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해외 콘텐츠 수요 사상 최고…K-콘텐츠가 변화 중심

비영어권 콘텐츠 소비 급증 속 한국, 글로벌 스트리밍 핵심 공급국 부상

할리우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인 4명 중 1명이 이제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 만든 콘텐츠를 찾는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K-콘텐츠가 있다. 패럿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내 비미국 콘텐츠 수요 점유율이 2019년 17.1%에서 2025년 10월 25.3%로 급등했다.

6년 만에 8%포인트 상승한 것인데, 스트리밍이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허문 결과다. 한국은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이자 주역이다. 한국은 넷플릭스·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로컬 오리지널 제작 1위 국가로 올라섰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체인저, K-콘텐츠가 할리우드 중심의 세계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영어권 콘텐츠의 퇴조, 비영어권의 약진

Axios 보도에 따르면, 영국 콘텐츠가 여전히 미국 내 해외 콘텐츠 수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점유율은 2019년 33%에서 2025년 11월 약 24%로 하락했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 콘텐츠의 비중도 같은 기간 47%에서 37%로 줄어들었다. 미국 시청자들이 자막을 넘어 비영어권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K-콘텐츠, 글로벌 스트리머들의 최우선 투자처

루미네이트(Luminate)가 밉콤(MIPCOM) 2025에서 발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트렌드' 보고서는 한국의 위상을 숫자로 증명해주고 있다. 2024년 기준 넷플릭스,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훌루, 맥스, 애플TV+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한국에서 제작한 로컬 오리지널은 약 60편. 2022년 38편 대비 58% 증가한 수치로, 2위 일본(35편), 3위 브라질(22편)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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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2023년 향후 4년간 한국에 25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6년 이후 투자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스페인 투자액(10억 유로)의 2.5배—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미국 TV 해외 제작 2위 거점

K-콘텐츠의 영향력은 한국 제작사들의 작품에 그치지 않는다. 루미네이트 데이터에 따르면, 2022~2025년 기준 미국 TV 타이틀의 해외 촬영지 중 한국이 13.5%를 차지하며 캐나다(21.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영국(10.4%), 인도(5.8%), 브라질(5.3%)이 그 뒤를 이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한국을 전략적 제작 거점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비영어권 콘텐츠 비중, 전 플랫폼 확대

글로벌 스트리머들의 비영어권 콘텐츠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시리즈 비중은 2022년 46%에서 2025년 1분기 64%로 급증했다. 프라임 비디오(44%→46%), 훌루(20%→38%), 맥스(18%→50%)도 같은 추세다. 다만 디즈니+(21%→20%)와 애플TV+(9%→9%)는 영어권 프리미엄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KPop Demon Hunters', 트랜스미디어 성공 모델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KPop Demon Hunters'에서도 입증됐다. 대부분의 스트리밍 영화가 개봉 첫 주 정점을 찍고 급락하는 반면, 이 작품은 9주간 꾸준한 시청 시간을 유지하는 독특한 소비 패턴을 보였다. 시청자의 31%가 18세 미만, 여성 비율 54%로 K-팝 청취층과 유사한 특성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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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운드트랙 'Golden'은 영화 공개 이후 글로벌 스트리밍이 지속 상승했으며, 스페인어 버전 'Dorada'는 중남미에서, 프랑스어 버전 'Briller'은 유럽에서 새로운 청취자층을 확보했다. 영화와 음악의 트랜스미디어 시너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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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장에서도 K-콘텐츠 주류 진입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배드 버니의 스페인어 앨범 'Debí Tirar Más Fotos'가 올해 미국에서 3번째로 인기 있는 앨범으로 집계됐으며,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이 4위를 기록했다. K-팝 관련 콘텐츠가 미국 음악 시장 주류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다.

스트리밍 시장 안정화 속 K-콘텐츠의 전략적 가치

루미네이트의 '스트리밍 비디오 이코노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미국 SVOD 시장은 M&A 열풍 속에서도 구독자 이탈률이 안정되고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성장의 황금기는 지났다. 2018~2024년 글로벌 SVOD 구독이 두 배로 증가했지만, 2029년까지 성장률은 11%에 그칠 전망이다.

성장 둔화 시대, 승부는 '어디서 구독자를 지키느냐'로 옮겨간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핵심 전략으로 부상한 이유다. 한국 콘텐츠는 자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리고 있어, 글로벌 스트리머들에게 '아시아 시장의 열쇠'로 평가받는다.

루미네이트는 "콘텐츠 글로벌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TV·영화·음악·게이밍 간 트랜스미디어 협업이 점점 더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할리우드 중심의 세계 질서가 흔들리고, 스트리밍 성장이 둔화되는 지금—K-콘텐츠의 전략적 가치는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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