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디지털 광고 산업의 '통합의 해'를 열다
2026년 1월 6일, CES 2026이 공식 개막했다. 한때 CES는 “1월의 킥오프 쇼”로, 미디어 바이어들이 클라이언트 광고가 노출될 최신 TV와 디바이스를 점검하러 오는 가전 중심의 무대였다. 그러나 이제 업계 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CES는 리테일·스트리밍·애드테크·에이전시가 한자리에 모여 연중 업프론트(Upfront)를 가늠해 보는 거대 시장 조율의 장으로 변모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단연 아마존(Amazon)이 있었다. 리테일러이자 스트리밍 플랫폼이자 애드테크 벤더인 아마존은 CES 2026을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전략 점검·피드백 자리로 활용하며, 다가오는 해의 광고·커머스 계획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었다.
Reddit, WPP, 새롭게 탄생한 옴니콤–IPG(Omnicom–IPG)까지 주요 플레이어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치열하게 각자의 포지션을 선보이면서, CES 2026은 디지털 광고 산업의 향후 판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CES 2026이 드러낸 디지털 광고 산업의 핵심 트렌드와, 미디어·플랫폼·에이전시·광고주가 주목해야 할 전략적 시사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PART 1. 아마존: '덜 피칭하고, 더 경청하라'
CES는 이제 광고 업계의 한 해를 여는 ‘연례 건강 검진’으로 통한다. 광고주와 에이전시가 모두 라스베이거스에 모여, 어떤 미디어·플랫폼에 예산을 더 실을지, 무엇을 줄일지 가늠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마존 광고팀은 CES를 “더 많이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더 많이 듣는 자리”, 즉 ‘덜 피칭하고, 더 경청하는(Less pitching, more listening)’ 시간으로 정의했다.
대형 에이전시 경영진과 글로벌 CMO들이 총집결한 자리에서 이런 태도는 언뜻 역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마존 내부에서는 CES를 단기 딜을 따내기 위한 세일즈 전쟁터가 아니라, 에이전시와 광고주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그 우선순위가 아마존의 중장기 로드맵과 얼마나 맞물리는지 점검하는 전략 진단 기회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올해 시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업데이트 받는 공간인 셈이다.
아마존 애즈(Amazon Ads) 부사장 켈리 맥린(Kelly MacLean)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파트너들을 핵심 혁신자로 본다”고 강조했다. 파트너가 아마존 위에 직접 솔루션을 얹어서 쓰든, 아마존이 가진 자동화·최적화 역량을 자기 생태계 안에 녹여 쓰든, 이들이야말로 아마존이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을 함께 만드는 주체라는 뜻이다. 고객이 아니라, 향후 광고·커머스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공동 설계자로 대우하겠다는 메시지다.
이런 접근은 실제 제품·도구 개발에도 반영됐다. 2025년 CES에서 많은 마케터들은 “아마존의 퍼포먼스 데이터와 클로즈드 루프 시그널은 매력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업프론트 예산이 퍼블리셔별로 묶여 있고 남는 예산도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어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돈이 이미 다른 곳에 배정돼 있어, 아마존의 강점을 온전히 쓰기 힘들다는 솔직한 피드백이었다.
아마존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풀어 보려 했다. 광고주가 기존의 업프론트 딜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되, 그 예산의 집행 속도(페이싱), 채널 간 배분, 실적 분석과 최적화를 아마존이 일종의 ‘두뇌’처럼 맡아주는 도구를 설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광고주는 현재의 미디어 플랜을 뒤엎을 필요 없이, 아마존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예산 운용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CES에서 나눈 “더 많이 듣기”가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실제 상품 전략으로 이어진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의 CES 2026 4대 핵심 어젠다
올해 아마존이 CES에서 피드백을 수집한 핵심 영역은 네 가지로 요약됐다.
[ 아마존 CES 2026 4대 핵심 어젠다 ]
1. Authenticated Graph: 아이덴티티의 무기
첫 번째는 'Authenticated Graph'였다. 지난 가을 출시된 아마존의 결정론적 아이덴티티 도구로, 로그인된 가구, 디바이스, 이메일 주소를 단일 인증 계정에 연결했다. 아마존에 따르면 현재 미국 가구의 약 90%에 도달하고 있었다.
CES에서 아마존은 에이전시들이 이 명확성과 규모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클라이언트 예산을 더 많이 이동시키기에 충분한지를 경청했다. 핵심 제안은 아마존 및 아마존 애드테크를 통해 구매한 비아마존 인벤토리 전반에 걸쳐 프리퀀시, 어트리뷰션, 퍼포먼스를 관리하는 단일 운영 레이어였다. 다만 트레이드오프는 아마존에 대한 의존도 증가였고, 일부 광고주는 이를 인정하기 불편해할 수 있었다.
맥린 부사장에 따르면 Authenticated Graph에 대한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 매력은 분명했다: 확률적 IP 기반 추론에 의존하지 않고 광고 노출을 커머스 활동에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2. Live Events Optimizer: 라이브 스포츠를 퍼포먼스 채널로
지난해 CES에서 CTV(커넥티드 TV)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들은 아마존 경영진은 이번에 더 구체적인 것을 가지고 왔다. 'Live Events Optimizer'를 프리뷰한 것이다. Amazon DSP에 탑재된 이 기능은 NBA, NFL, 동계 올림픽 같은 주요 라이브 모먼트를 일반 스트리밍 인벤토리가 아닌 특정 경기와 시간대에 맞춰 광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긴 프로그래밍 윈도우에 걸쳐 지출을 균등하게 분산하는 대신, 이 도구는 광고주가 관심이 급증하는 특정 경기와 시간대에 예산을 연결할 수 있게 했다. 아마존과 다른 미디어 오너의 프리미엄 인벤토리를 한 곳에 모으고, 이벤트 수준에서 페이싱과 리포팅을 자동화했다. 또한 Amazon DSP에서 이미 사용 가능한 동일한 타겟팅 및 프리퀀시 컨트롤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케터는 여러 퍼블리셔 딜을 저글링하지 않고도 특정 경기 주변에서 사람들이 광고를 보는 빈도를 관리할 수 있었다.
맥린 부사장은 "마케터들로부터 들은 가장 큰 기회는 이것(라이브 스포츠)이 마지막 사로잡힌 청중(last captive audience)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전 과제는 DSP가 역사적으로 그 중요한 순간에 누구에게 도달하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정말 어려웠다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3. 리테일 DSP에서 오픈웹 바잉 시스템으로
아마존은 Netflix, Disney+, Hulu, ESPN, Paramount+, Spotify 인벤토리를 Amazon DSP에 개방하는 딜을 체결한 후, CES를 통해 플랫폼이 단순한 리테일 퍼포먼스 애드온이 아닌, 프리미엄 스트리밍과 오디오의 '프리미어 바잉 시스템'으로 취급될 수 있는지 가늠했다.
맥린 부사장은 "아마존에서 아무것도 판매하지 않더라도 이것을 주요 DSP로 사용하는 대형 브랜드가 많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2025년 동안 미디어 바이어들이 보고한 내용과 일치했다. 비-엔데믹(non-endemic) 광고주가 점차 아마존 광고 성장의 의미 있는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PMG의 커머스 헤드 존 시아(John Shea)는 "(아마존 광고 지출이) 매우 건강하고 아마도 예상보다 높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마존 광고 지출에서 전년 대비 거의 20% 성장을 또 볼 것 같습니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아마존과 삼성 애즈(Samsung Ads)의 딜이었다. 이 딜은 삼성의 ACR(Automatic Content Recognition) 데이터를 Amazon Publisher Cloud의 인사이트와 결합해 광고 타겟팅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역사적 경쟁자와의 딜도 시장 점유율을 위해 마다하지 않는 아마존의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4. AI 리빌드: Smart Mode와 Expert Mode
마지막으로 아마존은 CES를 통해 광고 비즈니스 운영 방식의 광범위한 전환을 알렸다. 아마존은 프로그래매틱 바잉, 풀퍼널 광고, 크리에이티브, 분석, 최적화를 단일 AI 주도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리빌드된 플랫폼을 롤아웃하는 중이었다.
CES에서 아마존은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두 가지 방식을 소개했다. 'Smart Mode'는 가벼운 워크플로우를 원하는 광고주를 위해 설정과 최적화의 대부분을 자동화하도록 설계됐다. 한편 'Expert Mode'는 레버에 더 가깝게 머물고 싶은 에이전시와 광고주를 위해 더 전통적인 컨트롤을 보존했다. 두 모드 모두 크리에이티브 생성, 캠페인 조정, 결과 분석을 위해 구축된 아마존의 AI 에이전트가 지원했다.
맥린 부사장은 "너무 많은 파편화가 있어서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결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캠페인을 어떻게 론칭하는지를 완전히 단순화할 수 있는 거대한 기회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CES는 광고주가 얼마나 많은 컨트롤을 양보할 의향이 있는지, 얼마나 많은 투명성을 여전히 기대하는지, 자동화가 어디서 불편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파악의 장이었다.
아마존의 더 큰 베팅
네 가지 어젠다를 관통하는 서브텍스트는 일관됐다. 아마존은 기능을 발표하러 라스베이거스에 온 것이 아니었다. 시장이 아마존을 구글과 메타 바깥의 최고의 모든 것이 실제로 구매되는 '운영 레이어'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맥린 부사장은 "우리는 홀딩 컴퍼니, 독립 에이전시, 애드테크 프로바이더와 정말 깊이 협력합니다 - 그것이 우리 비즈니스의 거대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 기술과 MCP 서버를 어떻게 통합하고 있는지, 그래서 그들이 우리 시스템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PART 2. 경쟁사 동향: Reddit, WPP, 그리고 홀딩 컴퍼니
Reddit: AI 기반 캠페인 도구 'Max Campaign' 공식 출시
아마존만 AI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었다. Reddit은 CES 2026을 통해 이전 테스트를 바탕으로 AI 기반 캠페인 도구 'Max Campaign'을 공식 출시했다. 목표는 퍼포먼스 광고주에게 엔드-투-엔드 자동화 캠페인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Max Campaign은 자동화된 비딩, 타겟팅, 캠페인 설정 등 기존 역량을 단일 워크플로우로 통합했다. 주로 소규모 광고주의 활성화를 단순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는 2020년대 트레이드쇼에서 모든 피치 덱에 'AI-powered...'라는 용어가 장식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WPP: 'Agent Hub' 공개, 신디 로즈 CEO 첫 해
업계의 전통적인 홀딩 컴퍼니들도 CES 2026에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WPP는 1월 5일 'Agent Hub'를 플래그십 오퍼링으로 공개했다. 이는 신디 로즈(Cindy Rose) CEO의 첫 번째 풀 캘린더 연도를 여는 행사이기도 했다. 새롭게 합병한 옴니콤-인터퍼블릭 그룹(Omnicom-IPG)도 CES 현장에서 자사 역량을 피칭했다. 전통적인 홀딩 컴퍼니들이 AI 에이전트 플랫폼 경쟁에 본격 참전한 것이다.
[ CES 2026 주요 애드테크 플레이어 동향 ]
PART 3. 애드테크 M&A: '통합의 해'가 열리다
CES 베테랑들이 알듯이, 코스모폴리탄 호텔의 바는 뱅커와 기업개발 임원들이 모이는 선호 장소였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수만 명의 참가자 사이에서 딜을 논의하는 임원들이 목격됐다.
현재의 AI 하이프 사이클이 애드테크의 M&A 딜 유형을 재편하고 있었다. 통합(Consolidation)이 올해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어의 초점이 변화하고 있었다.
[ 애드테크 M&A 트렌드 변화 ]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어의 초점은 확장적인 '무한 성장(growth-at-all-costs)' 딜에서 독점 데이터와 AI 워크플로우 통합이 순수한 AI 피치 내러티브보다 중요한, 소규모의 방어적(defensibility-driven) 거래로 이동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이 명확한 마진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durable economics)을 요구하면서, 딜 볼륨은 냉각됐고 구조는 더 '수술적(surgical)'이 됐다. AI는 이제 프리미엄 가치평가 동인이 아닌 기본 요건(baseline requirement)이 됐다. 이러한 트렌드는 2026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PART 4. K-콘텐츠·K-브랜드 전략적 시사점
아마존 생태계 활용 전략
아마존이 구글과 메타 바깥의 '운영 레이어'로 자리잡으려는 움직임은 K-콘텐츠와 K-브랜드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첫째, Authenticated Graph를 활용한 정밀 타겟팅이 가능해졌다. 미국 가구 90%에 도달하는 아이덴티티 인프라를 통해, K-콘텐츠를 소비하는 특정 가구를 식별하고 타겟팅할 수 있게 됐다. 둘째, Live Events Optimizer를 통해 K-리그, K-팝 콘서트 스트리밍 등 라이브 이벤트 주변의 광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AI 에이전트 플랫폼 대응
아마존, Reddit, WPP 모두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내세웠다. 이는 광고 운영의 자동화가 업계 표준이 되고 있음을 의미했다. K-브랜드와 K-콘텐츠 마케터들도 AI 기반 캠페인 도구에 대한 이해와 활용 역량을 갖춰야 했다. 특히 아마존의 Smart Mode와 Expert Mode 같은 이중 구조는 광고주의 역량과 선호에 따라 자동화 수준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다양한 규모의 K-브랜드가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프리미엄 스트리밍 인벤토리 접근
아마존이 Netflix, Disney+, Hulu, ESPN, Paramount+, Spotify 인벤토리를 Amazon DSP에 통합한 것은 K-콘텐츠 광고주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단일 플랫폼에서 프리미엄 스트리밍 인벤토리 전반에 걸친 캠페인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K-드라마, K-영화를 시청하는 글로벌 시청자에게 관련 K-브랜드 광고를 노출하는 전략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었다.
삼성-아마존 파트너십 활용
삼성 애즈와 아마존의 파트너십은 특히 주목할 만했다. 삼성의 ACR 데이터와 Amazon Publisher Cloud의 결합은 8억 3천만 대 삼성 TV 시청 데이터를 아마존 광고 타겟팅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K-콘텐츠를 삼성 TV에서 시청하는 글로벌 가구를 식별하고, 관련 광고를 타겟팅하는 전략이 가능해졌다.
결론: 디지털 광고의 '운영 레이어' 경쟁
CES 2026은 디지털 광고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 아마존은 '덜 피칭하고, 더 경청하는' 전략으로 시장의 준비 상태를 파악하며, 구글과 메타 바깥의 오픈웹에서 '운영 레이어'로 자리잡으려 했다. Authenticated Graph의 90% 미국 가구 도달, Netflix부터 Spotify까지 프리미엄 인벤토리 통합, AI 기반 Smart Mode/Expert Mode 이중 구조가 그 무기였다.
Reddit, WPP, 옴니콤-IPG 등 경쟁자들도 AI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대응했다. '2020년대 트레이드쇼에서 AI-powered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 동시에 애드테크 M&A는 '무한 성장'에서 '방어적 통합'으로 전환했다. AI는 프리미엄이 아닌 기본 요건이 됐고, 독점 데이터와 AI 워크플로우 통합이 핵심 가치가 됐다.
K-콘텐츠와 K-브랜드에게 CES 2026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아마존의 Authenticated Graph, Live Events Optimizer, 프리미엄 스트리밍 인벤토리 통합, 삼성-아마존 파트너십을 활용한 정밀 타겟팅 전략이 필요했다. AI 에이전트 플랫폼이 업계 표준이 되는 시대, K-마케터들도 이에 대한 이해와 활용 역량을 갖춰야 했다. 디지털 광고의 '운영 레이어'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