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쿠-텔레비사유니비전, '히스패닉 광고 동맹' 결성… FAST 광고 경쟁의 새 공식 제시

"채널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 콘텐츠 사업자-플랫폼 데이터 결합으로 오디언스 통째로 패키징

FAST(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TV) 시장에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미국 CTV 1위 플랫폼 로쿠(Roku)와 최대 스페인어 미디어 그룹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이 내놓은 답은 '문화권 오디언스 패키징(US Hispanic audiences across CTV)'이다.

양사는 히스패닉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통합 광고 솔루션을 출시했다. 영어 채널이든 스페인어 채널이든 상관없이, '라틴 문화권에 속한 시청자'를 하나의 프리미엄 광고 상품으로 묶어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모델이다.

FAST는 광고가 유일한 수익원이다. 결국 '누구에게 광고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데, 이번 파트너십은 그 경쟁의 단위를 '채널'에서 '문화권 오디언스'로 바꿔놓았다. 글로벌 FAST 시장에 도전 중인 K-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문화 팬덤을 어떻게 광고 자산으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례다.

플랫폼 데이터 + 콘텐츠 전문성 = 통합 광고 상품

이번 협력의 핵심은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과 '문화를 아는 콘텐츠 사업자'의 결합이다.

로쿠는 미국 내 9천만 가구의 CTV 시청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이고, 텔레비사유니비전은 미국 히스패닉 시청자와 라틴 문화에 가장 정통한 미디어 그룹이다. 두 회사는 로쿠의 'Roku Data Cloud'와 텔레비사유니비전의 'Household Graph'를 결합해, 미국 전역에 흩어진 히스패닉 시청자를 하나의 '히스패닉 오디언스 세그먼트'로 정의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채널이나 앱을 일일이 선택할 필요 없이, 이 세그먼트 하나로 히스패닉 오디언스 전체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 텔레비사유니비전의 댄 리스(Dan Riess) 미국 광고영업 부문 수석부사장 겸 COO는 "광고주들이 실제 히스패닉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텔레비사유니비전이 로쿠 내 스페인어 광고 인벤토리의 독점 리셀러 지위까지 확보하면서, 사실상 '히스패닉 CTV 광고의 관문' 역할을 맡게 됐다.

언어가 아니라 문화다

이번 파트너십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흥미롭다. 텔레비사유니비전과 시빅사이언스(Civic Science)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히스패닉 소비자의 85%가 영어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스페인어 광고를 접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고 응답했다.

히스패닉 오디언스를 정의하는 핵심 변수가 '스페인어 사용 여부'가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영어로 콘텐츠를 소비하더라도 히스패닉 문화권에 속한다면 스페인어 광고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의미다. 광고주는 스페인어 채널뿐 아니라 영어 채널에서도 히스패닉 타깃 광고를 집행할 근거를 얻었다.

닐슨에 따르면 히스패닉 가구의 93%가 CTV를 보유하고 있어, FAST가 이들에게 도달하는 최적의 채널임을 뒷받침한다.

로쿠의 딜런 무어헤드(Dylan Moorhead) 글로벌 퍼블리셔 사업개발 디렉터는 "우리에게는 데이터와 인벤토리가 있다. 핵심은 이를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하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히스패닉닉 오디언스 없이는 성장 불가능"

리스 부사장은 히스패닉 시장 공략이 필수인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인구 성장세다.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전체 평균보다 약 10세 젊어, 향후 소비 주력층으로 부상할 잠재력이 크다.

둘째는 문화적 영향력이다. 리스 부사장은 "지난 5~6년간 음악, 예술, 콘텐츠 분야에서 라틴 문화의 영향력은 폭발적이었다"며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배드 버니(Bad Bunny)가 출연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주류 음악 차트 상당 부분을 라틴 아티스트가 장악하고 있다.

그는 "정치인이든, 생활용품이든, 반려동물 사료든 브랜드가 성장하려면 이 오디언스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FAST 경쟁, '콘텐츠 확보'에서 '오디언스 수익화'로

기존 지상파·케이블 시대에는 시청자가 채널 단위로 모여 있었다. 광고주는 특정 채널을 사면 됐다. 하지만 CTV 환경에서는 시청자가 수많은 앱과 채널에 분산돼 있다. 타깃 오디언스에 도달하는 일이 훨씬 복잡해진 것이다.

텔레비사유니비전-로쿠 파트너십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분산된 시청자를 플랫폼과 콘텐츠를 넘나드는 하나의 문화권 세그먼트로 통합해, 광고주에게 명확한 상품으로 제시한다. FAST 경쟁의 초점이 '어느 채널을 많이 확보했느냐'에서 '어떤 오디언스를 데이터로 묶어 프리미엄으로 팔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K-FAST 사업자에게 던지는 질문

뉴아이디(NEW ID), CJ ENM, 삼성전자(삼성 TV플러스), LG전자(LG채널) 등 국내 사업자들도 미국에서 K-콘텐츠 기반 FAST 채널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개별 채널 단위 진출에 머물러 있어, 광고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텔레비사유니비전 모델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K-콘텐츠 시청자'를 언어나 국적이 아닌 '문화적 팬덤'으로 정의하고, 이를 플랫폼 데이터와 결합해 통합 광고 세그먼트로 패키징할 수 있다면, 분산된 K-콘텐츠 오디언스도 프리미엄 광고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로쿠, 비지오, 아마존 파이어TV 등 미국 주요 CTV 플랫폼과의 데이터 파트너십이 선결 과제다. 콘텐츠만으로는 광고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플랫폼 레벨의 시청 데이터가 결합돼야 정밀 타깃팅과 성과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FAST 시장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광고 수익으로 전환하는 방법론, 그 첫 번째 교과서가 미국 히스패닉 시장에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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