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만 해선 다 죽는다… 시리우스XM·아이하트가 택한 ‘통합’의 해답

시리우스XM, 아이하트 인수 협상 착수…한국도 ‘라디오 5사 통합’ 1단계, 외부 청취자 흡수가 다음 과제

팟캐스트 청취 1위 유튜브(31%)·스포티파이(27%)·애플(15%) 73% 점유, 디지털 광고 비중 1% 정체에 美 라디오 4대 상장사 절반이 퇴출… ‘리스닝 인프라’ 통합으로 카테고리 자체가 이동 중

위성 라디오 1위 시리우스XM(SiriusXM)이 지상파 라디오 최대 사업자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 인수 협상에 들어갔다. 거래가 성사되면 美 오디오 시장 청취자 도달률 1·2위가 단일 사업자 아래로 묶인다.

양사 결합은 단발 M&A를 넘어 美 오디오 산업이 빅테크 플랫폼에 청취자를 잠식당한 가운데 디지털 광고 인프라 자력 구축에도 실패한 상황에서 가동된 ‘구조 통합 사이클’의 1차 신호탄다. 특히, 이 통합은 지상파 ‘라디오만 합치는 통합’이 아니라 위성·지상파·팟캐스트·크리에이터 IP·디지털 광고 인프라를 한꺼번에 묶는 ‘리스닝 인프라(listening infrastructure) 통합’ 모델의 출발점이라서 주목 받고 있다.

▲ 美 오디오 4대 상장사 주가 변화(2019.6.28~2026.4.28). 시리우스XM −53%, 아이하트미디어 −66%, 큐물러스 미디어 −100%, 오대시 −99%. (자료: Financial Modeling Prep, 차트: Axios Visuals)

협상 배경에는 두 갈래의 구조 압력이 동시에 작동한다.

첫째는 빅테크 플랫폼의 청취자 흡수다. 에디슨 리서치(Edison Podcast Metrics, 2024년 2분기 기준)에 따르면 13세 이상 美 주간 팟캐스트 청취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로 꼽은 플랫폼은 유튜브(31%), 스포티파이(27%), 애플 팟캐스트(15%) 순이다.

빅테크 3사 합계가 73%에 이르는 사이 시리우스XM·아이하트라디오·판도라·오더블 등 전통 오디오 사업자가 차지하는 지분은 27% 안쪽으로 압축됐다.

둘째는 광고 시장에서의 정체다. 인터랙티브광고협회(IAB) 집계로 美 팟캐스트 광고는 지난해 17.6% 성장한 29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디지털 광고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머물렀다. 디지털 비디오(780억 달러)·소셜(1,177억 달러)·검색(1,142억 달러) 등 700억 달러대 시장과 절대 매출 격차가 27배다. 청취자도 빼앗기고 광고비도 받지 못하는 구조에서, 시리우스XM 주가는 2019년 6월 이후 53%, 아이하트미디어는 66% 빠지며 자금 동원력이 반토막이 났다. 큐물러스 미디어와 오대시(Audacy)는 100% 가까이 폭락해 상장 폐지 수순을 밟았다. 통합 시나리오 외에 출구가 좁아진 자리에서 이번 협상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추진하는 ‘KBS·MBC·SBS·EBS·CBS 라디오 5사 통합 글로벌 오디오 OTT’다. 라디오 5사 통합이 되면 청취 데이터·공동 광고 인프라·자동차 인앱 진입이라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라디오 청취자가 줄어든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오디오 1% 함정’

IAB가 발표한 디지털 광고 30주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美 디지털 광고 시장은 3,000억 달러에 근접했다. 카테고리별 성장률 1위는 소셜 미디어(32.6%), 2위는 디지털 비디오(25.4%)였다. 팟캐스트도 17.6%로 두 자릿수 성장 대열에 합류했지만 절대 매출에서 격차가 두드러진다.

▲ 美 디지털 광고 카테고리별 매출·성장률·점유율 (자료: IAB)

[표1] 美 디지털 광고 카테고리별 매출·성장률·점유율 (IAB, 2024)

카테고리

매출

YoY 성장률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

소셜(Social)

1,177억 달러

32.6%

40.0%

검색(Search)

1,142억 달러

11.0%

38.8%

디스플레이(Display)

816억 달러

9.8%

27.7%

디지털 비디오

780억 달러

25.4%

26.5%

커머스 미디어

634억 달러

18.0%

21.5%

팟캐스트

29억 달러

17.6%

1.0%

소셜·검색·비디오·디스플레이가 700억 달러대 시장을 형성한 사이 팟캐스트 매출은 29억 달러에 그쳤다. 성장률은 디지털 비디오와 같은 두 자릿수지만 시장 규모는 27배 차이가 난다. 美 오디오 산업이 광고 시장 진입 단계부터 밀려 있는 셈이다.

빅테크 도미넌스 — 유튜브가 1위 팟캐스트 청취 플랫폼

美 오디오 사업자가 직면한 압력은 광고 시장 1% 정체에 그치지 않는다.더 큰 문제는 청취자 감소다. 오디오 포맷을 듣는 청취자는 라디오가 아닌 빅테크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에디슨 리서치 ‘에디슨 팟캐스트 메트릭스(Edison Podcast Metrics, Q2 2024)’ 조사에서 13세 이상 美 주간 팟캐스트 청취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 1위는 유튜브(31%)다. 영상 플랫폼이 음성 콘텐츠 청취 1위 자리에 올라선 결과다. 스포티파이(27%), 애플 팟캐스트(15%)가 뒤를 잇는다. 에디슨 팟캐스트 메트릭스는 다운로드 수가 아닌 실제 청취 데이터를 모든 네트워크·쇼·플랫폼에서 집계하는 유일한 측정 도구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 美 주간 팟캐스트 청취자(13세 이상)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 유튜브 31%, 스포티파이 27%, 애플 팟캐스트 15% (자료: Edison Podcast Metrics Q2 2024)

[표2] 美 주간 팟캐스트 청취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 (Edison Podcast Metrics, Q2 2024)

순위

플랫폼

주간 청취자 점유율

1

YouTube (Google)

31%

2

Spotify

27%

3

Apple Podcasts

15%


3사 합계 (빅테크 도미넌스)

73%


기타 (시리우스XM·아이하트라디오·Pandora·Audible 등 합계)

27%


표가 보여주는 시장 구조는 명확하다. 빅테크 3사가 합쳐 73%를 가져갔고, 시리우스XM·아이하트라디오·판도라·오더블·아마존 뮤직 등 모든 전통 오디오·디지털 오디오 사업자가 나머지 27%를 나눠 갖는 구도다. ‘오디오’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누가 청취자를 갖고 있느냐는 게임은 빅테크 쪽으로 기울었다.

Z세대가 시장 구조를 다시 쓴다

유튜브 1위 부상의 동력은 Z세대다. 에디슨 리서치 ‘Z세대 팟캐스트 청취자 보고서(Gen Z Podcast Listener Report)’에 따르면 美 Z세대 월간 팟캐스트 청취자의 84%가 비디오 요소가 포함된 팟캐스트를 청취 또는 시청한 경험이 있다.

49%는 “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맥락·뉘앙스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고 답했고, 45%는 “비디오 팟캐스트를 통해 진행자와 더 가까운 연결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다음 세대 청취자는 ‘듣는 팟캐스트’가 아닌 ‘보고 듣는 팟캐스트’를 표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상이 없는 라디오는 흥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유튜브가 가진 ‘비디오 인프라 + 추천 알고리즘 + 광고 인벤토리’ 결합 우위는 Z세대 시장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

‘오디오 → 오디오/비디오 하이브리드’로의 카테고리 이동

이 데이터는 시리우스XM-아이하트의 통합 수요와 일치한다. 美 오디오 사업자가 단독으로 빅테크와 맞붙기 위한 자본·기술 격차는 청취자 점유율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가 비디오 팟캐스트 진출을 검토 중인 것도, 스포티파이가 ‘Call Her Daddy’ 비디오 권리만 남기고 음성 독점을 풀어준 것도, 시리우스XM이 알렉스 쿠퍼 계약에서 비디오·오디오 양 포맷 + 이벤트 권리까지 묶어 가져간 것도 모두 같은 흐름이다.

신설 통합 법인의 첫 과제 역시 ‘오디오’ 카테고리에 머무는 사업자가 아니라 ‘오디오/비디오 하이브리드 인벤토리 사업자’로 자기 정의를 다시 쓰는 일이 될 것이다.

2년간 누적된 ‘단독 생존 불가’  — 오대시·CBS뉴스라디오·시리우스XM

두 회사의 합병 협상은 이미 예견돼 왔다. 지난 2년 사이 미 오디오 업계에는 대형 사건들ㅇ 터졌다. 오대시 파산(챕터11 2024.1) 신청, 인기 팟캐스터 알렉스 쿠퍼 시리우스XM 이적(2024.8), 시리우스XM 채무 재조달(2026.2), CBS뉴스라디오 폐쇄(2026.3), 시리우스XM-아이하트 협상(2026.4)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단독 사업 모델로는 빅테크 청취자 흡수와 디지털 광고 인프라 격차를 동시에 감당할 수 없다는 시장 신호가 누적돼 왔음을 보여준다.

[표3] 美 오디오 산업 주요 사건 타임라인 (2024~2026)

시점

사건

함의

2024.1

오대시(Audacy) 챕터11 신청

美 2위 라디오 사업자, 19억 달러 부채 중 16억 달러 출자전환·비상장 전환. WFAN(뉴욕)·KRTH(LA) 등 핵심 자산 보유에도 디지털 전환 실패.

2024.8

알렉스 쿠퍼, 시리우스XM과 1억 달러 계약

스포티파이 독점 모델 종료, 위성·디지털·이벤트 통합 권리 이전. ‘Unwell Network’ 전체로 확장.

2026.2

시리우스XM, 12.5억 달러 채무 재조달

12억 5천만 달러 신규 시니어노트(2032년 만기) 발행, 2026년 만기 3.125% 노트 10억 달러 차환.

2026.3

CBS뉴스라디오 폐쇄(2026.5.22 종료)

1927년 출범한 100년 라디오 뉴스 네트워크 종료. 700개 이상 제휴 방송국에 뉴스 공급 중단. CBS뉴스 인력 6% 감축의 일환.

2026.4

시리우스XM-아이하트 인수 협상

美 위성·지상파 라디오 1·2위 결합 시나리오 부상.


오대시 — 디지털 전환 실패의 표본

오대시는 1968년 비상장 라디오 회사 엔터컴(Entercom)으로 출발해 1999년 상장했다. 2017년 CBS 라디오 합병을 거쳐 美 최대급 라디오 네트워크로 몸집을 키웠고, 2021년 사명을 ‘오대시’로 바꾸며 라디오에 더해 팟캐스트와 디지털 오디오까지 포괄하는 종합 오디오 사업자로 재포지셔닝을 시도했다.

그러나 디지털 매출 증가가 라디오 광고 시장 위축을 따라잡지 못했다. 데이비드 필드(David Field) CEO는 2024년 1월 임직원 메모에서 지난 4년을 “팬데믹과 거시 경제 충격이 전통 광고에 지속적인 역풍을 일으킨 퍼펙트 스톰”으로 표현했다. 회사는 19억 달러 부채 가운데 16억 달러를 출자 전환하고 비상장으로 돌아섰다.

CBS뉴스라디오 — 결합 없는 라디오의 종착지

CBS뉴스라디오 폐쇄(2026년 5월 22일자 방송 종료)는 2026년 3월 발표된 CBS뉴스 인력 6% 감축 패키지에 포함됐다. CBS뉴스 측은 폐쇄 사유로 “라디오 방송국 편성 전략 변화와 도전적 경제 현실이 서비스 지속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1927년 출범해 700개 이상 제휴 방송국에 뉴스를 공급해 온 100년 라디오 뉴스 네트워크가 시장에서 사라진다. 시카고 1위 올뉴스 채널 WBBM은 시간당 CBS 전국 뉴스 인서트가 5월 22일부로 끊긴다. 디지털 광고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라디오 네트워크가 단독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주가 반토막 사업자들의 ‘자력 디지털 전환’ 한계

자본시장 평가는 이 ‘1% 함정’과 ‘빅테크 청취자 잠식’을 그대로 가격에 반영해 왔다. 악시오스가 인용한 파이낸셜 모델링 프렙(Financial Modeling Prep) 데이터로는 2019년 6월 28일~2026년 4월 28일 4대 美 오디오 상장사 주가 변화는 다음과 같다.

• 시리우스XM −53%

• 아이하트미디어 −66%

• 큐물러스 미디어(Cumulus Media) −100% (상장 폐지)

• 오대시(Audacy) −99% (상장 폐지)

7년간 4대 상장사의 절반이 시장에서 퇴출됐고 남은 두 곳도 시가총액 절반 이상이 증발했다. 오디오 사업자들의 디지털 전환 실패가 자본시장에서 누적적으로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평가 속에서, 시리우스XM이 2026년 2월 단행한 1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채무 재조달 거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리우스XM 라디오는 2032년 만기 시니어노트 12억 5,000만 달러를 새로 발행해, 2026년 만기가 도래하는 3.125% 노트(잔존 10억 달러)를 상환하는 데 재원을 투입했다.

이 거래는 기존 채권 보유자들을 상대로 한 텐더 오퍼(채권 공개매입) 형식으로 진행됐다. 회사는 “이 조건에 응하면 보유 채권을 미리 사들이겠다”는 제안을 시장에 공지했고, 투자자들은 정해진 기간 안에 응찰 여부를 결정했다. 텐더 오퍼는 3월 4일에 만료됐고, 1차 결제일은 3월 5일로 잡히면서 비교적 신속하게 일정이 소화됐다. 단독 딜러 매니저는 시티그룹 글로벌 마켓츠(Citigroup Global Markets)가 맡았고, 텐더 에이전트 역할은 크롤(Kroll)이 수행했다.

현상만 보면 만기가 가까운 채권을 새 채권으로 갈아타는 전형적인 차환(refinancing) 거래에 가깝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의 실질적 의미를 다르게 해석한다. 단기 만기 부담을 6년 뒤로 한꺼번에 밀어내면서, 향후 인수합병(M&A) 협상 과정에서 재무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협상 카드 운용의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쉽게 말해, “눈앞에 닥친 빚 문제를 먼저 길게 벌려놓고, 그 사이에 인수·합병 등 큰 결정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덕분에 시리우스XM은 단기 유동성 압박 없이, 구조조정·M&A·전략적 제휴 등 여러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 라디오 광고 시장의 구조 재편 — 지상파에서 ‘디지털 라디오’로

전통 라디오 광고 시장은 정체된 듯 보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리서치앤마켓츠(ResearchAndMarkets) 「글로벌 라디오 광고 시장 기회 및 전략 2033」 보고서가 정리한 시장 구조는 다음과 같다.

• 2023년 글로벌 라디오 광고 시장: 약 260억 달러

• 2028년 전망: 297억 달러

• 2033년 전망: 331억 달러

• 2023년 시장 구조: 지상파 방송 라디오 광고 175억 달러(67.3%)

•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세그먼트: 지상파 라디오 ‘온라인 광고’ — CAGR 13.5% (2028년까지 글로벌 연 매출 20억 달러 추가)

• 2028년까지 추가 매출 가장 많이 발생할 시장: 미국, 신규 매출 10억 달러

지상파 라디오 사업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송출 채널(라이브 스트림, 디지털 인서트 광고, 팟캐스트 라이브러리, 커넥티드 카·스마트 스피커 분배)은 라디오 광고 성장의 유일한 희망이다.

디지털 광고 인프라를 갖춘 사업자만 시장 성장 과실에 접근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업자는 시장 바깥으로 밀려나는 구조다.  보고서는 라디오 광고 사업자의 생존 전략으로 ‘AI 기반 타기팅 정밀도 강화, 지상파 온라인 광고 비중 확대, 라디오·DOOH 통합 솔루션, 전략적 파트너십’을 권고했다.

글로벌 ‘톱10이 13.7%’… 합병해도 작은 사업자

이번 합병은 ‘대형화’에 초점이 맞추졌다. 글로벌 라디오 시장은 급속도로 규모의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라디오 시장 톱10 사업자 합계 점유율은 13.7%다(리서치앤마켓츠).

[표4] 2023년 글로벌 라디오 시장 톱10 사업자 점유율

순위

사업자

글로벌 점유율

1

Cumulus Media

2.3%

2

iHeartMedia

2.2%

2

Hubbard Radio

2.2%

4

Cox Media Group

1.7%

5

National Public Radio (NPR)

1.2%

5

Univision

1.2%

7

Townsquare Media

0.8%

8

Urban One

0.7%

8

Alpha Media

0.7%

10

Bonneville

0.6%


톱10 합계

13.7%


시리우스XM은 위성 사업자라 이 통계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다만 아이하트미디어와 결합할 경우 美 시장 안에서는 청취 도달률 1·2위가 한 사업체로 묶이고, 글로벌 라디오 시장에서도 단일 사업자 최대(약 4~5% 추정) 지위에 오른다.

문제는 시리우스XM과 아이하트가 합병 후에도 글로벌 시장의 5% 안팎에 머무는 사업자라는 의미다. 시장이 그만큼 파편화돼 있어 디지털 광고 인프라 투자비를 회수할 매출 규모를 만들려면 추가 통합이 따라붙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큐물러스·허버드·콕스 등을 둘러싼 후속 통합 시나리오가 다음 변수로 떠올랐다.

AI·크리에이터 IP가 결정한다

신설 법인의 경쟁력은 라디오가 아니다. 오히려 ‘AI 타기팅 + 크리에이터 IP + 디지털 인프라’ 결합 속도에 달렸다.

시리우스XM은 톱티어 크리에이터 IP를 잇따라 흡수해 왔다. 2024년 8월 알렉스 쿠퍼(Alex Cooper, ‘Call Her Daddy’)와 1억 달러 규모 다년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윌 아넷·제이슨 베이트먼·숀 헤이스의 ‘SmartLess Media’와 1억 달러 이상 3년 계약을 묶었으며, 2022년에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Team Coco’를 1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쿠퍼 계약은 美 오디오 광고 시장 모델 변화를 압축한 거래다. 시리우스XM은 ‘Call Her Daddy’ 본편에 더해 ‘Hot Mess With Alix Earle’, ‘Pretty Lonesome with Madeline Argy’ 등을 포함하는 ‘Unwell Network’ 전체에 대한 글로벌 광고 판매권, 비디오·오디오 양 포맷, 이벤트 권리까지 묶어 가져갔다. ‘플랫폼 독점 호스팅’ 모델에서 ‘독점 분배·수익화’ 모델로의 전환이다. 다니엘 에크(Daniel Ek) 스포티파이 CEO가 “팟캐스트가 올해 마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꾼 것, 조 로건 계약을 비독점으로 갱신한 것, ‘Call Her Daddy’ 독점도 비디오만 남기고 종료한 것이 모두 같은 흐름 안에 있다.

아이하트가 보유한 샬라메인 더 갓(Charlamagne tha God) 등 진행자 풀과 광범위한 라디오 푸트프린트가 결합되면 광고주가 ‘오디오 인벤토리를 단일 RFP로 사들일 수 있는 창구’가 등장한다.

샬라메인은 2025년 9월 미디어 트렌드 라이브 행사에서 아이하트와의 5년 계약(2025년 12월 만료) 갱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오디오는 아이하트만 한 곳이 없다”고 답했다. ‘The Breakfast Club’과 블랙 이펙트 팟캐스트 네트워크(Black Effect Podcast Network)는 월 200만 명 이상의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시리우스XM의 위성·디지털 인프라와 아이하트의 지상파 도달률이 한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이게 된다. 진행자 신뢰(host trust) 기반 어드레서블 광고를 단일 창구로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이 美 오디오 시장에서 처음 만들어진다.

오디오 산업의 미래 — ‘리스닝 인프라’로 재정의된다

이번 협상은 오디오 산업에 주는 의미는 크다. 오디오 산업이 ‘방송’ 카테고리에서 떨어져 나와 ‘리스닝 인프라(listening infrastructure)’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재정의되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라디오·위성·팟캐스트·음원 스트리밍·오디오북·라이브 오디오·AI 음성 비서가 단일 디지털 광고·구독 인프라 위에서 묶이는 구조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

[표5] 오디오 산업 모델 전환 — 기존 vs 재편

구분

기존 모델 (2010년대~2024)

재편 모델 (2026~)

분배 구조

위성·지상파·스트리밍·팟캐스트가 각자 운영, 광고주는 채널별 RFP

단일 사업자가 전 채널 인벤토리 통합, 단일 RFP·어드레서블 광고

크리에이터 IP

플랫폼 독점 호스팅(스포티파이 모델)

독점 분배·수익화 권리(시리우스XM 모델), 비독점 호스팅 허용

수익 구조

구독료 또는 호스트 광고(host-read)

호스트 광고 + 어드레서블 디지털 광고 + 이벤트·머천다이즈 번들

타기팅·측정

도달률(reach) 중심, 측정 표준 부재

AI 기반 어드레서블 타기팅, 디지털 비디오 수준 어트리뷰션 도입

청취 디바이스

라디오 수신기·스마트폰 앱

커넥티드 카,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워치, AI 음성 비서로 확장

콘텐츠 포맷

음원·라이브 라디오·오디오 팟캐스트

비디오 팟캐스트, 라이브 오디오, AI 생성 오디오, 다국어 더빙

커넥티드 카·스마트 스피커가 새로운 ‘프라임타임’

청취 환경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 라디오 수신기와 스마트폰 앱 중심이던 청취 디바이스는 커넥티드 카,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워치, AI 음성 비서로 확장 됐다. 이 디바이스들은 모두 청취자 ID·위치·청취 시간·반응 데이터를 디지털 광고 인프라로 직접 전달한다. 라디오 광고가 ‘도달률(reach) 추정’ 단계에서 ‘어드레서블 측정’ 단계로 넘어가는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AI가 콘텐츠 생산·번역·타기팅을 한꺼번에 바꾼다

AI는 오디오 산업의 비용 구조와 콘텐츠 다국어화 속도를 동시에 끌어내린다. AI 음성 합성으로 진행자 음성을 다국어로 변환하는 더빙, AI 자막·요약, AI 기반 광고 카피 생성, 청취 기록을 활용한 어드레서블 타기팅이 표준 도구로 들어왔다. 진행자 1인이 영어·스페인어·한국어·일본어 등 다국어 채널을 동시 운영하는 모델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글로벌 분배 비용이 낮아지면 콘텐츠 IP의 시장 가치가 급격히 재산정된다.

한국의 과제: 라디오 5사 통합은 시작일 뿐

한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추진하는 'KBS·MBC·SBS·EBS·CBS 라디오 5사 통합 글로벌 오디오 OTT'다. 이미 프로토타입 개발에 들어갔고, 영국 라디오플레이어(Radioplayer)와의 협업 또는 자체 플랫폼 구축이라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검토 중이다. K-팝 인기를 등에 업고 글로벌로 나가면 시장을 10배 이상 키울 수 있다는 판단과 청취 데이터 확보를 통한 광고 시장 재건이라는 두 갈래 논리가 핵심이다.

이번 시도는 美 시장 재편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각자 살길' 모델로는 디지털 전환을 감당할 수 없고, 통합 인프라 사업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과거에도 라디오 사업자 간 통합 앱 시도가 있었지만 지분·수익 배분 문제로 무산됐다. 그러나 작년 12월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 의제가 직접 다뤄졌고 긍정적 검토가 나왔다. 정책·사업자·기술 인프라 3축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됐다는 점에서, 한국 오디오 산업 '구조 통합 사이클'의 1단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라디오만으로는 빅테크 도미넌스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라디오 5사 통합만으로는 빅테크 플랫폼에 빼앗긴 청취자를 되찾기 어렵다. 한국에서도 유튜브·스포티파이·멜론(카카오)·지니 등 디지털 음원·영상 플랫폼이 이미 청취 시간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고 있다. 라디오 5사 인벤토리만 모아 둔 플랫폼은 '기존 라디오 청취자 이탈 방어'에는 효과적이지만, '빅테크 플랫폼에 빠져나간 청취자'와 '처음부터 라디오를 듣지 않던 Z세대 청취자'를 새로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미국 오대시가 '라디오 + 팟캐스트' 통합을 시도했음에도 디지털 광고 시장 진입에 실패해 챕터11에 들어간 사례가 그 한계선을 보여준다. 오대시는 2021년 사명을 바꾸며 디지털 오디오 사업자로 재포지셔닝을 시도했지만, 디지털 매출 증가가 라디오 광고 시장 위축을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19억 달러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2024년 1월 파산 신청에 이르렀다.

2·3단계: 외부 청취자를 흡수하는 '리스닝 인프라' 구축

결국 외부에서 라디오로 청취자를 끌고 와야 한다. 라디오 5사 통합이 정확한 1단계라면, 다음은 디지털 음원·팟캐스트·K-팝 IP·커넥티드 카·AI 음성을 묶어 외부 청취자를 흡수하는 2·3단계로 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빅테크 플랫폼에서 한국 콘텐츠를 이미 듣고 있는 사용자, K-팝 글로벌 팬덤, 유튜브 비디오 팟캐스트 청취자, 멜론·지니·플로·바이브 음원 사용자, 그리고 아직 라디오를 한 번도 켜본 적 없는 Z세대를 'K-오디오 리스닝 인프라' 안으로 흡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요소들이 결합돼야 한다:

① 크리에이터 IP 확보: 시리우스XM이 알렉스 쿠퍼·코난 오브라이언 등 톱티어 진행자를 1억 달러 이상 투자해 확보한 것처럼, 한국도 글로벌 팬덤을 가진 K-팟캐스트·K-DJ IP를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② 비디오 팟캐스트 인프라: Z세대의 84%가 비디오 요소가 포함된 팟캐스트를 선호한다. 음성만 제공하는 라디오는 다음 세대에게 외면받는다. 비디오 녹화·편집·스트리밍 인프라를 라디오 방송 프로세스에 표준으로 통합해야 한다.

③ AI 기반 다국어 더빙: AI 음성 합성 기술로 진행자 1인이 영어·스페인어·일본어·중국어 등 다국어 채널을 동시 운영하는 모델이 가능하다. K-콘텐츠 글로벌 분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④ 커넥티드 카·스마트 스피커 진입: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량을 활용해 커넥티드 카 인앱에 K-라디오를 기본 탑재하고, 네이버·카카오 AI 스피커와 연동해 청취 접점을 확대해야 한다.

⑤ 어드레서블 광고 인프라: 청취자 ID·위치·청취 시간·반응 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 비디오 수준의 타기팅 광고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없으면 광고주는 라디오에서 디지털 비디오·소셜로 예산을 옮긴다.

카테고리 자체가 이동 중이다

이번 시리우스XM-아이하트 합병 협상은 오디오 산업이 '방송' 카테고리에서 떨어져 나와 '리스닝 인프라(listening infrastructure)'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로 재정의되는 분기점이다. 라디오·위성·팟캐스트·음원 스트리밍·오디오북·라이브 오디오·AI 음성 비서가 단일 디지털 광고·구독 인프라 위에서 묶이는 구조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라디오 5사 통합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라디오 방송사 5개를 하나로 묶는' 수준에 머물면 오대시·CBS뉴스라디오처럼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어권 청취자가 듣는 모든 오디오 콘텐츠를 단일 인프라 위에서 분배·수익화하는 K-리스닝 인프라 사업자'로 자기 정의를 다시 써야 생존 가능하다.

미국 오디오 산업이 7년간 겪은 주가 반토막·상장 폐지·파산의 교훈은 명확하다.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며, 통합 후에도 빅테크 플랫폼 밖에서 청취자를 새로 끌고 오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 오디오 산업이 지금 서 있는 자리가 바로 그 갈림길이다.

자료·출처:

Axios “Audio’s old guard looks to consolidate” (Kerry Flynn, Sara Fischer, 2026.4.28)

| Axios “Radio giant Audacy files for bankruptcy” (Sara Fischer, 2024.1.7)

| Axios “CBS News layoffs shut down CBS News Radio” (Justin Kaufmann, 2026.3.20) | Axios “Alex Cooper signs with SiriusXM” (Kerry Flynn, 2024.8.20)

| Axios “Charlamagne tha God says he would interview Trump” (2025.9.18) | Inside Radio “SiriusXM Plans $1.25B Debt Offering” (2026.2.27)

| Inside Radio “Report: Global Radio Ad Market Expected To Reach $29.7 Billion In 2028”

| IAB “Digital Ad Revenue Climbs to Nearly $300B as IAB Celebrates 30-Year Anniversary”

| Edison Research “YouTube is the Preferred Podcast Listening Service” (Edison Podcast Metrics, Q2 2024)

| Edison Research “Gen Z Podcast Listener Report” | ResearchAndMarkets 「Radio Advertising Global Market Opportunities and Strategies to 2033」 | Financial Modeling Prep

| 이데일리 “팟캐스트는 뜨는데 라디오는 왜?…이상훈 KCA 원장이 라디오에 목숨 건 이유는” (윤정훈, 2026.4.6)

참고 URL:

• https://www.iab.com/news/digital-ad-revenue-climbs-to-nearly-300b-as-iab-celebrates-30-year-anniversary/

• https://www.insideradio.com/free/report-global-radio-ad-market-expected-to-reach-29-7-billion-in-2028/

• https://www.edisonresearch.com/youtube-is-the-preferred-podcast-listening-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