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집중력이 없는 게 아니라, 진화했다

"Z세대는 집중력이 없는 게 아니다, 진화했다"

6가지 비디오 포맷이 증명하는 Z세대 미디어 문법 — K-콘텐츠의 기회

원문: Gavin Bridge, 「The Gen Z Translation Guide: 6 Massive Video Formats Legacy Media Ignores」

FASTMaster Intelligence Guide (www.fastmaster.media)  |  번역·분석: K-EnterTech Hub 편집팀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FAST) 시장을 분석하는 미국의 스트리밍 전략 컨설턴트 게빈 브릿지(Gavin Bridge)는 최근 보고서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Z세대 시청률 하락의 원인을 잘못 짚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보고서 「Z세대 번역 가이드」(FASTMaster Intelligence Guide)에서 "Z세대의 집중력은 망가진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적 지루함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진화한 것"이라며, 레거시 방송 포맷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 규모에 있다.  FAST 시장은 2025년 58억 달러(약 7조 8,000억 원)에서 2030년 106억 달러(약 14조 2,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스트리밍 플랫폼이 Z세대 시청자를 잡지 못하면 이 성장의 과실은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단선형 단일 집중을 전제로 설계된 전통 방송 편성이 멀티스크린 환경에서 자란 세대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 브릿지의 핵심 논지다.

그는 보고서에서 레거시 미디어가 외면하고 있지만 Z세대가 실제로 열광하는 6가지 비디오 포맷을 제시하고, 각 포맷을 스트리밍 플랫폼 전략에 접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 기사는 브릿지의 원문을 번역·인용하면서 한국 미디어 콘텐츠 업계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한다.

①  이중 자극 영상 (슬러지 콘텐츠, Sludge Content)

화면을 세로로 나눠 상단에는 팟캐스트나 뉴스를, 하단에는 이와 전혀 무관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무음으로 동시 재생하는 포맷이다. 두 화면 사이에는 아무런 서사적 연결이 없다. 브릿지는 이를 "과잉 자극 경제(overstimulation economy)의 핵심 엔진"이라고 정의했다.

"A vertically split screen. The top plays a primary narrative (podcast/news). The bottom features totally unrelated, silent, kinetic gameplay (Subway Surfers). It's the engine of the overstimulation economy."

화면을 세로로 분할해 상단에는 주요 내러티브(팟캐스트·뉴스), 하단에는 이와 전혀 무관하고 무음인 역동적 게임플레이(서브웨이 서퍼)를 배치한다. 이것이 과잉 자극 경제의 엔진이다.

#서브웨이서퍼스(#SubwaySurfers)·#키네틱샌드(#KineticSand) 등 관련 해시태그의 누적 조회수는 수백억 회를 넘는다. 15초 짧은 영상을 위해 설계된 플랫폼에서 이 포맷이 5~10분 완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방송사 임원들이 혐오감을 느끼는 이 포맷에 대해 브릿지는 이렇게 말한다.

"Executives are offended by it, but it is a highly lucrative retention hack. On a youth-targeted FAST app, build a 'Companion Mode' UI toggle. Let the viewer watch a stand-up special while a silent loop of satisfying ASMR plays on the side. Watch session times skyrocket."

임원들은 불쾌해하지만 이것은 매우 수익성 높은 시청 유지 기법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앱에 '동반 시청 모드(Companion Mode)' 토글을 구축하라. 시청자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는 동안 ASMR 무음 루프를 옆 화면에 재생하게 하면 평균 시청 시간이 급증한다.

K-예능이나 웹드라마를 메인 화면에 올리고 먹방 루프를 옆에 배치하는 구성은 국내 플랫폼에서도 즉시 구현 가능하다.

②  동반 반응 시청 콘텐츠 (리액트 콘텐츠, React Content)

크리에이터가 작은 화면 속 화면(PIP) 형태로 자신을 띄워 놓고 영화 예고편이나 기존 TV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하면서 반응을 실시간으로 내뱉는 포맷이다. 브릿지는 이 포맷의 본질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They simulate sitting on a couch with a loud, funny friend."

이들은 시끄럽고 재미있는 친구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경험을 재현한다.

트위치의 '그냥 수다(Just Chatting)' 카테고리는 매년 수십억 시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플랫폼 전체에서 1위를 유지한다. 미국 스트리머 카이 세낫(Kai Cenat)과 xQc는 대본 없이 수만 명의 동시 시청자를 모은다. 브릿지는 이 포맷을 구형 콘텐츠 자산 재활용에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Monetize dead legacy IP. If you want a younger demographic to watch a 2005 episode of Kitchen Nightmares, do not just air it raw. License a mid-tier digital creator to record a visible 'React Track.' Transform a $5 CPM zombie show into a high-engagement communal event."

사장된 기존 지식재산권(IP)을 수익화하라. Z세대에게 2005년 방영분 <키친 나이트메어>를 보게 하고 싶다면 날것으로 방송하지 말라. 중견 디지털 크리에이터에게 가시적인 '반응 트랙'을 녹화하는 사용권을 줘라. 광고단가(CPM·1,000회 노출당 광고비) 5달러짜리 죽은 프로그램을 높은 참여도를 자랑하는 공동체 이벤트로 바꿔라.

<무한도전>·<1박2일> 같은 방송사 구작 예능이 이 공식의 최적 소재다. 국내외 Z세대 크리에이터에게 반응 트랙 사용권을 부여하면 구작 콘텐츠 아카이브가 새 수익원으로 전환된다.

③  장편 심층 해설 영상 (로어 덤프, Lore Dump)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극도로 좁은 틈새 주제의 역사 전체를 2~5시간에 걸쳐 집착적으로 설명하는 초장편 영상 포맷이다. "Z세대는 집중력이 없다"는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This format destroys the 'short attention span' myth. Gen Z views 'Internet Lore' as actual history and consumes them as background companionship."

이 포맷은 '짧은 집중력' 신화를 무너뜨린다. Z세대는 인터넷 로어를 실제 역사처럼 받아들이고, 배경 동반자로 소비한다.

미국 유튜버 웬디군(Wendigoon)은 인터넷 미스터리를 다룬 2시간짜리 심층 해설 영상으로 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꾸준히 기록한다. 퀸튼 리뷰스(Quinton Reviews)는 어린이 방송 채널 닉켈로디언 시트콤을 5시간에 걸쳐 회고하는 영상으로 전 세계 실시간 인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브릿지의 활용 처방은 명쾌하다.

"You don't need to spend $10 million producing a slick documentary. License these 3-hour video essays and run them uncut on your FAST platform's late-night programming blocks. Advertisers love the massive session times."

매끄러운 다큐멘터리 제작에 1,000만 달러를 쓸 필요가 없다. 이 3시간짜리 영상 에세이들에 저작권 사용권을 주고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채널의 심야 편성에 무편집으로 올려라. 광고주들은 그 어마어마한 평균 시청 시간을 좋아한다.

K-팝·한국 근현대사·K-드라마 세계관을 소재로 한 장편 해설 영상은 유튜브에 이미 방대하게 존재한다. 방송사들이 아카이브 영상 클립 활용을 크리에이터에게 개방하는 저작권 라이선싱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④  일상 행동 겸 스토리텔링 (GRWM·준비 브이로그)

크리에이터가 메이크업이나 요리 같은 평범한 행동을 하면서 그 행동과 전혀 무관한 극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풀어놓는 포맷이다. '지금 나랑 같이 준비해(Get Ready With Me·GRWM)'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관련 해시태그의 누적 조회수는 1,500억 회를 넘어섰다.

"Watching someone perform a physical task drops the viewer's defenses, simulating the intimacy of a FaceTime call."

누군가가 신체 행동을 수행하는 것을 지켜보면 시청자의 경계심이 낮아지고, 영상통화로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은 친밀감이 생긴다.

미국 크리에이터 알릭스 얼(Alix Earle)이 이 포맷의 대표 주자다. 메이크업을 하며 대학 시절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그녀의 영상은 방어막 없는 친밀감을 자아내고, 그녀가 사용하는 제품은 연이어 완판 사태를 낳는다. 브릿지는 이 포맷의 상업적 잠재력을 이렇게 짚었다.

"High production value is a liability here. This is the ultimate Shoppable TV vehicle. When the creator casually uses a specific moisturizer while telling a story, your UI should be flashing a seamless, 1-click purchase button."

높은 제작 수준은 이 포맷에서 오히려 독이다. 이것은 궁극적인 '구매 연동 TV(Shoppable TV)' 수단이다. 크리에이터가 이야기를 하면서 특정 보습제를 무심코 사용할 때, 화면에는 끊김 없는 원터치 구매 버튼이 깜빡이고 있어야 한다.

K-뷰티와 GRWM의 조합 잠재력은 거대하다. 그러나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구매 연동 TV 인프라 연동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이 연결이 이뤄지면 광고 수익과 직접 판매 수익을 동시에 포획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⑤  고속 편집 팬 영상 (팬캠·벨로시티 에딧, Fancam & Velocity Edit)

특정 캐릭터 한 명의 미장센에만 집중해 15~30초 분량으로 초고속 편집한 몽타주 영상이다. 강렬한 색 보정과 묵직한 베이스의 전자음악 장르 '퐁크(Phonk)'가 결합된다. K-팝 팬덤이 아이돌 직캠을 편집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이 포맷은 이제 전 세계 Z세대 미디어 문화의 표준 문법이 됐다.

"Fancams literally chart music. Major labels now officially release 'Sped Up' versions of tracks on Spotify to capture the royalties from these edits."

팬캠은 말 그대로 음악 차트를 움직인다. 대형 음반사들은 이제 이 편집 영상의 저작권 수익을 포획하기 위해 스포티파이에 '속도 올린(Sped Up)' 버전을 공식 발매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등장인물의 팬캠 영상은 가수 케이트 부시의 1985년 곡 'Running Up That Hill'을 수십 년 만에 전 세계 음원 차트 1위로 끌어올렸다. 팬캠이 단순한 팬 활동이 아니라 콘텐츠 수명을 연장하는 미디어 기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브릿지는 이를 광고 편성에 직접 응용할 것을 주문한다.

"This is your ad-break savior. Instead of running boring commercials that trigger channel changes, intersperse 60-second blocks of user-generated 'Phonk Edits' of the characters in the show they are currently watching. Keep their adrenaline up."

이것이 광고 시간의 구원자다. 채널 이탈을 유발하는 지루한 광고 대신, 지금 시청 중인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을 담은 시청자 제작 '퐁크 에딧' 60초 블록을 사이사이에 넣어라. 긴장감을 유지하라.

한국은 팬캠의 발원지이지만, 팬캠 수익화 구조 설계에서는 미국 플랫폼보다 늦다. K-아이돌 직캠·팬캠에 대한 저작권 사용 허가 체계를 갖추고 스트리밍 광고 편성에 팬 제작 영상을 공식 편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⑥  뇌 자극 밈·감성 초편집 영상 (브레인 롯·코어코어, Brain Rot & Corecore)

두 갈래로 나뉜다. '브레인 롯(Brain Rot)'은 맥락 없이 극도로 과장된 소음과 뒤틀린 음향을 결합한 밈 영상이다. '코어코어(Corecore)'는 슬픈 영화 장면과 빈티지 뉴스 화면에 천천히 편집된 인디 음악을 깔아 우울한 정서를 집약한 초편집 영상이다. 브릿지는 이 계열을 묶어 '디지털 다다이즘'으로 명명하며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Aggressively loud, context-free memes featuring distorted audio ('Brain Rot'), or melancholic super-cuts of sad movie scenes set to slowed-down indie songs ('Corecore')."

왜곡된 음향을 특징으로 하는 공격적으로 시끄럽고 맥락 없는 밈('브레인 롯'), 또는 느리게 편집된 인디 음악에 맞춰 슬픈 영화 장면들을 엮은 우울한 초편집 영상('코어코어').

유튜브 채널 '스키비디 토일렛'은 변기에서 인간 머리가 튀어나와 전쟁을 벌이는 초현실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수백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터넷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채널 중 하나가 됐다. 기업도 이 문법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 브릿지는 듀오링고와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를 사례로 든다.

"Savvy brands like Duolingo and Wendy's have actively co-opted this unhinged, context-free tone for their own corporate accounts to massive success."

듀오링고와 웬디스 같은 영리한 브랜드들은 이 탈맥락적이고 제정신 아닌 톤을 자사 공식 계정에 적극 도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플랫폼에 대한 처방으로 브릿지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을 쓴다.

"You cannot program a 22-minute show like this, but you absolutely must adopt its pacing. Fire your legacy promo department. Pay 19-year-old TikTok editors $500 to make chaotic 'vibe edits' of the shows on your network to run as commercial bumpers."

이 포맷으로 22분짜리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는 없지만, 그 박자감은 반드시 흡수해야 한다. 기존 홍보팀을 해체하라. 19세 틱톡 편집자에게 50만 원을 주고 자사 방송 프로그램의 혼돈스러운 '분위기 편집본'을 만들어 광고 사이 범퍼 영상으로 써라.

국내 방송사·OTT의 홍보 콘텐츠가 여전히 지나치게 정제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집중력 탓을 멈추고 스크린 현실에 맞게 편성하라"

브릿지는 보고서 말미에서 레거시 미디어와 Z세대의 콘텐츠 평가 기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결론 짓는다.

"Legacy media evaluates content based on Production Value — lighting, scripts, and sets. Gen Z evaluates content based on Stimulation Value and Authenticity. If a show costs $10 million an episode but has slow pacing, they will skip it. If a video costs $0 but features split-screen gameplay, they will watch it for 3 hours."

레거시 미디어는 조명·대본·세트라는 '제작 품질'로 콘텐츠를 평가한다. Z세대는 '자극 가치'와 '진정성'으로 평가한다. 에피소드당 100억 원을 들인 드라마도 전개가 느리면 건너뛴다. 0원짜리 영상이 화면 분할 게임 플레이를 제공하면 3시간 동안 붙잡아 둔다.

"Stop complaining about their attention spans, and start programming for the reality of their screens."

그들의 집중력에 대한 불평을 멈추고 그들의 스크린 현실에 맞게 편성하기 시작하라.

이 메시지는 한국 미디어 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K-팝이 팬캠 문화를 낳았지만 그 수익화 구조는 해외 플랫폼이 먼저 설계했다. K-뷰티와 GRWM의 조합은 글로벌 Z세대가 이미 소비하고 있지만, 구매 연동 TV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K-드라마·K-팝 역사를 장편 해설 영상으로 소화하는 수요는 분명히 있지만, 방송사 저작권 정책이 이 수요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한류가 만들어낸 글로벌 Z세대의 에너지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전환하려면 이 세대의 미디어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이 브릿지 보고서가 한국 업계에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Z세대를 향해 방송하지 말고, Z세대를 중심으로 구축하라.

원문 저자 Gavin Bridge  |  gavin@fastmasterconsulting.com  |  www.fastmaster.media

번역·편집: K-EnterTech Hub 편집팀  |  이 기사는 원문 저자의 허락 하에 번역·재구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