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방송 스튜디오와 버추얼 프로덕션의 결합이 또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다.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 기업 오비탈 스튜디오(Orbital Studios)가 LED 월 설비를 로스앤젤레스 페어팩스 애비뉴의 텔레비전 시티(Television City)로 옮겼다. LA 아츠 디스트릭트에 있던 본사를 CBS의 옛 스튜디오이자 '캐럴 버넷 쇼(The Carol Burnett Show)', '더 프라이스 이즈 라이트(The Price Is Right)'가 제작됐던 역사적 스튜디오 부지로 이전한 것이다.

이번 이전의 배경에는 할리우드 제작 환경의 구조 변화가 있다. 로케이션 촬영 비용과 일정 부담이 커지면서 실사 로케이션을 LED 볼륨으로 대체하는 제작 방식이 확산되고 있고, LA 제작 물량 유출(runaway production)에 대응해야 하는 전통 스튜디오 부지들은 버추얼 프로덕션 인프라를 유치해 임차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스튜디오 부동산과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 기업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국면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번 이전으로 텔레비전 시티는 오비탈 스튜디오의 버추얼 프로덕션 역량과 R&D 랩의 지원을 받아 LED 볼륨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로 확장된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CGI, LED 스크린, 증강현실(AR) 등의 기술로 실제 세트 위에 배경과 효과를 구현하는 제작 방식이다. 오비탈 스튜디오는 넷플릭스 '네메시스(Nemesis)' 제작 당시 디지털 스캔을 활용해 LA 다운타운 일부를 가상으로 재구축한 바 있다. 도심 로케이션 통제와 비용 문제를 LED 볼륨으로 풀어낸 사례다.
오비탈 스튜디오는 현재 FX 시리즈 '더 드롭: 어 스노우폴 사가(The Drop: A Snowfall Saga)'를 제작 중이며, 앞서 '저스티파이드: 시티 프라이미벌(Justified: City Primeval)', '히스토리스 그레이티스트 하이스트(History's Greatest Heists)', '월드 워 II 위드 톰 행크스(World War II with Tom Hanks)' 등에 참여했다.
다큐멘터리에서 프리미엄 드라마까지 LED 볼륨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이전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K-콘텐츠 업계 입장에서도 참고할 지점이 있다. 대형 신축 스튜디오가 아니라 기존 방송 스튜디오 부지에 버추얼 프로덕션 설비를 이식하는 방식은, 유휴 스튜디오 자산을 보유한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