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10년간 세계 경제에 3,250억 달러 기여"… 스트리밍 한 곳이 한 국가 영상정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10년간 3,250억 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와 42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며 콘텐츠 투자가 관광·언어·지역경제까지 확장.‘플랫폼 중심 산업 구조’를 입증했고, K콘텐츠는 이를 협상력으로 전환할 기로

넷플릭스 "10년간 세계 경제에 3,250억 달러 기여"… 스트리밍 한 곳이 한 국가 영상정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이펙트' 사이트 공개 / 제작 투자 1,350억 달러·일자리 42만 5,000개 / 'K팝 데몬 헌터스' 이후 미국발 한국행 항공권 25%↑·한국어 학습자 22%↑

넷플릭스가 지난 10년간 자사 콘텐츠가 세계 경제에 3,250억 달러(약 442조 원) 이상을 기여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화·TV 시리즈 제작에 직접 투입한 자금은 1,350억 달러, 50개국 이상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만들어낸 일자리는 42만 5,000개에 이른다.

광고 매출 정체와 코드커팅으로 전통 방송사·스튜디오의 제작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사이, 글로벌 스트리밍 한 곳이 굴리는 콘텐츠 자본이 한 국가의 영상 산업 정책 단위를 넘어서는 구조 변화가 수치로 굳어졌다.

넷플릭스는 같은 날 자사 영향력을 종합한 인터랙티브 사이트 '넷플릭스 이펙트(thenetflixeffect.com)'를 새로 공개했다. 테드 사란도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블로그에서 "우리가 만든 영화와 시리즈가 가져온 경제·문화·사회적 파급, 그리고 그것이 매일·매주 각국 경제와 산업, 일상으로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라고 사이트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수치는 자체 집계이며 외부 독립 기관의 검증은 거치지 않았다.

발표 시점에는 미국 콘텐츠 업계의 인수합병 흐름이 겹쳐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전에서 발을 뺐고, WBD는 현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에 인수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인수 시도 과정에서 미국 안팎에서는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전통 스튜디오까지 흡수하면 시장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번 영향력 캠페인은 그 비판을 정면에서 받는 대신, 인수합병 없이도 산업 전반에 기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데이터로 내미는 방식의 대응으로 읽힌다.

극장과의 관계 재정립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넷플릭스는 이달 초 신작 '나니아 연대기: 마법사의 조카'를 자사 사상 가장 긴 약 2개월간 극장에서 단독 공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상식 자격 충족용으로 극히 제한된 극장에서 단기 개봉만 진행해 온 관행에서 한 발 비껴난 결정이다.

투자 사이클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올해 회사의 콘텐츠 현금 지출 전망치는 200억 달러, 전년 대비 10% 증가한 규모다. 사란도스 CEO는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우리는 오히려 적극 나서고 있다"며 "매년 콘텐츠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스페인에서 뉴저지에 이르는 제작 시설에 투자하며, 75개국 9만 명 이상이 참여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자체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WBD·파라마운트·디즈니 등이 비용 절감과 인수합병 정리에 들어간 사이, 넷플릭스는 자본력의 격차를 데이터로 입증하는 길을 택했다.

제작 기반의 규모는 폭이 넓다. 콘텐츠는 50개국 이상, 4,500개 도시·소도시에서 만들어졌다. 협업한 제작사는 전 세계 2,000곳을 넘어섰고, 공영방송을 포함한 3,000개 이상의 회사로부터 영화·시리즈를 라이선스했다. 라이선스 콘텐츠가 전체 타이틀의 약 75%를 차지한다. 자체 제작 일변도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다른 모습으로, 외부 제작사·방송사가 만든 작품 유통이 여전히 사업의 큰 축이라는 의미다. 지난 5년간 업계 파트너·교육기관·창작자가 참여한 1,000회 이상의 프로그램과 행사가 운영됐고, 75개국 이상에서 9만 명이 이수했다.

개별 작품 단위의 파급 효과는 미국 한 주(州) 단위 영상 산업 정책에 맞먹는다.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는 5개 시즌에 걸쳐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고, 미국 경제에 14억 달러를 기여했다.

최종 시즌에만 200명 이상의 스턴트 인력이 투입됐고, 시리즈 전체로는 미국 거의 모든 주에 걸쳐 3,800개 이상의 협력 업체가 참여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4개 시즌은 캘리포니아 경제에 4억 2,500만 달러를 기여하고 4,300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했다.

다저 스타디움과 그랜드 센트럴 마켓을 포함해 LA 50여 곳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에디 머피 주연의 2024년 영화 '비버리힐스 캅: 액셀 F'는 캘리포니아에 1억 4,000만 달러를 안겼고,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촬영된 서부 드라마 '랜섬 캐년(Ransom Canyon)'은 현지에 7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제작 현장을 넘어선다. 2023년 '슈츠(Suits)'는 첫 방영 12년 만에 미국 스트리밍 시장 1위에 12주 연속 올랐고, 누적 4억 5,000만 뷰를 기록했다.

라이브러리 콘텐츠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새로운 황금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례다. 비영어권 콘텐츠 시청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10년 전 10% 미만이던 비중이 가파르게 올라온 결과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36개 언어로 더빙되고, 33개 언어로 자막이 제공된다.

한국 콘텐츠 효과는 이번 발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례로 등장한다. 'K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넷플릭스 역대 가장 인기 있는 오리지널 영화로 올라섰다. 수록곡 '골든(Golden)'은 K팝 트랙으로는 처음으로 그래미를 수상했고, 영화는 아카데미 2개 부문을 가져갔다. 어학 학습 서비스 듀오링고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인이 22% 늘었고, 미국발 한국행 항공권 예약은 25% 증가했다. K콘텐츠 한 편이 영상 산업을 넘어 관광·교육·언어 학습으로 효과를 옮겨 가는 흐름이 외부 플랫폼의 자체 데이터로 확인됐다.

프랑스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인용됐다. 영화나 시리즈에서 본 장소를 다음 여행지로 꼽는 확률은 2.4배로 뛰는데, 실제 파리 방문객의 38%는 넷플릭스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를 여행 동기 중 하나로 꼽았다고 넷플릭스는 전했다. 콘텐츠 한 편이 도시 마케팅 예산을 대체하는 시대로 들어섰음을 보여 준다.

한국 미디어·콘텐츠 업계 입장에서 이번 발표가 던지는 질문은 협상의 위치 재설정에 가깝다. 라이선스 비중 75%라는 수치는 외부 제작사·방송사와의 거래가 여전히 넷플릭스 사업의 큰 축임을 보여 준다. 글로벌 OTT의 자본 규모가 커진 만큼, 국내 제작사·방송사가 단순 콘텐츠 공급자에 머물 것인지, 공동 수익 모델을 확보할 것인지가 다음 협상 단계에서 결정될 사안으로 떠올랐다. 'K팝 데몬 헌터스' 한 편이 만든 항공권 25% 증가와 한국어 학습자 22% 증가는 영상진흥원이나 한국관광공사 어느 한 기관의 단독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는다. 콘텐츠가 산업 영역을 넘어 만들어내는 효과를 우리 산업의 언어로 측정하고 공유할 수 있는 통합 지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넷플릭스가 자체 데이터로 자사 영향력을 정의해 나가는 동안, 한국은 그 효과를 어떻게 측정해 협상력으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