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이, 굿즈·콘서트 수익은 글로벌 플랫폼이 — JTBC 회생의 구조적 경고

스트리밍은 더 이상 목적지가 아닌 '본업을 키우는 지렛대. '규모(1.0)·흑자(2.0)를 지나 '프랜차이즈·팬덤'으로 옮겨간 글로벌 3.0 시대에, 다운스트림 권리를 쥐지 못한 한국 미디어 산업은 JTBC의 위기를 출발 신호로 읽어야

K-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이, 굿즈·콘서트 수익은 글로벌 플랫폼이 — JTBC 회생의 구조적 경고

규모도 흑자도 끝난 무대 —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는 목적이 아니라 본업을 키우는 지렛대

2026년 6월 현재 스트리밍이 그 자체로 성장 엔진이라는 전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영상 구독·광고 지출이 평탄화된 가운데, 한국에서는 JTBC와 중앙그룹이 누적 적자와 스포츠·콘텐츠 투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는 사태까지 맞았다.

콘텐츠와 채널 경쟁력은 있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서는 다운스트림 수익 구조와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못한 방송·미디어 기업이 어떤 리스크에 노출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다.

이 와중에 규모(1.0)와 수익성(2.0)을 확보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스트리밍을 더 이상 목적지가 아니라, 넷플릭스보다 우위에 선 본업을 가속하는 지렛대로 쓰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영상에 대한 소비자 지출은 크게 늘지 않고 평탄해졌고, 광고 매출 역시 그 감소분을 단기간에 메울 만큼 가파르게 늘지 못하고 있다. 게임·라이선싱·라이브로 외연을 넓혀온 넷플릭스조차 스트리밍 매출 한 축에 의존한 성장의 한계를 체감하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스트리밍 전쟁의 3.0시대가  열렸다”고 진단한다.

스트리밍 1.0 시대의 목표는 가입자 규모였고, 2.0의 과제는 흑자 전환이었다.

이제 3.0 시대에 들어선 방송·미디어 기업의 셈법은 “스트리밍에서 얼마를 더 짜낼 것인가”가 아니라 “스트리밍을 발판 삼아 어떤 고유 사업을 키울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관건은 넷플릭스가 갖지 못한 자산—IP, 테마파크·리조트, 커머스·멤버십, 통신·브로드밴드 등—을 스트리밍과 어떻게 결합해 새로운 수익 엔진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JTBC의 위기는, 이 질문을 미루어 온 한국 미디어 산업 전체에 대한 경고음에 가깝다. 한국 방송사업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규모·흑자를 지난 자리, 과제가 달라졌다


스트리밍 1.0의 목표가 가입자 확대였고, 2.0의 과제가 흑자 전환이었다면, 3막에서 방송·미디어 기업의 셈법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고민의 초점은 “스트리밍에서 얼마나 더 짜낼 것인가”가 아니라, “스트리밍을 발판 삼아 각자의 강점 사업을 얼마나 키워낼 것인가”에 맞춰지고 있다.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넷플릭스가 갖지 못한 자산—테마파크, 리조트, 커머스·멤버십, 브로드밴드, 지역 IP·팬덤—을 어디에, 어떻게 스트리밍과 묶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만들 것인가.


본업은 여전히 스트리밍 바깥에 있다

지난 5년간 스트리밍·직접판매(D2C) 매출 비중은 글로벌 주요 미디어 그룹의 재무제표에서 꾸준히 비중을 늘려 왔다. 그럼에도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진짜 돈’을 스트리밍 바깥에서 번다.

테마파크와 리조트, 라이선싱·머천다이징, 극장·이벤트, 통신·브로드밴드 같은 사업이 여전히 현금 창출의 중심축이고, 이 구도가 단기간에 뒤집힐 조짐도 크지 않다. 스트리밍 3.0 시대의 본업은 ‘플랫폼 안의 화면’이 아니라, 그 화면이 연결해 주는 오프라인·인접 산업 전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 디즈니(Disney): 매출의 대부분이 테마파크·체험(38%)과 스포츠(18%)에서 나온다.
  • 컴캐스트(Comcast)/NBC유니버설(NBCUniversal): 매출의 63%가 인터넷·연결성(통신) 사업에서 나온다.
  • 애플(Apple)과 아마존(Amazon): 스트리밍을 각각 하드웨어 기기(휴대전화)와 프라임(Prime) 구독을 더 파는 통로로 본다.
  • 파라마운트(Paramount)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WBD): 여전히 TV·영화 의존도가 높다. 양사 합병은 TV 의존을 낮추고 스트리밍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이지만, 넷플릭스와의 정면 경쟁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다섯 기업 모두에서 늘었다. 넷플릭스만은 이 기간 내내 100%에 가까운 비중을 유지했다. 출발선부터 사업 구조가 달랐던 셈이다.

글로벌 1위 OTT인 넷플릭스처럼 플랫폼·IP·공간·라이선스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지 못한 전통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 속에서 구조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JTBC가 누적 적자와 대형 스포츠 중계권 및 콘텐츠 투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 회생을 신청하게 된 배경에도, 급격히 위축된 TV 광고 시장과 제한적인 수익 다각화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중앙그룹의 핵심 포트폴리오가 방송·콘텐츠·극장 등 콘텐츠 밸류체인에 과도하게 쏠려 있었던 점 역시, 이번 위기를 증폭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전통 미디어의 무기 — TV 광고를 스트리밍으로 정교화하다

전통 미디어에는 넷플릭스가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카드가 있다. 여전히 마케터에게 유효한 TV 광고를, 스트리밍을 통해 더 정밀하게 다듬는 일이다.

최근 파라마운트(Paramount)는 특정 에피소드의 특정 위치에 광고를 고정 배치하는 '스트리밍 고정 유닛(SFU)'을 선보였다. 제이 애스키나시(Jay Askinasi)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 최고매출책임자(CRO)는 보도자료에서 “일요일 밤 본방송 광고를 파라마운트+의 고정 유닛과 묶으면 시청자를 빠짐없이 만나는 일관된 경험을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파라마운트의 플루토(Pluto), 폭스(Fox)의 투비(Tubi) 등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마이클 울프(Michael Wolf) 액티베이트(Activate) 최고경영자(CEO)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 주요 미디어·테크·스트리밍 기업이 하나같이 'AI 기반 광고 운영체제(operating system)'가 되기 위해 달리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충성의 대상이 바뀌었다 —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니라 콘텐츠

값싼 번들(bundle)과 광고형 옵션이 늘면서 소비자는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쓰기가 쉬워졌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충성의 대상은 특정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 쪽으로 이동했다.

리안 나도(Liane Nadeau) 디지타스(Digitas) 최고미디어·투자책임자는 브랜드는 팬덤을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붙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팬덤은 사람들을 흥미와 몰입, 공동체 소속감으로 끌어들이는 모든 것이다. 소비자는 '오늘은 스트리밍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앉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을 볼 뿐이라는 설명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제 프랜차이즈 인큐베이터

그래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대기업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거실 밖에서 수익을 내는 프랜차이즈의 허브이자 인큐베이터로 바꾸고 있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을 넘어 굿즈, 라이선싱, 라이브 체험이 무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를 넘어 팬덤으로 구독을 유지하는 전략인 셈이다. 스트리밍을 통해 여행, 음식 등 투어리즘이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디즈니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은 그로구(Grogu, 베이비 요다)라는 캐릭터를 띄워 인형·가방·의류 같은 굿즈와 테마파크 입장권 판매로 이어졌다.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차트 1위 곡과 헌트릭스(HUNTR/X) 굿즈 수요로 번졌고, 글로벌 콘서트 투어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 WBD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는 호텔 관광 수요와 명품 협업, 소셜미디어 밈을 함께 만들어냈다. 이른바 스트리밍 투어리즘이다.

지표도 이동한다 — 가입자 수에서 참여로

스트리밍과 콘텐츠 산업의 성공과 핵심성과지표(KPI)도 옮겨가고 있다.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더 이상 가입자 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한 컴캐스트의 피콕(Peacock)은 스스로를 팬이 콘텐츠에 더 깊이 참여하도록 돕는 참여형 엔터테인먼트 플랫폼(participatory entertainment platform)”으로 규정한다. 몇 명이 보느냐에서, 얼마나 깊이 빠져드느냐로 평가 축이 바뀌고 있다.

매트 스트라우스(Matt Strauss) NBCUniversal Media Group 회장은 투자자 미팅에서 “우리는 피콕을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니라, 팬들이 우리의 콘텐츠를 보고·머물고·참여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the best place for fans to engage and consume with our content)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 기회와 JTBC를 통해 본 구조적 위험

스트리밍 3.0 시대 개막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의 고민은 팬덤을 만드는 곳과, 팬덤으로 인한 수혜를 얻는 곳이 다르다는 데 있다. 팬덤은 한국이 만들고, 그 팬덤이 거실 밖에서 만들어내는 수익은 권리를 쥔 글로벌 플랫폼이 가져간다. 팬덤이 플랫폼의 핵심 자산이 되는 3.0 시대에는, 이 구도를 풀어내지 못하면 한국 제작 생태계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회 요인은 분명하다. 3.0 시대가 요구하는 자산은 “멀리까지 뻗어 나가는 IP”다. 음악·굿즈·라이브·관광으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 설계는 이미 K‑팝이 오랫동안 다듬어온 문법이고, ‘K‑팝 데몬 헌터스’는 그 문법이 글로벌 플랫폼의 성장 모델로 흡수됐음을 보여준다.

플랫폼의 무게 중심이 가입자 숫자에서 프랜차이즈·팬덤 가치로 옮겨갈수록, 세계관·캐릭터·음악을 함께 보유한 한국 기획사·제작사의 협상력과 IP 단가는 구조적으로 올라간다. 인바운드 관광과 MD, 공연·페스티벌로 이어지는 부가 수익 고리도 K‑콘텐츠에 유리하게 열려 있다. 특히, 스트리밍 투어리즘은 미래 팬덤의 핵심이다.

하지만 위험은 더 본질적이다. 스트리밍 3막의 정의 자체가 “플랫폼이 스트리밍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 강점 사업을 키운다”는 것인데, 한국 제작 생태계의 다수는 여전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국내 OTT에 대한 라이선싱·하청(work‑for‑hire) 구조에 묶여 있다.

콘텐츠를 만들어 팬덤을 일으키는 쪽은 한국인데, 그 팬덤이 만들어내는 굿즈·라이선싱·라이브·시청 데이터 수익은 권리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흘러간다. ‘데몬 헌터스’의 콘서트 투어와 MD 상방이 누구 몫인지 들여다보면 이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여기에 소비자 지출 정체가 겹친다. 플랫폼이 마진을 방어하는 국면에서 편당 제작비와 라이선스 단가는 압박을 받고, 협상력은 플랫폼 쪽으로 더 쏠린다. KPI가 가입자 수에서 참여·몰입·체류 시간으로 옮겨가면, 한국 콘텐츠의 발주·갱신 기준도 그 지표에 종속된다.

광고 측면에서도 글로벌 사업자가 AI 기반 추천·타기팅을 앞세운 ‘광고 운영체제’를 장악하는 동안, 국내 FAST·방송 광고 인프라가 애드테크 경쟁에서 뒤쳐지면 브랜드 예산이 플랫폼 바깥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커진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지형도 같은 압력 아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더 큰 사업의 지렛대”라는 3.0  시대 논리는 커머스와 ‘와우 멤버십’을 등에 업은 쿠팡플레이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인접 사업에서 캐시카우를 가진 플레이어는 콘텐츠를 성장 엔진으로 쓰지만, 본업이 적자인 순수 스트리밍 서비스는 티빙·웨이브 통합 이후에도 같은 논리 앞에서 설 자리가 좁아진다. JTBC 사례가 보여주듯, 광고 둔화와 스포츠·콘텐츠 과투자로 재무가 흔들릴 때, 다운스트림 수익을 플랫폼이 아닌 제작자가 쥐지 못하면 위기는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번진다.

결론은 전략·정책 모두 “다운스트림 권리를 한국이 쥐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MD·라이브·라이선싱 권리를 제작사가 플랫폼과 함께 보유하도록 계약·제도를 설계하고, 팬덤 수익화 인프라(공연장·몰입형 전시·팬덤 커머스·데이터 플랫폼 등)를 국내에 두어 가치 유출을 막는 일이 핵심 과제가 된다.

배급 측면에서는 FAST나 ATSC 3.0 등 넷플릭스를 우회할 수 있는 직접 송출 채널의 구축이 시급하다. 대안적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를 자체 유통하면, 글로벌 플랫폼 의존 없이 광고·배급 수익을 가져오는 우회로가 된다.

스트리밍 3.0시대에서 살아남는 쪽은 “콘텐츠를 잘 만드는 집단”이 아니라, 그 콘텐츠가 만든 팬덤을 끝까지 직접 수익화할 수 있는 권리·인프라를 국내에 축적한 집단이다. 지금 JTBC의 위기를 단순한 개별 회사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 전환을 서두르라는 신호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료: Axios, 'Streaming wars enter a new era'(Kerry Flynn·Sara Fischer).

분석·정리 및 한국 관점 시사점은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