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B2026]"K82를 트는 순간, 거기가 한국입니다"

미국 2위 지상파 싱클레어, 미국 지상파 채널 최초로 K컬쳐 채널 런칭. K엔터테크허브 NAB2026서 진행한 파이어챗. "K-미디어 인프라 실험”. "AI와 엔터테크의 힘과 K콘텐츠의 인기가 채널의 확장성과 인기를 지지할 것"강조

[NAB2026]"K82를 트는 순간, 거기가 한국입니다"

싱클레어·캐스트닷에라 "9월 14일 출범"…NAB쇼 2026 세미나서 K-채널 82 카운트다운 공개

"미국 시청자가 채널 82에 도달하는 순간, 그곳이 바로 코리아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브랜드 약속(brand promise)이에요."

미국 메인스트림 지상파 한복판에 24시간 한국 콘텐츠 전용 채널이 들어선다. K-엔터테크 허브는 4월 1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열린 NAB쇼 2026 부대 행사 'K-엔터테크 파이어챗(Fire Chat)'을 통해, 미국 2위 지상파 그룹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NASDAQ: SBGI), 한미 합작 미디어테크 기업 캐스트닷에라(CAST.ERA), 한국 미디어 AI 더빙 기업 허드슨AI(Hudson AI)와 함께 'K-채널 82(K-Channel 82)'를 오는 9월 14일 미국 전역에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K-채널 82가 가진 의미는 단순한 채널 신설을 넘는다. 미국 방송 시장은 케이블 가입 이탈(코드커팅) 이후 안테나 기반 무료 지상파 시청(OTA, Over-the-Air)으로 일부 회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미국방송협회(NAB)는 차세대 지상파 표준 ATSC 3.0(NextGen TV)으로의 전환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청원한 상태로, 향후 2~3년이 표준 전환 창(window) 위에서 채널 자리를 정하는 결정적 시기로 평가된다. 한정훈 K-엔터테크 허브 대표는 파이어챗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아는 한 미국 TV 산업에서 일어난 적 없는 일, 미국 지상파에 한국 콘텐츠 전국 채널이 들어서는 일"이라고 행사의 의미를 정의했다.

1. 행사 개요 — '파이어챗' 형식, 5인 패널

이날 파이어챗은 NAB쇼 2026 기간 중 K-엔터테크 허브 주최로 열렸다. 한정훈 K-엔터테크 허브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았고, 패널로는 ▲박경모(Park Kyung-mo, Stanley Park) 캐스트닷에라(CAST.ERA) 부대표(Vice President) ▲신현진(Shin Hyun-jin) 허드슨AI(Hudson AI) 대표(CEO) ▲고삼석(Ko Sam-seog) 동국대학교 석좌교수(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더글라스 몽고메리(Douglas Montgomery) 글로벌 커넥츠 미디어(Global Connects Media) CEO 겸 패럿 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 아시아 자문역이 참여했다.

약 30분 동안 K-채널 82의 사업 구조, AI 더빙 기술, 한미 미디어 협력의 의미, 시장 수요와 5년 후 비전을 주제별로 짚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경모 캐스트닷에라 부대표

2. 박경모 부대표 — "안테나만 있으면 무료, 82는 한국 국가번호"

패널 토론에서 박경모 캐스트닷에라 부대표는 K-채널 82를 "미국 최초의 한국 콘텐츠 전국 단위(nationwide) 채널"로 정의하며, 송출 구조를 정리했다.

"K-채널 82는 ATSC 3.0망을 타고 24시간 송출되는 미국 최초의 한국 콘텐츠 전국 채널이다. 케이블도 스트리밍 구독도 필요 없다. 가정에 안테나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 박경모 캐스트닷에라 부대표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 K-채널 82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 모두 들어 있었다.

박 부대표가 가장 힘을 준 대목은 채널 번호 '82'의 상징성이었다. 그는 "82는 대한민국의 국제전화 국가번호(international country code)"라며 "미국 시청자가 채널 82에 도달하는 순간, 그곳이 바로 코리아 — 이것이 우리의 브랜드 약속(brand promise)"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국가번호를 채널 번호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미국 지상파에서 첫 시도로 분류된다. 그는 한 박자 쉬더니 "미디어에서 그런 단순함은 큰 가치를 가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채널 번호 자체를 국가 브랜딩 자산으로 묶어버린, 미국 지상파 사상 첫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술 인프라는 마무리 단계, 콘텐츠 공급 계약도 동시 진행

사업 구조에 대해 박 공동대표는 "송출 플랫폼은 싱클레어와 캐스트닷에라가 함께 개발하고 있다"며 "콘텐츠 공급은 KBS·SBS·MBN·YTN 등 한국 주요 사업자와 협의가 진행 중이고, 다국어화는 허드슨AI와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송출망은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트 그룹이 맡는다. 싱클레어는 미국 81개 시장에서 185개 텔레비전 방송국을 직접 운영하며, ABC·CBS·NBC·FOX 등 미국 4대 지상파 네트워크 모두와 제휴 관계다. 미국 가구의 약 40%에 가닿는 커버리지를 보유한 미국 최대 방송 그룹이다. 캐스트닷에라는 ATSC 3.0 송출 스택을 보유하고 있다.

채널 출범 시점에는 영어 더빙이 적용된 형태로 송출되며, 시청자는 자막에 의존하지 않고 더빙된 음성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부대표의 설명이다. K-채널 82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제휴 방송사는 계속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싱클레어는 오는 5월 코바(KOBA)에서 K-채널 82 운영과 협업을 위한 얼라이언스(사업자 간) 구축을 발표할 예정이다.

권역·광고·확장 전략 — "데이터 기반 단계적 확장"

박 부대표는 권역 전략과 수익 모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차 편성 대상 권역은 한인 인구가 밀집한 그레이터 LA(Greater LA)·뉴욕·시카고·애틀랜타·시애틀 등 주요 대도시권과 미국 보수 성향 권역(American conservative area)"이라며 "채널이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광고 demographics(시청자 구성)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한 뒤 단계적으로 미 전역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광고 모델은 두 갈래다. 박 공동대표는 "싱클레어가 가진 로컬 광고(local advertising) 인벤토리에 더해, 한국 광고주의 광고도 함께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너지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K-채널 82는 ATSC 3.0이라는 신기술 위에 올라타 있고, 그것이 무료 채널 형식으로 제공된다는 점이 새로운 시청 다이얼(dial) 확장을 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채널이 가닿을 수 있는 새로운 시청자층은 GenZ나 밀레니얼"이라며, ATSC 3.0의 양방향성(interactivity)·인터넷 연결성을 활용해 신세대 시청자에게도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출범 시점의 의미로 짚었다.

방송 습관은 강력하다 — 스트리밍은 의도가 필요하지만

"왜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고 지상파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박 부대표의 답은 분명했다. "방송 습관(broadcast habit)은 강력합니다. 스트리밍은 의도(intent)가 필요해요. 보고 싶은 게 있어야 켭니다. 방송은 다릅니다. TV를 켜는 순간 거기에 있습니다. 일단 습관이 형성되면 충성도가 따라옵니다."

그는 "코드커팅(cord-cutting)의 도착점이 모두 스트리밍은 아니다. 상당수 시청자가 비싼 케이블을 끊되 무료 지상파로 회귀하고 있다. 그 빈자리에 K-콘텐츠를 채우는 것이 K-채널 82"라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마지막에 한 마디를 보탰다. "K-채널 82는 전체 생태계의 앵커가 됩니다. 권역별 맞춤 편성, 양방향 서비스, 데이터 서비스 — 이 모든 것이 ATSC 3.0 위에 구축되는 미국 K-미디어 인프라의 토대입니다."

신현전 허드슨AI 대표

3. 신현진 허드슨AI 대표 — "미국 메인 시청자 자막보다 더빙을 선호"

두 번째 발표자로 마이크를 잡은 신현진(Shin Hyun-jin) 허드슨AI 대표 는 K-채널 82가 풀어야 할 과제를 "1인치 자막 장벽" 한 마디로 정리했다.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표현을 빌린 것이다. 신 대표가 던진 첫 문장은 객석을 일순 정적에 빠뜨렸다.

"자막과 더빙의 차이는 단순한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메인스트림 시청자는 자막이 아니라 더빙을 선호한다. TV에서 한국어 음성과 영어 자막이 동시에 뜨면, 다수가 '이건 지루한 콘텐츠다, 내가 볼 게 아니다'라고 분류해 채널을 돌려버린다. 그 순간 이탈률(churn)이 치솟는다. 1인치 장벽을 깨지 못하면 미국 시청자 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 신현진(Shin Hyun-jin) 허드슨AI(Hudson AI) 대표

신 대표는 "자막과 더빙의 격차는 외국 영화와 미국 시청자가 실제로 보는 프로그램 사이의 격차와 같다"며 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치 자막 장벽'을 미국 지상파 시청률 관점에서 다시 정의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더빙은 그 마찰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AI 더빙은 그 일을 규모(scale), 속도(speed), 그리고 방송 채널 전체에 적용 가능한 비용(cost)으로 해냅니다. 이 세 조건이 동시에 갖춰지지 않으면 24시간 전국 방송이라는 모델은 아예 성립하지 않아요."

음색·감정 곡선·발화 리듬 — 연기 자체를 영어로 옮긴다

객석의 가장 큰 호응을 끌어낸 대목은 허드슨AI 기술의 핵심을 설명한 부분이었다. 신 대표는 "AI 더빙은 단순히 자막을 음성으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감정의 미묘한 결(emotional nuances)을 살려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 자동 번역을 넘어, 원본 배우의 음색(vocal tone), 감정 곡선(emotional arc), 발화 리듬(speech rhythm)을 분석합니다"라며 "그 특질을 그대로 보존한 영어 음성을 생성하고, 웃음·울음·한숨 같은 비언어적 요소까지 자동 반영합니다. 연기가 그대로 살아 나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나 영화의 감정 흐름이 무미건조하게 옮겨지면 시청자 이탈이 더 빨라진다는 점에서, 허드슨AI는 "감정의 모든 깊이를 AI 더빙에 담아내는 것"을 기술 방향으로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양질의 AI 더빙은 시청자의 잔존율(retention)을 높인다는 것을 자체 데이터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400시간 K-드라마 다국어 더빙 검증 완료 — "AI인지 모르겠다"

이 기술은 이미 양적으로 검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표가 무대에서 공개한 실적은 이렇다.

  • 2023년 SK브로드밴드 B tv에 한국 최초 장편영화 AI 더빙(라미란 주연 '정직한 후보 2', '폴 600미터', '헬로 카봇' 등) 공급
  • 2023년 LG U+와 KBO 프로야구 라이브 AI 더빙 중계를 통해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시청자 트래픽 35배 증가
  • 2025년 하반기 CJ ENM·LG전자와 협력해 K-드라마 400시간 이상을 다국어 더빙해 북미·유럽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에 공급
  • LG전자 'LG 채널' 유럽 권역에는 영어·독어·불어 3개 언어 더빙 동시 공급... "AI인지 모르겠다"는 평가
  • 워크플로우 자동화로 약 3개월 만에 드라마 30편, 방송용 더빙 500시간을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

허드슨AI는 2022년 LG전자 출신 신현진 대표가 서울대 AI 전공 석박사 연구진과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한국 최초로 미디어 분야 AI 더빙을 상업화했다. 창업 직후 SK텔레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1기로 합류했고,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대회 '슬링샷(Slingshot)' 결선 Top 60에 진출했다. 'Google for Startups Accelerator: AI First' 알럼나이이기도 하다.

K-82 시청자는 영어와 스페인어 더빙 가운데 직접 선택

향후 싱클레어는 다국어 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K-82 시청자는 한국어 원음과 함께 영어 또는 스페인어 더빙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신 대표는 "미국 라티노 시청자(약 6,500만 명)까지 동시 겨냥하는 다국어 전략이 중요하다"며 "더빙 파이프라인은 캐스트닷에라의 ATSC 3.0 송출 스택과 단일 통합 시스템(single integrated pipeline)으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마지막에 한 가지를 강하게 단언했다. "언어 장벽이 사라지면, 시청자 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겁니다. 솔직한 제 판단입니다."

더글라스 몽고메리 커넥츠 미디어 CEO

4. 더글라스 몽고메리 — "K-콘텐츠 수요는 15년 전부터 이미 존재"

더글라스 몽고메리(Douglas Montgomery) 글로벌 커넥츠 미디어(Global Connects Media) CEO 겸 패럿 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 아시아 자문역의 첫 마디는 회의론을 정조준한 것이었다.

"미국 시청자가 정말 한국 채널을 볼까. 저는 진심으로 낙관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패럿 애널리틱스 데이터에 근거한 평가입니다."

워너브라더스(Warner Bros.)에서 15년 이상을 미국·일본·영국 3개국에서 보낸 그는, K-콘텐츠가 미국 시장에서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가장 가까이서 본 미국 측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일본 12년 거주 경력을 가진 글로벌 미디어 베테랑이다. 그는 워너 시절을 떠올리며 한 가지 일화를 꺼냈다.

"워너브라더스가 2016년 인수했다가 2018년 폐쇄한 한국 드라마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드라마피버(DramaFever)는 2009년 출범 이후 미국 전역에서 약 400만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그중 80%가 한국계가 아닌 미국 시청자였다. 넷플릭스도, '기생충'도, '오징어 게임'도 없던 시절이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미국 시장 실수요는 이미 15년 이상 존재해 온 셈이다."
— 더글라스 몽고메리(Douglas Montgomery) 글로벌 커넥츠 미디어 CEO · 패럿 애널리틱스 자문

그는 "드라마피버는 2016년 워너브라더스에 인수됐다가 2018년 폐쇄됐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인 2019년 한류가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폭발했어요. 워너의 매각이 오히려 한 산업이 폭발할 신호였던 셈"이라고 자조하며 객석에서 웃음을 끌어냈다. 그러고는 분위기를 진지한 데이터로 다시 끌어올렸다.

자막과 더빙의 추(pendulum) — "테크놀로지가 콘텐츠 감정을 매칭하게 됐다"

K-콘텐츠 미국 시장 수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몽고메리 CEO는 이렇게 답했다. "북미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해 온 입장에서, 자막과 더빙의 추(pendulum)는 그동안 양쪽으로 오가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핵심이자 흥미로운 포인트는 테크놀로지가 콘텐츠의 다이내미즘(dynamism)과 감정을 매칭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한 박자 두고 덧붙였다. "이게 바로 엔터테크(EnterTech)입니다."

그는 "과거의 더빙은 기계적이고 감정이 소실됐습니다. 그러나 AI 더빙은 원본 배우의 음색과 감정 곡선을 보존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콘텐츠가 언어를 넘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 변화가 K-채널 82를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지상파 위 K-콘텐츠 수요 데모그래픽 — "내 누나는 60세, 열혈 팬"

그는 "싱클레어 같은 사업자가 지상파 위에서 한국 콘텐츠를 새로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발상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구체적인 일화를 꺼냈다. "내 누나는 60세이고 한국 콘텐츠의 열혈 팬입니다. 한국 콘텐츠 수요가 있는 데모그래픽이 분명히 지상파 채널 위에 존재합니다."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몽고메리 CEO는 "이건 농담이 아닙니다"라며 "지상파 TV는 여전히 베이비부머와 시니어 세대의 주요 미디어입니다. 그들 중 상당수가 K-드라마를 소비하고 있고, 그 수요는 OTA 무료 채널과 완벽하게 정렬됩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삼석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K-드라마 글로벌 스트리밍 수요 18% — 2024년 12%에서 6%P 급등

더글라스 CEO가 공개한 패럿 데이터는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 "비(非)한인 미국 시청자의 K-드라마 수요는 지난 5년간 매년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성장했습니다." 그가 강조한 핵심 수치는 이렇다.

  • 2026년 1분기 패럿 집계 기준 K-드라마 전 세계 스트리밍 수요 18%를 차지하며 2024년 12%에서 6%포인트 상승
  • 넷플릭스(Netflix)의 한국어 오리지널 콘텐츠는 2025년 한 해 동안 누적 12억 시간 이상 시청
  • 2026년은 1분기 기준 27% 추가 성장 페이스
  • K-드라마의 넷플릭스 글로벌 가입 매출 기여액은 '오징어 게임' 직후인 2021년 4분기부터 누적 34억 달러
  • 미국 내 외국 콘텐츠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영어권 콘텐츠 수요 비중은 2019년 47%에서 2025년 11월 37%로 하락

"이 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비영어권, 그중에서도 K-콘텐츠입니다." 그가 단언했다.

K-드라마, 일본 애니보다 빠르게 메인스트림으로 — AI 더빙 더하면 10년 미만

이날 세미나에서 가장 회자된 발언은 그의 일본 애니메이션 비교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미국에서 비주류에서 메인스트림으로 넘어가는 데 약 20년이 걸렸습니다. K-드라마는 그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정서적 스토리텔링이 보편성에서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AI 더빙을 더하면 진정한 메인스트림에 도달하는 타임라인은 10년 미만으로 단축될 수 있습니다."
— 더글라스 몽고메리 글로벌 커넥츠 미디어 CEO

그는 "이건 방송 산업 시간표로는 굉장히 빠른 속도"라며 "이미 K-콘텐츠를 사랑하는 시청자는 K-채널 82를 빠르게 찾을 겁니다. 그러나 더 넓은 메인스트림 시청자는 시간과 일관성을 필요로 합니다. 정확히 그 지점이 지상파 방송이 스트리밍을 이기는 영역"이라고 짚었다.

방송은 항상 켜져 있다 — 바이럴 모멘트 없이도 시청자가 쌓인다

그가 미국 방송 산업 베테랑으로서 가장 신뢰감을 준 발언은 다음이었다. "방송 채널은 항상 켜져 있고, 백그라운드에서 친숙함을 쌓습니다. 선형 TV에서 시청자를 모으는 데 바이럴 모멘트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좋아야 하고,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객석의 한 미국 광고주는 "이 통찰이 K-채널 82 광고 모델의 핵심"이라고 평했다.

다만 그는 한 가지 경고를 잊지 않았다.

"한류는 좋은 출발선에 서 있지만, 미디어 환경은 갈수록 파편화되고 시청자의 주의를 잡아두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오프라인 프로모션, 다른 미디어와의 협업 같은 계획들을 끊임없이 실행하지 않으면 K-웨이브의 모멘텀은 유지되지 않습니다. 출범은 시작일 뿐이고, 진짜 일은 그다음입니다."

5.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 "한미가 K를 함께 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

세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고삼석(Ko Sam-seog) 동국대 석좌교수 의 발언은 이날 세미나의 분석적 무게를 한 번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이 2017년 세계 최초로 ATSC 3.0을 상용화하던 정책 결정의 자리에 있었던 그는, K-채널 82를 "콘텐츠와 기술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 실험장"이라는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공진화란 기술과 콘텐츠가 따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만들어 간다는 뜻입니다. K-채널 82는 그 공진화가 미국 지상파 위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첫 실험장입니다."
— 고삼석(Ko Sam-seog) 동국대 석좌교수 / 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고 교수는 "ATSC 3.0이 양방향·인터넷 연결 방송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가능성이 새로운 콘텐츠 포맷에 대한 수요를 만들었다. 그 포맷이 시청자를 끌어들이면 또 다음 단계의 기술 투자가 일어난다"며 "이게 바로 공진화"라고 풀어냈다.

그는 "검증된 K-드라마와 예능으로 시청 습관을 먼저 만들고, 시청자 데이터가 쌓이면 AI가 편성표를 다듬게 된다. 시청자가 채널을 빚어내고, 채널이 시청자를 이해하게 되는 것 — 이는 순수 스트리밍은 절대 할 수 없고 지상파 방송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AI 더빙은 시장 진입의 민주화 — 1인 크리에이터까지 미국에 가닿는다

고 교수가 가장 강한 어조로 강조한 대목은 AI 더빙의 정책적 함의였다. 그는 "AI 더빙은 시장 진입을 민주화합니다"라며 "더빙 비용은 오랫동안 대형 스튜디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진입장벽이었습니다. AI가 그 비용을 낮추면 대형 콘텐츠 기업뿐 아니라 한국의 독립 제작자, 1인 크리에이터, 중소 제작사까지 미국 메인스트림 시장에 가닿을 수 있게 됩니다. 이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구조 변화예요"라고 못 박았다.

지금이 창(window) — 향후 10년의 공간을 정의한다

고 교수는 출범 시점의 의미도 강조했다. "NAB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2028년 2월까지 상위 55개 시장의 ATSC 3.0 전환 완료를 청원한 상태입니다. 이 표준 전환이 일어나는 그 창(window)에 자리 잡는 채널이 향후 10년의 공간을 정의합니다. K-채널 82가 지금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그는 또 "미국 거주 한인은 약 200만 명. 패럿 데이터로 보면 이미 K-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비(非)한인 시청자는 그 몇 배에 달합니다. 지상파는 양쪽 모두에게 시청자 부담 한 푼 없이 가닿습니다 — OTT가 아니라 지상파여야 했던 이유"라고 부연했다.

"한미가 K를 함께 본다는 것 자체가 의미" — 이정표 그 이상, 소프트 파워

고 교수는 발언을 시작하며 "여러 가지 제약과 우려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콘텐츠 정책과 한류 전문가로서 현실적 과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무리 발언은 인상적이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객석을 향해 호소조로 말했다.

"우려와 도전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K-채널 82가 단순한 채널 하나가 아니라, 미국 거주 한인 사회의 미디어 권리(media rights)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미국 메인스트림에 운반하는 플랫폼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이게 진정한 의미의 소프트 파워고요, 양국 모두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그는 한 호흡 더 두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콘텐츠로 시대정신을 공유한다는 것 — 이 자체가 큰 의미입니다. 미국 미디어 업계의 지혜와 힘을 함께 모아주십시오."
— 고삼석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 前 방송통신위원회(KCC) 상임위원

고 석좌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방송 정책 전문가로, 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현재 국가AI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디지털 미디어 전환, AI 거버넌스, 한미 콘텐츠 회랑 등 정책 의제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왔다. 한정훈 K-엔터테크 허브 대표는 그를 "미국·한국 양국 미디어 정책 흐름을 가장 깊이 읽고 있는 핵심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했다.

6. 5년 후 비전 — 패널 4인의 한 마디

파이어챗 마지막 라운드는 5년 후 K-82와 미국 내 K-미디어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를 한 문장씩 답하는 형식이었다.

박경모 캐스트닷에라 부대표 — '인프라 허브와 TV 직접구매 모델'

박 부대표는 "3년 안에 K-채널 82의 충성 시청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한국 콘텐츠 사업자뿐 아니라 한국 기업과 미국 로컬 기업이 함께 들어오는 허브로 키우겠다. 허드슨AI나 AI 프로덕션 같은 신기술과의 결합도 지속적으로 확장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ATSC 3.0의 양방향성(interactivity)을 활용한 'TV 직접구매' 모델을 초기 수익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K-뷰티·K-푸드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미국 가정 시청자가 화면 안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것이 K-채널 82가 기대하는 초기 매출원"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진 허드슨AI 대표 — '언어 장벽이 사라진 K-채널의 큰 성공'

신 대표는 "K-콘텐츠는 이미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카테고리 중 하나"라며 "4~5년 안에 K-채널 82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본다. AI 더빙으로 원본의 감정을 보존하면서 언어 장벽을 허물고, 미디어와 AI 기술이 함께 진화하는 모델을 ATSC 3.0 위에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더글라스 몽고메리 CEO — '시작은 좋다, 그러나 계속 투자해야 한다'

몽고메리 CEO는 출발선에 대한 긍정 평가와 동시에 경고도 함께 담았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웨이브는 오고 간다. K-엔터테인먼트는 좋은 출발선에 서 있지만, 투자와 노력이 멈추는 순간 모멘텀은 유지되지 않는다"며 "미디어 환경은 갈수록 파편화되고 시청자의 주의를 잡아두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프라인 청중을 잡기 위한 프로모션, 다른 미디어와의 협업 같은 후속 실행이 K-웨이브를 살아 있게 하는 결정적 요소"라고 짚었다.

고삼석 석좌교수 — '한미 콘텐츠 산업의 진화·협력 모델'

고 석좌교수는 K-채널 82를 "한미 콘텐츠 산업의 진화와 협력의 모델"로 그렸다. 그는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있도록 미국 미디어 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아 달라"고 호소조로 마무리했다.

7. 마무리 — 출범까지 약 5개월

세미나를 마무리한 한정훈 K-엔터테크 허브 대표는 이날 행사의 의미를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K-채널 82는 미국 최초의 한국 콘텐츠 전국 방송 채널입니다. 우리는 2026년 9월 14일 출범합니다. 한미 미디어 회랑(corridor)을 보고 있는 방송사·콘텐츠 파트너·광고주·플랫폼 사업자라면, 우리는 함께 이것을 만들고 싶습니다. 시그널 투 아메리카(Signal to America). 이제 시작입니다."
— 한정훈(Jung Han) K-엔터테크 허브 대표 [세미나 모더레이터]

출범까지 약 5개월 — ATSC 3.0 위 첫 K-미디어 인프라 실험

싱클레어는 K-채널 82가 단순한 신규 채널 추가가 아니라, ATSC 3.0 차세대 지상파 위에서 한국 콘텐츠가 미국 메인스트림 시청자에게 직접 도달하는 인프라 실험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9월 14일 출범까지 약 5개월. 남은 과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 기술 인프라 마무리: 싱클레어 ATSC 3.0 송출망과 캐스트닷에라 플랫폼 통합, 허드슨AI 다국어 더빙 파이프라인 최종 검증
  • 콘텐츠 공급 계약 확정: KBS·SBS·MBN·YTN 등 한국 주요 방송사와 24시간 편성표 구성 위한 계약 마무리
  • 초기 권역 송출 시험: 그레이터 LA·뉴욕·시카고·애틀랜타·시애틀 등 1차 타깃 권역 대상 시범 송출 및 시청 품질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