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노트 조사, 시청 콘텐츠 탐색 시간 11분→14분…18~34세는 16분으로 최장, '휴식·현실 도피'가 시청 동기 1·2위
스트리밍 산업이 10년 넘게 붙들고 있던 '콘텐츠 발견(Content Discovery)'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시청자가 볼 콘텐츠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4년 전보다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구조적 원인은 분리된 플랫폼마다 쌓인 방대한 라이브러리와 이를 연결하지 못하는 검색·추천 기술의 한계다. 스트리밍 보급이 확대되고 2022년 이후 신규 콘텐츠 공급이 크게 줄었는데도 탐색 과정은 더 복잡해졌다. 업계가 AI 기반 '감정·맥락' 검색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그레이스노트(Gracenote)의 '2025 스트리밍 소비자 조사(State of Play)'에 따르면 글로벌 스트리밍 이용자는 볼 콘텐츠를 찾는 데 평균 14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유사 조사에서 확인된 11분보다 3분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는 18~34세가 16분으로 가장 길었고, 35~54세 14분, 55세 이상 12분 순이었다.
젊은 층일수록 탐색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셈이다. 조사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브라질·멕시코 6개국 스트리밍 TV 이용자 3,000명(국가별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령별 글로벌 콘텐츠 탐색 시간(분). 출처: 그레이스노트 2025 스트리밍 소비자 조사, 루미네이트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급속한 발전은 새로운 발견 방식과 소비자 참여의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술의 실제 효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레이스노트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외부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는(ungrounded) LLM에 인기 영화·TV쇼 2,600편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결과, 506편(약 5분의 1)의 줄거리·출연진·장르 등 메타데이터 전체를 환각(hallucination)으로 생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AI를 플랫폼 검색 도구에 통합하는 작업 자체가 상당한 과제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주요 사업자들은 관련 도구 개발에 착수했다. 스트리밍 콘텐츠 관리·유통 솔루션 기업 씨네버스 테크놀로지 그룹(Cineverse Technology Group)은 작품의 장면별 '감정 구성(emotional composition)', 즉 영화나 쇼 전반의 톤과 무드를 식별하는 검색 도구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토니 후이도어(Tony Huidor) 씨네버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최근 스트림TV쇼(StreamTV Show) 패널에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영화를 보려 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지금 어떤 기분이야?'라는 것이 우리의 가설이었다"며 "지난 3년간 감정에 특화된 데이터셋을 구축했고, AI가 생성한 맥락 데이터에서 감정적 이해를 추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정이 시청 선택을 좌우한다는 점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루미네이트 '엔터테인먼트 365' 조사(2025년 12월, 영화·TV 시청자 1,494명)에서 콘텐츠 선택 이유 1위는 '휴식과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된다'(66%)였고, '지금 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도피'(48%), '가족·친구와의 연결'(40%), '기분 전환·정신적 위안'(38%), '다른 일을 하며 배경으로 틀어두기 위해'(35%)가 뒤를 이었다.

영화·TV 시청 동기 상위 5개. 출처: 루미네이트 엔터테인먼트 365(2025년 12월)
무드를 넘어 '맥락(context)'까지 겨냥한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다. 샤론 크리처(Sharon Kritzer) 투비(Tubi) 제품·발견·AI 담당 부사장은 같은 패널에서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는 우리가 집중하는 영역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그 맥락까지 이해하는 것"이라며 "나는 아이들이 잠든 뒤 TV 앞에서 일을 하는데, 투비는 그것을 알고 있고 내가 저녁 업무를 마무리하며 배경으로 틀어두는 콘텐츠가 무엇인지도 안다"고 설명했다.
크리처 부사장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암묵적·명시적 신호, 예컨대 어떤 콘텐츠에 더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예고편을 더 길게 봤는지, 거기서 어떤 메타데이터와 무드를 추출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면 이용자를 위한 집합적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플랫폼, 특히 신생 플랫폼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콘텐츠 솔루션 소프트웨어 기업 미디어제닉스(Mediagenix)의 에릭 카슨(Eric Carson) 미주 총괄은 "리모컨이나 키보드를 세 번 클릭하는 동안 관련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시청자는 떠난다"고 지적했다.
SVOD 간 경쟁과 무료 스트리밍, 그리고 소셜 비디오라는 무한한 대체재 속에서 콘텐츠 발견 문제를 풀지 못하는 플랫폼은 이용자 참여(engagement)의 유출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