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로 CEO 첫 업프론트…‘카테고리 오브 원’ 화법, 2027년 4대 라이브를 한 캘린더에 묶어
월트디즈니컴퍼니(The Walt Disney Company)가 광고주에게 내건 단일 자산은 ‘팬덤(fandom)’이었다.
조시 다모로(Josh D’Amaro)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뉴욕 자비츠컨벤션센터(Jacob K. Javits Convention Center)에서 열린 ‘2026 디즈니 업프론트(2026 Disney Upfront)’ 키노트에서 자사를 “카테고리 오브 원(category of one)”으로 규정하고, 광고주가 사야 할 자산은 ‘뷰잉(viewing)’이 아니라 ‘소속감(belonging)’이라고 못 박았다. 다모로가 CEO로서 처음 광고 시장에 선 자리에서 던진 메시지다.

이 화법이 광고 시장에 던져진 배경에는 미국 커넥티드TV(CTV) 광고 시장의 무게중심 이동이 있다.
구독형 스트리밍(SVOD) 가입자 성장이 둔화하면서 광고형 티어(AVOD)가 새 매출원으로 떠올랐고, 슈퍼볼·시상식·뉴이어스 이브 같은 텐트폴(tentpole) 라이브 이벤트가 흩어진 광고 예산을 다시 끌어모으는 ‘닻 자산’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이 흐름에 맞춰 2027년 캘린더 안에 칼리지풋볼플레이오프(CFP) 챔피언십 게임, 그래미(Grammys), 슈퍼볼 LXI(Super Bowl LXI), 아카데미 시상식(Oscars)을 한 사업자 일정표 위에 묶어 세웠다. 광고주에게 던지는 신호는 단순하다. 낱개 콘텐츠가 아니라 ‘라이브와 IP의 묶음’을 산다는 의미다.
디즈니가 이날 광고주에게 제시한 정량 지표는 두 가지다. 월 2억 명을 넘는 광고형 시청자 규모, 그리고 디즈니+(Disney+)·훌루(Hulu)·ABC·FX·ESPN·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을 단일 데이터·기술 스택 위에서 운영한다는 ‘엔드 투 엔드 플랫폼(end-to-end platform)’이다.
이날 무대에는 100명 이상의 셀러브리티가 직접 올랐고, 영상·사전녹화 출연까지 합치면 100여 명이 추가로 등장했다. 마지막은 14회 그래미 후보·3회 수상자인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의 깜짝 라이브 공연이 장식했다.

‘100년의 신뢰는 인수할 수 없다’…다모로 첫 무대
다모로는 지난 2월 밥 아이거(Bob Iger)의 후임으로 디즈니 CEO 자리에 올랐다.
디즈니 파크·경험·제품(Disney Parks, Experiences and Products) 부문 회장 출신인 그가 광고 시장에 자신의 비전을 처음 제시한 자리가 이번 업프론트였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The Devil Wears Prada 2)’ 주연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가 다모로를 무대로 불러올렸고, 사바나 바나나스(Savannah Bananas)가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의 ‘The Greatest Show’로 개막 공연을 열었다.
다모로는 키노트에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조립’하려 하고 있다.
스튜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츠 권리, 라이브 이벤트, 그리고 시청자가 감정을 갖는 브랜드까지. 그들이 조립하려는 것은 사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그림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100년의 신뢰는 인수할 수 없다. 세대를 거친 소속감은 대차대조표에 올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광고주 앞에서 디즈니가 파는 자산을 ‘시청 시간’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브랜드 친밀도’로 재정의한 발언이다.
이 메시지는 디즈니 광고 사업 부문 책임자 인사 라인업과도 맞물린다. 리타 페로(Rita Ferro) 글로벌 광고 부문 사장은 디즈니가 보유한 엔터테인먼트·스포츠 포트폴리오 전체를 한 화면에 올리고,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 글로벌 팬덤에 불을 붙이는 프랜차이즈, 전 세계 시청자를 한 자리에 모으는 라이브 모멘트”라는 세 갈래를 광고주에게 동시에 제시했다.
아사드 아야즈(Asad Ayaz) 최고마케팅·브랜드책임자(CMO)는 같은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터뷰에서 이번 업프론트를 ‘디즈니 팬덤의 축하’로 정의했다. 다모로·페로·아야즈 세 명의 무대 메시지는 ‘카테고리 오브 원’이라는 한 줄로 모아진다.
마블·스타워즈·아바타·픽사…IP 캘린더로 본 디즈니+
다모로의 화법 위에 깔린 ‘공급’ 쪽 답은 프랜차이즈 캘린더다.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는 ‘아바타: 불과 재(Avatar: Fire and Ash)’를 2026년 6월 24일 디즈니+에 올린다고 알렸다. 극장 개봉 후 빠른 시점에 광고형 스트리밍 인벤토리로 직결되는 일정이다.
마블(Marvel) 파트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 폴 베타니(Paul Bettany)가 안내했다. 베타니는 ‘완다비전(WandaVision)’ 3부작의 마지막인 ‘비전퀘스트(VisionQuest)’가 2026년 10월 14일 디즈니+에 공개된다고 발표했다. 다우니 주니어는 차기 MCU 슬레이트의 무게중심이 자신 쪽으로 옮겨오는 흐름을 가시화했다.
스타워즈(Star Wars) 라인에서는 로사리오 도슨(Rosario Dawson)이 ‘아소카(Ahsoka)’ 시즌 2의 디즈니+ 공개를 2027년 초로 못 박았다. 도슨은 무대에서 “이번에는 훨씬 크고, 훨씬 확장되며, 매우 짜릿한 전환들이 있다(it goes even bigger and more expansive with some very thrilling turns)”고 분위기를 띄웠다. ‘심슨가족(The Simpsons)’의 호머·마지·바트·리사 심슨이 영상으로 등장해 ‘스크럽스(Scrubs)’ 리부트 출연진 자크 브래프(Zach Braff)·도널드 페이슨(Donald Faison)·사라 칠키(Sarah Chalke)를 소개했다. 디즈니는 이 리부트를 ‘시즌 신규 코미디 1위’로 자리매김하면서 시즌 2 제작을 확정했다.

2027년 4대 라이브 한 캘린더…‘1분기 시청률 정점’ 독점
페로 사장이 정면에 세운 그림은 2027년 한 해에 4대 라이브 모멘트가 한 사업자에게 모이는 일정표다. 1월 CFP 챔피언십 게임, 2월 7일 그래미(ABC), 2월 슈퍼볼 LXI(ESPN·ABC),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줄을 잇는다. 연 초는 ‘뉴이어스 록킹 이브(New Year’s Rockin’ Eve)’가 연다.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2027년 1분기 시청률 정점이 한 사업자 일정표 위에 거의 모두 올라간다.
아카데미 진행자 라인업도 같은 자리에서 정리됐다.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 공동 진행자 로빈 로버츠(Robin Roberts)가 ‘속보’ 형식으로 99회 아카데미 호스트가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이라는 점을 밝혔다. 3년 연속 호스트 체제다. 이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출연진과 신작 슬레이트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ABC가 ‘시상식 시즌의 한 축’으로 광고 인벤토리를 지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했다.
ABC는 ‘아카데미 시상식 → 그래미 → 슈퍼볼 LXI 프리·포스트 → 라이브 데이타임 쇼(Live with Kelly and Mark)’를 한 분기에 묶어 놓는 구조를 이번 업프론트에서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광고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1분기 패키지’다.

ESPN 첫 슈퍼볼…NFL 관계 확장과 산타모니카 ‘ESPN 비치’
이번 업프론트 무게중심의 한 축은 ESPN이 처음 중계하는 슈퍼볼 LXI다. 로저 구델(Roger Goodell)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커미셔너와 ESPN의 조 벅(Joe Buck)이 무대에 함께 올라 NFL 네트워크(NFL Network), NFL 레드존(NFL RedZone) 유통, NFL 판타지 앱(NFL Fantasy App)까지 포함하는 양측 관계 확장 내용을 소개했다. ESPN이 단순 중계권에서 벗어나 NFL 인접 자산까지 광고·구독 인벤토리로 가져온다는 의미다.
스타 라인업도 두텁다.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일라이 매닝(Eli Manning) 형제가 ESPN 슈퍼볼 프리게임 쇼 합류를 예고했고, 트로이 에이크먼(Troy Aikman), 스티브 영(Steve Young), 에밋 스미스(Emmitt Smith), 데스몬드 하워드(Desmond Howard), 제리 라이스(Jerry Rice), 하인스 워드(Hines Ward), 커트 워너(Kurt Warner), 닉 폴스(Nick Foles) 등 역대 슈퍼볼 MVP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먼데이 나이트 풋볼(Monday Night Football)·슈퍼볼 중계진 라이언 살터스(Lisa Salters), 로라 럿리지(Laura Rutledge)도 같은 자리에 섰다.
주변 자산도 같은 시점에 정렬된다. 캘리 리파(Kelly Ripa)와 마크 콘수엘로스(Mark Consuelos)는 그래미 다음 한 주 동안 ‘Live with Kelly and Mark’를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에서 라이브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장소에 마련되는 ‘ESPN 비치(ESPN Beach)’는 슈퍼볼 LXI의 멀티 플랫폼 허브로 쓰인다. 컬리지 게임데이(College GameDay) 진행자 리시 데이비스(Rece Davis)와 분석가 커크 허브스트라이트(Kirk Herbstreit)·데스몬드 하워드·팻 매카피(Pat McAfee)·닉 세이번(Nick Saban)은 40번째 시즌 ‘위크 0’ 경기를 세 대륙에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라이브 자산이 ESPN을 거점으로 재편되고, 디즈니+·훌루·ABC·ESPN이 이 자산을 단일 인벤토리로 묶어 파는 구조다.

FX·훌루·ABC 신작 슬레이트…‘월 단위 인벤토리’를 채우는 IP 캘린더
디즈니는 라이브 캘린더 옆에 IP 신작 캘린더를 나란히 세웠다. FX에서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 13번째 시즌이 시작된다. 사라 폴슨(Sarah Paulson), 에반 피터스(Evan Peters), 안젤라 바셋(Angela Bassett), 가보리 시디베(Gabourey Sidibe), 빌리 로드(Billie Lourd), 엠마 로버츠(Emma Roberts)가 폴 앤서니 켈리(Paul Anthony Kelly)의 합류를 알렸다.
FX 신작 라인업에는 브리 라슨(Brie Larson)과 올리비아 콜먼(Olivia Colman)이 합류한 심리 드라마 ‘크라이 울프(Cry Wolf)’, 라이언 머피(Ryan Murphy)의 ‘더 샤즈(The Shards)’(카이아 거버·이그비 리그니·호머 기어)가 올라갔다. 훌루는 댄 포겔먼(Dan Fogelman)의 풋볼 가족 드라마 ‘더 랜드(The Land)’(크리스토퍼 멜로니·윌리엄 H. 메이시·맨디 무어),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셰일린 우들리(Shailene Woodley)·키트 해링턴(Kit Harington)이 출연하는 ‘카운트 마이 라이즈(Count My Lies)’, 클레어 데인스(Claire Danes)와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가 출연하는 ‘더 스팟(The Spot)’을 슬레이트에 올렸다.
이 라인업이 광고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공급’ 쪽 답안이다. 다모로의 ‘세대를 잇는 소속감’ 화법은 결국 구작 IP의 신작화와 계절형 신작을 매달 인벤토리에 얹어 준다는 약속으로 읽힌다. 광고 화법으로 보면 ‘피크 시청률은 라이브, 잔여 시청률은 IP’의 두 축이다.

‘댄싱 위드 더 스타스’·NBA·‘사바나 바나나스’…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자산의 외연
디즈니는 스포츠·시상식 라이브 옆에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자산도 같은 줄에 세웠다.
‘댄싱 위드 더 스타스(Dancing with the Stars)’ 시즌 34 우승자 로버트 어윈(Robert Irwin)이 ‘Dancing with the Stars: The Next Pro’ 호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마크 발라스(Mark Ballas), 앨런 버스튼(Alan Bersten), 위트니 카슨(Witney Carson), 발 처머콥스키(Val Chmerkovskiy) 등 40명의 프로 댄서가 ‘하프타임(Halftime)’ 무대를 꾸몄다.
어윈은 사바나 바나나스의 잭슨 올슨(Jackson Olson)을 다음 시즌 미러볼 컨테스턴트로 발표했고, 올슨은 디즈니+가 ‘바나나 보울(Banana Bowl)’의 공식 중계 플랫폼이라는 점을 알렸다.
샤킬 오닐(Shaquille O’Neal)은 ‘인사이드 더 NBA(Inside the NBA)’ 공동 진행자 케니 스미스(Kenny Smith), NBA 신인왕 쿠퍼 플래그(Cooper Flagg)와 함께 무대에 올라 자신의 코너 ‘샤크 스탯츠(Shaq Stats)’를 소개했다.
로렌 베츠(Lauren Betts), 사라 스트롱(Sarah Strong), 그리고 스포츠센터(SportsCenter)의 크리스틴 윌리엄슨(Christine Williamson)이 빌리 진 킹(Billie Jean King)을 무대로 안내했다. 킹은 ESPN의 ‘30 for 30’ 다큐멘터리 ‘Give Me the Ball!’의 독점 영상을 공개했다.
이 라인업은 광고주에게 한 가지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디즈니의 라이브 인벤토리는 슈퍼볼·CFP 같은 ‘대형 단판 라이브’와 ‘댄싱 위드 더 스타스·바나나 보울’ 같은 ‘시즌형 반복 라이브’의 두 층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월 2억 광고형 시청자’…단일 데이터 스택 위에 ESPN 독립앱
페로 사장은 디즈니가 콘텐츠·데이터·기술을 ‘엔드 투 엔드 플랫폼’으로 연결했다는 표현으로 광고 인벤토리 구조를 정리했다. 디즈니가 광고주에게 내건 정량 앵커는 두 가지다. 광고형 스트리밍 월 시청자 2억 명 이상, 그리고 디즈니+·훌루·ABC·FX·ESPN·내셔널지오그래픽을 한 데이터·기술 스택 위에서 운영한다는 점이다.
ESPN은 같은 시기 독립형 스트리밍 앱을 출시한다. 스포츠 라이브 인벤토리를 별도 채널로 광고 시장에 노출하는 구조다. 짐 피타로(Jimmy Pitaro) ESPN 회장은 같은 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인터뷰에서 슈퍼볼 LXI 중계가 ESPN에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SPN 입장에서는 슈퍼볼 LXI가 독립앱 가입자 곡선을 한 번에 끌어올리는 ‘런칭 이벤트’가 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같은 인벤토리가 ‘디즈니 번들 안에서도, ESPN 독립앱 안에서도’ 동시에 노출되는 이중 구조다.
디즈니는 이 데이터 스택 위에 ‘디즈니 광고 자판기(Disney Advertising)’ 격의 셀프서브·프로그래매틱 환경을 얹어 가고 있다. 광고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콘텐츠 단위 구매’에서 ‘오디언스 세그먼트 단위 구매’로 옮겨가도 디즈니 안에서 모두 해결된다는 약속이다.

광고 시장 맥락…CTV·AVOD 재편 속 디즈니 포지션
디즈니의 이번 화법은 진공 상태에서 나온 게 아니다. 미국 CTV 광고 시장은 지난 2년 사이 광고형 티어 확대,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 인벤토리 급증, 그리고 라이브 스포츠권 재편이 동시에 진행돼 왔다. SVOD 단독 모델로는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와 시청자 규모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어려워졌고, 광고형 티어가 거의 모든 메이저 스트리밍 사업자의 표준 옵션으로 정착했다.
디즈니는 이 흐름에서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쥐었다. 하나는 라이브 자산이다. NBA·NFL·CFP·그래미·아카데미를 한 회사 안에 끌어모은 사업자는 디즈니가 사실상 유일하다. 다른 하나는 IP 자산이다. 마블·스타워즈·픽사(Pixar)·내셔널지오그래픽·FX·훌루 오리지널이 한 데이터 스택 위에서 광고 인벤토리로 노출된다.
같은 시기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NBC유니버설(NBCUniversal)·파라마운트(Paramount) 등도 광고형 스트리밍 패키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라이브 스포츠와 시상식·뉴이어스 이브를 한 캘린더에 묶어 ‘1분기 정점 독점’을 만들 수 있는 사업자는 제한적이다. 다모로의 ‘카테고리 오브 원’ 화법은 이 구조적 격차를 정면으로 마케팅 자산화한 표현이다.
한국 미디어 산업 함의…‘라이브 묶음·단일 측정·팬덤 자산’ 3대 과제
글로벌 광고형 스트리밍 시장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디즈니가 최근 업프론트에서 제시한 메시지는 단순한 콘텐츠 경쟁을 넘어, ‘IP·라이브·데이터’가 결합된 통합 판매 구조로 시장 질서가 재편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광고주 관점에서 ‘무엇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가’보다 ‘어떤 맥락과 데이터 구조 안에서 소비되는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업프론트는 산업 구조 변화의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미디어 산업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텐트폴 라이브 자산의 ‘묶음화’, 둘째는 광고형 시청자 측정과 데이터 통합, 셋째는 K-콘텐츠의 자산 정의 전환이다.
먼저 라이브 자산의 묶음화는 가장 즉각적인 구조 변화다. 디즈니는 슈퍼볼, 그래미, 오스카 등 글로벌 이벤트를 하나의 캘린더 안에서 통합적으로 제시하며 광고주에게 ‘연중 지속되는 라이브 접점’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단발성 이벤트 판매에서 벗어나, 분기·연간 단위의 광고 전략 설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시장으로 시선을 옮기면, 상황은 아직 분절적이다. 지상파, 종편, OTT, FAST 사업자가 각기 다른 플랫폼과 기준으로 라이브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으며, 스포츠, e스포츠, 시상식, 음악 이벤트 등 주요 자산 역시 개별 단위로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광고 시장의 기준이 ‘캘린더 기반 묶음’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e스포츠 리그, 연말 시상식과 가요제 등을 분기 단위로 재구성해 ‘연쇄적 라이브 패키지’로 제시할 수 있는 사업자만이 프리미엄 광고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둘째는 광고형 시청자 측정과 데이터 통합 문제다. 디즈니가 ‘월 2억 명’이라는 단일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광고 서버, 측정 표준, 시청자 ID 체계가 하나의 데이터 스택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 있다. 이는 광고주 입장에서 매체 간 비교 가능성을 높이고, 집행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다.
반면 국내 시장은 여전히 파편화된 구조를 보인다. 플랫폼별로 상이한 광고 서버를 사용하고, 시청자 정의와 측정 방식 역시 통일되지 않아 동일한 시청 데이터를 놓고도 해석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광고주 입장에서 의사결정 비용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광고 자본 유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향후 광고형 OTT와 FAST 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일 인벤토리’와 ‘단일 측정 지표’를 제시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 통합이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K-콘텐츠의 자산 정의 자체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디즈니가 강조한 판매 자산은 더 이상 단순한 시청 시간이나 프로그램 단위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를 관통하는 브랜드 친밀도, 즉 ‘소속감’에 가깝다. 이 개념을 K-콘텐츠에 적용하면, 기존의 라이선스 중심 유통 모델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진다.
K-팝, K-드라마, K-예능은 이미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개별 작품이나 포맷 단위로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광고 시장의 언어가 ‘팬덤 자산’ 중심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는, 콘텐츠를 하나의 IP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문화적 소속감’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판매를 넘어, 팬덤 기반 광고 인벤토리 설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들이 ‘카테고리 오브 원’ 전략을 통해 자신만의 독점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 미디어 산업은 ‘카테고리 오브 K’를 어떤 구조로 정의하고 상품화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협력과 표준화가 필요한 과제에 가깝다.
결국 디즈니가 이번 업프론트에서 제시한 것은 ‘브랜드 친밀도 × 라이브 캘린더 × 단일 데이터 스택’이라는 3중 곱셈 구조다. 이 세 요소는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상호 결합될 때 비로소 광고 시장에서의 실질적 가치로 전환된다. 어느 하나만 강한 사업자는 글로벌 광고 자본의 주요 타깃이 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미디어 산업은 지금까지 콘텐츠 경쟁력이라는 단일 축에서 글로벌 시장과 맞서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구조의 문제다. 라이브를 어떻게 묶고,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하며, 팬덤을 어떻게 자산화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 설계 능력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향후 1~2년은 이러한 전환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시기가 될 전망이다. 디즈니 업프론트는 그 방향과 기준을 가장 선명하게 제시한 사례로, 국내 사업자들에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실행의 문제를 남겼다.
출처(Sources)
- The Walt Disney Company, “Fandom Takes Center Stage as Disney’s Sports, TV and Film Powerhouses Command the North Javits Center,” 공식 보도자료, 2026. 5. 12.
- The Hollywood Reporter, “Josh D’Amaro’s First Disney Upfronts Pitch: We’re In a ‘Category of One,’” 2026. 5. 12. (hollywoodreporter.com)
- Deadline, “Disney CEO Josh D’Amaro Tells Upfront Advertisers The Company Creates ‘Generations Of Belonging,’” 2026. 5. 12. (deadline.com)
- Fantasy Land News, “Disney 2026 Upfront: New Leadership, ESPN Streaming, and the Super Bowl, Grammys, and Oscars All in 2027,” 2026. 5. 11. (fantasylandnews.com)
- Barrett Media, “Disney’s Josh D’Amaro Helms First Upfront As CEO,” 2026. 5. 12. (barrettmedia.com)
- PR Newswire / NYSE, “NYSE Content Update: Disney CEO Josh D’Amaro Rings Bell Ahead of Upfront Event,” 2026.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