드와 수백 편의 자체 오리지널을 보유하고 월 10억 시간 이상이 시청되는 미국 2위 무료 AVOD 서비스로, 전체 시청의 95% 이상이 주문형(VOD)으로 이뤄진다. 시청자가 직접 골라 보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비디오 팟캐스트 같은 신규 포맷은 곧바로 광고주에게 몰입도 높은 프리미엄 지면으로 연결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넷플릭스도 가세… 남은 물음은 ‘TV에서 정말 보는가’

포맷 확장 경쟁은 투비만의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지난주 스포티파이와 다년 계약을 맺고 제이 셰티의 인기 동기부여 팟캐스트 ‘온 퍼포스(On Purpose)’의 영상판을 양 플랫폼에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 계약 규모를 약 1억 달러로 추정한다. 무료 AVOD부터 구독형 스트리밍 강자까지, 비디오 팟캐스트를 새 포맷으로 받아들이는 사업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TV 화면에서 팟캐스트를 정말 보는가’라는 물음은 남아 있다. TVREV 애널리스트 앨런 월크는 최근 칼럼에서 유튜브가 팟캐스트 소비 지표를 내놓고 있음에도, 이용자가 실제로 영상을 시청하는지 아니면 인터페이스가 편해 배경음처럼 틀어두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트리머들에게 모바일 앱을 팟캐스트 친화적으로 만들고, 주요 팟캐스트의 세트를 큰 화면에 맞게 연출하되 지나치게 매끈해 보이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라고 조언했다.

소비 데이터도 신중론을 뒷받침한다.

에디슨 리서치가 13세 이상 미국 주간 팟캐스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1분기 조사에서, 넷플릭스로 팟캐스트를 소비한 비율은 14%, 투비는 4%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유튜브는 64%, 스포티파이는 42%였다. 넷플릭스와 투비가 별도 항목으로 추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변화의 신호이긴 하나, 거대 팟캐스트 플랫폼과의 격차는 크다. 더구나 이 조사는 ‘듣기’와 ‘보기’를 함께 집계해, 영상 시청의 실질적 몰입도는 별도 검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FAST·AVOD의 포맷 실험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확보 비용을 낮추면서 젊은 시청자와 팬덤을 끌어들이고, 새 포맷마다 광고 지면을 늘릴 수 있다는 셈법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CTV 화면에서 이 포맷이 광고주가 값을 치를 만한 ‘주목’을 실제로 끌어내느냐다. 그 답이 확인되기 전까지, 무료 스트리밍의 변신과 시청 행태 검증은 나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에 주는 함의

이 흐름은 국내 무료 스트리밍에도 시사점이 크다. 삼성 TV 플러스, LG 채널 등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FAST 플랫폼은 그동안 선형 채널과 영화·드라마 다시보기를 주축으로 편성해 왔다.

투비 사례는 한국 FAST 사업자에게도 인물·토크·비디오 팟캐스트 같은 신규 포맷이 차별화 수단이자 새로운 광고 인벤토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광고 매출을 콘텐츠 공급자와 나누는 수익 모델은 자체 제작 부담을 줄이면서 라이브러리를 넓히려는 국내 플랫폼에도 참고가 된다.

더 직접적인 기회는 K-콘텐츠·창작자의 글로벌 유통에 있다.

독점 윈도 없이 광고 매출을 분배하는 이번 계약 구조는 진입 장벽이 낮아, 한국의 토크·교양·트루크라임형 창작자 콘텐츠를 미국 CTV로 내보내는 통로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투비는 이미 다양한 한국 콘텐츠와 창작자 스토리를 편성해 왔고, ‘팬덤 중심’을 표방하는 플랫폼 전략은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K-크리에이터에게 도달 범위를 넓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영상 팟캐스트는 자막·더빙 부담이 큰 드라마보다 포맷 자체의 이식이 수월해,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국내 MCN과 방송사의 디지털 부문에 현실적인 실험 무대가 된다.

다만 ‘듣기 대(對) 보기’ 측정 공백과 CTV에서의 주목도 검증이라는 과제는 한국 광고주와 플랫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비디오 팟캐스트를 프리미엄 지면으로 판매하려면 시각적 몰입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고, 이는 측정 표준과 광고 효과 검증을 둘러싼 국내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포맷 다변화가 콘텐츠 분류와 광고 규제, 창작자 수익 배분 같은 미디어 정책 의제와 맞물린다는 점도 함께 짚어둘 대목이다.

그럼에도 FAST·AVOD의 포맷 실험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확보 비용을 낮추면서 젊은 시청자와 팬덤을 끌어들이고, 새 포맷마다 광고 지면을 늘릴 수 있다는 셈법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CTV 화면에서 이 포맷이 광고주가 값을 치를 만한 ‘주목’을 실제로 끌어내느냐다. 그 답이 확인되기 전까지, 무료 스트리밍의 변신과 시청 행태 검증은 나란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