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스크린은 좁다, 그들의 목적은 '테마파크'가 된다"...물론 엔터테크다
2026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스트리밍 화면을 넘어 디지털 IP를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들어간다. 넷플릭스(Netflix), 디즈니(Disney),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유니버설(Universal), 아이치이(iQIYI) 등 주요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대표 IP를 앞세운 오프라인 체험 공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고, 조지 루카스의 10억 달러 규모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뮤지엄과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는 이 흐름의 상징적인 정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최대 혁신 플랫폼 CES도 마찬가지다. CES 2026, 콘텐츠 기업의 현장을 관통하는 역설적인 화두는 '탈(脫) 스크린(Post-Screen)'이다.
지난 10년간 미디어 산업을 지배했던 '스트리밍 구독 전쟁'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아이치이(iQIYI) 등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은 더 이상 좁은 모니터 화면 안에서 싸우지 않는다. 그들은 화면을 찢고 나와, 소비자가 먹고, 마시고, 걷는 '물리적 공간(Physical Space)'으로 전장을 옮겼다.

"보는(Watching) 콘텐츠에서 사는(Living) 콘텐츠로."
이번 CES는 이 거대한 디지털 IP의 대이동(Great Migration)을 현실로 구현해 줄 AI(인공지능)와 몰입형 기술(Immersive Tech)의 쇼케이스장이 되었다. 본지는 AI가 설계하고 테크가 완성하는 '2026 오프라인 경험 혁명'의 4대 격전지를 심층 취재했다.

PART 2. [Space Revolution] 기술로 빚어낸 '거대한 세계관' (Mega-Experience)
요즘 콘텐츠 기업의 리더십이 향하는 곳은 온라인 트래픽을 '오프라인 체류 시간'과 '현장 매출'로 치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CES 2026의 최첨단 하드웨어 기술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스튜디오와 콘텐츠 플랫폼은 콘텐츠로 쌓은 세계관과 팬덤을 ‘오프라인 체류 시간’과 ‘현장 매출’로 전환하는 장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루카스 뮤지엄은 이 흐름 속에서, 대규모 개인 컬렉션과 영화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한 공공 박물관 포맷의 IP 체험공간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이 프로젝트가 진지한 문화기관으로 인정받을지, 아니면 ‘스타 감독의 거대한 개인 전시관’으로 평가받을지는, 앞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도시 속에 어떤 오프라인 IP 공간을 설계할지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루카스 내러티브 아트 뮤지엄: 기술로 복원된 신화
"스타워즈, 박물관이 되어 영생을 얻다"
2026년 9월 22일, LA 엑스포지션 파크에 조지 루카스의 꿈이 실현된다. 마 옌송(MAD Architects)이 설계한 유선형의 건축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크 조형물'이다.
- 공간 혁명: 11에이커 부지에 들어선 이 뮤지엄은 노먼 록웰의 회화와 '스타워즈'의 소품을 나란히 전시한다. 상업 IP를 '순수 예술'의 경지로 격상시키는 시도다.
🪄 유니버설 에픽 유니버스: 자본과 기계공학의 정점
"마법 세계로의 물리적 이동"
2025년 5월 개장한 유니버설의 '에픽 유니버스'는 헤비 에셋(Heavy Asset) 전략의 끝판왕이다.
- 해리포터 마법부: 핵심 어트랙션인 '마법부 전투'에는 전방향 이동이 가능한 혁신적 라이드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는 CES 모빌리티 관에서 볼 수 있는 정밀 제어 모터 기술과 햅틱(진동) 기술이 엔터테인먼트에 적용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한 몰입감을 주는지 증명한다.
🧠 CES 2026의 솔루션: 디스플레이·XR 기술
CES 2026에서는 루카스 뮤지엄 같은 공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XR 기술이 대거 공개된다. 초고해상도 LED와 마이크로LED 월은 LG의 ‘Magnit Active Micro LED’, 하이센스의 163인치 RGBY 마이크로LED처럼 건축 스케일의 벽면을 하나의 화면으로 바꾸는 솔루션으로 제시되고, Swave Photonics의 HXR(Onyx)와 같은 나노 픽셀 피치 홀로그래픽 SLM은 CES 2026 XR & Spatial Computing 부문 혁신상(Honoree)으로 선정되며, 진짜 3D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차세대 칩셋으로 주목받는다.
여기에 XR·스마트 글래스·공간 컴퓨팅을 결합한 Galaxy XR, Mojie 등 CES 2026 XR 수상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전시장 전체를 AR 레이어로 다시 그리는 ‘공간 재구성 디스플레이’ 시나리오가 구체적인 제품 로드맵으로 제시된다. 이런 기술들이 루카스 뮤지엄 같은 아카이브 공간에 들어갈 경우, 1970년대 ‘스타워즈’ 소품과 콘셉트 아트는 3D 스캔과 홀로그래픽 복원을 통해 실물과 디지털 더블이 겹쳐지는 형태로 전시되고, 관람객은 미디어 월과 AR 오버레이가 결합된 공간에서 “아카이브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PART 3. [AI & Agile] AI, 테마파크의 '두뇌'가 되다 (Light Asset)
미국이 거대한 자본(인프라)으로 승부한다면, 아시아와 테크 기업들은 AI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라이트 에셋(Light Asset)' 전략으로 승부한다. CES 2026의 핵심인 'AI의 실용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분야다.
🇨🇳 iQIYI LAND: 기계 대신 AI를 심다
"관객이 주인공이 되는 AI 몰입형 극장"
2026년 2월 양저우에 개장하는 아이치이 랜드(iQIYI LAND)는 기존 테마파크의 문법을 파괴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거대 기계 장치 대신 VR, 생성 AI, 자체 게임 엔진을 공간에 채웠다.

- AI NPC의 도입: 방문객은 드라마 세트장에서 AI NPC(비플레이어 캐릭터)와 대화하며 미션을 수행한다. 정해진 대사만 반복하는 로봇이 아니라, 생성형 AI가 관객의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사를 만들고 스토리를 분기시킨다.
- 애자일(Agile) 운영: 거대한 시설 공사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테마를 바꿀 수 있다. 이는 트렌드 변화가 빠른 콘텐츠 시장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 CES 2026의 솔루션: 엔비디아 & 유니티
이런 유형의 ‘AI 테마파크’를 현실로 만들 백엔드 스택은 CES 2026 전시장 한가운데에서 이미 제안되고 있다.
- NVIDIA ACE(Avatar Cloud Engine)는 생성 AI, 음성 인식·합성, 얼굴 애니메이션, 감정 표현을 통합한 디지털 휴먼/AI NPC용 클라우드 엔진으로,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캐릭터를 게임, XR, 테마파크 공간에 탑재하는 솔루션으로 시연된다. iQIYI LAND의 AI NPC처럼, 현장 곳곳에서 관람객과 이야기하고 퀘스트를 안내하는 캐릭터의 기반 기술이 되는 셈이다.
- Unity, Unreal 기반 실시간 3D 엔진과 NVIDIA Omniverse/XR 협업 솔루션은, 하나의 가상 세트를 만들어 두고 이를 VR·AR·LED 월·모바일까지 동시에 배포하는 파이프라인을 제공하면서, IP 업데이트 주기에 맞춰 테마파크 스토리·환경을 신속하게 갈아끼우는 라이트 에셋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CES 2026에서 제시되는 AI·실시간 3D·디지털 휴먼 스택은, “철과 콘크리트로 짓는 테마파크”에서 “코드와 모델로 진화하는 테마파크”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두뇌 역할을 맡게 된다.
PART 4. [Hybrid Buz] 리테일과 엔터의 결합: "쇼핑몰이 IP 놀이터로"
유휴 공간(쇼핑몰)을 IP 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공간 업사이클링'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떠올랐다.

🛍️ 넷플릭스 하우스: WBD 인수로 '공룡'이 되다
"오징어 게임을 플레이하고, 해리포터 굿즈를 산다"
2025년 필라델피아와 댈러스에 문을 연 '넷플릭스 하우스'는 2027년 라스베이거스 확장을 앞두고 있다. 특히 2025년 12월 합의된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자산 인수(약 820억 달러)는 이 전략에 핵폭탄급 파괴력을 더했다.
- 전략의 진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에 워너의 '해리포터', 'DC', '왕좌의 게임'이 결합된다. 이는 단순한 팝업 스토어가 아니다. "무료 입장(Traffic) + 유료 체험(Experience) + F&B/굿즈(Revenue)"가 결합된, 디즈니랜드의 도심형 버전이다.
- 이 흐름은 CES 2026에서 확인되는 디스플레이·공간 연출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투명 마이크로 LED 상용화 로드맵을 공개하며, 쇼핑몰·로비·파티션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매립해 “공간 자체를 스크린으로 만드는” B2B 시나리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투명 마이크로 LED는 이미 KT 신사옥 로비, 인도 리라이언스 그룹 쇼핑몰 등에 시범 설치되었고, 삼성은 이를 창·유리벽·동선 구조와 결합한 실공간 사례로 전시할 예정이다.
🔮 스피어(Sphere): IP + 공연 + 브랜드의 용광로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 스피어는 이런 흐름을 벤치마킹할 곳이다.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16K 내부 디스플레이와 수천 개의 지향성 스피커, 4D 효과(바람, 향기)가 결합된 거대한 엔터인먼트 테크 플랫폼이다. U2 콘서트부터 기업 브랜드 쇼케이스까지, 모든 IP를 가장 압도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공간 미디어'의 미래다.
PART 5. [Strategy] 한국 콘텐츠 산업을 위한 제언
글로벌 기업들의 '공간 전쟁'은 K-콘텐츠 기업들에게 명확한 시사점을 준다.
- '라이트 에셋(Light Asset)' 전략의 도입: iQIYI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수천억 원이 드는 하드웨어 투자 대신, 기존 공간에 AI 스토리텔링과 XR 기술을 입히는 방식이다. 이는 K-팝, K-드라마처럼 주기가 빠른 콘텐츠를 유연하게 오프라인에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이다.
- 하이브리드 수익화 모델 설계: 단순 입장료 수입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넷플릭스 하우스처럼 F&B(식음료)와 리테일(굿즈)이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을 구축해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
- IP 라이선스의 다각화: 해리포터가 유니버설(테마파크), 레고(완구), 스튜디오 투어(전시)로 쪼개져 확장되듯, K-IP도 단일 플랫폼 독점을 넘어 다양한 오프라인 파트너와 손잡아야 한다.
- 인바운드 관광의 앵커: 서울관광재단의 KCON LA 성과(서울굿즈 완판)가 보여주듯, 오프라인 IP 공간은 글로벌 팬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핵심 관광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Editor's Note] '살아있는 테마파크'의 주인공은 콘텐츠
CES 2026이 보여주는 미래는 명확하다. 엔터테인먼트는 더 이상 사각 프레임(Screen) 안에 갇혀 있지 않다.
루카스 뮤지엄의 예술성, 넷플릭스 하우스의 상업성, iQIYI 랜드의 기술성이 도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AI는 이 공간들에 '지능'을 불어넣었고, 팬덤은 그 안에서 먹고, 놀고, 소비한다.
"디지털 IP를 물리적 공간으로 이동시키고, 그곳에서 AI로 어떤 마법 같은 경험을 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기업만이 2026년 엔터테크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이다. 한국의 콘텐츠 역시 이 흐름 속에서 글로벌 팬덤을 물리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결국 2026년 오프라인 체험 경쟁의 핵심 질문은 IP를 어떻게 물리적 공간으로 번역할 것인가? 그리고 그 결과물이 팬들에게 일회성 소비가 아닌 지속적인 관계와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인다.
루카스 뮤지엄, Netflix House, iQIYI LAND, Universal Epic Universe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 있으며, 그 성패는 향후 콘텐츠 산업의 오프라인 전략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K-콘텐츠 역시 이 흐름 속에서 글로벌 팬덤을 물리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