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톰 크루즈 vs 브래드 피트' 격투 영상 바이럴…MPA·디즈니, ByteDance Seedance 2.0에 전면 대응
“네가 제프리 엡스타인을 죽였어, 이 짐승아!” — 브래드 피트가 톰 크루즈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며 외친다. 옥상 위의 시네마틱 액션 시퀀스, 완벽한 조명과 카메라 워크. 그러나 이것은 신작 블록버스터의 예고편이 아니다.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의 AI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2.0(Seedance 2.0)으로 만들어진, 단 두 줄의 텍스트 프롬프트의 산물이다. 출시 하루 만에 할리우드 IP를 무단 활용한 초현실적 AI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자, 미국영화협회(MPA)가 즉각 공식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디즈니가 저작권 침해 중단 요구서(cease and desist letter)를 발송하며 법적 대응의 포문을 열었다. 일론 머스크마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It’s happening fast)”고 반응한 이 사태는, AI와 저작권 간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예고한다.
This was a 2 line prompt in seedance 2. If the hollywood is cooked guys are right maybe the hollywood is cooked guys are cooked too idk. pic.twitter.com/dNTyLUIwAV
— Ruairi Robinson (@RuairiRobinson) February 11, 2026
바이럴 영상의 충격: 엡스타인 대사부터 월터 화이트까지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영상은 아일랜드 출신 영화 및 광고 제작자 루어리 로빈슨(Ruairi Robinson)이 만든 톰 크루즈-브래드 피트 격투 장면이다. 영상 속 피트는 크루즈를 때리며 “네가 제프리 엡스타인을 죽였어!”라고 외치고, 크루즈는 “그는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고 응답한다.
영상의 완성도가 극도로 높아 AI 생성임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단서는 대사의 부자연스러움 정도라는 평가다. 로빈슨은 X(구 트위터)에 “이건 Seedance 2에서 두 줄짜리 프롬프트로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바이럴 영상에서는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 딥페이크가 시청자를 정면으로 가리키며 “네가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말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이 대사가 “대사라기보다 조롱에 가깝다”고 평했다.
-일론 머스크는 시댄스(Seedance)로 생성된 영상에 대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반응했고, 다른 X 사용자는 “우리는 끝났다(We’re cooked)”라고 썼다. 현재 온라인에서 유통 중인 Seedance 영상에는 ‘스파이더맨’, ‘타이타닉’, ‘기묘한 이야기’, ‘반지의 제왕’, ‘슈렉’, ‘어벤져스’ 등 주요 할리우드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콘텐츠가 대거 포함되어 있다.
'데드풀’ 시리즈 각본가 레트 리스(Rhett Reese)는 해당 영상에 대한 댓글에서 “이렇게 말하기 싫지만, 우리에게는 거의 끝난 것 같다. 머지 않아 한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재 할리우드가 제작하는 것과 구분할 수 없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절망적 반응을 보였다. 반발에 대해 로빈슨은 “오늘의 질문: 두 줄 치고 버튼 누른 것 때문에 죽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미국영화협회(MPA) 공식 비난
MPA 의장 겸 CEO 찰스 리브킨(Charles Rivkin)은 목요일 성명을 통해 “중국 AI 서비스 시댄스 2.0(Seedance 2.0)은 단 하루 만에 미국 저작권 보호 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 없이 서비스를 출시함으로써, 바이트댄스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백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확립된 저작권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바이트댄스에 침해 활동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디즈니, 바이트댄스에 저작권 침해 중단 요구서 발송
악시오스(Axios)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월트디즈니는 금요일 바이트댄스에 공식 저작권 침해 중단 요구서를 발송했다. 이는 Seedance 2.0 출시 이후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취한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바이트댄스 글로벌 법무총괄 존 로고빈(John Rogovin) 앞으로 보낸 이 서한에서, 디즈니의 외부 변호사 데이비드 싱어(David Singer)는 바이트댄스가 “Seedance 서비스에 스타워즈, 마블 등 디즈니 프랜차이즈의 저작권 캐릭터 라이브러리를 불법 탑재하여, 마치 디즈니의 고가 지적재산이 무료 퍼블릭 도메인 클립아트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싱어 변호사는 “바이트댄스의 디즈니 IP에 대한 가상 '빈집 털이'는 고의적이고, 광범위하며, 전혀 용납할 수 없다”고 규정하며,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Seedance가 출시된 지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서한에는 스파이더맨, 다스 베이더, 스타워즈의 그로구(베이비 요다), 패밀리 가이의 피터 그리핀 등 디즈니 저작권 캐릭터를 활용한 Seedance 침해 영상의 다수 사례가 첨부되어 있으며, 이러한 영상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현황도 제시되었다.
할리우드 업계 전방위 대응
디즈니와 MPA 외에도 업계 전반에서 강력한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SAG-AFTRA와 미국감독조합(DGA) 등 수십 개 창작 단체가 참여하는 ‘휴먼 아티스트리 캠페인(Human Artistry Campaign)’은 금요일 “당국은 이 대규모 절도를 막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usiness Insider는 이 상황을 “AI의 최신 도구들이 그러하듯, 한번 병에서 빠져나온 요정을 다시 넣기 어렵다”고 비유했다.
OpenAI·디즈니의 협력 모델과 공격적 IP 보호 전략
MPA는 작년 가을 OpenAI가 Sora 2를 출시했을 때도 유사한 비판을 한 바 있다.OpenAI의 Sora 역시 AI 버전의 배우와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어 저작권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픈AI(OpenAI)는 MPA의 우려에 적극 대응하여 사용자들이 스튜디오 저작권을 침해하기 어렵도록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했다.
이후 디즈니는 OpenAI와 포괄적 계약을 체결하여 Sora 2에서 사용할 200개 캐릭터의 라이선스를 허가했으며, OpenAI에 10억 달러(약 1.4조 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디즈니는 이로써 OpenAI의 소셜 비디오 플랫폼 Sora에서 최초의 주요 콘텐츠 라이선싱 파트너가 되었으며, 이 모델은 다른 스튜디오들이 따를 수 있는 잠재적 템플릿으로 평가받았다.
디즈니는 AI 기업들에 의한 지적재산 침해에 대해 일관되게 공격적인 대응을 해왔다. 지난 9월 Character.AI에, 12월에는 구글에 각각 저작권 침해 중단 요구서를 발송했으며, 두 경우 모두 상대 기업이 디즈니 IP 사용 방식을 변경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작년 6월 NBCUniversal과 함께 Midjourney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함께 중국 AI 기업 MiniMax를 상대로 대규모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바이트댄스의 대응은 미지수
그러나 바이트댄스가 OpenAI처럼 협력적 접근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 스튜디오와 중국 테크 기업 간의 저작권 분쟁은 지정학적 긴장이 더해져 해결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저작권 보유자들이 테이크다운 통지나 침해 소송을 제기해야 할 수도 있으며, 바이트댄스 측은 현재까지 취재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병에서 나온 요정,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게임 체인저
지난해 딥시크가 AI 추론 분야에서 미중 경쟁을 가열시켰다면, Seedance 2.0은 AI 영상 생성 분야에서 같은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AI 시대에 콘텐츠 IP의 규칙을 누가 쓸 것인가’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전쟁의 서막으로 볼 ㅅ 있다.
먼저 ‘협력 라이선싱’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디즈니-OpenAI 간 10억 달러 투자와 200개 캐릭터 라이선싱은 미국 기업 간 협상에서는 유효했지만, 중국 기업에는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법적 관할권이 다른 해외 AI 기업에 대한 IP 보호 방안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AI 저작권 문제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되고 있다. 틱톡 강제매각 논의에 이어 AI 영상 생성 분야에서까지 미중 충돌이 재현되면서, 콘텐츠 IP 보호가 통상·안보 이슈와 결합되는 양상이다. DeepSeek→Seedance로 이어지는 중국발 AI 충격파는 미국의 기술 우위라는 전제 자체를 흔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병에서 나온 요정’은 되돌릴 수 없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지적했듯, 한번 풀려난 AI 기술을 다시 통제하기는 극히 어렵다. ‘데드풀’ 각본가의 경고처럼 두 줄 프롬프트로 할리우드급 영상을 생성하는 시대에, 수천 명이 참여하는 기존 영화 제작 모델의 지속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 물음에 직면했다. 이는 기술적 변화를 넘어 창작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한다.
디즈니가 ‘당근(라이선싱)과 채찍(소송)’을 동시에 휘두르며 AI 시대 IP 보호의 선봉에 서 있는 가운데, 바이트댄스의 대응 여부가 글로벌 AI-콘텐츠 생태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 콘텐츠 산업 역시 K-콘텐츠 IP의 글로벌 보호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