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플러스 월 1억 명—FAST 미국 TV ‘기본값’이 되다

삼성 TV플러스 1억 MAU를 기반으로 FAST가 미국 TV의 기본 시청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삼성은 하드웨어 선탑재를 무기로 채널 집합을 넘어 스포츠·오리지널까지 확장한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 중.

삼성 TV플러스 월 1억 명—FAST 미국 TV ‘기본값’이 되다

닐슨 게이지 스트리밍 47.6% 시대, 채널 집합에서 오리지널 스튜디오로 전환하는 삼성의 플랫폼 전략

지난 5월 30일 미국 인디애나주 피셔스의 한 베트남 식당.

점심 손님 누구도 채널을 고르지 않았지만, 천장의 삼성 TV에서는 삼성 TV플러스 채널이 흐르고 있었다. 셋톱박스도, 로그인도 없었다. 평범해 보이는 이 풍경은 미국 미디어 시장의 큰 흐름을 압축한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이 케이블의 ‘대안’을 넘어, 미국 TV 시청을 떠받치는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FAST를 끌어올린 힘은 셋이다. 케이블을 끊는 코드커팅이 임계점을 넘었고, 넷플릭스·디즈니+ 등 유료 구독료가 매년 오르며 무료 시청 수요가 커졌으며, 삼성처럼 하드웨어를 파는 기업이 자사 기기에 서비스를 선탑재해 가입 절차 없이 전원만 켜면 콘텐츠가 흐르는 무마찰(frictionless) 환경을 만들었다. 시청자가 무엇을 볼지 고르기 전에, 무엇이 켜질지가 먼저 결정되는 구조다.

미국 인디애나주 피셔스의 한 식당 천장에 걸린 삼성 TV에서 삼성 TV플러스가 재생되고 있다. (사진=필자 촬영)

닐슨 게이지가 보여주는 판—스트리밍 47.6%, 그 위에서 자라는 FAST

FAST가 어떤 토양 위에서 커지는지는 닐슨 ‘더 게이지(The Gauge)’가 가장 잘 보여준다. 5월 19일 발표된 2026년 3월 데이터에서 스트리밍은 미국 전체 TV 시청의 47.6%를 차지해 가장 큰 카테고리 지위를 지켰다. 2월 올림픽 특수가 빠지며 전월 대비 시청 시간은 7% 줄었지만, 케이블(21.4%)과 방송 지상파(20.3%)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FAST는 바로 이 스트리밍이라는 가장 큰 파이 안에서 성장하는 하위 영역이다.

3월에 케이블만 유일하게 반등해 2025년 10월 이후 최고치(+1.4%p)를 찍은 것은 NCAA 농구 토너먼트, 이른바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덕분이었다. 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가 중계 효과로 각각 8.1%, 6.1%를 차지했고 18~24세 케이블 시청이 8% 뛰었다. 스포츠 같은 라이브 이벤트가 시청을 끌어올린다는 이 패턴은, 뒤에서 보듯 삼성 TV플러스가 왜 모토아메리카 같은 라이브 스포츠를 자사 채널에 끌어들이는지를 설명해 준다.

플랫폼별로 보면—유튜브 13.2%, 그리고 로쿠의 +27%가 말하는 것

카테고리가 아닌 디스트리뷰터(사업자) 단위로 쪼개 보면 FAST의 위치가 드러난다. 3월 전체 스트리밍 시간이 줄었는데도 유튜브는 13.2%로 전체 사업자 1위를 되찾았고, 디즈니는 오스카 생중계(1,700만 시청)와 ‘그레이 아나토미’·‘블루이’의 힘으로 10.5%(+0.6%p) 2위, 넷플릭스는 ‘브리저튼’(78억 분)을 앞세워 8.2%를 기록했다.

주목할 곳은 표의 맨 아래다. 순수 FAST 사업자인 더 로쿠 채널이 TV 시청의 3.0%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 성장해, 닐슨이 추적하는 전체 사업자 가운데 가장 높은 연간 성장률을 보였다. 절대 점유율은 메이저 방송사보다 낮지만 ‘성장 속도’에서는 가장 빠르다는 뜻이다.

삼성 TV플러스를 비롯한 다수 FAST 서비스는 게이지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브랜드별 수치가 따로 잡히지 않지만, FAST 전체 비중은 이미 전체 TV 시청의 한 자릿수 후반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추정이다. 게이지의 큰 원이 스트리밍 쪽으로 기울수록, 그 안의 FAST 조각도 구조적으로 함께 커지는 구도다.

광고 기반 TV 74.2%—FAST가 올라탄 흐름

FAST가 광고로 돈을 버는 모델인 만큼, ‘광고가 붙는 시청’이 얼마나 큰지가 곧 FAST의 잠재 시장이다. 닐슨의 별도 지표 ‘광고 지원 게이지(Ad Supported Gauge)’를 보면 광고 기반 TV 시청은 2025년 4분기 미국 전체 TV의 74.2%에 달했고, 그 안에서 스트리밍이 45.6%로 방송(29.6%)·케이블(24.8%)을 모두 앞섰다. 18~49세가 광고 기반 TV에 쓰는 시간의 66.7%가 스트리밍에서 발생한다.

광고 기반 스트리밍 시간을 더 쪼개면 유튜브·훌루·프라임 비디오·피콕 등 SVOD의 광고 요금제가 약 81%, 삼성 TV플러스 같은 순수 FAST가 약 19%를 차지한다. FAST는 아직 이 하위 구조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광고 기반 시청 자체가 전체 TV의 4분의 3까지 커진 흐름에 올라타 있다. 무료·무마찰이라는 FAST의 속성이 이 광고 기반 시청의 가장 낮은 진입 입구를 맡고 있는 셈이다.

경쟁 구도—가구 ‘수’의 로쿠, 채널 ‘폭’의 삼성

FAST 시장은 개별 채널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간 가구 확보전으로 수렴하고 있다. FASTMaster Intelligence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제 시청에 참여하는 가구 기준 1위는 로쿠 채널(약 2,100만 가구)이며, 삼성 TV플러스가 약 1,700만 가구로 2위, 파라마운트의 플루토 TV가 1,350만 가구로 3위다. 프라임 비디오·피콕(각 1,000만), LG 채널스(950만), 주모(700만)가 뒤를 잇는다.

지표에 따라 순위가 갈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구 도달에서는 셋톱박스·스틱까지 보유한 로쿠가 앞서지만, 제공 채널 수에서는 삼성 TV플러스가 미국에서만 약 700개로 가장 많다. 가구 ‘수’의 로쿠와 채널 ‘폭’의 삼성이 상위권을 양분하는 그림이다. 다만 이 수치는 서비스 간 시청 중복을 포함하므로 단순 합산이 전체 가구 규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삼성 TV플러스, 글로벌 월 1억 명… 재방문율 92%

글로벌로 보면 삼성의 외형은 더 커진다. 삼성전자는 2026년 1월, 삼성 TV플러스의 전 세계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억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2024년 10월 8,800만 명에서 약 1년 2개월 만에 1,200만 명이 늘었고, 같은 기간 스트리밍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규모 면에서 삼성 TV플러스는 30개국에서 4,300개 이상의 무료 채널과 6만 6천여 편의 VOD를 운영한다. 충성도 지표도 눈에 띈다. 삼성에 따르면 3개월 이용 후 4개월째 재방문율이 92%에 이른다. 19년째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켜온 하드웨어 기반이 본격적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다.

채널 집합에서 ‘스튜디오’로—스포츠·오리지널·크리에이터

삼성의 전략은 ‘채널을 모아 트는 창구’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2026년 2월 삼성전자는 V10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북미 최고 모터사이클 로드레이스 모토아메리카(MotoAmerica)의 2026~2027 시즌을 독점 중계하는 계약을 맺었다. 3월 6일 ‘데이토나 200’을 시작으로 대표 채널 Samsung TV Network(STN)에서 라이브 스포츠를 송출하고, 24시간 전용 채널 MotoAmerica TV를 별도로 운영한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투자하는 단계로도 진입했다. 삼성 TV플러스는 5월 첫 오리지널 각본 드라마 ‘언라이클리 로맨시스(Unlikely Romances)’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약 1억 7천만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다르 만(Dhar Mann)이 각본과 총괄 제작을 맡은 4부작 앤솔로지로, 6월 5일부터 매주 미국에서는 STN, 해외 12개국에서는 전용 채널 Dhar Mann TV로 공개된다. 삼성 TV플러스로서는 첫 크리에이터 주도 오리지널 계약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참여한 6부작 다큐시리즈 ‘훌리건스: 디 아치 레이싱 프로젝트’도 올여름 합류한다.

삼성 TV플러스 홈 화면. 라이브 채널·VOD와 함께 Mark Rober TV, Dhar Mann TV 등 크리에이터 채널이 배치돼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라이브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 TV플러스는 조나스 브라더스 ‘JONAS 20’ 투어를 독점 라이브 중계하며 실시간 곡 투표 ‘팬보트(FanVote)’를 도입했고, 데이비드 레터맨·코난 오브라이언 전용 채널을 운영한다. 무료 채널 사업자에서 스포츠·오리지널·라이브를 아우르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넓히는 중이다.

북미 최대급 K-콘텐츠 FAST 허브

한국 콘텐츠는 이 플랫폼 전략의 또 다른 축이다. 삼성 TV플러스는 2024년 미국에 약 4,000시간 분량의 무료 K-콘텐츠를 추가하며 미국 내 최대급 K-콘텐츠 공급처로 올라섰다. CJ ENM, 뉴아이디, KT알파에 이어 2025년에는 KT스튜디오지니까지 한국 주요 콘텐츠 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고 K-드라마·K-예능·영화 전용 채널을 다수 운영한다. 이로써 K-콘텐츠는 극장·OTT·유튜브에 더해 무료 선형 채널이라는 새로운 확산 경로를 확보했다.

수익은 광고…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FAST 광고 시장

FAST의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결국 광고다. 삼성 TV플러스는 1억 MAU와 늘어나는 시청 시간을 바탕으로 채널·시간대·디바이스 단위로 쪼개진 타기팅 광고를 판매한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미국 FAST 광고 매출이 2025년 약 58억 달러에서 연 15~17%씩 성장해 2027년 약 7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2026년 90억 달러 돌파가 전망된다.

개별 FAST 서비스 단위의 광고 매출은 이미 메이저 방송사급에 근접했다. 모펫네이선슨 추정에 따르면 2025년 더 로쿠 채널이 약 14억2천만 달러, 투비가 약 12억3천만 달러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무료 시청 규모가 곧 광고 인벤토리로 환산되는 구조에서, 삼성의 ‘1억 시청자’는 곧바로 플랫폼 가치이자 협상력이다.

업프런트가 가리키는 방향—광고비가 CTV·스트리밍으로 이동한다

이 흐름은 올해 업프런트(Upfront) 시즌의 광고주 심리에서도 확인된다. 광고 측정기업 iSpot이 5월 브랜드·대행사·퍼블리셔 300곳을 조사한 ‘2026 TV Video & Ad Strategy’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불확실성 속에 전체 광고 예산을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41.5%로 가장 많았다. 영상 광고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3분의 1에 못 미쳤다. 예산이 묶이면 전국·지역 선형 TV가 먼저 타격을 받는다.

반면 전국 스트리밍·CTV·소셜 비디오에 대한 응답은 “압도적으로 더 낙관적”이었다. 마케터의 51%가 이들 채널의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답했고, 4분의 1 이상은 스트리밍 광고비를 10% 넘게 키우겠다고 했다. 구매 경로의 무게중심도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TV 제조사(OEM)를 통한 광고 구매 비중이 2025년 25%에서 2026년 55%로 뛰었다. 삼성처럼 기기와 OS를 함께 쥔 사업자에게 직접 유리한 변화다.

광고형 시청 자체가 주류가 됐다는 신호도 뚜렷하다. 안테나(Antenna) 추정에 따르면 미국 광고형 프리미엄 SVOD 구독 수는 2026년 1분기 1억 1천만 건으로, 2년 전 5,300만 건에서 약 두 배가 됐다. 디즈니+·훌루는 1분기 신규 가입의 70%가 광고형 요금제에서 나왔다. 광고형 요금제가 ‘보조 선택지’에서 스트리밍 진입의 ‘기본 경로’로 바뀐 것이다.

정리하면 시청과 광고 예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광고형 스트리밍 시장은 더 커지고, 그 안에서 무료·무마찰의 FAST는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입구에 해당한다. 삼성 TV플러스가 선 자리가 바로 그 입구다.

한국 산업에 주는 함의—콘텐츠를 넘어 ‘송출 레일’을 설계하라

여기서 한국 미디어 산업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 드러난다. 미국 가정과 가게의 화면을 채운 무료 채널 다발을 깔아둔 주체가 콘텐츠 회사가 아니라 한국의 하드웨어 기업 삼성이라는 사실이다. 삼성은 자사 TV라는 송출 레일을 깔고 그 위에 채널과 광고, 그리고 이제는 오리지널까지 흘려보낸다. 시청자가 무엇을 볼지 고르기 전에 무엇이 먼저 켜질지를 정하는 위치를 선점한 것이다.

그동안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은 ‘좋은 콘텐츠를 글로벌 플랫폼에 공급’하는 전략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채널을 깔고 광고를 붙이고 시청 데이터를 모으는 플랫폼 단의 위치를 누가 쥐느냐는 콘텐츠의 질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쟁이다. 로쿠·삼성·LG·비지오로 좁혀지는 미국 FAST 상위권이 대부분 기기 제조사이거나 OS 사업자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삼성 TV플러스의 1억 명은 콘텐츠 경쟁력만의 숫자가 아니라, 기기와 채널과 광고를 잇는 구조를 장악해 얻은 결과에 가깝다.

피셔스의 그 베트남 식당 천장에서 누군가 무심코 켜둔 화면은, 한국 미디어 산업에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우리 콘텐츠가 어디에 실릴 것인가’를 넘어, 그 콘텐츠가 무엇 ‘위에서’ 흐를 것인가. 미국 TV의 기본값이 된 FAST는, 한국 미디어가 콘텐츠 공급자를 넘어 플랫폼 설계자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가리키고 있다.

자료: 닐슨 The Gauge · Media Distributor Gauge(2026.3) · 광고 지원 게이지 · 2026 업프런트 가이드, 삼성전자 뉴스룸(2026.1·2·5), FASTMaster Intelligence, Variety, MotoAmerica, Dhar Mann Studios, MoffettNathanson,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 Statista · 현장: 인디애나주 피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