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K-엔터테크허브 ‘K-컬처 익스플레인드’… ‘보는 사람’을 ‘오는 사람’으로 잇는 OTT 투어리즘 구조 규명
시청자 방한 의향 72%로 비시청자의 두 배… “화면은 끝이 아니라 여정의 시작”
5개국 105명 자체 설문·촬영지 인터랙티브 지도·결과보고서 동시 공개
관련 | 고삼석·한정훈, 주뉴욕 대한민국 총영사관 ‘팀코리아 뉴욕’ 포럼(6월 22일·현지 시간)서 ‘엔터테크·공진화’ 제시
■ 학계·공공·산업계 전문가 한자리… 시청→검색→예약→방문으로 이어지는 ‘OTT 투어리즘’ 전환 구조와 지속 운영 시스템 제시
■ 〈흑백요리사〉·〈폭싹 속았수다〉, K-콘텐츠가 항공권 예약과 지역 매출로 전이된 사례로 집중 조명
■ 넷플릭스의 글로벌 소셜 인프라와 개인화 추천이 K-콘텐츠의 국경 초월을 뒷받침하는 동력으로 평가
■ 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필리핀 외국인 105명 설문 1차 공개… 첫 시청 98% 넷플릭스, 방문 결정 영향 6.04/7, 촬영지 방문자 78% SNS 공유
■ 이어진 라운드테이블에서 “스트리밍 시대의 콘텐츠 수도는 서울”(한정훈)… 슈퍼팬·K-콘텐츠 도슨트, 팬덤의 선한 영향력, 공공 ‘솔직한 데이터’ 논의
■ AI 더빙 기업 허드슨AI, 외국인 학생 위해 무대 발표·토론에 한국어·영어 실시간 자막 통역 제공
(2026-7-1, 서울) K-콘텐츠를 본 시청자가 검색과 항공권 예약을 거쳐 한국을 찾고 현지에서 소비하는 ‘OTT 투어리즘’이 한국 관광의 상수로 자리 잡았다. 2025년 방한 외래객이 1,894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2026년 1분기에도 476만 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이어가는 가운데, K-콘텐츠가 글로벌 시청자의 일상 시청 루틴이 되면서 콘텐츠 노출이 곧 방한 수요로 전이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결과다. K-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37%)의 약 두 배에 이른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6월 30일 연세대학교에 모여 이 전환의 원인과 결과를 방한 외국인 대학생에게 소개했다.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언론홍보영상학부·국제처·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K-엔터테크허브가 공동 주최한 ‘K-컬처 익스플레인드(K-Culture Explained)’가 연세대 대우관 각당헌에서 열렸다. 매년 연세대 국제처가 운영하는 국제하계대학 개강에 맞춰 마련된 이번 컨퍼런스에는 국내외 대학생 300여 명이 참석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발표를 온전히 따라올 수 있도록 현장에는 동시통역이 제공됐고, 한국의 대표 엔터테크이자 AI 더빙 기업인 허드슨AI(Hudson AI)가 한국어·영어 실시간 자막 통역을 맡아 무대 발표와 토론을 화면에 동시 자막으로 구현했다.
이날 무대에는 우미성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상윤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정승훈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 교수, 김미후 넷플릭스 마케팅 부문 디렉터, 이강이 넷플릭스 프로덕트 머천다이징 부문 디렉터,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소장, 차혁진 한국관광공사 브랜드콘텐츠팀장,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등 산학관을 대표하는 연사들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K-엔터테크허브가 아이앤아이리서치(I&I Research)에 의뢰해 수행한 ‘K-콘텐츠 투어리즘’ 5개국 설문 결과와 촬영지 지도 ‘K-Screen Tour Map(Watch It, Walk It)’이 같은 자리에서 처음 공개됐다.
“보는 사람에서 오는 사람으로”… 7단계로 본 OTT 투어리즘의 전환 구조
‘OTT 투어리즘과 넷플릭스’를 주제로 발표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K-콘텐츠가 시청자를 관광객으로 옮기는 흐름을 ‘노출·관심·탐색·예약·방문·소비·재방문’의 7단계 전환 모델로 설명했다. 콘텐츠를 본 시청자가 촬영지와 음식, 출연진, 배경 문화를 검색하고 방한 의향을 갖게 되며,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해 실제로 방문하고, 현지에서 소비한 뒤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OTT 투어리즘과 넷플릭스’를 주제로 발표하는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사진 제공: 넷플릭스)
한 대표는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op10 차트(2024)에 한국 작품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들어, K-콘텐츠가 이벤트성 한류를 넘어 글로벌 시청자의 일상 시청 루틴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1인당 K-콘텐츠 시청 시간과 방한 의향 사이에 상관계수 0.82의 강한 양(+)의 관계가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국가별 1인당 K-콘텐츠 월 시청 시간과 방한 의향은 r=0.82의 강한 양(+)의 상관을 보인다. (한정훈 대표 발표자료 / 자료: KOFICE·KCTI 2026)
다만 시청에서 재방문까지 이어지는 비율을 따라가면 약한 고리도 드러난다고 한 대표는 봤다. 시청자 100명을 기준으로 검색 단계까지 85명이 남고 방한 의향을 가진 사람은 72명에 이르지만, 실제 예약으로 넘어가는 순간 38명으로 절반 가까이 빠지고, 방문(31명)과 현지 소비(26명)를 거쳐 장기 재방문에 도달하는 사람은 11명에 그친다.
[표 1] 한정훈 대표 발표 — 시청자 100명 기준 단계별 전환·이탈(의향→예약, 방문→재방문 두 병목)
한 대표는 의향이 예약으로 전환되는 구간과 방문이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두 개의 병목으로 지목하며, 항공·숙박을 한 화면에서 예약하는 다국어 통합 인터페이스 ‘원스톱 K-투어리즘 패스’와, 촬영지를 상시 코스로 잇는 ‘콘텐츠 둘레길’ 및 시즌별 굿즈·식음 콜라보를 해법으로 제안했다.
이 순환이 작동하려면 한 편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작(스튜디오)·유통(글로벌 스트리밍)·관광(관광공사)·항공/여행(항공·OTA)·식음/리테일·지자체·중앙부처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고 한 대표는 봤다. 그는 이를 ‘OTT 투어리즘 산업 생태계’로 도식화해, OTT 콘텐츠를 핵으로 한 7대 공공·민간 이해관계자 구조를 제시했다.

‘OTT 투어리즘 산업 생태계’ — 한 편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결합된 7대 공공·민간 이해관계자. (한정훈 대표 발표자료 / K-엔터테크허브)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직후 4주간 한국행 항공권 예약을 스페인 146%, 독일 122% 늘리며 유럽발 방한 수요를 끌어올렸고, 북촌 한옥마을(외국인 방문 +118%)과 명동·N서울타워를 글로벌 팬덤의 동선으로 바꿔 놓았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방영 1주일 만에 출연 셰프 식당의 예약률을 148% 끌어올렸고, 방영 6개월 뒤에는 외국인 예약 비중이 38%까지 올라 콘텐츠가 미식 관광과 지역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줬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의 풍경과 정서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약 900억 원의 한국 경제 효과와 함께, 제작 단계에서만 현장 인력 600여 명과 협력업체 4,000여 곳을 움직였다.
이런 흐름의 배경은 넷플릭스가 지난 5월 공개한 ‘넷플릭스 이펙트(Netflix Effect)’ 보고서가 뒷받침한다. 넷플릭스는 2016년 이후 콘텐츠에 1,3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경제에 3,250억 달러 이상의 부가가치를 더했고, 50여 개국 4,500개 이상의 도시·마을에서 촬영하며 42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콘텐츠 기반 관광 수요 촉발(Going Off the Beaten Path)’을 10대 낙수효과의 하나로 꼽으며,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넷플릭스 이용자의 72%가 방한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 이번 서울 조사와 같은 방향의 수치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50여 개국 4,500개 이상의 도시·마을에서 촬영해 왔다. 촬영지는 곧 방문지가 된다. (자료: 넷플릭스 ‘넷플릭스 이펙트’, thenetflixeffect.com)
한 대표는 〈오징어 게임〉 시즌3을 ‘방영 후 따라가기’에서 ‘방영 전 설계’로 넘어간 전환점으로 들었다. 서울시·문체부·넷플릭스가 함께 광화문에 ‘영희 동상’을 세우고 충주 전통주 ‘청명주’를 작품 안에 배치한 것은, 촬영 단계부터 관광 자원을 설계하는 ‘OTT 투어리즘 2.0’의 신호라는 설명이다.
해외 사례에서 한국이 가져갈 좌표도 짚었다. 뉴질랜드가 ‘100% Pure New Zealand’ 브랜딩과 〈아바타〉 제작을 묶고, 영국이 관광청·영화진흥기관·스튜디오의 3자 협약으로 〈해리 포터〉 촬영지 전역을 상시 동선으로 운영하며, 태국이 〈화이트 로터스〉 촬영 단계부터 글로벌 플랫폼과 협약을 맺고, 아이슬란드가 25~35%의 제작비 환급으로 글로벌 작품을 유치하는 흐름을 사례로 들었다. 한 대표는 K-콘텐츠와 ‘Visit Korea’를 하나의 메시지로 묶고, 공개 전 단계의 협업을 표준화하며, 대형 IP 촬영지를 상시 자산으로 운영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두브로브니크처럼 오버투어리즘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대표는 “화면은 끝이 아니라 여정의 시작”이라며, 시청이 곧 투어의 출발점이 되는 시대에는 사전 협업과 데이터 측정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발견에서 팬덤으로”… 국경 넘는 K-콘텐츠 이끄는 넷플릭스의 마케팅·프로덕트 전략

김미후 넷플릭스 한국 마케팅 부문 디렉터는 마케팅의 본질을 ‘대화(conversation)’를 만드는 일로 규정했다. 그는 “그 어떤 광고보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 사람들의 입소문”이라며, 친구나 가족이 “너 이거 봤어? 진짜 재밌어”라고 말하는 순간이 어떤 광고보다 강렬한 임팩트를 준다고 설명했다. 팬들이 스스로 참여해 이야기를 만들고 퍼뜨리는 장을 마케팅이 열어 주고, 대화가 시작되면 그것이 더 번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김 디렉터는 〈폭싹 속았수다〉 캠페인을 사례로, 공개 전부터 티저·메인 예고편과 기자회견, 온·오프라인 결혼사진 이벤트, 공개 후 포스트 팬 이벤트와 비하인드 코멘터리까지 팬이 세계관에 계속 몰입하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활동이 쌓여 글로벌 팬덤이 만들어지는데, 그는 넷플릭스 내부에서 자주 쓰는 말이라며 “더 큰 팬덤은 거의 대부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전했다. 한국 작품이 전 세계에 한날한시에 공개되고 각국 언어의 자막·더빙으로 제공되기에 “팬덤에는 시차도 국경도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발적 확산의 예로는 〈흑백요리사〉 시즌2의 ‘당근’ 밈이 꼽혔다. 소셜팀이 “여러분, 당근을 없애주시겠습니까?”라는 짧은 질문을 던지자 밈 계정들이 몰려들며 대화가 증폭됐고, 〈폭싹 속았수다〉에서 김선호가 연기한 관식이 결혼식에서 애순을 바라보는 장면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따라 만든 영상이 틱톡 등으로 퍼졌다. 이런 확산의 토대로 김 디렉터는 넷플릭스가 보유한 14억 명 규모의 소셜 팔로워와 약 2,240억 회에 이르는 유기적 노출을 들며, 이 인프라와 K-콘텐츠가 만나 “글로벌로 가는 슈퍼 하이웨이”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팀이 준비한 〈참교육〉이 글로벌 비영어권 1위를 3주간 지킨 사례를 들어, “한국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방식으로 전 세계에 더 크고 깊게 닿는다”는 점을 마케팅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이강이 넷플릭스 한국 프로덕트 부문 디렉터는 콘텐츠와 마케팅 다음 단계인 ‘디스커버리(발견) 경험’을 맡는다고 소개하며,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8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전했다. 그는 추천의 원리를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모두에게 미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사람에게 딱 맞는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원동력으로는 한국 콘텐츠 자체의 창의성과 스토리텔링, 대화를 확산시키는 마케팅, 그리고 개인화된 추천·시청 경험 세 가지를 들었다.
이 디렉터는 언어 장벽을 낮추는 자막·더빙(남미의 스페인어·포르투갈어 더빙 등)과 개인화된 비주얼을 강조했다. 〈흑백요리사〉는 백종원이 눈을 가리고 시식하는 긴장감 있는 이미지가 국내에서, 음식과 콘셉트가 돋보이는 이미지가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는 식으로 같은 작품도 사람마다 다르게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참교육〉이 액션 팬뿐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선호층에게도 추천돼 “나 사실 액션도 좋아했네” 하는 취향 발견으로 이어지는 사례, 웹툰·웹소설 원작을 묶는 ‘Book Adaptations’ 큐레이션, 미국에 이미 도입돼 한국 출시를 앞둔 모바일 세로형 비디오 탐색 피드도 함께 제시했다.
글로벌 OTT와 지속 협력 필요 — 지속 가능한 K-투어리즘을 위한 전제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소장은 OTT 투어리즘의 선순환을 위해 공공이 ‘중간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시청에서 검색·의향·예약·방문·소비·재방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작품별·국가별·지역별로 추적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소장은 화제작 하나에 기대기보다 K-콘텐츠 라이브러리 전체를 관광 자산으로 운영하고, 작품별 촬영지를 지역·테마·음식·축제와 묶어 상시 갱신되는 관광 지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 확산의 성과가 한국 제작 생태계와 지역 경제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 과제라고 짚었다.
차혁진 한국관광공사 브랜드콘텐츠팀장은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방한 실수요 창출’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K-콘텐츠 IP의 글로벌 화제성과 대규모 팬덤이 관광공사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캠페인 전후로 한국 관련 검색량이 늘고 브랜드 인지와 관광 선호도가 함께 올랐다고 차 팀장은 전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최근 〈유재석 캠프〉로 이어지는 협업은 넷플릭스와 관광공사의 파트너십이 진화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관광공사는 지역 분산 관광을 위해 촬영지를 코스로 재구성해 방한객의 동선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드라마 제작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촬영 전 단계부터 관광 요소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협력 구조를 넓히고 있다. 전국 촬영지를 상징 조형물·체험 공간과 잇는 조성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K-콘텐츠 팬덤과 ‘스마트 콘텐츠’의 부상
상윤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시청자가 K-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안 ‘플로우(flow)’와 ‘내러티브 트랜스포테이션(narrative transportation)’을 경험하며 서사 속으로 이동하는 듯한 몰입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서 방한 외국인이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한류 콘텐츠 접촉’을 꼽은 비율은 39.6%로 가장 높았다. 초창기 아시아 중심의 중년 여성 팬덤에서 출발한 K-콘텐츠 팬덤은 오늘날 전 연령·전 지역으로 확장됐고, 정서적 치유와 연대감,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까지 아우르며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선 커뮤니티로 진화하고 있다고 상 교수는 설명했다.
정승훈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 교수는 ‘한국 영화와 넷플릭스’를 주제로, 넷플릭스가 영화와 대립하면서도 영화를 수용하며 영화적 경험을 확장해 온 과정을 짚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칸에서 야유를 받은 이듬해 〈로마〉가 베니스 황금사자상을 받은 일을 들어, 넷플릭스가 역설적으로 극장에서 구현돼 온 영화의 핵심 가치를 자기 플랫폼 안에서 실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프라노스〉 이후 디지털·대형 스크린 환경에서 TV 드라마가 영화 미학을 흡수했고, 팬데믹이 이 흐름에 불을 붙이면서 넷플릭스가 영화적 TV 드라마의 대명사가 됐으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온라인 인기에 힘입어 뒤늦게 극장에 걸리는 사례는 이제 넷플릭스가 극장을 선도하는 국면을 보여준다고 봤다. 그는 이런 넷플릭스화의 미학적 표지로 느리고 광활한 롱테이크·롱숏의 리얼리즘과 짧은 컷을 잇는 ‘강화된 연속성’, 시간여행·멀티버스 같은 마인드 게임 장치, 재난·SF 등 큰 스케일의 장르, 그리고 〈참교육〉의 19금 등급처럼 거침없는 사회 비판을 들었다.
정 교수는 넷플릭스의 영화적 성공에 한국 콘텐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왕과 사는 남자〉와 〈서울의 봄〉을 ‘미완의 근대 국가 프로젝트’로 묶어, 초법적 권력과 그에 의해 주체성을 박탈당한 ‘비체(the abject)’의 투쟁이라는 한국 주류 영화의 문법을 설명했고, 2003년 이후 매년 한 편꼴로 나온 25편의 천만 영화 대부분이 더 나은 나라와 공동체를 향한 실현되지 않은 열망을 과거나 가상의 위기에 투사해 왔다고 봤다. 〈부산행〉·〈군체〉·〈킹덤〉·〈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이어지는 좀비 서사에서는 무정부적 파국과 국가 재건 사이의 긴장을, 〈기생충〉·〈오징어 게임〉에서는 자본 비판 콘텐츠가 글로벌 자본으로 증식하는 ‘수행적 자기모순’을 읽어냈다.

‘한국 영화와 넷플릭스’를 주제로 발표하는 정승훈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 교수. 화면은 좀비 서사의 대표작 〈부산행〉. (사진 제공: 넷플릭스)
결론으로 정 교수는 〈더 글로리〉에서 〈참교육〉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들어, 넷플릭스가 사적 복수를 공적 정의의 문제로 끌어올리는 공론장 역할을 한다고 봤다. 논쟁적 이슈를 자기비판까지 포함해 입체적으로 다루고 시청자의 논평과 갑론을박을 미리 극적 요소로 끌어안는 이런 콘텐츠를 그는 ‘스마트 콘텐츠’로 부르며, 탈정치 시대에도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글로벌 시민의 각성과 연대를 끌어낼 정치적 역량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공개]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 5개국 105명이 그린 콘텐츠→관광 전환 지도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K-엔터테크허브가 아이앤아이리서치(I&I Research)에 의뢰해 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필리핀 5개국 외국인 105명을 조사한 ‘K-콘텐츠 투어리즘’ 설문 결과가 1차 자료로 공개됐다. 조사 결과를 담은 결과보고서 「K-Content Tourism Survey — 넷플릭스 콘텐츠가 외국인의 한국 음식·관광 행동에 미친 영향(5개국 105명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넷플릭스로 한국 콘텐츠를 접한 외국인이 음식에 관심을 갖고 한국을 직접 찾아 촬영지·식당에서 소비한 뒤 그 경험을 다시 SNS로 퍼뜨리는 ‘콘텐츠→관광 전환’ 경로가 다섯 시장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발표 무대의 정성적 진단을 같은 방향의 정량 데이터가 뒷받침한 셈이다.
이런 전환이 한 데이터 안에서 측정 가능해진 배경에는 한류 소비의 구조 변화가 있다. 과거 지상파·케이블·비공식 경로로 흩어져 있던 시청이 진입(첫 시청)부터 지속 이용, 주(主)시청까지 넷플릭스라는 단일 플랫폼으로 수렴하면서, ‘시청’이라는 행동과 ‘방문·소비’라는 행동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 사이 단계들이 한 흐름으로 관찰 가능해졌다. 응답자의 98%가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를 처음 접했고, 현재 이용률은 100%, 주시청 OTT 역시 99%가 넷플릭스였다. 주 5시간 이상 시청하는 고관여층이 70%에 달해 음식·관광 소비로 옮겨갈 노출 기반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이번 조사는 한국 거주·방문 18세 이상 외국인 10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패널 설문으로, 통계적 추론보다 전환의 경향을 탐색하는 기술통계 분석이다. 국가별 표본이 15~40명으로 작은 만큼 국가 간 수치 차이는 단정이 아닌 방향성으로 읽어야 한다.
[표 2] 조사가 확인한 핵심 발견 5가지 (출처: I&I Research, K-콘텐츠 투어리즘 5개국 설문)
조사는 응답자의 콘텐츠 소비에서 출발해 음식·관광 행동, 옹호 의향으로 이어지는 ‘전환 깔때기(Conversion Funnel)’ 구조로 설계됐다. 콘텐츠로 유입돼 음식으로 가장 먼저 전환되고, 그 태도가 방문·지출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며, 방문이 다시 SNS 확산과 재방문을 부르는 순환이다.
[표 3] 전환 깔때기 4단계 — 단계별 대표 지표(전체 n=105)
① 콘텐츠 소비 — 출발점은 콘텐츠, 통로는 넷플릭스
한국에 온 가장 큰 계기는 K-드라마·영화(85%)였고, 여기에 K-팝(9%)·K-푸드(6%)를 더하면 응답자 100%가 ‘K-콘텐츠’를 계기로 한국에 왔다. 그 콘텐츠를 소비한 통로는 진입·이용·주시청 전 단계에서 넷플릭스로 수렴했다. 시청량도 단순 관심을 넘어, 주 5시간 이상 시청자가 70%, 10시간 이상 헤비 시청자도 28%에 이른다.
[표 4] 넷플릭스 진입·이용·주시청 점유율 (전체 n=105)

[그래프 1] 현재 이용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 (Q3). 자료: I&I Research.

[그래프 2] 가장 많이 시청한 넷플릭스 한국 작품 (Q6).

[그래프 3] 주당 K-콘텐츠 시청 시간 (Q5).
② 음식 전환 — 가장 빠른 전환 고리
콘텐츠 시청이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옮겨붙는 영역은 음식이었다. 시청 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 변화는 평균 5.92/7, 강한 긍정이 65%였고 부정 응답(1~2점)은 1%에 그쳤다. 국가별로는 일본(6.33)·영국(6.10)·필리핀(6.07)에서 높았는데, 이는 푸드 예능 〈흑백요리사〉를 많이 본 시장과 대체로 겹친다. 태도는 행동으로도 이어져 김치(54%)·라면(49%) 등 실제 시도와 식당 방문, 본국 소비, 지출까지 연쇄가 확인됐다.
[표 5] K-푸드 임팩트 핵심 지표 (전체 n=105)
자유응답에는 〈흑백요리사〉 연관 식당 방문이 다수 언급됐고, ‘Hongik BBQ’(〈응답하라 1988〉), ‘Gohyang 칼국수’ 등 구체적 점포명도 등장했다. 콘텐츠에 노출된 실제 점포로의 유도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다.

[그래프 4] 넷플릭스 시청 후 실제 시도한 한국 음식 (Q9).
③ 관광 전환 — 콘텐츠가 발걸음을 만든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가 한국 방문 결정에 준 영향은 평균 6.04/7, 강한 긍정 68%로 이번 조사에서 가장 높은 영향 점수 중 하나였다. 필리핀(6.60)·영국(6.35)·일본(6.27)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났다. 전체의 22%가 실제 촬영지를 방문했는데, 응답자의 93%가 체류 6개월 미만인 단기 표본임을 고려하면 짧은 일정 안에서도 다섯 명 중 한 명이 촬영지를 찾았다는 의미다. 자유응답에서 확인된 방문 좌표는 명동·N서울타워(남산)·경복궁·나미섬·부산·광장시장·수원·시흥 일대로, 드라마·영화 속 공간이 실제 방문 동선으로 구현되고 있다. 관광 총지출은 $1,500 이상이 74%, $3,000 이상 고지출도 31%로, 영국·일본·싱가포르·필리핀에서 미국보다 고지출 비중이 높았다.

[그래프 5] 시청 후 여행 일정에 추가한 활동 (Q15).
K-엔터테크허브는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촬영지 지도 ‘K-Screen Tour Map(Watch It, Walk It)’을 이날 처음 공개하고, 로비에 강원 동해안·제주·서울·부산·경상도 등 권역별 촬영지 패널로 전시했다. 지도는 웹에서 상시 이용할 수 있다(https://www.kentertechhub.com/seuteuriming-cwalyeongji-tueo-jido-2/).


④ 옹호·확산 — 전환의 순환을 닫다
음식·관광으로 전환된 경험은 추천(6.14/7)·재방문(5.90/7)·SNS 공유(100%)로 마무리되며, 이는 새로운 잠재 방문객을 만드는 입력값이 된다. 촬영지 방문자의 78%, 전체의 100%가 한국 경험을 온라인에 공유했고 대표 채널은 인스타그램(65%)이었다. 별도 마케팅 비용 없이 작동하는 유기적 확산 엔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7점 척도로 측정한 전환 강도는 음식 관심(5.92)에서 방문 결정(6.04)·추천(6.14)으로 갈수록 오히려 높아져, 콘텐츠가 단순 호감에서 행동 의향으로 갈수록 더 강하게 작동함을 시사한다.

[그래프 6] 한국 경험 SNS 공유 채널 (Q17).
⑤ 5개국 비교 — 경로는 공통, 속도는 시장별 차등
전환 패턴은 5개국 공통이지만 그 강도와 속도는 시장마다 달랐다. 태도 지표(관심·방문 결정 영향·추천)는 어디서나 비슷하게 높은 반면, 행동 지표(실제 식당 방문·촬영지 방문·고지출)에서 시장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아래 수치는 국가별 표본이 작은 만큼 방향성으로 읽어야 한다.

[그래프 7] 태도–행동 격차 — 방문 결정 강한 긍정(Q13)과 실제 식당 방문(Q10-A)의 국가별 비교. 이번 조사의 핵심 발견.
[표 6] 국가별 행동 전환 지표 종합 (출처: I&I Research)
[표 7] 시장별 특성 요약
실행 제언 — 콘텐츠 IP에 관광을 결합하라
조사를 수행·발주한 측은 발견을 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인기작 IP와 촬영지·식당을 묶은 ‘드라마 속 그곳’ 투어, 〈흑백요리사〉 연계 미식 코스, 실제 언급 좌표 기반 동선, 인스타그램 중심 UGC 확산 설계, 라면·김치·소주 등 본국 연계 K-Food 마케팅이 그것이다.
[표 8] 발주처 활용 방안 — 실행 제언
시장별로는 필리핀은 레퍼럴·앰배서더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을 증폭(추천 100%)하고, 일본은 미식에 뷰티·쇼핑을 결합한 고부가 패키지, 영국·싱가포르는 반복 방문·시즌별 콘텐츠 연계, 미국은 첫 방문 인센티브로 거리·비용·정보 장벽을 낮추는 ‘라스트 마일’ 공략이 제언됐다.
“이번 데이터는 K-콘텐츠가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오게 하고, 먹게 하고, 쓰게 하고, 다시 알리게 한다는 점을 5개국에서 일관되게 보여준다. 콘텐츠·기술·관광이 따로 가지 않고 함께 진화하도록 이 전환의 순환을 의도적으로 설계·증폭하는 것이 핵심 과제”
라고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밝혔다. 한 대표는 전직 JTBC·중앙일보 방송기자로 미디어테크 분석과 K-콘텐츠 글로벌 진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조사 개요
본 조사는 표본 105명, 국가별 15~40명의 비확률 패널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기술통계 분석으로, 모집단 추정이 아닌 경향 파악을 목적으로 한다. 응답자의 93%가 체류 6개월 미만, 연령은 25~34세에 집중돼 ‘최근 유입된 MZ 단기 체류·방문층’의 특성을 강하게 반영한다. 향후 국가별 200명 이상으로 표본을 확대한 후속 조사가 제언됐다.
[표 9] 조사 개요
[전문가 시각 · 뉴욕 연계] “콘텐츠 수출을 넘어 ‘엔터테크·공진화’로” — 서울의 데이터, 뉴욕총영사관 포럼과 맞물리다
이번 서울발 조사가 가리키는 방향은, 한 주 앞서 뉴욕에서 열린 논의와 맞닿는다. 주뉴욕 대한민국 총영사관(총영사 김상호)이 6월 22일(월·현지 시간) 개최한 ‘팀코리아 뉴욕’ 첫 포럼에서 고삼석 동국대학교 첨단융합대학 AI학부 석좌교수는 ‘Next K-Wave, 문화강국 구현과 뉴욕총영사관의 역할’을 주제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엔터테크’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제시한 열쇠말이 ‘엔터테크(EnterTech)’와 ‘공진화(co-evolution)’다.
고 교수는 저서 「넥스트 한류」(2025)의 문제의식을 이어, 콘텐츠와 AI를 비롯한 기술이 어떻게 결합해 한류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를 물었다. 그는 동남아시아 일부에서 “왜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 콘텐츠만 소비해야 하느냐”는 반한류 정서가 형성돼 있다며, 콘텐츠를 앞세워 푸드·뷰티를 내보내는 일방적 수출·진출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넷플릭스에 대해서도 “양날의 칼”이라고 했다. K-드라마 확산에는 넷플릭스가, K-팝에는 유튜브가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유통을 플랫폼에 기대다 보면 의존을 넘어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고, 대형 제작사가 아니면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워진 국내 영화·제작 생태계의 위기가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고 교수는 ‘넥스트 한류’의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① K-팝·드라마 소비가 푸드·뷰티·한국어 학습·방문·유학으로 이어지도록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선순환’으로 묶어 기획하고, ② 단순 판매가 아니라 공정 소비·ESG 같은 가치를 담은 브랜드로 전환하며, ③ AI 3대 강국 도약을 향해 콘텐츠와 기술을 결합하고(K-AI), ④ 문화와 기술, 선진국과 개도국, 중앙과 지방이 함께 성장하는 ‘공진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을 “130개국 이상이 모이는 문화의 용광로이자 게이트웨이”로 규정하며, 미디어 기업과 금융 자본이 집중된 이 도시가 콘텐츠 제작과 AI 개발을 위한 자본 유치의 최적지이자, 그만큼 뉴욕총영사관의 역할이 중요한 무대라고 짚었다.
이를 뉴욕에 적용한 구체적 실행 전략도 함께 제시됐다. ① K-푸드·뷰티·패션을 분절적으로 마케팅하기보다 ‘한국형 라이프스타일’로 묶어 경험하게 하고, 생태계 관점에서 K-콘텐츠와 브랜드·테크·시티를 결합하는 융합 수출, ② K-콘텐츠의 일방적 소비를 넘어 뉴욕 현지 창작자와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고 뉴욕문화원(KOCCA)의 창작자 협업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글로벌 공동 IP 발굴, ③ 브로드웨이·타임스퀘어를 한국 콘텐츠·AI가 접목된 엔터테크 콘텐츠의 쇼케이스 무대로 활용하는 미래 한류 선도, ④ 개별 기업 진출의 한계를 넘어 뉴욕총영사관·문화원·비즈니스센터 등 정부 인프라를 활용하는 ‘K-이니셔티브’형 사업 확장(Business Scale-up)이 그것이다.

고삼석 교수의 ‘넥스트 한류와 뉴욕 활용 전략’ 발표 자료. (자료 제공: 뉴욕총영사관)
“한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엔터테인먼트와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엔터테크’, 그리고 공감과 공유를 핵심 가치로 하는 ‘공진화(co-evolution)’에 달려 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시청 → 방문 → 소비 → 공유’의 순환은, K-콘텐츠가 일방적으로 ‘수출’되는 단계를 넘어 콘텐츠·기술·수용자·지역이 서로를 바꾸며 함께 진화하는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관건은 이를 승자독식의 ‘약탈적’ 관계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가 함께 이익을 얻는 ‘이타적 공진화’, 곧 제로섬을 플러스섬으로 바꾸는 관계로 설계하는 것이다. 콘텐츠 수출을 넘어 생태계를 조성하고 K-컬처를 ‘라이프스타일 공공재’로 확장할 때, 한류의 다음 30년이 열린다.”
— 고삼석 동국대학교 첨단융합대학 AI학부 석좌교수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 위원 (Samseog Ko, Distinguished Chair Professor, Dongguk University )

같은 포럼에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엔터테크(Enter-tech)’를 두 가지로 정의했다. 하나는 스트리밍·AI·유튜브처럼 과거에 없던 수익원을 만들어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지역에 가지 않아도 손안의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경험하게 하는 ‘경계를 넓히는’ 기능이다.
그는 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과 〈기생충〉·〈오징어 게임〉을 거치며 K-콘텐츠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제는 유튜브·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고 그 플랫폼을 구성하는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글로벌로 나아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미국에서 사용자 수가 많은 스페인어 콘텐츠가 1위인 가운데 한국어 콘텐츠가 그 뒤를 잇는 것은 놀라운 수치라며, 글로벌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엔터테크 역량으로 현지 플랫폼과 협업하는 것이 곧 ‘공진화’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확인된 ‘시청 → 방문 → 소비 → 공유’의 순환과, 뉴욕에서 제시된 ‘엔터테크·공진화’ 전략이 한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포럼을 주최한 김상호 주뉴욕 대한민국 총영사는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소회를 밝혔다.
“‘문화거점 공관’을 지향하는 주뉴욕 총영사관에 반가운 자리였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하고 있다’는 공진화 철학을 바탕으로, AI 세계 3대 강국 실현과 한류 확산을 위해 콘텐츠와 테크(AI)를 결합한 미래 한류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세계 문화 다양성의 용광로이자 시험대인 뉴욕에서, 이정미 뉴욕 한국문화원장과 직원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한류의 방향에 대한 통찰과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백범 김구).”
— 김상호 주뉴욕 대한민국 총영사 (페이스북 ‘팀코리아 뉴욕’ 포럼 소회 중에서)
[라운드테이블] “시청을 방문으로, 방문을 시스템으로” — 다섯 전문가의 토론
발표에 이어 우미성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진행으로,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와 정승훈·상윤모 교수, 권오상 소장, 차혁진 팀장이 패널로 참여한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팬덤의 진화, 재방문율 제고, 공공 데이터, 관광 실무, 비판적 콘텐츠의 힘까지 시청을 실제 방문과 지역 소비로 잇는 방법이 두루 다뤄졌다.

● 상윤모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K-콘텐츠 팬덤 — 관계망과 선한 영향력
Q.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가 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갖게 되는 것은, 보는 것과 떠나는 것 사이에 무엇이 작동하기 때문입니까?
▸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북촌 한옥마을 등 서울 명소를 글로벌 수용자들이 활발히 찾는 것은 K-콘텐츠 소비가 실제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대표 사례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서도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1위가 ‘한류 콘텐츠 접촉’(39.6%)이었다.
▸ 시청 과정에서 ‘플로우(flow)’와 ‘내러티브 트랜스포테이션(narrative transportation)’ 같은 심리적 경험이 일어나, 시청자가 서사 속으로 이동해 실재하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유도된다. 다만 이는 정책적 지원과 한류 확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Q. K-콘텐츠 팬들이 만드는 글로벌 ‘관계망’은 예전의 시청자 집단과 무엇이 다릅니까?
▸ 초기 팬덤은 〈사랑이 뭐길래〉·〈겨울연가〉 같은 지상파 드라마를 중심으로 중화권·일본의 여성층이 주도했고, 문화적 근접성과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 개념이 어느 정도 통했다. 그러나 OTT의 등장과 경제 성장으로 팬덤은 전 세계로 확장됐고 인구 구성도 바뀌어, 기존 이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해졌다.
▸ 오늘의 팬덤은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함께 행동하는 조직적 힘으로 나아가고 있다. 팬덤이 아마존 산림 보호 기부나 소아암 재단 기부처럼 선한 영향력을 확산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 과거 한국에 붙던 ‘Korea discount’를 감추는 대신, 사회적 갈등·빈부격차·압축성장의 그늘을 오히려 콘텐츠로 정면으로 다루면서 약점이 더 깊은 스토리텔링의 자산으로 바뀌었다는 관점도 제시됐다.
●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 OTT 투어리즘 — 슈퍼팬, 도슨트, 그리고 ‘콘텐츠 수도 서울’
Q. 시청자의 방한 의향은 72%인데 최종 재방문율은 11%에 그칩니다. 이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습니까?
▸ 투어리즘이든 현장 방문이든 결국 팬덤이 전제된다. 지난해 유니버설 뮤직이 제시한 ‘슈퍼팬’ 개념처럼, 특정 콘텐츠를 다섯 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을 먼저 한국과 콘텐츠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출발점이다.
▸ 핵심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을 주는 일이다. 촬영지를 그냥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장면을 설명해 주는 사람과 별도의 메시지가 있으면 만족감이 훨씬 커진다. 그래서 ‘K-콘텐츠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LA 스튜디오 투어처럼 전직 종사자나 작가가 특정 장면과 산업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는 방식이다.
▸ 넷플릭스를 통해 K-콘텐츠는 이미 프리미엄으로 인식되는 만큼, 한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면 탐색이 방문으로, 방문이 재방문으로 이어진다.
Q. 로비의 ‘Netflix K-투어 지도’ 부스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키고, 대학에는 무엇을 제안하시겠습니까?
“스튜디오 시대의 콘텐츠 수도가 헐리우드였다면, 스트리밍 시대의 콘텐츠 수도는 서울이다.”
▸ 그러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LA에는 스튜디오 위치를 표시한 인터랙티브 지도가 있어 지역의 산업 구조까지 보인다. AI와 메타데이터가 풍부해지며 이런 시도가 가능해졌고, 이날 공개한 ‘Netflix K-투어 지도’를 33개 좌표의 다국어 인터랙티브 지도로 확장해 계속 갱신되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
▸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와 방문 데이터를 합치면 개인에게도, 산업적으로도 의미 있는 정보가 나온다. 대학·학생과 함께하면 K-콘텐츠·관광·K-컬처에 영향을 미칠 종합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오늘의 100인 서베이를 학기 단위로 1,000명·1만 명까지 확장하고, ‘K-콘텐츠 실물 경제’ 산학 강의와 ‘K-Culture Explained’의 연차 행사 정착도 제안한다.
●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소장 | 디지털 플랫폼 — 데이터·지속성·협업
Q. OTT를 활용해 콘텐츠 투어리즘을 활성화하려면 공공은 무엇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까?
▸ 데이터는 자료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활용해 얻는 새로운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OTT 시청자가 어떤 지역에서 무엇을 더 잘 보고 그것을 무엇과 연결하는지를 파악해 성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데이터 포털과 API가 있어도 정작 필요한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관점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설계·수집해야 한다.
▸ 2년 전 덴마크에서 온 인턴은 인접국 외 해외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도 오직 K-드라마·K-팝이 좋아서 한국을 택해 6개월을 지내며 여행을 다녔다. 이런 개별 사례처럼 보이는 ‘솔직한 데이터’가 모이면 훨씬 정교한 접근이 가능하다. 공공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주 구체적인 데이터부터 확보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Q. 화제작이 갑자기 뜨면 방문 수요가 폭증합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합니까?
▸ 과거처럼 히트작 하나의 인기에 기대어 몰려올 것이라 안이하게 볼 게 아니라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본이 어떤 목표를 위해 20년 가까이 준비해 온 것처럼, 한 작품의 대성공에 기대지 않아도 또 다른 작품이 성공해 30년 지속되는 산업 기반을 만들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Q. 글로벌 플랫폼이 막강해지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이 자생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 콘텐츠는 플랫폼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지금 K-콘텐츠의 성공에는 글로벌 플랫폼이 감당해 준 리스크 테이킹의 몫이 있었다. ‘홀로 설 수 없다’도, ‘플랫폼만이 답이다’도 아니다. 콘텐츠를 계속 잘 만들고 제작자에게 지속 가능한 자본이 공급되며 플랫폼도 함께 발전하는, 서로 공유할 것을 공유하는 협업 생태계가 답이다.
● 차혁진 한국관광공사 브랜드콘텐츠팀장 | 관광 실무 — 공공·플랫폼 협업과 촬영지 동선
Q. 〈오징어 게임〉 때부터 이어진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관광공사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 넷플릭스가 콘텐츠로 한국을 글로벌하게 보여주면 관광공사는 그것을 실제 방문 경험으로 연결한다. 지난해 캠페인 기간에 한국 관련 콘텐츠와 관광 관심도가 함께 올랐고, 관광 인지도·선호도 상승도 확인돼 단순 홍보를 넘어 실제 관광 확산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Q. 인기작이 뜨면 남산타워 같은 특정 장소로 쏠립니다. 지역으로 고르게 넓히려면 무엇이 필요합니까?
▸ 지역관광은 ‘좋은 촬영지가 있다’는 정보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방한객 80%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는 만큼 입국·이동·체류·체험·식음·쇼핑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특히 지방공항 입국과 체류형 상품·이동 인프라·체험 요소를 함께 설계해 지역 중심 인바운드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Q. OTT 시청을 실제 방한으로 잇기 위해, 촬영지를 어떻게 여행 동선으로 바꾸고 어떤 협업이 필요합니까?
▸ 웹페이지·SNS 채널로 촬영지를 소개해 방문 가능한 동선으로 연결하고, 지자체와 협업해 촬영지 중심 지역관광을 캠핑·체험과 잇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업무협약을 맺어 촬영 전 단계부터 관광 요소를 함께 기획하고, IT 연계 체험형 콘텐츠와 전국 촬영지 기반 조형물·체험 공간·여행 코스를 전문가들과 공동 기획하고 있다.
● 정승훈 캘리포니아주립대 롱비치 교수 | 청중 질의응답 — 비판적 콘텐츠와 세계시민적 감각
Q. 한국을 비판적이거나 무겁게 그리는 콘텐츠를 접한 뒤에도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사람들은 콘텐츠에서 재미만 얻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윤리적 문제, 가치와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생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더 넓은 세계시민적 감각 속에 놓아 보게 된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은 가치와 삶의 방식을 자기 삶에 적극적으로 편입시키고, 가 보고 싶은 곳을 선택해 방문하는 경험으로까지 이어진다.
▸ 이는 앞서 발표한 ‘스마트 콘텐츠’ 논의와 맞닿는다. 넷플릭스가 논쟁적 이슈를 자기비판까지 포함해 입체적으로 다룰 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탈정치 시대에도 글로벌 시민의 각성과 연대를 끌어내는 공론장이 될 수 있다.
기술 파트너 허드슨AI(Hudson AI) — 한국 대표 엔터테크·AI 더빙 기업, 현장 한국어·영어 실시간 자막 통역 제공
문의처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T. 010-3686-8722 | E. existen75@kentertechhub.com
[참고자료] K-콘텐츠 파급효과 주요 지표
주요 출처 ·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KTO),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넷플릭스 이펙트 리포트(2026.5), OAG, 미국영화협회
· 2025년 방한 외래객 1,894만 명으로 사상 최대(2019년 대비 108.2%), 2026년 1분기 476만 명으로 분기 역대 최고(전년 동기 대비 +23%).
· K-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 72%로 비시청자(37%)의 약 두 배. 국가별 1인당 시청 시간과 방한 의향의 상관계수 0.82.
· 넷플릭스 10년 누적 투자 약 1,350억 달러 → 부가가치 약 3,250억 달러(2.4배), 일자리 42.5만 개. 50여 개국 4,500개 이상 도시·마을에서 촬영. 투자 1달러당 부가가치 2.41달러로 글로벌 스트리밍 평균(1.7달러)을 42% 상회.(넷플릭스 ‘넷플릭스 이펙트’·thenetflixeffect.com/going-off-the-beaten-path)
· 한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1위는 ‘한류 콘텐츠 접촉’(39.6%). 한국인 91%가 “K-콘텐츠 인기 상승이 국가 이미지 개선에 기여”한다고 응답.
·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후 한국행 항공권 예약 스페인 +146%·독일 +122%. 누적 시청 5억 시간으로 넷플릭스 역대 1위.
· 〈흑백요리사〉 방영 1주일 만에 출연 셰프 식당 예약률 +148%, 방영 6개월 후 외국인 예약 비중 38%. 시즌1 팝업 150석에 약 45만 명 신청, 최현석 셰프 ‘초이닷’ 매출 +300%, 시즌2 김성운 셰프 ‘테이블포포’ 예약 3배.
· 〈폭싹 속았수다〉 한국 경제 약 900억 원 기여, 제작 현장 인력 600여 명·협력업체 4,000여 곳. 제주 관광객은 2025년 1~9월 1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 〈오징어 게임〉 흰색 반스 슬립온 판매량 시리즈 공개 후 약 8,000% 급증, 초록 트레이닝복은 2년 연속 할로윈 코스튬 검색 1위.
· K-푸드 수출 2025년 1~9월 84억 달러(라면 15.8억 달러 +24.5% 등). 2024년 한류 총수출 151.8억 달러(약 20.9조 원).
· 글로벌 여행객 53%가 최근 1년간 스크린 투어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MZ세대 81%는 스크린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행을 계획(호텔스닷컴 ‘언팩 ’26’).
※ 설문 수치는 I&I Research ‘K-콘텐츠 투어리즘’ 보고서 본문 기준이며, 전 문항 단순집계표는 별도 파일로 제공된다. 본 조사는 탐색적 기술통계 분석으로, 개별 수치의 절대 수준보다 단계 간 전환의 상대 강도와 시장 간 패턴 차이에 주목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