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EGOT' 거머쥔 30년… K컬처 다음 30년은 '공진화·엔터테크'에 달렸다

"K컬처, 양적 확장 30년 끝… AI 시대 '공진화'로 다음 무대 열어야"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K엔터테크 글로벌 서밋서 "BTS의 귀환은 K콘텐츠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신호… 한류 특화 AI 모델·다국적 버추얼 그룹·엔터테크 도시 결합으로 다음 단계 가야"

한국이 'EGOT' 거머쥔 30년… K컬처 다음 30년은 '공진화·엔터테크'에 달렸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BTS의 귀환은 K콘텐츠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신호… 한류 특화 AI 모델·다국적 버추얼 그룹·엔터테크 도시 결합으로 다음 단계 가야"

K컬처의 다음 30년은 '공진화(Co-evolution)'와 '엔터테크(EnterTech)'에 달렸다.

한국은 2025년 토니상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수상하며 에미(2022 오징어 게임)·그래미(1993 소프라노 조수미)·오스카(2020 기생충)에 이어 미국 4대 엔터테인먼트 상을 모두 거머쥔 'EGOT 국가'가 됐다.

2025년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157조 4,021억 원, 수출은 141억 7,543만 달러로 14~23년 연평균 매출 5.2%, 수출(달러 기준) 10.2% 성장이라는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양적 확장의 시대는 그 자체로 다음 단계의 출발점이 되지 못한다. 생성형 AI가 기획·제작·후반·마케팅·소비까지 콘텐츠 가치사슬 전 영역에 들어오면서, 경쟁축이 '얼마나 많이 수출했는가'에서 '어떤 기술과 어떻게 결합했는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고삼석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위원, K-엔터테크포럼 상임의장)는 지난 4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엔터테크 글로벌 서밋 @ WIS 2026 기조강연에서 "K콘텐츠 산업은 양적 확장을 넘어 질적 성숙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며 "한국 콘텐츠와 한국 AI가 함께 글로벌로 나가는 '공진화 전략'이 다음 30년의 좌표"라고 밝혔다. 강연 제목은 "The Future of K-Culture: Coevolution & EnterTech"였다.

① 1997년 사랑이 뭐길래에서 EGOT까지 — 30년의 궤적

△ K-Culture의 30년 — 1997년 '사랑이 뭐길래'에서 출발해 2001년 보아, 2003년 H.O.T., 2005년 대장금·겨울연가, 2012년 강남스타일, 2013년 별에서 온 그대, 2016년 태양의 후예, 2019년 BTS, 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로 이어진 한류는 중국→일본→동남아→남북미→전 세계로 확산됐다. (자료: 고삼석 교수 발표자료)

고 교수는 강연 첫머리에 BTS의 'Aliens' 가사 한 줄을 띄웠다.

"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 지난 3월 21일 광화문에서 약 3년 만에 다시 열린 BTS 컴백 무대의 의미를 산업의 시간과 겹쳐 읽기 위한 장치였다. BTS가 군 복무를 마치고 성인으로 돌아왔듯, K콘텐츠도 양적 확장을 넘어 질적 성숙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BTS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것처럼, K컬처와 콘텐츠 산업도 양적 확장 단계를 넘어 질적 성장·질적 성숙의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1997년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방송된 것을 한류의 시작으로 본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2025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을 수상하며 한국은 EGOT(Emmy·Grammy·Oscar·Tony)를 완성했다. BBC는 "한국이 EGOT의 지위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콘텐츠 수출국이 아니라, 한국 문화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는 상징적 사건이다. 고 교수는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의 글로벌 인기를 계기로 한국 문화가 미국 주류에 깊게 들어가고 있음을 워싱턴 D.C.와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전했다.

② 매출 157조·수출 141억 달러 — '서비스 수출' 약점 K콘텐츠가 메우다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콘텐츠 산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 매출은 157조 4,021억 원, 수출은 141억 7,543만 달러(약 19조 원)를 기록했다. 2014~2023년 연평균 성장률은 매출 5.2%, 수출(달러 기준) 10.2%로, 수출이 내수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게 늘었다. 상품 수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한국 경제의 서비스 수출 부문 경쟁력을 K콘텐츠가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2025년 콘텐츠 산업 조사' — 2025년 매출액 157조 4,021억 원, 수출액 141억 7,543만 달러. 2014~2023년 연평균 성장률은 매출 5.2%, 수출(USD 기준) 10.2%로 매출보다 수출 성장세가 두 배 가까이 빠르다. (자료: 통계청·문체부)

글로벌 SVOD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 Luminate 분석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주요 SVOD의 '로컬 오리지널' 제작 편수에서 한국이 약 60편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일본(약 35편), 브라질(약 22편)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한국이 단지 콘텐츠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이 '로컬 오리지널 거점'으로 삼는 국가가 됐음을 보여 준다.

KOFICE의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30개 지역 26,400명 대상)에 따르면 전 세계 K컬처 팬이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야는 K팝(17.5%, 9년 연속 1위)이며 한국 음식(12.1%), 드라마(9.5%), 뷰티 제품·화장품(6.2%), 영화(5.9%), IT 제품·브랜드(4.8%) 순이었다. 삼일PwC 인용 자료에서는 K콘텐츠가 한국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26개국 평균 57.9%였고, 인도네시아(81.4%)·베트남(78.6%)·사우디아라비아(74.5%)·이집트(74.0%)·인도(73.3%)·태국(72.8%)·UAE(72.3%) 등 동남아·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70%대로 특히 높게 나타났다.

③ '37.5%의 그림자'와 #SEAbling — 부정 인식 5년 연속 상승

△ KOFICE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 — '한류 부정적 인식에 동의' 비율은 2021년 30.7%에서 2025년 37.5%로 5년 연속 상승했다. 동시에 '동의하지 않음' 비율은 48.2%에서 20.4%로 급감했다. (자료: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고 교수가 강조한 또 하나의 현실은 그림자다. KOFICE 조사에서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021년 30.7%에서 2022년 27.1%, 2023년 32.6%, 2024년 37.5%, 2025년 37.5%로 추세선이 위쪽을 향한다. 같은 기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8.2%에서 20.4%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K컬처에 대한 호감이 늘어나는 동시에, 호감이 없는 층의 의견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월 한 국내 아이돌 그룹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연 직후 온라인에서 벌어진 양국 네티즌 충돌은 그 신호 중 하나다.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을 묶는 '#SEAbling(Southeast Asia + Sibling) 연대 불매' 움직임이 SNS에서 확산되며 "한국 제품 사지 말자"는 구호가 등장했다.

아직 오프라인 시장에서 큰 충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K콘텐츠 글로벌 확장이 불러올 수 있는 문화적 마찰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K콘텐츠와 K컬처에 열광하는 모습만 볼 게 아니다. 왜 적지 않은 비율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K콘텐츠의 다음 스테이지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내부 현장의 고민도 깊다. 'PD저널'이 지난 1월 한국PD연합회원 2,8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이용실태 및 인식 조사'에서 PD들은 "방송사가 'AI 전환'을 표방하지만 정작 워크플로우 구축, 교육·가이드라인, 업무용 AI 구독료 지원이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제작 현장의 AI 전환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이 어려워진다는 경고다.

④ AI G3 액션 플랜의 9번 칸 — "세계가 즐기는 우리 문화"

△ 대통령 직속 국가AI전략위원회 'AI 액션 플랜' (2026) — 'Global AI Top 3 Powerhouse (G3)' 도약을 목표로 12개 추진과제 중 9번에 "세계가 즐기는 우리 문화 — AI 기반 문화강국"이 별도 항목으로 들어갔다. (자료: Presidential Council on National AI Strategy)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함께 확정한 'AI 액션 플랜'은 "진짜 성장(Authentic Growth)·모든 시민의 보편적 삶의 질·인류와 글로벌 사회 기여"를 비전으로, "Global AI Top 3 Powerhouse(G3)"를 목표로 내걸었다. 12개 추진과제 가운데 9번 "세계가 즐기는 우리 문화 — AI 기반 문화강국"이 별도 항목으로 들어간 것은 의미가 다르다. 문화 산업이 산업 전환 일반 항목에 묻히지 않고 국가 AI 전략의 독립된 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K콘텐츠 AI 전략의 3대 축은 ▲AI 기반 창작 생태계 활성화 ▲선도적 AI 전환을 통한 K콘텐츠 산업의 지속 성장 ▲K콘텐츠와 K-AI의 동반 글로벌 진출 및 교류 촉진이다. 고 교수는 "한국만의 정책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함께 만들고 즐기고 나눌 수 있는 정책과 기업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⑤ K-Channel 82, 9월 D.C. 출범 — SBS·KBS×Sinclair 첫 실증

△ K-Channel 82 — SBS와 KBS가 미국 최대 지상파 네트워크 Sinclair Broadcast Group과 각각 MOU·SCA(전략적 협력 합의)를 체결, 미국 지상파 82번 채널에서 K콘텐츠 전문 채널을 9월 가동한다. 모바일 전용 'K-Channel 82' 앱도 공동 개발해 방송 시청과 전자상거래를 연계한다. (자료: 연합뉴스·뉴스1)

공진화 모델의 첫 실증은 오는 9월 미국 워싱턴 D.C.·볼티모어 권역에서 가동된다. 미국 최대 지상파 네트워크 Sinclair Broadcast Group의 ATSC 3.0 차세대 방송망 위에서 'K-Channel 82'가 송출된다.

SBS가 1월 CES 2026에서 Sinclair와 MOU를 체결한 데 이어 KBS도 SCA(Strategic Cooperation Agreement)를 체결했다. KBS와 Sinclair는 단순 채널 송출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전용 'K-Channel 82'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해 방송 시청과 전자상거래를 연계한 수익 구조까지 설계 중이다.

SBS 방문신 사장은 "K-Channel 82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SBS 영상 콘텐츠와 안정적인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가 결합된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순 K콘텐츠 송출을 넘어 한국 AI 기술과 미국 방송 인프라가 같은 채널 위에서 결합되는 BAST(Broadcast Alliance with Sinclair and Telecommunications) 얼라이언스의 첫 결과물이다.

"K-Channel 82는 K콘텐츠뿐 아니라 K-AI가 결합돼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함께 개발할 것이다."

⑥ 한미 엔터테크 얼라이언스 — 4대 협력 의제

△ 고삼석 교수가 CES 2026에서 제안한 한미 엔터테크 얼라이언스 4대 의제 — 한류 특화 AI 모델, 다국적 버추얼 아이돌 그룹, Sphere·COSM 활용 K팝 콘서트, 자율주행차 모빌리티 몰입형 콘텐츠. (자료: 고삼석 교수 발표자료)

고 교수가 지난해 싱가포르 AICON, 올해 1월 CES 2026(시저스 팰리스 'Next K-Wave EnterTech Forum', Sinclair Del Parks 기술부문 대표·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공동 패널), 2월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차관 면담, 4월 NAB Show 2026에서 일관되게 제안해 온 협력 의제는 네 가지다.

첫째, 한국·미국·동남아 콘텐츠·AI 기업 협업을 통한 한류 특화 AI 모델 개발. 둘째, 다국적 버추얼 아이돌 그룹 공동 결성과 온·오프라인 공연(2025 PLAVE Asia Tour 'Quantum Leap' in Seoul이 가능성을 보여 줬다). 셋째, Sphere(라스베이거스)·COSM(LA) 같은 몰입형 공간을 활용한 K팝 글로벌 콘서트. 넷째, 자율주행차에서 한·미 공동 모빌리티 몰입형 콘텐츠 개발 및 서비스. 이 네 의제를 묶는 상위 개념이 "Establishment of a Korea–US EnterTech Alliance"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국·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과 함께 'Entertainment-Technology Alliance'를 결성하자는 제안이다."

1997년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송되며 출발한 한류는 일본과 동남아, 남미와 북미를 거쳐 유럽까지 도달했다. 단순한 드라마·영화·게임 수출을 넘어 한국 문화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된 것이 최근의 변화다. 고 교수는 "지난주 워싱턴과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 사업자와 지도층을 만나본 결과,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인기를 계기로 한국 문화가 미국 주류에 깊게 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정부 집계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 규모는 약 157조 원, 수출은 환율에 따라 약 20조 원 내외였다. 지난 10년간 매년 기록이 갱신됐고, K콘텐츠는 푸드·뷰티·패션 등 K브랜드 전반과 결합해 글로벌 K컬처 현상을 만들어 냈다. 전 세계 K컬처 팬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로 9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은 K팝이며, 그 뒤를 푸드·드라마·뷰티가 따르고 있다.

⑦ 엔터테크 도시 경쟁 — CES·SXSW·BIFF·에든버러

고 교수가 마지막으로 던진 화두는 도시다. 엔터테인먼트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도시 모델이 글로벌 경쟁의 다음 무대라는 진단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텍사스 오스틴의 SXSW, 한국 부산의 BIFF,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현재 그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 인천, 부산, 그리고 '한국의 실리콘밸리' 성남 테크노밸리가 후보다. 엔터테인먼트·테크놀로지·도시를 하나의 발전 엔진으로 묶는 모델이다. 강연의 마지막 슬라이드 문구는 "A Nation Powered by AI & Culture"였다.

"단일 국가 차원이 아니라 각국 전문가와 교류·협력하며 함께 발전시켜야 할 과제다. 넥스트 K컬처의 시대를 함께 열어 가자."

고삼석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대한민국 대통령 직속 AI위원회 위원)

■ 한눈에 보는 고삼석 교수 기조강연 — '공진화·엔터테크' 7대 데이터

① EGOT 완성 2025년 토니상 '어쩌면 해피엔딩' 수상으로 한국, 에미·그래미·오스카·토니 4대상 석권.

② 매출 157조 / 수출 $14.18B 2025년 콘텐츠 매출 157조 4,021억 원, 수출 141억 7,543만 달러(연평균 USD 수출 10.2% 성장).

③ 글로벌 SVOD 1위 Luminate 기준 2024년 한국이 美 주요 SVOD 로컬 오리지널 약 60편으로 세계 1위.

④ 부정 인식 30.7→37.5% 한류 부정 인식 동의율이 5년 연속 상승, '#SEAbling' 동남아 연대 불매 운동 등장.

⑤ AI G3 액션 플랜 9번 이재명 정부 'Global AI Top 3' 12개 과제 중 9번 "세계가 즐기는 우리 문화 — AI 기반 문화강국".

⑥ K-Channel 82 9월 출범 SBS·KBS×Sinclair MOU/SCA, 워싱턴 D.C./볼티모어 ATSC 3.0 망 송출, 모바일 앱 공동 개발.

⑦ 한미 엔터테크 얼라이언스 한류 특화 AI 모델·다국적 버추얼 아이돌·Sphere/COSM K팝·자율주행 몰입 콘텐츠 4대 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