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XSW 런던이 포착한 유럽 FAST의 다음 단계…구독 피로·광고 수용·로컬 수요, 그리고 K-콘텐츠의 기회
SXSW 런던서 공개한 ‘The FAST Advantage’ 보고서…구독 피로 · 광고 수용 · 지역 콘텐츠가 성장 축
유럽의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AST)가 ‘떠오르는 흐름’을 넘어 ‘일상의 시청 습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이제는 10명 중 8명이 FAST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스트리밍 플랫폼 라쿠텐 TV가 영국·독일·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 5개국 소비자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7%가 FAST를 매일 또는 주 몇 차례 시청한다고 답했다. 80.1%는 FAST를 TV를 보는 ‘주된 방법’이거나 유료 구독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쿠텐 TV는 성장 배경으로 △여러 구독료가 겹치며 누적되는 구독 피로감 △‘무료를 유지해 준다면 광고는 받아들인다’는 시청자 태도 △FAST가 단순 유통 창구를 넘어 독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성숙하고 있는 구조 변화를 꼽았다.
주 수회 시청 74%…‘대안’을 넘어선 일상 매체
영국 런던에서 열린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런던에서 세드릭 뒤푸르(Cédric Dufour) 라쿠텐 TV CEO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The FAST Advantage’를 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라쿠텐 TV의 B2B 부문인 라쿠텐 TV 엔터프라이즈가 외부에 의뢰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7%는 앞으로 FAST 시청을 늘리겠다고 답한 반면, 시청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시청 환경은 여전히 ‘거실 TV’가 중심이다. 모바일 시청이 늘고 있음에도 응답자의 93.7%가 주로 거실의 메인 TV 화면으로 FAST 콘텐츠를 본다고 답했다. 레거시 TV의 FAST화가 가속화되며, 기존 방송 화면이 그대로 FAST 허브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광고 수용 82%…‘무료를 지켜준다면’이 전제
FAST의 수익 구조를 떠받치는 광고에 대해서도 유럽 시청자의 태도는 우호적이다. 응답자의 82%가 FAST 환경에서 광고를 받아들인다고 답했는데, 특히 광고가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성이 높거나 콘텐츠를 무료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수용도가 높았다.
라쿠텐 TV는 전통적인 중간 광고뿐 아니라 홈 화면과 일시정지(pause) 화면에서도 이용자가 광고를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 사업자와 광고주 입장에서는 그만큼 새로운 광고 인벤토리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구독 결정의 ‘관문’…FAST로 보고 SVOD를 고른다
FAST는 유료 구독 결정을 돕는 길목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응답자의 45.9%는 어떤 구독형 스트리밍(SVOD)에 돈을 낼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FAST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전체 구독 지출을 줄이기 위해 FAST를 이용한다는 응답도 약 30%에 달했다. FAST가 콘텐츠를 ‘발견’하는 플랫폼이자, 권리 보유자에게 라이브러리 가치를 확장하는 수익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나라마다 다른 동인…영국은 ‘발견’, 독일은 ‘피로’
유럽 안에서도 시장 상황은 달랐다. 영국에서는 시청자가 유료 구독을 결정하기 전에 콘텐츠를 살펴보는 발견 도구로 FAST를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독일에서는 구독 피로가 FAST 채택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지역 정서에 맞는 현지 콘텐츠 수요가 시청 몰입의 핵심 변수로 꼽혔다. 실제로 응답자의 92.4%가 지역 콘텐츠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해, 글로벌 라이브러리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현지성의 가치를 드러냈다.
영화 · 드라마가 견인, ‘전문 채널’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FAST 시청을 가장 강하게 끌어당기는 장르는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다. 다만 보고서는 특정 주제나 장르를 중심으로 한 테마 채널을 다음 성장 기회로 지목한다. 전문 채널에 대한 시청자 수요가 현재 공급 가능한 콘텐츠 수준을 웃돌고 있어, 채널 확장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K콘텐츠 FAST 채널의 유럽 내 성장 기회도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다.
라쿠텐 TV는 현재 AMC와 FAST 사업을 함께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 라쿠텐 플랫폼을 통해 AMC 브랜드 채널 묶음을 유통하는 구조로, 두 회사는 SXSW 런던에서 ‘Your Free Pass to the Future of TV: 라쿠텐 TV, AMC 글로벌 미디어 & FAST 채널 혁명’ 세션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세드릭 뒤푸르 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FAST는 유럽 전역에서 새로운 성숙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떠오르는 흐름에서 여러 시장에 걸친 주류 시청 행동으로 진화하는 중”이라며 “콘텐츠 보유자에게는 라이브러리 가치를 확장하고 도달 범위를 넓힐 중요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AMC 글로벌 미디어 영국의 루시 핼리데이(Lucy Halliday) 사업개발 부사장도 보도자료에서 FAST가 방송·라이선싱·구독과 나란히 점점 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쿠텐 TV와의 협업은 프리미엄 IP 채널을 새로운 시청자에게 닿게 하는 대표 사례이며, FAST가 콘텐츠 발견과 시청 몰입을 높이는 보완재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유럽 FAST 시장에서 장르별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영화·드라마와 같은 프리미엄 내러티브 장르는 여전히 시청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지만, 글로벌 FAST 생태계는 동시에 포맷 전환의 압력을 받고 있다. FAST마스터가 분석한 최근 6년간 서브장르별 채널 수 변화를 보면, 로컬 뉴스와 리얼리티(다큐시리즈), 트루 크라임, 크리에이터 채널처럼 ‘언제 들어와도 이해할 수 있는’ 드롭인(drop‑in)형 포맷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연속 서사에 기반한 드라마 채널은 성장세가 꺾이며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FAST 이용자 다수가 채널 서핑을 전제로 한 선형(linear) 시청 패턴을 보이고, 회차·시즌의 맥락을 따라가야 하는 복잡한 내러티브에 중간 합류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플랫폼 입장에서는 회전율이 떨어지는 고마찰(high‑friction) 드라마 채널을 과감히 가지치기하고, 대신 논픽션·뉴스·크리에이터 기반 채널로 그리드를 재구성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되고 있다.
시사점: K-콘텐츠에 던지는 질문
유럽 시청자가 FAST를 이미 ‘일상의 매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는 K-콘텐츠 진영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던진다.
첫째, 응답자의 90% 이상이 지역 콘텐츠를 중시한다고 답한 조사 결과는, 유럽 FAST 시장에 진입하려는 한국 콘텐츠가 단순 라이브러리 공급을 넘어 현지 편성·더빙·자막, 나아가 현지 제작 포맷까지 포괄하는 입체적인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병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둘째, 영화·드라마가 여전히 시청을 견인하되 테마·장르 전문 채널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분석은, K-드라마·예능·다큐를 하나의 브랜드 아래 묶어 유럽 FAST 플랫폼에 전문 채널로 패키징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셋째, FAST가 SVOD 구독 결정의 ‘관문’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사업자는 FAST를 광고 매출 창구를 넘어 유료 구독과 팬덤으로 이어지는 상단 퍼널(top of funnel)로 설계해, 발견과 수익화를 동시에 설계할 필요가 있다.
결국 K-콘텐츠의 유럽 FAST 전략은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어떤 포맷과 채널 구조로 시청자의 일상 그리드 안에 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로 수렴한다.
로컬 수요에 맞춘 편성·언어·포맷 혁신을 전제로, K-드라마·K-예능·K-다큐를 묶은 테마형 전문 채널을 확대하고, 이를 SVOD·플랫폼 파트너십과 연동하는 쪽으로 설계를 고도화할 때, 유럽 FAST 시장에서 K-콘텐츠의 성장 여지는 여전히 충분하다.
출처
Jesse Whittock, “FAST Approaching: Ad-Funded Streaming Channels Becoming The Norm In Europe, Claims Rakuten Report – SXSW London”, Deadline, 2026.6.3. deadline.com 기사 보기
Julian Clover, “FAST goes mainstream as European viewers embrace free streaming, Rakuten TV says”, Broadband TV News, 2026.6.3. broadbandtvnews.com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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