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AI, 이제 실행의 시대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의 AI 대전환 현장

글로벌 미디어 리더들이 말하는 AI 워크플로우 혁신과 과제

AI in Overdrive panel at CES 2026

▲ CES 2026 버라이어티 엔터테인먼트 서밋(Variety Entertainment Summit)에서 열린 'AI 인 오버드라이브' 패널 토론. 왼쪽부터 신시아 리틀턴(Variety 공동 편집장), 안드레 피델스키(Nagra CEO), 크리스틴 오하라(Google), 질 스타인한(Warner Bros. Discovery), 샘 홀(Epidemic Sound), 라훌(EY).

AI, 실험에서 필수 통합으로

지난해가 AI 실험의 해였다면, 올해는 AI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산업에서 '필수 통합 요소(must-have integration)'로 자리 잡은 해다. CES 2026의 콘텐츠·엔터테인먼트(Content and Entertainment) 트랙에서 열린 'AI 인 오버드라이브(AI in Overdrive)' 세션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 리더들이 AI가 콘텐츠 제작, 광고, 보안 분야의 워크플로우(Workflow)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버라이어티(Variety)의 공동 편집장 신시아 리틀턴(Cynthia Littleton)이 진행한 이번 패널에는 나그라(Nagra)의 안드레 피델스키(Andre Fidelsky) 회장 겸 CEO, 구글(Google)의 크리스틴 오하라(Kristen O'Hara) 에이전시·플랫폼·클라이언트 솔루션 담당, 에피데믹 사운드(Epidemic Sound)의 샘 홀(Sam Hall) CPO,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WBD)의 질 스타인한(Jill Steinhan) 수익화·파트너십 수석부사장, 그리고 EY의 라훌(Rahul) 글로벌 TMT 컨설팅 리더가 참석했다.

WBD, AI로 광고 운영 효율화 본격 착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의 질 스타인한(Jill Steinhan) 부사장은 HBO 맥스(HBO Max), CNN, HGTV 등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 트래피킹(Ad Trafficking) 및 집행 업무에서 AI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디지털과 리니어(Linear) 시스템 모두 역사적으로 수작업에 의존하는 구조였다"며 "지난 1년간 AI를 활용한 테스트와 학습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예로, 미디어 플랜(Media Plan)을 받아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정렬하는 작업을 들었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스프레드시트에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던 작업이 이제 AI 도구를 통해 자동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인한 부사장은 "올해는 이 POC(Proof of Concept, 개념증명)를 본격적으로 발전시켜 피치 투 페이(Pitch-to-Pay) 전체 워크플로우에 AI를 통합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팀의 시간을 확보하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며, 클라이언트에게 더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 "풀스택 AI 기업으로 진화"

구글(Google)의 크리스틴 오하라(Kristen O'Hara)는 AI가 창의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가 노트북LM(NotebookLM)을 활용해 창작 과정을 완전히 바꾸는 것부터, 영화제작자가 플로우(Flow)를 사용하는 것,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가 광고를 제작하는 방식까지 AI가 변혁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오하라는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가 몇 년 전 구글을 AI 퍼스트 컴퍼니(AI First Company)로 전환시켰고, 오늘날 우리는 실리콘부터 검색창까지 풀스택 AI 기업(Full Stack AI Company)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젬나이(Gemini) 모델의 발전이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사용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킨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하라는 AI 시대에 리더십의 역할을 강조했다. "모든 리더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 있다. 회사의 운영 방식을 바꾸고 변혁할 의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그 다음 질문은, 리더로서 솔선수범할 의지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변혁은 리더십이 자신과 팀, 그리고 회사가 하는 일 자체를 재창조할 역량에 직결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에피데믹 사운드, AI로 사운드트래킹 혁신

음악 기술 기업 에피데믹 사운드(Epidemic Sound)의 샘 홀(Sam Hall) CPO는 AI가 콘텐츠 제작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유튜브(YouTube)와 틱톡(TikTok)에서 하루 30억 뷰(View)가 에피데믹 사운드의 음원으로 사운드트래킹(Soundtracking) 되고 있다.

홀 CPO는 "비전문가 크리에이터(Creator)에게 사운드트랙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많은 경우 소리에 맞춰 영상을 바꾸는 지경에 이른다"고 말했다. AI 스튜디오(AI Studio)를 통해 영상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효과음(Sound Effects)을 배치해주고, 자연어(Natural Language)로 원하는 분위기를 설명하면 적합한 음악을 찾아준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음악과 효과음 카탈로그를 검색해 직접 다운로드하고 배치해야 했다"며 "음악 용어를 모르면 검색 자체가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제는 '다큐멘터리에 쓸 첼로가 피처링된 부드러운 인스트루멘탈 곡'처럼 자연어로 요청하면 AI가 적합한 곡을 추천해준다.

EY, "AI 레디니스가 관건... 데이터 중앙화 먼저"

EY의 라훌(Rahul) 글로벌 TMT 컨설팅 리더는 AI 도입의 현실적 과제를 짚었다. 그는 "AI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거시적 담론이 있는데, 미디어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놀라운 진전을 이뤘지만 대규모 전환(Scaled Transformation)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라훌은 "지난 2년간 모두가 '무엇이 가능한지(Art of the Possible)'를 탐색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핵심 과제로 그는 데이터의 AI 레디니스(AI Readiness)와 크리에이티브 자산(Creative Assets)의 중앙화를 꼽았다.

"사운드나 비디오를 훨씬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도, 막상 콘텐츠가 조직 내 13개의 서로 다른 저장소(Repository)에 흩어져 있다면 변혁적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는 워크플로우와 운영 모델(Operating Model)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시대의 일자리, 위협인가 기회인가

패널들은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우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스타인한(Steinhan) 부사장은 "처음에는 'AI가 정말 내 일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있었다"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후에는 '그럼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우려가 뒤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기회의 창출을 강조했다. "에이전트(Agent)를 활용해 판매한다면, 구매 측에서도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그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딜(Deal)을 이해하고 집행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변화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열린다"고 덧붙였다.

유레카 모먼트 — AI 활용의 전환점

패널들은 조직 내에서 AI 활용의 전환점이 된 '유레카 모먼트(Eureka Moment)' 사례도 공유했다.

사례 1: 에피데믹 사운드의 UX 리서치 혁신

에피데믹 사운드(Epidemic Sound)의 홀(Hall) CPO는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했다. "한 UX 리서처(UX Researcher)가 지난 5년간의 모든 사용자 조사 자료를 노트북(Notebook)에 올리고, 슬랙(Slack)에 '이제 누구나 질문할 수 있다'고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 어딘가에 묻혀 있던 리서치 자료를, 이제는 전사 누구나 슬랙에서 에이전트에게 질문해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무서운 게 아니라 '와, 내 일을 더 잘할 수 있겠구나'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사례 2: 멀티모달 모델로 IP 확장

EY의 라훌(Rahul)은 멀티모달 모델(Multimodal Model) 활용 사례를 공유했다. 한 클라이언트가 서양 주요 국가를 타깃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AI 모델에 입력해, 동일한 IP로 7개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을 생성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다른 지역과 언어로 로컬라이징(Localizing)해 새로운 시장 테스트에 활용했다. 그는 "18개월 전 첫 결과물도 놀라울 정도로 좋았고, 6개월 뒤에는 훨씬 나아졌다. 오늘 다시 만들면 더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 3: 구글의 '미션 임파서블' 워크숍

구글(Google)의 오하라(O'Hara)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는 이름의 워크숍 사례를 들었다. 200여 명의 임원들에게 90분 안에 80세 생일파티를 기획하게 하는 과제를 줬는데, 구글 AI 도구들을 활용해 무드보드(Mood Board) 제작, 개인화된 영상 초대장, 웹사이트 구축까지 9개 단계를 모두 완료했다고 한다. 그는 "비즈니스와 무관한 과제를 통해 AI 도구의 가능성을 체험하게 했고,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보안 우려와 AI의 양면성

나그라(Nagra)의 안드레 피델스키(Andre Fidelsky) 회장은 AI의 보안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실행(Execution)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운영 방식에 도전하지 않으면 평범해질 뿐이지만, AI를 잘 활용하면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위험 요소도 경고했다. "나쁜 의도를 가진 자들(Bad Guys)은 AI를 통해 원하는 것을 매우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며 "무허가 콘텐츠 절취뿐 아니라, 콘텐츠를 활용해 규제받는 기업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속도와 예측불가능성(Out of the Box) 속에서 보안을 확보하려면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틱 AI와 오픈 아키텍처의 부상

광고 업계의 에이전틱 AI(Agentic AI) 도입과 관련해 스타인한(Steinhan) 부사장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몇 년 전이라면 큰 허들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디지털 영역에서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와 협력하는 벤더들이 오픈 아키텍처(Open Architecture) 구축에 훨씬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을 예로 들며 "10년 전에는 전체 스택(Full Stack)을 구매해야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개방적이고 모듈화(Modular)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SSP(Supply-Side Platform)와 DSP(Demand-Side Platform) 모두 AI를 도입하고 있으며, 프로그래매틱(Programmatic) 광고 시장에서 자동화된 에이전트 간 거래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판매 측에서 셀러 에이전트(Seller Agent)를 내놓으면, 구매 측에서도 바이어 에이전트(Buyer Agent)가 있어야 한다.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델스키(Fidelsky) 회장은 블록체인(Blockchain)이 솔루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기존 방식으로 나쁜 의도의 행위자에 대응하면 항상 한 발 뒤처진다"며 추적 가능성과 새로운 보안 기술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결론: AI 트랜스포메이션의 3대 선결 조건

이번 CES 2026 패널에서 도출된 AI 성공적 도입을 위한 핵심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데이터 중앙화와 AI 레디니스(AI Readiness) 확보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을 도입해도 데이터가 조직 내 여러 저장소에 분산되어 있으면 변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크리에이티브 자산, 사용자 데이터, 운영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워크플로우와 운영 모델의 재설계다. AI에 최적화된 프로세스는 기존 프로세스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레거시 시스템(Legacy System) 위에 AI를 얹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업무 방식 자체를 재구성해야 진정한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다.

셋째, 리더십의 변혁 의지와 조직문화 혁신이다. 구글의 오하라가 강조했듯, AI 트랜스포메이션(AI Transformation)의 성패는 리더가 자신과 팀,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재창조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 두려움과 회의론을 넘어 호기심과 실험 정신을 장려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패널 토론의 마무리에서 진행자 리틀턴(Littleton)은 AI 변혁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러다이트(Luddite)가 되어 막으려 할 수도 있고, 포용하며 유레카 모먼트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선택은 각 기업과 리더의 몫이지만, 변화의 속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주는 시사점

이번 CES 2026 세션의 논의는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는 한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 IP 확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EY가 공유한 '애니메이션 → 그래픽 노블 → 다국어 로컬라이징' 사례는 한국 콘텐츠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감을 준다. 웹툰, 드라마, K-팝 등 강력한 IP를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멀티모달 AI를 활용하면, 하나의 원천 콘텐츠에서 다양한 파생 상품을 신속하게 생성하고 글로벌 시장별 맞춤형 버전을 제작할 수 있다. 이는 콘텐츠 제작비 대비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2.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지원 도구: 에피데믹 사운드의 AI 사운드트래킹 사례는 1인 크리에이터와 중소 제작사의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데 AI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MCN(Multi-Channel Network) 기업들과 플랫폼들이 유사한 AI 도구를 제공한다면, K-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3. 광고·마케팅 자동화의 가속: WBD의 에이전틱 AI 도입 계획과 오픈 아키텍처 논의는 한국 방송사와 스트리밍 플랫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광고주들과의 협업에서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은 필수 요건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4.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 체계 정비: 나그라가 강조한 AI 시대의 보안 위협과 추적 가능성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경각심을 준다. K-콘텐츠의 불법 유통과 딥페이크(Deepfake) 악용 등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반 콘텐츠 보호 기술과 블록체인 활용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

5. 조직문화 혁신의 시급성: 무엇보다 이번 패널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것은 기술 도입 이전에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 특유의 빠른 실행력은 강점이지만, AI 트랜스포메이션은 단순한 도구 도입이 아닌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경영진의 솔선수범과 실패를 용인하는 실험 문화 구축이 성공의 열쇠다.

본 기사는 CES 2026 버라이어티 엔터테인먼트 서밋(Variety Entertainment Summit)의 'AI in Overdrive' 패널 토론(2026년 1월 7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CES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가 주관하는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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