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광고 대신 독자 후원으로 미국 정치뉴스 수요 흡수… 비영리 구조가 만든 역설적 성장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adian)의 미국 사업이 직전 회계연도에 8,140만 달러(약 1,1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미국 진출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성장을 끌어올린 동력은 구독료도 광고도 아닌 독자 후원이었다. 디지털 독자 후원이 미국 사업 매출의 70.7%를 차지했고, 광고는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액시오스가 입수한 가디언 내부 발표 자료에서 확인된 수치다.

후원 모델이 미국에서 커지는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겹쳐 있다. 정치 뉴스 수요가 급증한 미국 시장에서, 무료 열람을 유지하는 비영리 매체가 ‘유료 장벽’ 대신 독자의 자발적 기여를 받는 방식으로 수요를 흡수한 것이다. 페이월 강화와 인수·합병으로 재편되는 전통 미디어 흐름과는 다른 경로다. 가디언 미디어그룹의 애나 베이트슨 최고경영자(CEO)는 비영리 구조와 글로벌 시각, 무료 접근 원칙이 결합해 미국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독자 후원을 끌어냈다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두 해 연속 매출 25% 성장, 이익률도 사상 최고
가디언 미국 매출은 최근 두 회계연도 연속 연 25% 늘었다. 같은 기간 이익은 2025회계연도 56%, 2026회계연도 41% 증가했다. 가디언의 회계연도는 3월 말 결산 기준이다.
매출 추이를 보면 FY2023 5,230만 달러에서 FY2024 5,210만 달러로 한 차례 정체했다가, FY2025 6,530만 달러, FY2026 8,140만 달러로 가파르게 올라섰다. 이익(가디언이 ‘기여분(contribution)’으로 부르는 자체 수익 지표)도 FY2024 1,580만 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FY2026 3,450만 달러(약 476억 원)까지 회복해 역대 가장 수익성 높은 해를 기록했다. 미국 부문은 제품·엔지니어링 같은 일부 중앙 비용을 영국 본사가 분담하는 구조여서 마진을 받치는 데 유리했다.
자료: 액시오스가 입수한 가디언 내부 발표 자료. 3월 말 결산 기준, 이익은 ‘기여분’으로 보고. 단위는 미국 달러.
후원의 대부분은 ‘정기 후원’… 구독·멤버십처럼 작동
후원이 일회성 기부와 다른 점은 안정성이다. 베이트슨 CEO는 독자 후원의 대다수가 정기 후원이며, 사실상 구독이나 멤버십과 비슷하게 반복적으로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한 번의 클릭으로 끝나는 캠페인성 모금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반복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2022년 대미 투자 전환… 인력 두 배로
가디언은 2022년 무렵 미국 시장에 투자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 현지 리더십을 새로 꾸려 편집과 사업 양쪽의 확장을 맡겼다. 이후 100명 넘게 채용해 뉴스룸을 75명에서 150명으로, 사업 조직을 25명에서 50명 이상으로 키웠다.
대미 비중 변화는 가디언 전체 수익 지형도 바꿔놓았다. 스티브 색스 미국 총괄은 한 팟캐스트에서, 10년 전만 해도 영국 밖에서 들어오는 독자 매출 비중이 8%에 그쳤지만 지금은 40%를 넘는다고 밝혔다.
영국 매체들의 미국행, 가디언만 다른 길
주요 영국 매체들이 잇따라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은 미국의 구독·광고 시장을 겨냥한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3월 폴리티코·비즈니스인사이더의 모회사인 독일 악셀 슈프링거에 5억 7,500만 파운드 현금 거래로 인수됐다. 트래픽 강자 데일리메일은 지난해 매출 확대 차원에서 첫 북미 사장을 선임했다.
가디언은 같은 시장에서 후원이라는 틈새를 택했다. 진보적 사명을 지키는 신탁이 소유한 비영리 매체라는 정체성이 이 모델의 토대다. 미국 확장은 가디언에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도 했다. 한때 가디언은 해마다 수천만 파운드의 적자를 내던 매체였다.
올해 1억 달러 정조준… 정치 너머로 보도 확장
가디언은 2027년 3월 끝나는 현 회계연도에 1억 달러(약 1,38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규 채용 20명도 계획하고 있는데, 대부분 영상·비주얼·사진·디자인 직군이다. 정치와 경성 뉴스를 넘어 미국 독자의 관심이 커지는 영역, 이를테면 월드컵과 축구 같은 주제로 보도를 넓히기 위한 포석이다.
Sources: Axios, “The Guardian posts record U.S. revenue of $81M” (May 26, 2026); Guardian Media Group / INMA / Press Gazette / Nieman Lab on its reader-revenue model. 한국 사례는 공개된 업계 정보 기반 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