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IMDA–SBS, 글로벌 공동제작·AI 미디어 MOU 체결

싱가포르 IMDA와 SBS가 21일 서울에서 글로벌 공동제작·AI 미디어 솔루션 공동개발 MOU 체결. 한류 30년 만에 K콘텐츠 전략이 '완성품 수출'에서 '제작 거점 해외화'로 이동하는 구조 전환 신호탄을 쏘아 올려.

싱가포르 IMDA–SBS, 글로벌 공동제작·AI 미디어 MOU 체결

싱가포르 IMDA–SBS, 글로벌 공동제작·AI 미디어 MOU 체결

‘K콘텐츠 수출’서 ‘제작 거점 해외화’로 축 이동… 오는 12월 싱가포르 ATF서 세부 사업 확정)

싱가포르 인포콤미디어개발청(IMDA)과 한국 지상파 SBS가 지난 21일 서울에서 글로벌 공동제작과 AI 미디어 솔루션 공동 개발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K콘텐츠 글로벌 전략의 축이 ‘완성품 수출’에서 ‘제작 파이프라인의 해외 거점화’로 본격 이동하고 있다. 넷플릭스·디즈니+·비우(VIU) 등 글로벌 OTT 유통 경로가 이미 정형화된 반면, 제작비 상승·광고시장 위축·AI 현지화 경쟁이라는 삼중 압력이 동시에 가중되면서, 한국 지상파가 정부 펀딩·ASEAN 배급망·영어권 접점을 동시에 갖춘 싱가포르형 공동제작 모델을 새로운 성장 레버로 선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번 협약은 단일 배급 계약이 아닌 기획 단계부터 양국 자원을 결합하는 ‘제작 플랫폼 연동’ 모델이라는 점에서, 한한류 30년 역사에서 유통 중심 수출 구조가 공동제작 기반 구조로 전환되는 상징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사진 왼쪽부터 방문신(Bang Moon-shin) SBS 대표이사 사장, 싱가포르 탄 키앗 하우(Tan Kiat How) 디지털개발정보부 선임장관,이본느 탕(Yvonne Tang) IMDA 부청장

한국 콘텐츠 인더스트리트 학습방문 계기로 체결

양 기관은 4월 21일(현지 시간) 서울에서 열린 서명식에서 MOU에 공식 서명했다.

서명 주체는 한국 측 방문신(Bang Moon-shin) SBS 대표이사 사장, 싱가포르 측 이본느 탕(Yvonne Tang) IMDA 미디어산업그룹 부청장이다. 싱가포르 탄 키앗 하우(Tan Kiat How) 디지털개발정보부 선임장관이 입회했다. 이번 서명식은 IMDA가 한국 미디어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산업 학습방문(Industry Learning Trip)’ 일정 중에 성사됐으며, 정부 차원의 전략적 협력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했다.

Mr. Samseog Ko, Distinguished Professor at Dongguk University, is delivering a special lecture to a Singaporean industry delegation.

협력 범위 | 장편 드라마부터 숏드라마·논픽션까지 밸류체인 전 구간

MOU에 따르면 양측은 장편 드라마, 예능·버라이어티, 숏드라마(마이크로드라마), 논픽션 등 다양한 포맷에서 양국 미디어 기업·크리에이터 간 공동제작을 추진한다. 협력 범위는 기획·개발, 제작, 포스트프로덕션, 국경 간 배급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밸류체인 전 구간을 포괄한다.

SBS는 ‘런닝맨(Running Man)’, ‘별에서 온 그대(My Love from the Star)’, ‘사내맞선(Business Proposal)’ 등 검증된 글로벌 IP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디즈니+·비우 등 글로벌 OTT를 통해 190여 개국·3억 명 시청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Made-with-Singapore’ 프로그램과 자금·세제 패키지를 축으로 아시아 내러티브와 글로벌 시청자를 잇는 공동제작 허브를 표방해 왔다. 이번 협약은 양측 자산을 프로젝트 개시 단계에서 결합하는 실행 프레임이다.

AI 공동개발 | 다국어 현지화·자동 포스트·AI 창작툴 3축

기술 협력의 핵심은 AI 기반 미디어 솔루션이다. 양측은 ▲다국어 더빙·자막 등 콘텐츠 현지화 ▲자동화 포스트프로덕션 워크플로우 ▲AI 기반 콘텐츠 기획·제작 도구 3개 영역에서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 공동 파일럿 프로젝트와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검증·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방문신 SBS 사장은 검증된 SBS의 제작 역량과 AI 기반 다국어 서비스를 결합해 ASEAN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리치와 경쟁력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본느 탕 IMDA 부청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과 싱가포르의 국제 공동제작·혁신 허브 기능이 결합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구조적 배경 | 왜 지금 ‘IMDA–SBS’인가

업계는 이번 MOU를 일회성 협력이 아닌 K콘텐츠 구조 전환의 신호로 해석한다.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적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첫째, 한국 지상파의 광고 기반 수익 모델이 한계 국면에 들어섰다. 내수 광고시장 위축과 제작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이중 수익화(Dual Monetization) 구축이 생존 과제로 부상했다. 공동제작은 초기 제작비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해외 배급 수익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둘째, 싱가포르 IMDA는 공동제작 자금·세제 패키지와 ‘Made-with-Singapore’ 브랜드 프레임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제도화된 공동제작 허브로 포지셔닝됐다. ASEAN 6억 인구 시장과 영어권 프리미엄 콘텐츠 시장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진입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 지상파 입장에서 결정적이다.

셋째, AI 더빙·자막 품질이 프리미엄 콘텐츠 수준에 근접하면서 현지화 비용 자체는 더 이상 차별화 변수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지화 ‘워크플로우’—즉 AI 모델, 번역 검수, 포스트 파이프라인의 통합—가 글로벌 경쟁력의 결정 변수로 이동했다. SBS가 단독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영역을 IMDA의 AI 미디어 R&D 자원과 공동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은 이번 협력의 가장 실질적인 밸류다.

종합하면 한국 지상파에는 미국(ATSC 3.0·FAST 기반 무료방송)과 아시아(OTT·공동제작)를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글로벌화 전략이 요구되며, 이번 IMDA–SBS 협력은 그중 ‘아시아 축’의 제도화에 해당한다.

다음 단계 | 12월 싱가포르 ATF에서 세부 사업 확정

양 기관은 구체적 협력 과제를 오는 2026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싱가포르미디어페스티벌(SMF)의 핵심 행사인 아시아TV포럼마켓(ATF)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ATF는 IMDA가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TV·비디오 콘텐츠 마켓 중 하나로, 이번 MOU의 실행 로드맵이 공개될 유력 플랫폼이다.

전망 | KBS·MBC 파생 협력, ASEAN 포맷 리메이크 주목

K콘텐츠 업계는 이번 협약이 KBS, MBC 등 여타 지상파와 IMDA 간 유사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주시한다. 한국 측은 미국·동남아 투트랙 글로벌화 속도를 가속할 수 있고, 싱가포르는 아시아 내러티브 수출 허브 지위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 다만 실제 공동제작 건수·투자 규모·AI 파일럿 결과물이 가시화되기까지는 12월 ATF 이후 최소 1~2개 분기의 후속 협상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SBS가 보유한 예능 포맷 IP가 ASEAN 지역에서 현지 리메이크 형태로 재가공되는 모델이 초기 파일럿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숏드라마(마이크로드라마) 공동제작은 창작자·플랫폼 양면에서 진입 장벽이 낮아 이번 협약의 첫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