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다음 100년: IP의 플라이휠과 K콘텐츠에서 찾는 기회

  •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디즈니 플러스는 모든 곳에서 로컬 오리지널을 제작하지는 않아요. 각 지역의 핵심 국가를 선정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무빙(Moving)>이라는 대규모 히트작으로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 “히트작의 가치는 여전히 매우 의미 있다”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 데이나 월든이 말하는 “넷플릭스와의 경쟁, AI 시대의 스토리텔링, K콘텐츠의 의미”

글로벌 스트리밍 1위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주가는 스트리밍 붐 이후 80배 상승했다. 그동안 디즈니는 2배에 그쳤고 시가총액은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언뜻 보면 뒤쳐졌다고 볼 수 있지만 디즈니가 가는 길은 다른 방향으로 보인다.

연간 9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100년 역사 디즈니는 스트리밍 시대의 전환점에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 데이나 월든(Dana Walden)은 12월 1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엔터테인먼트의 황금 시대는 지나지 않았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The best is yet to come)"고 단언했다. 2025년 예상 매출액은 944억 달러다.

스트리밍 성장 둔화와 초대형 M&A가 맞물리며 글로벌 미디어 산업이 격변의 소용돌이로 들어가고 있다. 디즈니가 스스로를 ‘엔터테인먼트 테크 콘텐츠 회사’로 규정하며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결정은, 기술에 휘둘리기보다 AI를 앞세운 IP·플랫폼 전략의 설계자로 나서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한국 오리지널 <무빙(Moving)>으로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올린 경험은, K콘텐츠가 더 이상 넷플릭스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주며 ‘넥스트 한류’의 새로운 실험장을 예고한다.​

루미네이트 인텔리전스의 2025년 12월 보고서는 미국 SVOD 시장이 2019~2024년 사이 두 배로 성장한 이후, 향후 5년간 성장률이 11%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양적 성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지적한다.

루미네이트

구독자 확대와 콘텐츠 투자 경쟁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둔화 국면 속에서, 넷플릭스는 이미 일상 인프라(유틸리티, utility)로 자리 잡은 반면 디즈니는 큐레이션과 브랜드, 그리고 IP 플라이휠을 중심축으로 삼아 차별화된 포지션을 구축하는 중이다. 디즈니+가 한국 오리지널 <무빙(Moving)>으로 120만 명 이상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아시아·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K콘텐츠가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확장 가능한 전략 자산임을 입증한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술에 의해 파괴당하기보다, 그 혁신의 일부가 되는 길을 택했다”는 취지로, 오픈AI와의 10억 달러 파트너십을 “위협이 아니라 기회”라고 규정했다.

디즈니는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AI 영상 생성, 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디즈니+와 연결하는 실험 등을 통해 ‘IP·AI·팬 참여’가 결합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테크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동시에 창작자 보호와 저작권, 스토리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AI 도입 원칙을 강조하며 “기술을 활용하되, 서사의 중심은 인간이 맡는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전 참여, 디즈니–오픈AI 빅딜 등 초대형 거래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판도는 재편의 초입에 서 있다. ‘넥스트 한류(Next Hallyu)’ 저자이자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분과위원, 동국대 석좌교수인 고삼석 교수는 이 격변의 밑바탕에 AI라는 ‘파괴적 혁신 기술’이 놓여 있다고 진단하며, “스스로 파괴할 것인가, 파괴당할 것인가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디즈니처럼 기술을 위협이 아니라 도구로 받아들이되, 고유하게 인간적인 스토리의 본질과 기여자 보호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것—그 지점에서 K콘텐츠 산업 역시 ‘엔터테인먼트 테크 한류’로의 다음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1. 디즈니 제국의 현주소

연간 900억 달러의 콘텐츠 제국

"디즈니 캐릭터들은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시대를 초월하죠(Disney characters just give you the warm and fuzzies. They're timeless)."

미니 마우스(Minnie Mouse)부터 에리얼(Ariel), <스타워즈(Star Wars)>의 "This is the way"까지—디즈니(Disney)는 다양성(multitudes)을 내포한 거대 콘텐츠 제국이다. 엔터테인먼트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IP와 유통 채널을 통제하며, 연간 9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다.

데이나 월든 디즈니 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

데이나 월든: 폭스에서 디즈니로

데이나 월든(Dana Walden)은 디즈니 엔터테인먼트(Disney Entertainment) 공동 회장이다. 그녀는 LA에서 4마일 떨어진 곳에서 성장했으며, 뮤지컬 배우였던 어머니와 함께 TV를 많이 시청했다.

"12살 때 부모님이 거실 TV를 새것으로 바꿨어요. 어떻게든 어머니를 설득해서 구형 TV를 제 방에 들여놓았죠. 그 후 약 5년간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I didn't come out for about 5 years)."

1992년 20세기 폭스(20th Century Fox)에서 PR 직무로 시작한 월든은 <엑스 파일(The X-Files)>의 크리스 카터(Chris Carter), <심슨 가족(The Simpsons)>의 짐 브룩스(Jim Brooks)로부터 스토리텔링을 배웠다. 26년간 폭스에서 <글리(Glee)>, <엠파이어(Empire)> 같은 히트작으로 네트워크를 4위에서 1위로 끌어올렸다. 현재 밥 아이거(Bob Iger) CEO 후임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2. 미국 스트리밍 시장의 구조적 변화

성장 둔화와 안정화 ‘일상 서비스가 된 스트리밍’

루미네이트 인텔리전스의 2025년 12월 보고서는 “스트리밍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비즈니스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겉으로는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M&A 등 초대형 딜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스트리밍 비디오 시장 자체는 이미 ‘혼란의 시대’에서 ‘예측 가능한 일상 비즈니스’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SVOD 시장은 폭발적 성장 대신, 낮은 한 자릿수대의 느린 성장과 안정적인 이탈률, 그리고 수익성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재정적 안정기’로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들은 더 이상 “구독자 숫자 폭증”이 아닌, 가격 인상·광고 요금제·번들링·콘텐츠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기존 가입자를 붙잡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 지표

항목

수치

미국 SVOD 구독자 (2024년 말)

약 2억 3,800만 명

2019년 대비 증가율

2배 이상

2024~2029년 성장 전망

11%

미국 가구당 평균 스트리밍 서비스

4개

루미네이트는 HBO 맥스(HBO Max)의 "프로젝트 팝콘(Project Popcorn)"이나 넷플릭스(Netflix)의 충격적 구독자 손실 같은 사건들은 이제 과거가 됐다. 스트리밍 비디오 비즈니스는 2019~2023년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비즈니스로 변모했다.

‘프로젝트 팝콘(Project Popcorn)’은 워너브라더스와 HBO 맥스가 2021년에 썼던 ‘극장·스트리밍 동시개봉’ 전략의 내부 코드명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워너브라더스는 2021년 한 해 전체 극장 개봉작을, 개봉 첫날부터 31일 동안 미국에서 HBO 맥스로 동시에 볼 수 있게 했다.​ <듄>, <고질라 vs. 콩>,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매트릭스 리저렉션> 같은 작품들이 모두 이 방식으로 나갔고, 극장·창작자 반발을 감수하는 대신 HBO 맥스 초기 가입자 성장을 극대화하겠다는 승부수였다.

가격 인상의 시대

주요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SVOD) 플랫폼들은 지난 3년간 공격적인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주요 플랫폼 가격 변화 (2024년 초 → 2025년 말)

플랫폼

2024년 초

2025년 말

변화

넷플릭스 스탠다드(Netflix Standard)

$15.49

$17.99

+$2.50

넷플릭스 프리미엄(Netflix Premium)

$22.99

$24.99

+$2.00

디즈니+ 프리미엄(Disney+ Premium)

$13.99

$17.99

+$4.00

맥스 광고 지원(Max Ad-Supported)

$9.99

$10.99

+$1.00

피콕 프리미엄(Peacock Premium)

$5.99

$7.99

+$2.00

디즈니 플러스(Disney+)는 2022년 광고 지원 요금제 도입 이후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약 80% 인상했다. 마크 어소시에이츠(Marks Associates) 연구에 따르면 상위 8개 SVOD 구독자의 45%가 최저가 광고 지원 요금제를 이용 중이다.

구독자 이탈률 비교

플랫폼

이탈률

넷플릭스(Netflix)

2.1%

HBO 맥스(HBO Max)

3.6%

디즈니 플러스(Disney+)

4.2%

애플 TV+(Apple TV+)

4.7%

파라마운트+(Paramount+)

5.1%

피콕(Peacock)

5.5%


3. 디즈니의 스트리밍 전략: 플라이휠과 큐레이션

첫 24시간 1,000만 구독자

넷플릭스(Netflix)가 스트리밍 붐을 일으킨 후 6년 뒤인 2019년,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Disney+)를 출시했다.

월든은 당시를 어렇게 회상한다: "밥 아이거(Bob Iger)는 폭스 자산 인수에 매우 관심이 많았습니다. 넷플릭스 구독자 기반을 구축한 유형의 쇼들이 여러 시즌 있었기 때문이죠. 디즈니 플러스는 첫 24시간 만에 1,000만 명의 구독자로 런칭했습니다(Disney Plus launched with I think 10 million subscribers in the first 24 hours)."

"소비자들이 이미 지불하는 모든 것 위에 이것까지 지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죠?" 월든의 대답: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우리가 뒤처졌다고 전혀 느끼지 않았습니다(So, we did not feel by any stretch that we were behind)."

플라이휠 시스템

디즈니 제국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TV 쇼, 영화
  • 익스피리언스(Experiences): 테마파크, 크루즈
  • 스포츠(Sports): ESPN

"모든 디즈니의 조각들이 함께 작동합니다.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IP가 익스피리언스와 제품으로 전환되어 '디즈니 플라이휠(Disney Flywheel)'을 형성합니다. 회사 전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독특하고 강력한 시스템이죠."

월든은 훌루(Hulu), 디즈니 플러스(Disney+), FX, ABC 등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브 포트폴리오를 감독한다. "우리는 방대한 스토리 배열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통 생태계를 통합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 생각합니다(We think about it as an integrated entertainment business)."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는 스트리밍과 ABC 동시 방영(simulcasting)으로 시청률이 60% 증가했다. "젊은 구독자들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합니다. 우리는 팬들이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쇼를 제공합니다(We're serving fans wherever they want to watch our shows)."

넷플릭스와의 차별화: 유틸리티 vs 큐레이션

"넷플릭스가 추격해야 할 대상인 건 분명하죠. 어떻게 다릅니까?"

이에 대해 월든은 "넷플릭스는 놀라운 일을 해냈고 정말로 일상적인 인프라, 유틸리티(utility)로 발전했습니다. 많은 상황에서, 뭘 볼지 모르지만 TV를 볼 거라면 가는 곳이 바로 넷플릭스죠(They really have developed into a utility. That is the place you go when you don't know what you want to watch)."

"품질 대 양의 차이도 있습니까?"

"오, 의심의 여지가 없죠. 우리는 양을 추구한 적이 없습니다. 콘텐츠의 소방 호스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 우리는 큐레이션합니다(We're not trying to create a fire hose of content. We're trying to curate)."

스트리밍 붐 시작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80배 상승한 반면, 디즈니는 약 2배 상승에 그쳤다.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디즈니의 약 2배다.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는요?"

"두 서비스는 공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익, 순영업이익(NOI), 구독자, 참여도 측면에서 분기별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콘텐츠 사업자들을) 시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IP 없이 하는 것도 정말 어렵습니다(Virtually impossible to start from scratch and it's also really difficult to do it without that IP)." 결국 IP를 축으로 한 자본 효율적 성장 전략을 정당화하는 산업 분석적 신호로 읽힌다.

4. 번들 전쟁과 FAST의 부상

디즈니 번들의 시장 지배력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디즈니 번들(Disney Bundle: Disney+ + Hulu + ESPN+)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SVOD 번들 상품이다.

미국 소비자 SVOD 구독 비율 (2025년 9월)

플랫폼

구독 비율

넷플릭스(Netflix)

65%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54%

디즈니 플러스(Disney+)

43%

맥스(Max)

32%

훌루(Hulu)

31%

애플 TV+(Apple TV+)

23%

디즈니는 최근 훌루(Hulu) 브랜드를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퍼링을 단순화하려는 전략이다.

아마존의 애그리게이터 전략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채널스(Amazon Prime Video Channels)는 스트리밍 애그리게이션 플랫폼으로서 지배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2024년 애플 TV+를 채널스 라인업에 추가한 후 애플 TV+ 가입자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FAST의 급성장: 투비의 약진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플랫폼 투비(Tubi)가 2025년 9월 기준 미국 소비자 약 50% 침투율을 달성했다. 이는 HBO 맥스, 파라마운트+ 수준이다. 투비는 2024년 2월 슈퍼볼을 처음으로 스트리밍하며 역대 최대 스트리밍 시청자를 기록했다. 폭스(Fox)가 소유한 투비는 스포츠 포트폴리오를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에 두고 있다.

5. 인재 관리 철학: 카다시안과 라이언 머피

<그레이 아나토미>: 22시즌의 생존 공식

ABC의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는 올해로 벌써 22번째 시즌을 맞은 장수 시리즈다. 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이제 TV 역사 그 자체가 됐다.

주연 배우 엘렌 폼페오(Ellen Pompeo)는 오랜 인기의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TV든 틱톡이든 볼 게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시청자를 붙잡는 게 정말 어려워졌어요. 그런데 <그레이 아나토미>는 초반에 큰 흥행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고, 그 덕분에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어요.”

폼페오의 말처럼, 이 드라마는 ‘시청자와의 오랜 관계’라는 강력한 자산 덕분에 매 시즌 새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We had such a head start and we had such a built-in audience that we've been able to sustain even through all the noise)."

카다시안 가족의 디즈니 합류

카다시안(Kardashian) 가족을 훌루(Hulu)로 데려온 것은 월든의 디즈니 초기 성공 사례다. <더 카다시안즈(The Kardashians)>는 2020년 훌루에서 가장 큰 히트작 중 하나가 됐다.

킴 카다시안

크리스 제너(Kris Jenner)는 협상가로서의 자신을 이렇게 설명한다: "저는 강하지만 단호하다고 생각해요. 직접적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제 정확히 알죠. 제안이 들어오면 가끔 웃음이 나요. 두 배로 올려서 '봐요, 엄마 아직 감 있죠(Mom still might have it)'라고 말할 수 있을 때요."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은 라이언 머피(Ryan Murphy)의 법률 드라마 <올스 페어(All's Fair)>로 드라마 시리즈에 진출했다. "라이언 머피가 제 로스쿨 여정을 알고 있었고, 여성 가족법 변호사들로 구성된 컨셉이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킴의 철학: "저는 성장하고 배우는 것을 정말 즐겨요. 멈추면 삶이 좀 지루해지겠죠. 저는 약간의 혼란을 좋아해요(I really do enjoy growing and learning. When I stop is like when life will get a little boring. I love a little chaos)."

라이언 머피와의 파트너십

라이언 머피(Ryan Murphy)는 최근 수십 년간 미국 TV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쇼러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글리(Glee)》,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 《포즈(Pose)》 등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폭스(Fox)에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폭스 시절 데이나 월든(Dana Walden)과 긴밀히 협력했으며, 이후 넷플릭스(Netflix)와의 대형 제작 계약으로 이적했다가 월든의 설득으로 디즈니(Disney)에 복귀했다.

머피는 월든과의 작업 방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올스 페어>의 경우, 그녀는 모든 대본을 읽었어요. 많은 노트를 줬는데, 저는 노트를 좋아하거든요... 사실 별로 안 좋아하지만요(I love a note. Well, I really don't). 파일럿을 위해 7가지 다른 편집본을 만들었어요. 그녀의 인재에 대한 철학은 '포기하지 마라, 항상 더 나아질 수 있다(Don't give up. It can always be better)'는 거예요."

월든의 인재 관리 철학: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들은 제가 존경할 뿐 아니라 아끼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많은 경우, 빠른 '아니오'는 '예' 다음으로 좋은 것입니다. 훌륭한 파트너들이 폭발적인 히트작이 될 것을 찾아 나설 수 있게 해주니까요(A fast no is the second best thing to a yes because it enables great partners to move on and find the thing that is going to be explosive)."

6. 글로벌 콘텐츠 전략과 K콘텐츠

디즈니 글로벌 확장의 도전

루미네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반 주요 SVOD 중 넷플릭스만이 진정한 글로벌 서비스다. 디즈니 플러스는 유럽, 라틴아메리카, MENA(중동·북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서비스 중이다. 핵심 과제는 각 시장의 적절한 수익화다. 디즈니는 특히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지역 스트리밍 구독자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시아 전역 로컬 오리지널 투자의 핵심 동력이 됐다. 소비자들이 자국 콘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루미네이트

<쇼군>: 70% 일본어 대화의 도전

FX의 <쇼군(Shogun)>은 FX 역사상 가장 큰 히트작이 됐다. 주연 배우이자 프로듀서 히로유키 사나다(Hiroyuki Sanada)가 일본 문화에 충실한 제작을 이끌었다.

"최고의 사무라이 동작은요?"

사나다의 대답: "싸움보다 칼을 뽑는 것을 좋아해요. 단순한 싸움보다 매우 영적인 순간이거든요(More than fight, I like to draw the sword because this is a very spiritual moment than just fight)."

"위험하다고 느꼈나요?"

"네, 물론이죠. 대화의 70%가 일본어였어요. 그건 위험했죠(Our children had a 70% Japanese dialogue. That's risky). 그리고 디즈니는 용감한 회사였습니다(Disney was a brave company)."

"<쇼군>의 성공이 스튜디오들의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 방식을 바꿀까요?"

"그러길 바랍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청자들도 바꿨어요. 그들은 진짜 이야기, 드라마, 진정성을 보고 싶어합니다(They want to watch real story, drama, authenticity)."

<무빙>과 K콘텐츠의 전략적 가치

"<쇼군>은 큰 성공이었고 더 글로벌하고 로컬라이즈된 콘텐츠에 기대고 있습니다. 어떤 시장이 대상입니까?"

월든: "디즈니 플러스는 현재 150개 이상 국가에 있습니다. 모든 곳에서 로컬 오리지널을 제작하지는 않아요. 각 지역의 핵심 국가를 선정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습니다(We are picking key countries in each of the regions and developing original content there)."

"<오징어 게임(Squid Game)>과 <더 크라운(The Crown)>은 대형 히트작이에요. 넷플릭스가 이 분야에서 훨씬 앞서 있는 것 같은데, 따라잡을 수 있나요?"

월든의 대답: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두 개의 쇼를 말씀하셨잖아요. 우리는 한국에서 <무빙(Moving)>이라는 대규모 히트작으로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습니다(We had a massive hit in Korea with a show called Moving that signed up millions of subscribers). 히트작의 가치는 여전히 매우 의미 있습니다(The value of a hit continues to be very meaningful)."

7. AI 시대의 스토리텔링

100년 스토리텔링의 미래

질문: "AI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분명히 다음 큰 파괴적 혁신이잖아요. 100년간 스토리텔링에 자부심을 가져온 회사인데, 이제 컴퓨터가 많은 것을 무섭게 잘하고 있어요."

월든: "프리미엄 스토리와 AI가 비용 곡선을 낮추거나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우리는 배우, 작가, 감독—우리의 파트너들과 함께 모든 것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유하게 인간적인 스토리가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기여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매우 강한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What is a uniquely human story and how to protect the contributors in that process)."

"밥 아이거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AI 생성 콘텐츠, 사용자 생성 비디오의 잠재력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했어요. AI가 만들면 여전히 디즈니 매직인가요?"

월든: "디즈니 매직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어떤 한 형식일 필요가 없어요. 스토리의 기본이 디즈니적이라면 디즈니 매직이라고 생각해요. 기술은 회사 역사 내내 빠르게 진화해 왔습니다(Disney magic is storytelling. It doesn't have to be any one form. The technology has evolved rapidly throughout the history of the company)." 이와 관련 디즈니는 오픈AI(Open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AI관련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8. 스포츠 스트리밍: 새로운 전쟁터

디즈니 슈퍼 앱 구상

"훌루, 디즈니 플러스, ESPN 세 개의 앱이 분리되어 있는데, 디즈니 슈퍼 앱이 나오나요?"

월든: "네, 알다시피 우리는 그 경험을 모두 한 곳에서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디즈니 플러스가 개인화되고 특화된 환경이 되도록 하는 것이죠. 궁극적으로 더 쉽게 만들고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We're on the path to delivering that experience all in one place... It reduces the friction)."

ESPN의 플래그십 서비스

ESPN은 ESPN 플래그십(ESPN Flagship, 일명 ESPN Unlimited)이라는 새로운 SVOD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네트워크를 포스트-케이블 미래로 이끌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스포츠 중계권 거래

중계권

플랫폼

연간 비용

NFL 목요일 나이트 풋볼

아마존(Amazon)

15억 달러

NBA

NBC

25억 달러

NBA

아마존(Amazon)

18억 달러

NFL 크리스마스 게임

넷플릭스(Netflix)

7,500만 달러

포뮬러 원(F1)

ESPN

연간 9,000만 달러

NFL 커미셔너 로저 구델(Roger Goodell)은 리그가 빠르면 내년(2026년)에 방송 계약 재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9. 디즈니의 미래와 CEO 승계

승계 계획의 불확실성

질문: "디즈니는 분명히 승계 계획에 어려움을 겪어왔어요. 공동 CEO 구조도 고려했고요. 승계 계획은요? 진전이 있나요? 내부인인가요 외부인인가요?"

월든: "훌륭한 사람이 될 거예요(It'll be someone great)."

"할리우드에서 지금 가장 큰 이야기는 디즈니의 다음 CEO가 누구냐는 거예요. 전문가들이 TV와 팟캐스트에서 누가 선두인지 이야기하고, 당신이 선두 후보 중 한 명이에요. 그들은 종종 당신과 동료들을 경쟁 구도로 놓아요. 내부에서 어떤 느낌인가요?"

"동료들과 경쟁 구도로 놓이는 것은 고맙지 않아요. 우리는 놀라운 관계를 가지고 있거든요. 매우 긴밀한 조직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회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엄청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미래로 가는 길을 개척하는 세계적 수준의 팀이 이 회사에 있습니다(We have incredible relationships. We are a very tight organization, but I have enormous faith in where this company's going)."

10. 지미 키멜 사태와 위기 관리

정치적 논란과 결정 과정

2024년 9월, ABC의 지미 키멜(Jimmy Kimmel)이 트럼프(Trump) 행정부 관련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월든과 밥 아이거(Bob Iger)는 키멜을 정지시켰다가 며칠 후 복귀시켰으며, 이는 업계의 언론 자유 수호 능력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무슨 일이 있었고 밥과 지미와 어떤 대화가 있었나요?"

월든: "수요일 쇼가 다시 방송되기 직전에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했어요—상황이 극도로 과열되어 있었습니다(The situation was extremely heated). 온도를 낮추고 싶었어요. 그날 밤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죠. 그래서 지미와 대화하기 위해 일시 중단했습니다. 직원들을 보호하고 시청자를 생각하면서 특정 방식으로 상황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이나 밥에게 전화했나요? 백악관에서 압력이 있었나요?"

"그러지 않았어요.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He did not. We did not hear from them)."

"사건 후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의 구독 취소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그 보도들은 크게 과장됐다고 생각해요. 실적 발표 때 보고한 구독자 수를 보셨잖아요. 매우 강한 분기였습니다. 이 문제는 확실히 과거의 일이에요(I think those reports were highly exaggerated... I think that this issue is firmly in our past)."

11. 엔터테인먼트의 황금 시대

100년 된 회사의 다음 세기

"당신은 TV, 스트리밍, 이제 AI까지 수많은 재창조의 중심에 있었어요. 100년 된 회사를 다음 세기로 이끄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요?"

월든: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 경험을 개인화할 수 있는 것, 기술과 제품을 구축하는 것, 다시 이 IP에 고유한 기능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우리 파크에 갈 때 기뻐하는 것처럼 기쁘게 하는 것(Understanding the consumer, being able to personalize experiences, building out our technology, product, creating features again that are unique to this IP that will delight people the same way they are delighted when they go to our parks)."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블룸버그 더 서킷의 진행자 엘렌 폼페오(Ellen Pompeo)는 산업의 현재를 이렇게 진단했다: "우리는 팬데믹에 의해, 파업에 의해, 정치적 분위기에 의해 매우 트라우마를 겪었어요. 그리고 모두가 정말 아름다운 방식으로 통합되어 고양시키고 하나로 만드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느껴요(We have been very traumatized by the pandemic and by the strikes and by the political climate and I sort of feel that everybody is unifying in a really beautiful way and trying to make products that uplift and unite)."

"엔터테인먼트의 황금 시대는 지났나요, 아니면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나요?"

월든: "오,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전혀요. AI의 세계에서도 더 프리미엄한 것은 최고의 스토리와 최고의 라이브 경험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계속할 거예요. 그건 미래 세대에게, 특히 그 경험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의미가 있을 거예요(I don't think it's behind us at all. Even in a world of AI more premium are the best stories and the best live experiences)."

"그래서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확실히요(I think so. Absolutely)."

결론: K콘텐츠 산업을 위한 전략적 시사점

월든이 "<무빙(Moving)>으로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고 직접 언급한 것은 K콘텐츠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글로벌 K콘텐츠 유통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시리즈가 되면서, K콘텐츠는 곧 넷플릭스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듯했다.

그러나 디즈니가 "각 지역의 핵심 국가를 선정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이 그 핵심 국가 중 하나라는 월든의 발언은, K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루미네이트 보고서가 지적하듯, 아시아 시장에서 스트리밍 구독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고 자국 콘텐츠를 선호한다. 이것이 글로벌 플랫폼들의 아시아 로컬 오리지널 투자 확대의 동력이다.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이 K콘텐츠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K콘텐츠 제작사들은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복수의 글로벌 플랫폼이 동시에 K콘텐츠를 원할 때, 제작사는 더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

출처 루미네이트

<쇼군>의 성공은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화의 70%가 일본어였음에도 FX 역사상 가장 큰 히트작이 된 이 드라마는, 문화적 진정성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나다가 "디즈니는 용감한 회사였다"고 평가한 것처럼, 글로벌 플랫폼들이 비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면, K콘텐츠 역시 한국어 대사 비중이나 한국적 정서를 희석시키지 않고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진짜 이야기, 드라마, 진정성을 보고 싶어합니다"라는 사나다의 말은 K콘텐츠의 한국적 정체성이 약점이 아닌 강점임을 시사한다.

디즈니의 ‘플라이휠’은 이제 K콘텐츠 IP 비즈니스 설계에서 사실상 참고 모델이자 압박 요인이다. 콘텐츠 히트가 테마파크·크루즈·머천다이즈·게임·라이선싱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 경험이 원작에 대한 수요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이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영화·시리즈 한 편을 ‘단일 상품’이 아니라, 파크·크루즈·굿즈·게임·음악 등 다중 수익원으로 확장되는 브랜드 플랫폼으로 설계한다. 이때 경험 비즈니스(파크·크루즈·오프라인 이벤트)는 스트리밍·극장 매출보다 변동성이 낮고,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방어력을 제공하는 축으로 작동한다.​

K콘텐츠 IP도 이와 같은 ‘경험 축’을 확보해야만 수익 구조가 광고·제작비 선판매·플랫폼 MG에 편중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IP를 방송/스트리밍 전달물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체험형 전시, 테마 어트랙션, 라이선스 머천다이즈, 게임·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입체화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Squid Game: The Challenge>와 각종 게임·체험형 이벤트로 확장되며, 글로벌 플레이어가 K-IP를 어떻게 ‘플라이휠 자산’으로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스핀오프는 넷플릭스 내에서 원작 시리즈의 시청을 재점화하며, 하나의 히트 IP가 플랫폼 전체 체류 시간과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K-팝 역시 앨범 판매를 넘어 팬미팅, 투어, 굿즈, 모바일 게임과 메타버스 기반 서비스 등으로 수익을 다각화하며, ‘경험 중심’ 수익 구조 전환을 이미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치의 상당 부분이 기획사·플랫폼·글로벌 유통사 간 계약 구조에 따라 분산되고 있어, IP 소유와 확장 권한 설계가 가장 중요한 전략 변수가 되고 있다.​

디즈니 플라이휠에서 핵심은 “IP 소유권+확장 권한”이 모두 디즈니 내부에 귀속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면 많은 K드라마·영화 프로젝트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 제작비를 의존하면서도, 2차·3차 활용 권리 상당 부분을 넘겨주며 장기 플라이휠의 상당 지분을 외부에 이전하는 구조를 택해 왔다.​

따라서 K콘텐츠 산업의 다음 과제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딜에서

  • 경험·머천다이즈·게임·라이선스 영역에 대한 권리와 수익 배분
  • IP 장기 활용 기간 및 지역별 권리 구조
  • 공동 투자·합작법인(JV)·라이선스 모델 등 대안적 구조 설계

이러한 계약 구조가 향후 10~20년간 K콘텐츠 회사의 밸류에이션과 현금창출력을 좌우할 수 있다.​

‘큐레이션 vs 소방 호스’와 K콘텐츠

월든이 강조한 “우리는 소방 호스가 아니라 큐레이션을 지향한다”는 발언은, 디즈니가 넷플릭스식 ‘대량 공급 플랫폼’이 아니라 엄선된 IP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콘텐츠 물량으로 ‘필수 유틸리티’ 포지션을 얻는 동안, 디즈니는 소수의 초대형 IP를 중심으로 체험·머천다이즈·라이브 이벤트까지 연계하는 깊이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월든은 “히트작의 가치는 여전히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K콘텐츠 산업 역시 두 가지 길 사이에서 선택이 필요하다.

  • 단기적으로는 플랫폼 수요를 맞추기 위한 ‘양적 확대’가 제작 생태계를 유지시키지만,
  •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임팩트를 가진 소수의 IP를 중심으로 플라이휠을 설계하는 편이 기업 가치와 협상력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리고 ‘소수의 진짜 글로벌 히트’가 경험·머천다이즈·게임·라이선싱까지 포함한 플라이휠 전반의 수익을 견인할 수 밖에 없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K콘텐츠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히트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개발·제작 단계의 선택이 필요하다. 이른바 타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동시에 히트의 결과물을 플라이휠로 전환하는 IP·권리·파트너십 전략의 정교화가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AI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게임 체인저’이면서 동시에, 스토리텔링 중심 비즈니스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디즈니의 10억 달러 규모 오픈AI 투자와 월든의 발언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기술 도입 자체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전략 경쟁 단계로 이미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디즈니·월든의 AI 전략

디즈니는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마블·픽사·스타워즈 등 주요 IP를 소라(Sora) 플랫폼에 라이선싱해 단순 제작 효율화뿐 아니라 UGC·팬 참여형 콘텐츠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수익 축을 열고 있다. 동시에 회사는 사내 프로덕션·마케팅 워크플로에 AI를 도입해 비용 구조와 제작 사이클 자체를 재설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든은 인터뷰에서 배우·작가·감독 등 핵심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무엇이 고유하게 인간적인 스토리인지, 기여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히며, AI를 단순한 비용절감 도구가 아니라 크리에이터 파트너십을 재정의하는 기술로 다루고 있다. 이는 디즈니의 AI 전략이 ‘창작 노동 보호’와 ‘IP 통제력 강화’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K콘텐츠에 주는 미래 경쟁력에 주는 의미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은 엔터테인먼트 테크보다 감성, 캐릭터, 사회·문화적 맥락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에 기반해 왔다.

AI 시대에도 이 ‘감성·서사’ 우위를 유지하려면, AI를 서사를 대체하는 엔진이 아니라, 개발·리서치·포스트 프로덕션·마케팅 효율을 높여 크리에이터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필수적인 보조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AI가 대본 초안, 콘티, 현장 시각화 등 제작 프로세스 전반에 들어올수록, K콘텐츠 산업 내에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산업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 AI 활용 범위 및 크레딧 인정 기준
  • 2차 저작물·생성물에 대한 권리 귀속
  • 데이터·학습 소재에 대한 보상 구조

이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에서 ‘인력·창작 생태계를 보호하는 산업 블록’으로서 K콘텐츠의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황금기’와 프리미엄 콘텐츠의 의미

월든이 “엔터테인먼트의 황금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AI 세계에서도 가장 프리미엄한 자산은 최고의 스토리와 라이브 경험”이라고 강조한 것은, 결국 플랫폼·기술 경쟁이 아닌 콘텐츠 퀄리티 경쟁이 최종 승부처라는 신호로 읽힌다.

AI로 제작비를 낮추고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글로벌 레벨의 감정 이입과 문화적 파급력을 동반한 히트 IP는 여전히 희소한 자원이다.​

<킹덤>, <오징어게임>, <K팝 데몬 헌터스> 등 지난 10년간 K-드라마와 K-영화, K-예능·K-팝이 만들어낸 글로벌 성과는 히트 IP를 만들 수 있는 ‘스토리텔링 역량’이 한국에 이미 존재함을 증명한다. 넥스트 한류 이니셔티브의 관건은, AI·플랫폼 다변화·IP 확장이라는 기회를 활용하면서도, 집단 창의성과 작가·연출 중심의 서사 설계 능력을 훼손하지 않는 산업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

FAST·스포츠 스트리밍이 여는 새 채널

투비(Tubi)의 고성장과 같은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 확대는, 저가·무료 환경에서 긴 꼬리 K콘텐츠를 재수익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라이브 채널형 K-드라마·K-예능 편성, 오래된 라이브러리 타이틀의 재가공, 테마형(로맨스·K-로코·K-호러 등) K콘텐츠 채널은 FAST 내에서 충분히 차별화 자산이 될 수 있다.​

ESPN의 DTC 서비스 출범은 스포츠 스트리밍이 본격적으로 독립 플랫폼 비즈니스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K리그·e스포츠·格투기·K-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유통 모델을 새로 설계할 타이밍을 의미한다. 특히 e스포츠·게임 IP, 음악과 결합된 이벤트성 라이브 콘텐츠는 AI 기반 개인화·인터랙티브 기능과 결합할 때 K콘텐츠의 새로운 ‘실시간 경험’ 카테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넥스트 10년을 위한 과제

이러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지형 변화 속에서 K-EnterTechHub는 2026년 1월 7일 CES 2026 기간 중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 밀란룸에서 '넥스트 K웨이브 엔터테크@CES2026(NEXT K-WAVE EnterTech@CES2026)' 포럼을 개최한다.

네바다경제청(GOED), 싱클레어(Sinclair), 코코와(Kocowa), 메가 익스히비션(Mega Exhibition) 등과 공동 주최하는 이 포럼에서 고삼석 교수는 'Next Hallyu Initiative' 기조연설을 통해 AI·XR 시대 K콘텐츠 글로벌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Sinclair Broadcast Group) 기술총괄 사장 델 파크스(Del Parks)의 클라우드·AI와 방송·K콘텐츠 미래에 대한 기조연설, NEW ID 박준경 대표의 한국 1위 FAST 플랫폼 글로벌 확장 전략 스페셜 토크, 허드슨AI 신현진 대표의 연기형 AI 음성 테크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수익화 전략 소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승한 시장조사심의관의 AI 시대 한국 방송·통신 정책과 글로벌 협력 방향 발표 등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이 행사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테크 포럼 최초로 허드슨AI(Hudson AI)가 기조연설부터 라운드테이블까지 실시간 AI 통역(한영)을 제공한다.

고삼석 석좌 교수는 "'한류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려면 AI와 엔터테인먼트 테크를 활용, 주기만 하는 한류가 아니라 주고 받는 공진화 관점에서 새로운 한류의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문화의 힘이 강한 한국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월든이 "엔터테인먼트의 황금 시대는 지나지 않았다"고 말한 것처럼, K콘텐츠의 황금 시대 역시 아직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AI 시대에도 "최고의 스토리와 최고의 라이브 경험"이 프리미엄의 핵심이라면, 지난 1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스토리텔링의 힘을 입증해온 K콘텐츠는 그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문제는 플랫폼 다변화와 IP 확장의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면서, 테크놀로지의 혁신의 파도에 올라탈 것인가다.

디즈니가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자사 캐릭터 활용을 허용한 것처럼, K콘텐츠 산업도 AI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도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동시에 월든이 "고유하게 인간적인 스토리가 무엇인지, 기여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핵심 질문으로 제시한 것처럼, 기술과 창작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파괴할 것인가, 파괴당할 것인가—K콘텐츠 산업은 지금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행사 주요 내용

  • 넥스트 K웨이브 엔터테크@CES2026 (NEXT K-WAVE EnterTech@CES2026)
  • 일시: 2026년 1월 7일 오후 2시 30분
  • 장소: 시저스 팰리스 밀란룸 (Caesars Palace – Milan Ballroom, 3570 S Las Vegas Blvd, Las Vegas, NV 89109)
  • 주최: K-EnterTech Hub
  • 후원원: 네바다경제청(GOED), 싱클레어(Sinclair), 코코와(Kocowa), 메가 익스히비션(Mega Exhibition)
  • 문의: existen75@kentertechhub.com

K콘텐츠 산업을 위한 전략 시사점: 엔터테크가 결정하는 다음 K웨이브

K콘텐츠 산업이 AI 시대와 스트리밍 전환기에서 구조적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엔터테크)를 핵심 인프라로 삼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디즈니가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FAST 플랫폼 투비가 미국 50% 침투율을 달성한 사례는 엔터테크가 콘텐츠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원칙

엔터테크 적용

AI 활용 원칙

AI를 '비용 절감'이 아니라 '창작 역량 증폭' 인프라로 사용—AI 더빙, AI 통역, AI 기반 버추얼 프로덕션

크리에이터 보호

크리에이터 권리 보호와 AI 활용 가이드라인의 산업·정책적 정비—연기형 AI 음성 테크의 윤리적 활용

멀티채널 유통

FAST·스포츠·인터랙티브 영역까지 확장된 멀티채널 유통 포트폴리오 구축—클라우드 기반 글로벌 유통 인프라

K콘텐츠 플라이휠

디즈니식 IP·경험 확장 모델과 결합된 'K콘텐츠 플라이휠' 설계—XR·이머시브 경험으로 IP 확장

1. 글로벌 플랫폼 다변화와 엔터테크 인프라

전략

엔터테크 실행 방안

복수 플랫폼 파트너십

넷플릭스·디즈니+·애플TV+·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동시 유통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멀티플랫폼 배급 시스템 구축

플라이휠 모델 활용

콘텐츠 IP → 테마파크 → 상품 → 게임 확장을 위한 XR·메타버스·이머시브 경험 테크 투자

아시아 투자 확대 편승

AI 기반 로컬라이제이션(더빙·자막·문화 적응) 기술로 글로벌 시장 진출 비용·시간 단축

2. 문화적 진정성과 로컬라이제이션 테크

근거

K콘텐츠 엔터테크 전략

<쇼군> 성공: 대화 70%가 일본어였음에도 FX 역사상 최대 히트작

한국어 대사 비중 유지하면서 AI 더빙·실시간 통역 기술로 글로벌 접근성 확보

사나다: "시청자들은 진짜 이야기, 드라마, 진정성을 원한다"

연기형 AI 음성 테크(허드슨AI)로 배우의 감정·뉘앙스 보존한 고품질 더빙

사나다: "디즈니는 용감한 회사였다"

문화적 진정성 유지하면서 테크 기반 글로벌 유통 동시 달성


3. 큐레이션 전략과 AI 기반 제작

근거

엔터테크 시사점

월든: "콘텐츠의 소방 호스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큐레이션한다"

AI 기반 콘텐츠 분석·추천 시스템으로 히트작 예측 및 기획 역량 강화

월든: "히트작의 가치는 여전히 매우 의미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LED 월 스튜디오 등 제작 테크로 고품질 콘텐츠 효율적 생산

루미네이트: 넷플릭스 이탈률 2.1% vs 디즈니+ 4.2%

데이터 기반 시청자 분석 테크로 구독자 유지 전략 고도화

4. FAST·스포츠와 스트리밍 테크

시장 동향

K콘텐츠 엔터테크 기회

투비(Tubi) 미국 50% 침투율, HBO 맥스·파라마운트+ 수준

K-FAST 채널 구축—NEW ID 등 한국 FAST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

투비, 2024년 슈퍼볼 스트리밍으로 역대 최대 시청자 기록

K리그·e스포츠의 클라우드 기반 글로벌 라이브 스트리밍 인프라

ESPN 플래그십(ESPN Unlimited) 런칭 예정

스포츠 스트리밍 테크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유통 채널 확보

5. AI 시대의 엔터테크 전략

디즈니의 접근

K콘텐츠 엔터테크 전략

오픈AI에 10억 달러 투자, 자사 캐릭터 AI 활용 허용

생성 AI 기반 콘텐츠 기획·프리프로덕션 도입—스토리보드·콘셉트 아트 자동화

월든: "기여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논의 중

AI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크리에이터 권리 보호와 AI 활용의 균형

월든: "디즈니 매직은 스토리텔링"

AI는 도구, 스토리텔링은 인간—테크와 창작의 명확한 역할 분담

CES 2026 '넥스트 K웨이브 엔터테크' 포럼에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테크 행사 최초로 실시간 AI 통역(한영)을 제공. 연기형 AI 음성 테크가 K콘텐츠 글로벌 유통의 새로운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시연한다.

6. 협상력 강화와 테크 레버리지

근거

엔터테크 기반 실행 전략

크리스 제너: "제안이 들어오면 두 배로 올려서 협상"

자체 유통 테크 인프라 보유로 플랫폼 의존도 낮추고 협상력 확보

월든: "빠른 '아니오'는 '예' 다음으로 좋은 것"

데이터 기반 콘텐츠 가치 측정 테크로 IP 가치 객관적 입증

월든: "히트작의 가치는 여전히 매우 의미 있다"

IP 확장 테크(게임·XR·메타버스) 역량으로 후속 협상 레버리지 확보


종합: 엔터테크 기반 K콘텐츠 플라이휠 설계

단계

디즈니 모델

K콘텐츠 엔터테크 적용

1단계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

AI 기반 기획·버추얼 프로덕션으로 고품질 K-드라마·K-영화 제작

2단계

멀티플랫폼 유통

클라우드 기반 글로벌 배급 + AI 로컬라이제이션으로 넷플릭스·디즈니+·FAST 동시 유통

3단계

IP 확장 (테마파크)

XR·이머시브 경험 테크로 K콘텐츠 테마파크·팬미팅 구현

4단계

상품화 (굿즈)

디지털 굿즈·NFT·AI 생성 콘텐츠 기반 라이선싱

5단계

게임·인터랙티브

K콘텐츠 IP 기반 게임·메타버스 개발

6단계

수익 재투자

엔터테크 R&D 투자 → 1단계로 순환, 플라이휠 가속

핵심 엔터테크 영역별 투자 우선순위

우선순위

엔터테크 영역

기대 효과

1

AI 로컬라이제이션 (더빙·통역·자막)

글로벌 시장 진출 비용 절감, 출시 시간 단축

2

버추얼 프로덕션·LED 월

고품질 콘텐츠 제작비 절감, 창작 자유도 확대

3

클라우드 기반 글로벌 유통

멀티플랫폼 동시 배급, 실시간 시청 데이터 분석

4

XR·이머시브 경험

IP 확장 수익원 다변화, 팬 경험 고도화

5

AI 기반 콘텐츠 분석·기획

히트작 예측 정확도 향상, 투자 리스크 감소

디즈니가 오픈AI 투자로 "기술에 의해 파괴당하기보다 혁신의 일부가 되는 길"을 선택한 것처럼, K콘텐츠 산업도 엔터테크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고삼석 석좌교수가 강조하듯 "AI와 엔터테인먼트 테크를 활용, 주고받는 공진화 관점에서 새로운 한류의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엔터테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 테크 기반 전환이 넥스트 한류 이니셔티브의 성패와 K콘텐츠 산업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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