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 합의, 사건 이끌던 전직 검사들이 정면 비판
“정치적 동맹 봐주기”… 미 법무부가 발 빼자 27개 주가 끝까지 싸워 ‘불법 독점’ 평결 따내
미국 공연 기획과 티켓 판매를 한 회사가 거의 장악한 라이브 음악 시장. 그 독점 구조를 겨눠 미 법무부(DOJ)가 벌였던 반독점 소송을, 정작 법무부가 재판 개시 일주일 만에 합의로 접은 결정을 두고 사건을 직접 지휘했던 전직 검사들이 공개 석상에서 작심한 비판을 쏟아냈다.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과 티켓 판매 1위 업체 티켓마스터(Ticketmaster)를 상대로 한 이 소송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30개가 넘는 주(州)와 공동으로 제기돼 수년에 걸쳐 준비된 사건이다.
전미독립공연장연합(NIVA·National Independent Venues Alliance)이 8일 미니애폴리스에서 개막한 연례 콘퍼런스에서, 소송을 이끌고 모두진술을 맡았던 전 DOJ 송무부 부국장 데이비드 달퀴스트(David Dahlquist)는 모두진술에 나섰을 때 승소를 확신했고 합의가 체결되는 순간에도 그 확신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사건의 증거와 증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달퀴스트는 합의 협상 과정에서 자신과 재판팀이 배제됐다고 확인했다. 합의안을 처음 본 것은 법정에서 그 내용이 공표되던 당일 아침이었으며, 의견을 요청받은 적도 제시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재판을 이끈 실무진이 빠진 채 합의가 타결됐다는 것은 행정부 최고위 선에서 직접 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달퀴스트와 재판팀은 합의 이후에도 남아 사건을 이어가는 주 정부 측에 자료와 절차를 인계했다고 밝혔다.
재판을 맡은 아룬 수브라마니안(Arun Subramanian) 연방지방법원 판사 역시 합의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채 허를 찔렸다. 그는 양측의 처신이 책임 있는 행위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법원이 지켜온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발을 뺀 뒤에도 27개 주는 소송을 이어갔고, 4월 배심은 라이브네이션과 티켓마스터가 미 티켓 시장에서 불법적 독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결했다. 수브라마니안 판사는 불법 독점 운영에 대해 어떤 시정 조치를 부과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날 함께 발언한 공화당 소속 전직 검사 앨퍼드(Alford)는 지난달 준비 성명에서 반독점국이 “정치적 동맹에 대한 선별적 불기소”에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관행이 다른 사건들에서도 흔해졌으며, 반경쟁적 합병과 경쟁사 간 담합, 독점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앨퍼드는 2025년 7월 부적절한 로비에 맞서다 해임됐다고 밝혔다. 당시 반독점국장이던 게일 슬레이터(Gail Slater)와 다른 부국장들과 함께 사건을 법리에 따라 해결하려 했고, 라이브네이션·티켓마스터 사건을 둘러싼 로비에 맞선 대가로 물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한 로비가 없었다면 법무부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앨퍼드는 2010년 합병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전제였다고 평가했다. 합병 당시 정부와 라이브네이션 사이에 맺어진 동의명령에 기대 16년간 약속된 준수 의무가 티켓·공연 시장을 바로잡지 못했고, 약속이 거듭 무너져 온 이례적 상황이 판사의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NIVA 사무총장 스티븐 파커(Stephen Parker)는 오전 세션을 마무리하며 두 사람을 “영웅”이라고 평했다.
배경 풀이 — 이 사건, 무엇이 쟁점인가
① 라이브네이션과 티켓마스터는 어떤 회사인가
② 2010년 합병과 ‘동의명령(consent decree)’
DOJ는 2010년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경쟁사 티켓 서비스를 선택한 공연장에 보복하지 않는다는 등의 준수 조건을 담은 합의가 동의명령이다. 기한은 10년이었고, 2019년 위반 사실이 적발되자 정부는 이를 연장·강화했다. 그러나 앨퍼드가 지적했듯 16년간 이 약속은 시장의 독점 구조를 바로잡지 못했다.
③ 테일러 스위프트 사태가 불을 지폈다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계기는 테일러 스위프트다. 2022년 11월 그녀의 ‘에라스 투어(Eras Tour)’ 예매에서 티켓마스터 사이트가 수십억 건의 접속 폭주로 마비됐고, 수십만 팬이 몇 시간 대기 끝에 표를 사지 못했다. 이 사태는 상원 청문회로 번졌고, 결국 2024년 5월 DOJ와 30개가 넘는 주(일부 보도는 40개 주와 워싱턴 D.C.)가 셔먼법 위반을 이유로 회사 분할(구조적 분리)을 요구하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정작 에라스 투어는 라이브네이션이 기획한 공연이 아니었지만, 시장 지배력의 상징으로 재판에서 반복 언급됐다.
④ 재판·합의, 그리고 배심 평결
2026년 3월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배심 재판이 시작됐다. 개시 일주일 만에 트럼프 행정부의 DOJ가 합의를 발표했는데, 서비스 수수료 일부 상한과 경쟁사 진입을 허용하는 선택지 등은 담겼지만 정작 핵심인 회사 분할은 빠졌다. 일부 주만 합의에 동참했고, 30개가 넘는 주는 “양보가 부족하다”며 재판을 이어갔다. 그 결과 4월 배심이 불법 독점을 인정했고, 이제 남은 단계는 시정 조치(remedy)를 정하는 심리다.
⑤ 왜 한국 독자에게도 중요한가
한눈에 보는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