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9달러는 너무 비싸" 유튜브 TV(YouTube TV), 장르별 저가 패키지로 승부수

베뉴 스포츠 좌초 이후 '스키니 번들' 경쟁 본격화…유튜브 TV도 가세

미국 유료 TV 시장의 ‘대형 번들 해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유튜브 TV(YouTube TV)가 2026년부터 장르별 소규모 패키지를 도입하며 성장 둔화와 가격 저항에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베뉴(Venue) 스포츠 합작법인 좌초 이후 콘텐츠 공급자들의 유통 전략이 유연해지면서, 컴캐스트·디렉TV·푸보 등과 함께 유튜브 TV가 장르 중심 슬림 번들 경쟁의 전면에 서게 된 것이다. 컴캐스트(Comcast), 디렉TV(DirecTV), 푸보(Fubo) 등 다른 유료 TV 사업자들도 올해 스포츠를 포함한 장르 중심의 소규모 패키지를 도입한 바 있다.

알파벳(Alphabet) 산하의 가상 MVPD인 유튜브 TV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기존 100개 이상 채널, 월 82.99달러 상품 외에 더 저렴한 10개의 장르별 소규모 프로그래밍 패키지를 2026년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 번들 중심 구조를 부분적으로 해체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는 수년간 이어진 가격 인상과 가입자 성장 둔화 속에서, 가격 민감층을 겨냥한 선택형(sl à carte에 가까운)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유튜브 TV는 블로그 발표를 통해 기존 풀 번들 외에 10개 이상의 장르 패키지를 추가하는 ‘YouTube TV Plans’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초기에는 구체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더 저렴한 옵션’을 강조했다. 이 상품에는 FS1, NBC 스포츠 네트워크(NBC Sports Network), 모든 ESPN 리니어 네트워크 및 ESPN 언리미티드(ESPN Unlimited)가 포함된다. 가입자는 NFL 선데이 티켓(NFL Sunday Ticket)과 레드존(RedZone)도 추가할 수 있다.

Venu 좌초 이후 변하는 유료 방송의 전략

이 같은 구조 변화의 배경에는 디즈니·폭스·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추진한 스포츠 스트리밍 합작법인 ‘베뉴 스포츠(Venu Sports)’가 법원의 예비 금지명령으로 좌초된 사건이 자리한다. 푸보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과 이에 대한 가처분 인용으로 합작의 출범이 막히면서, 대형 콘텐츠 홀더들이 직접 스포츠 패키지를 통제하려던 구상은 제동이 걸렸다.​

그 결과, 콘텐츠 공급자들은 기존처럼 ‘자기 번들’만 고집하기보다 유통 플랫폼이 구성하는 장르별 패키지에 보다 유연하게 참여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조정하고 있다. 이는 번들 설계의 주도권이 콘텐츠 소유자에서 vMVPD·케이블 사업자 등 유통 채널로 상당 부분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튜브 TV의 패키지·가격 전략

이는 스포츠 권리료 상승으로 인한 비용 압박 속에서, 전체 번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스포츠 중심 시청자를 위해 ‘저가 기본 스포츠 번들 + 프리미엄 애드온’ 구조로 ARPU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가격 저항이 강해진 환경에서, 기존 82.99달러 플랜 대비 진입 가격을 낮춰 이탈 위험이 있는 고객을 붙잡고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역할도 기대된다.

MoffettNathanson Q3 Cord-Cutting Monitor. (MoffettNathanson)

경쟁사 전략과 유튜브 TV의 포지셔닝

디렉TV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뉴스를 중심으로 한 장르 팩(Genre Packs)을 출시하며, 기존 대형 패키지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세분화된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푸보는 스포츠·뉴스 위주의 슬림 번들을 50달러대 중반에 내놓으며, 일부 네트워크를 포기하는 대신 핵심 스포츠·뉴스 채널에 집중하는 포지셔닝을 택했다.​​

컴캐스트 역시 소규모 스포츠·뉴스 번들을 도입한 뒤, 최근 가격 인상을 통해 숨겨진 수수료를 줄이는 대신 패키지 가격을 재조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TV는 vMVPD 중 가장 큰 규모와 NFL Sunday Ticket 권리를 보유한 플레이어로서, 장르 패키지를 통해 ‘풀 번들 + 장르 번들 + 프리미엄 애드온’의 3단 구조를 갖추며 시장 중심축을 노리는 모습이다.​

산업적 함의와 리스크

유튜브 TV의 장르별 패키지 도입은 유료 TV 시장에서 ‘케이블식 풀 번들’이 더 이상 기본값이 아님을 선언하는 신호탄이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가격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반면, 채널·콘텐츠 단편화로 인해 평균 수익이 낮아지고, 프리미엄 스포츠 권리료를 회수하기 위한 수익 구조 설계가 더 복잡해진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또, 베뉴 사례에서 보듯 대형 미디어 그룹이 직접 합종연횡을 통해 스포츠 번들을 만들 경우 경쟁제한 논란이 쉽게 불거질 수 있는 만큼, 향후에는 vMVPD·케이블 등 유통 사업자 주도의 장르 패키지가 규제 측면에서 더 ‘안전한’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유튜브 TV의 이번 전략은 단일 사업자의 가격·상품 조정 차원을 넘어, 미국 유료 TV 산업 전체의 번들 구조와 권력 지형 재편을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 인상의 영향

유튜브 TV는 지난 1월 월 요금을 10달러(13.7%) 인상해 82.99달러로 올렸으며, 이는 올해 가입자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 추정에 따르면, 유튜브 TV는 1분기에 50만 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또한 계절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3분기의 추정 고객 증가도 75만 명으로, 100만 명이 추가됐던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낮았다.

주식 애널리스트 마이클 네이선슨(Michael Nathanson)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 가격 인상이 1분기 손실을 악화시켰고, 3분기 반등도 억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튜브 TV는 또 최근 NBC유니버설(NBCUniversal) 및 디즈니와의 송출권 갱신을 마무리했는데, 특히 디즈니와의 협상은 2주간의 블랙아웃을 수반한 유례없이 험난한 과정이었다. 유튜브는 디즈니 콘텐츠 '수집(ingest)' 권한 등 주요 협상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네트워크에 대한 지정된 요금 인상에도 동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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