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스, 연 매출 500억 달러 넘었다… 인스타그램의 다음 무대는 거실 TV

TV가 되고 있는 릴스. 틱톡 아류로 시작한 인스타그램 릴스, 5년 만에 연 매출 500억 달러로 세계 최고 수익 영상 사업으로 등극. 모건스탠리 서베이 성장률 1위·HBO맥스급 이용률을 발판으로 이제 거실 TV와 크리에이터 롱폼 편성까지 넘봐. K-콘텐츠 업계에 유통 창구·광고 예산 재편이라는 숙제 던져.

릴스, 연 매출 500억 달러 넘었다… 인스타그램의 다음 무대는 거실 TV

모건스탠리 서베이 성장률 1위, HBO맥스·투비와 같은 체급이 된 숏폼… 크리에이터 롱폼 편성까지 추진

'틱톡 따라하기'라는 평가 속에 출발한 인스타그램 릴스(Reels)가 5년 만에 연 500억 달러(약 70조 원) 매출 런레이트를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영상 사업으로 올라섰다.

코카콜라나 나이키의 연 매출과 맞먹는 규모이자,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유튜브 광고 매출로 전망하는 460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미국 스트리밍 지형에서 릴스의 위치도 달라졌다. 모건스탠리의 최신 서베이에서 릴스는 미국 성인 26%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집계돼 HBO맥스(27%)·투비(26%)와 같은 줄에 섰고, 이용 증가율에서는 조사 대상 24개 서비스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메타는 이 성장세를 거실 TV로 옮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반전의 배경에는 두 개의 구조적 흐름이 겹쳐 있다. 하나는 AI 추천 시스템의 고도화다. 팔로우 관계가 아니라 시청 행동 데이터에서 이용자의 취향을 읽어내는 기술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숏폼 피드의 광고 효율이 프리미엄 영상 못지않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다른 하나는 영상 소비의 무게중심 이동이다. 유튜브가 지난해 미국 TV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영상 사업자가 됐다는 사실이 보여주듯, 소셜 영상은 이미 모바일을 넘어 거실로 들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TV 진출은 이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참여 제로'에서 시작된 5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해 10월 실적발표에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릴스를 합친 연 매출 런레이트가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리서치 회사 이마케터가 추정하는 올해 틱톡 광고 매출 170억 달러의 세 배에 가까운 규모다. 저커버그는 AI 추천 시스템이 더 품질 높고 관련성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 것을 성장 동력으로 꼽으며, 인스타그램의 영상 시청 시간이 전년 대비 30% 늘었다고 설명했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극적인 변화다. 인스타그램은 바이트댄스의 틱톡이 급성장하자 2020년 8월 릴스를 서둘러 내놨다. 2022년 WSJ가 보도한 메타 내부 자료를 보면 당시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릴스 시청 시간은 틱톡의 10분의 1 수준이었고, 한 내부 문서에는 '대부분의 릴스 이용자는 아무런 참여도 하지 않는다'는 진단까지 담겨 있었다.

팔로잉 그래프를 버린 알고리즘

테사 라이언스 인스타그램 제품 담당 부사장은 WSJ 인터뷰에서 두 가지 과제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사진과 지인 중심 앱에 숏폼 영상을 이식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이용자가 팔로우하지 않는 계정의 영상을 찾아주는 것이 두 번째였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원래 팔로우 관계, 즉 '팔로잉 그래프' 위에 세워져 있었다. 반면 틱톡은 이용자가 각 영상에 머무는 시간을 읽어 취향을 추론하는 방식으로 이 전제를 뒤집었고, 인스타그램은 훨씬 어려운 이 과제를 뒤늦게 풀어야 했다.

인스타그램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우대하고 크리에이터에게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늘렸고, 이용자의 스크롤 시간이 쌓일수록 추천 정확도가 올라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추정에 따르면 현재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하루 평균 27분을 릴스 시청에 쓴다. 유튜브 쇼츠의 21분을 앞서는 수치다. 다만 틱톡은 메인 피드 기준 하루 평균 44분으로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서베이가 보여준 것: 성장은 무료·소셜 영상에만 있다

모건스탠리가 미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2026년 6월 실시한 제16회 알파와이즈(Alphawise) 스트리밍 서베이는 이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이용률 자체는 아마존 프라임비디오(66%), 넷플릭스(55%), 유튜브(47%), 훌루(38%), 디즈니+(36%) 순으로 전통 강자들이 앞섰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릴스는 26%로 파라마운트+(28%), HBO맥스(27%)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피콕(24%)과 로쿠채널(20%)을 앞질렀다. 소셜 앱의 영상 피드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소스'로 집계되고, 그 안에서 중위권 SVOD를 추월한 것이다.

전년 대비 이용 증가율을 보면 구도는 더 뚜렷해진다.

인스타그램 릴스가 13.09%로 24개 서비스 중 1위였고, 틱톡(10.37%), 페이스북 릴스(9.95%), FAST(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대표주자 투비(8.54%), 페이스북 비디오(6.43%)가 뒤를 이었다.

성장 상위권이 무료·알고리즘 기반 서비스로 채워진 반면, 유료 프리미엄 진영은 넷플릭스 3.52%, 프라임비디오 2.64%, 디즈니+ 1.49%, 훌루 0.90%로 저성장에 머물렀다.

ESPN 언리미티드/ESPN+(-4.21%), 애플TV+(-3.36%), AMC+(-0.65%)는 이용률이 오히려 줄었다. 시청자 저변의 확장이 구독 프리미엄이 아니라 무료 소셜 영상과 FAST 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고, 광고 예산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가리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률과 전년 대비 증감. 자료: Morgan Stanley Alphawise Streaming Survey(2026.6), Luminate 정리 데이터 기반 재구성

메타의 포트폴리오 전략도 눈에 들어온다.

페이스북 릴스(28%), 인스타그램 릴스(26%), 페이스북 비디오(23%)가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단일 기업 기준으로는 가장 넓은 소셜 영상 접점을 확보했다.

세 서비스 모두 성장률에서도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한 명씩 늘려가는 동안, 메타는 이미 확보한 30억 이용자 기반 위에서 영상 시청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분을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 전장은 거실 TV

메타는 이 흐름을 TV로 확장하고 있다. 'Instagram for TV'는 미국 아마존 파이어TV 기기에서 테스트로 출발해 구글TV를 거쳐 최근 삼성 스마트TV에도 탑재됐다. 여기에 더해 인스타그램은 플랫폼 크리에이터들과 손잡고 TV 스크린용 롱폼 에피소드형 프로그램 제작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숏폼 바이럴의 허브가 프로그래밍 편성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는 셈이다. 미디어 분석가 앤드루 월렌스타인은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2013년 남긴 'HBO가 우리가 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HBO가 된다'는 말이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더 어울리는 문장이 됐다고 짚으면서, 틱톡이 TV 전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지금이 인스타그램에는 기회의 창이라고 분석했다.

근거는 이미 유튜브가 보여줬다. 미국에서 유튜브는 스마트폰보다 TV에서 더 많이 시청되는 서비스가 됐고, TV 스크린은 시청 시간과 프리미엄 광고 단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작동했다. 라이언스 부사장은 많은 이용자가 이미 기기 미러링으로 릴스를 친구들과 TV로 함께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친구의 알고리즘과 내 알고리즘을 섞어 공동 피드를 만드는 'Blend', 보고 싶은 것과 보기 싫은 것을 이용자가 직접 알고리즘에 지시하는 제어 기능 등 최근 신기능도 TV 시청 환경을 겨냥한 포석이다. 라이언스는 TV에서는 함께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든 곧바로 맞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K-콘텐츠 산업에 주는 시사점

서베이가 보여준 광고 시청자 이동은 국내 콘텐츠 업계에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유통 창구의 재편이다. 인스타그램이 크리에이터 기반 롱폼 편성을 시작하면, 숏폼에서 검증된 IP를 에피소드형으로 확장하려는 수요가 커진다. 세로형 드라마와 숏폼 제작 역량을 갖춘 한국 스튜디오들이 초기 공급자로 진입할 여지가 생기는 지점이다.

둘째, 광고 예산의 이동이다. 성장이 무료 소셜 영상과 FAST에 집중되는 구도가 이어지면 TV 광고 예산의 재배분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내 방송사와 광고 업계가 인스타그램의 거실 실험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