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산업 성장 정체…할리우드에 구조적 위기 경고

글로벌 스트리밍 경쟁이 유료방송을 무너뜨렸지만, 소비자 지출과 광고 총량이라는 비디오 산업의 ‘파이’는 거의 커지지 못한 채, 번들 재편 없이 각자도생 경쟁만으로는 구조적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경고

비디오 산업 성장 정체…할리우드에 구조적 위기 경고

스트리밍이 유료방송을 대체했지만 시장 전체는 커지지 않았다 — 번들 재편 없이 돌파구 없어

스트리밍이 유료방송을 대체했지만, 비디오 시장의 전체 파이는 커지지 않았다.​

글로벌 비디오 산업의 성장 엔진이 멈춘 가운데, 스트리밍이 케이블·위성의 시대를 끝냈음에도 그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수익 구조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팬데믹이 남긴 일시적 특수는 사라졌고, 광고 기반 스트리밍은 선형 TV에서 빠져나온 예산을 나눠 가질 뿐 시장 전체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스트리밍 공룡들이 번들 재편보다 제 살 파이를 지키는 경쟁에 몰두하는 한, 비디오 산업의 구조적 침체는 당분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플랫폼은 늘었고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월정액 부담이 쌓이면서 소비자들은 구독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락다운 해제 이후 외식·여행·공연 등 오프라인 경험 소비로 지출이 빠르게 이동했다.

미국 미디어 리서치 전문기관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은 이 같은 흐름을 데이터로 확인하며, 비디오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가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네이선스는 "이 문제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있다"며 "광고 기반 동영상 서비스(AVOD)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익이 소비자 지출 감소를 의미 있게 메울 수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광고주들의 예산은 이미 디지털로 이동 중이고, 스트리밍 플랫폼이 그 파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기존 선형 TV 광고비를 가져오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는 투자 회수 경로가 점점 좁아지는 셈이다.

■ 구조의 함정 — 경쟁이 협력을 막는다

비디오 시장이 다시 성장하려면 하나의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스트리밍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통합된 번들 상품을 제공해 전체 지출 규모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각 플랫폼은 자사 단독 운영이 번들링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협력 대신 고객 유치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를 모펫네이선슨의 수석 애널리스트 로버트 피시먼(Robert Fishman)은 고객 보고서에서 이렇게 짚었다.

"각 스트리밍 서비스가 번들링보다 단독 운영이 수익성 면에서 낫다고 판단하는 한, 재번들링의 가능성은 요원하다. 스트리밍이 '언번들링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결국 스트리밍이 유료방송을 해체했지만, 정작 그 대안인 '재번들링'은 업체들 스스로의 이기심에 의해 막혀 있는 형국이다.

■ 저가 광고 요금제로 소비자 몰기

협력이 막힌 자리에서 각 업체들이 택한 전략은 소비자를 자사의 더 저렴한 광고 기반 요금제로 유도하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접근성 확대'지만, 실질적으로는 프리미엄 구독 이탈을 광고 수익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다.

대표적 사례가 넷플릭스(Netflix)다. 지난주 광고 없는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20달러로 인상하면서도, 광고 기반 요금제 가격은 동결했다. 소비자를 광고 티어로 밀어 넣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다른 플랫폼들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업계 전반적으로 '광고 기반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광고 수익 대부분은 새로운 광고 시장을 창출하는 게 아니라, 유료방송(선형 TV)이 잃어가는 광고비를 흡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케이블·위성방송 시청자가 줄면서 그 광고비가 스트리밍으로 옮겨오는 구조이지, 전체 광고 풀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코드커팅(유료방송 해지)이 가속화되는 속도만큼 광고 수익이 따라붙지 못해, 비디오 산업 전체의 광고 수익 총량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스포츠가 변수, 하지만 구조는 그대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시장 회복의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코드커팅 속도가 둔화되거나 바닥을 치는 것, 그리고 스트리밍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통합 번들을 제공해 전체 지출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두 조건 모두 충족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NFL·NBA 등 주요 스포츠 중계권이 스트리밍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코드커팅 압력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스포츠 시청을 위해 유료방송을 유지하던 마지막 소비자층마저 스트리밍으로 이탈할 유인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번들링에 대한 업체들의 동기도 아직 없다. 각자도생의 수익 계산이 바뀌지 않는 한, 구조적 침체의 터널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Jung Han
Jung Han

Editor-in-Chief at K-EnterTech Hub. Covering the intersection of Korean entertainment, technology, and global media trends. Based in Seoul.

📍 Seoul,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