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대 케이블TV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FAST 플랫폼..이용자를 가둬라

FAST O&O 채널은 2020년 이후 빠르게 늘어 2024년에 피크를 찍은 뒤 2026년에 약간 줄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파라마운트(Pluto TV)는 비효율 채널을 정리하는 대신 핵심 IP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삼성 TV Plus·LG Channels·Vizio WatchFree+ 같은 디바이스 OS 진영 자체 브랜드 채널을 공격적으로 늘려. ‘유통+편성+데이터+광고기술’을 한 번에 쥐는 방향으로 수직통합 가속하는 국면

90년 대 케이블TV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FAST 플랫폼..이용자를 가둬라

FAST 플랫폼의 직접 운영(O&O) 채널, 광고 수익을 ‘플랫폼 안에 가두는’ 전략 자산으로

삼성 TV Plus 2년 만에 13개 → 34개 ‘최대 폭’ 증가… 케이블TV 시대 ‘MSO–PP 수직통합’ 전략 디지털 재현

FAST(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 시장이 재정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플랫폼이 직접 소유·운영하는 O&O(Owned & Operated) 채널이 업계에서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은 자산으로 부상했다.

외부 콘텐츠 제공자와 광고 수익을 나눌 필요 없이 매출 전액을 플랫폼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이는 새로운 모델이 아니라, 1990–2000년대 미국·한국 케이블TV 산업이 ‘MSO(케이블SO)–PP(채널 사업자)’ 수직통합(MSP)으로 풀어냈던 마진 통제 전략이 디지털 환경에서 반복되는 구조다.

FAST 시장은 ▲광고 단가 상승률 둔화 ▲라이선싱 비용 인상 ▲제3자 채널 사업자(채널 애그리게이터)의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압력에 동시에 노출돼 있다. 이 환경에서 ‘수익을 플랫폼 안에 가두는’ O&O 모델이 사실상 유일한 마진 방어 수단으로 떠올랐다.

FASTMaster Intelligence 분석에 따르면 주요 8개 FAST 플랫폼의 O&O 채널 총합은 2020년 135개에서 2024년 311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26년 303개로 소폭 조정됐다. 단순 채널 수 증감을 넘어, FAST 사업의 무게 중심이 라이선스 콘텐츠 유통에서 자체 IP·자체 브랜드 운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그림 1] 주요 FAST 플랫폼별 O&O 채널 수 변화 (2020 → 2026)
FASTMASTER

1. O&O 채널이 ‘전략 자산’으로 떠오른 이유

O&O 채널은 말 그대로 플랫폼이 직접 소유·운영하는 채널을 의미한다. 외부 라이선스 채널과 달리 플랫폼이 콘텐츠 권리·편성·광고 인벤토리를 모두 통제하므로, 광고 수익에 대한 분배 의무가 없다. FAST 시장이 초기 성장기에는 채널 수 확보 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든 지금은 ‘1인당 광고 매출(ARPU)’과 ‘마진율’이 플랫폼 평가의 핵심 지표로 옮겨갔다. O&O 채널은 두 지표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두 갈래의 전략으로 갈라지고 있다. 하나는 방대한 자체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전통 미디어 기업의 ‘소유 IP 직접 편성’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라이브러리가 없는 디바이스 제조사의 ‘브랜드 큐레이션’ 전략이다.

Pluto TV

2. 파라마운트 모델: 자체 IP를 채널화한다

깊은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방송·영화 사업자들은 자사 콘텐츠를 그대로 채널 형태로 ‘리패키징’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가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다. 플루토TV에서 파라마운트가 직접 운영하는 O&O 채널은 2026년 기준 166개에 달한다.

플루토TV의 전체 O&O 채널 수는 2020년 121개에서 2024년 187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26년 166개로 다소 조정됐다. 단순 채널 수 감소로 보일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저효율 채널 정리 + 핵심 IP 채널 강화’의 효율화 국면으로 해석한다. 즉, 채널 수보다 채널당 시청 시간과 광고 매출을 끌어올리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프리비/프라임 비디오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2024년 35개에서 2026년 32개로 미세 조정됐는데, 이는 아마존이 광고 요금제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자체 FAST 채널 운영 전략을 ‘선택과 집중’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삼성 모델: 라이브러리가 없다면 ‘브랜드’를 만든다

자체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상대적으로 얇은 디바이스 제조사들의 전략은 다르다. 삼성과 LG는 여러 라이선스 라이브러리를 조합해 자체 브랜드 채널로 만드는 ‘큐레이션형 O&O’ 모델을 선택했다. 과거 ‘삼성 텔레비전 네트워크(Samsung Television Network)’가 대표적 사례로, 영화·다큐·예능을 장르별로 묶어 플랫폼 자체 브랜드 채널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은 외부 권리자와 일정 부분 수익을 나눠야 하지만, 단순 라이선스 채널 재방송으로는 만들 수 없는 차별화된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 채널 편성·광고 인벤토리는 여전히 플랫폼이 통제하므로, 광고 매출의 통제권은 플랫폼 쪽에 남는다.

그 효과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삼성 TV Plus의 O&O 채널은 2024년 13개에서 2026년 34개로 단 2년 만에 16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분석 대상에 포함된 어떤 FAST 플랫폼보다도 가파른 확장세다. 비지오 워치프리+(WatchFree+)도 2020년 0개에서 2026년 15개로 늘었고, LG 채널스도 2024년 3개에서 2026년 9개로 3배 증가했다. 디바이스 제조사 진영이 ‘브랜드 채널 자산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4. 플랫폼별 O&O 채널 현황 한눈에 보기

주요 8개 FAST 플랫폼의 O&O 채널 수를 연도별·증감 폭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4→2026년 변화 폭이 시장의 ‘방향성’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플랫폼

2020

2022

2024

2026

2024→26

Pluto TV

121

172

187

166

▼ 21

Samsung TV Plus

2

6

13

34

▲ 21

Freevee / Prime Video

0

1

35

32

▼ 3

Xumo

11

19

21

20

▼ 1

Peacock

18

19

17

▼ 2

Vizio WatchFree+

0

6

11

15

▲ 4

Roku Channel

1

4

22

10

▼ 12

LG Channels

0

0

3

9

▲ 6

합계 (TOTAL)

135

226

311

303

▼ 8

자료: FASTMaster Intelligence (단위: 채널 수)

5. 닮은 꼴: 케이블TV 시대 ‘MSO–PP 수직통합’의 디지털 재현

FAST O&O 전략을 한 단계 깊이 들여다보면, 이는 사실상 새로운 발명이 아니라 1990–2000년대 미국·한국 케이블TV 산업이 풀어낸 ‘수직통합’ 전략의 디지털 시대 재현이다.

미국에서는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 인수(2011년)로 정점을 찍으며 MSO(케이블SO)와 PP(채널 사업자)를 한 지붕 아래 통합했고, 한국에서는 CJ ENM이 tvN·OCN·투니버스 등 다수 채널을 보유한 MPP(Multiple Program Provider) 구조로 같은 논리를 구현했다. 자체 채널을 보유하면 캐리지피(carriage fee)를 자기 자신에게 ‘면제’해주는 효과와 함께 광고 인벤토리를 100% 통제하게 된다는 마진 공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FAST 플랫폼이 ‘O&O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배경 역시 같은 논리다. 외부 채널을 카탈로그에 채울수록 광고 매출을 분배해야 하고, 분배 비율이 높아질수록 플랫폼의 마진은 깎인다. 결국 자체 채널을 보유하는 것이 ‘콘텐츠 비용을 자산으로 전환’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파라마운트가 플루토TV에 자체 채널 166개를 운영하고, 삼성·LG가 디바이스 제조사임에도 자체 브랜드 채널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것은, 케이블 시대 NBCU·CJ ENM이 보여준 패턴과 정확히 같은 궤적이다.

그러나 같은 전략이라 해도 디지털 환경에서는 통제력의 ‘정밀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진다. 주요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교 항목

케이블TV 시대 (1990–2010s)

FAST 시대 (2020–현재)

사업 구조

MSO(케이블SO) + PP(채널 사업자)수직통합으로 NBCU·CJ ENM 등장

FAST 플랫폼 + O&O 채널파라마운트·삼성·LG가 동일 구조

수익 구조

캐리지피(carriage fee) + 광고 수익자체 채널은 캐리지피 ‘0원’ 효과

수익 분배(rev-share) + 광고 수익O&O는 분배 ‘0%’ 효과

채널 슬롯

EPG 200~500개 한계채널 신설 시 협상·번호 경쟁

사실상 무제한장르·라이브러리별 무한 분기 가능

광고 거래

Direct sales 중심광고대행사 매개

프로그래매틱 + 다이내믹 광고 삽입(DAI)시청자별 광고 다르게 노출

시청자 데이터

닐슨 패널 등 외부 측정 의존

플랫폼 1차 데이터 직접 보유OS 단위 시청 로그 확보

게이트키퍼

MSO(컴캐스트, CJ헬로 등)

디바이스 OS(Tizen, webOS, Roku OS, Fire TV)

자료: 케이엔터테크허브 분석

케이블 시대에는 시청자 데이터를 닐슨이라는 외부 측정사가 표본으로 추정해 제공했고, 자체 채널을 보유한 사업자조차 ‘누가 언제 무엇을 봤는지’의 1차 데이터에는 직접 접근하지 못했다.

FAST 시대에는 디바이스 OS가 시청 로그를 직접 보유하고, 그 데이터로 광고를 시청자별로 다르게 삽입한다.

즉, 케이블의 ‘수직통합’이 ‘유통+편성’ 통합이었다면, FAST의 수직통합은 ‘유통+편성+데이터+광고기술’의 4중 통합이다. 같은 전략이지만 통제의 깊이가 한 차원 다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디바이스 제조사의 빠른 O&O 확장(삼성 +21개, LG +6개, 비지오 +4개)은 단순한 채널 사업 진출이 아니다. 케이블TV 시대 MSO에 해당하는 ‘게이트키퍼 권력’을 디바이스 OS가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 위에서 자체 브랜드 채널을 쌓아 ‘유통권 + 편성권 + 데이터권 + 광고권’을 한 번에 거머쥐는 전략이다.

6. 시사점: ‘두 모델’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자가 살아남는다

주목할 점은 FAST 플랫폼들이 둘 중 하나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모델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깊은 라이브러리가 있는 영역에서는 자체 IP를 직접 채널화하고, 라이브러리가 없는 장르에서는 라이선스 콘텐츠를 묶어 자체 브랜드 채널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O&O’ 모델이다.

FAST 시장이 광고주 신뢰와 시청자 잔존율 확보 경쟁에 들어선 지금,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사업자는 ‘소유 IP는 직접 운영하고, 그렇지 않은 영역은 브랜드 큐레이션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는 곧 한국 방송·콘텐츠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전략 과제를 던진다. 케이블TV 시대 CJ ENM이 MPP 전략으로 콘텐츠 산업 주도권을 잡았듯, FAST 시대에는 자체 IP 기반의 O&O 채널을 글로벌 플랫폼 위에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다음 라운드 경쟁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단순 채널 ‘공급자’에서 채널 ‘운영자’로의 전환이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의 다음 단계다.

자료: FASTMaster Intelligence Analy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