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UFC 프리덤 250' 당일 백악관 기자단 경내 출입 차단…중계권 쥔 파라마운트, 촬영 구역까지 통제
미국 백악관이 주최하는 행사의 언론 비표를 백악관이 아닌 민간 기업이 발급하고, 백악관 출입 기자단이 행사 당일 경내에서 배제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악시오스(Axios)와 워싱턴포스트(WP)가 6월 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6월 1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리는 'UFC 프리덤 250' 당일 행사 취재용 언론 인증은 UFC가 전담하고, UFC 비표가 없는 매체는 백악관 브리핑룸과 기자 작업 공간에 들어갈 수 없다.
스포츠 라이브 콘텐츠가 스트리밍 플랫폼의 핵심 자산이 되면서 중계권을 쥔 사업자가 이벤트 운영 전반을 통제하는 방식은 이미 산업의 표준이 됐는데, 그 통제 범위가 이번에는 대통령 관저의 취재 접근권까지 확장된 것이다. CBS의 모회사 파라마운트는 UFC 경기를 파라마운트+에서 유료 시청자에게 독점 중계할 권리를 갖고 있다.

트럼프 생일·건국 250주년 무대가 된 사우스론
이번 대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을 기념하는 동시에, 미국 독립선언 서명 250주년 기념 행사들의 개막을 알리는 이벤트로 기획됐다. UFC는 사우스론에 대형 케이지(옥타곤) 경기장을 세우고 있으며, 5월 말부터 크레인이 동원된 구조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UFC를 이끄는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대표적인 지지자다. 대통령의 사적 기념일과 국가 기념행사, 그리고 민간 스포츠 기업의 상업 이벤트가 백악관이라는 한 무대 위에서 결합된 셈이다.
기자실 폐쇄, 비표는 UFC 손에
백악관기자협회(WHCA) 회장인 웨이자 장(Weijia Jiang) CBS 기자는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행사 당일 백악관 풀(pool) 기자단을 제외한 기자들은 UFC가 비표를 발급하지 않는 한 백악관 경내에 들어갈 수 없다고 알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해당 이메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악시오스도 WHCA의 다른 회원이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6월 14일에는 백악관 경내 정기 출입이 허용되지 않으며 행사 취재용 언론 비표는 백악관이 아닌 UFC가 모두 처리한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통상 대규모 행사의 언론 인증을 직접 관리해 왔다. 이를 상업적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날 백악관 경내에 전면 접근할 수 있는 언론은 백악관 풀 기자단과 UFC 비표를 받은 매체뿐이라고 두 명의 소식통이 악시오스에 확인했다. 그 외 매체는 노스론과 TV 스탠드업 구역인 '페블비치', 브리핑룸, 기자 작업 공간에 들어갈 수 없다.
대신 백악관 인근 일립스(Ellipse)에 미디어 존이, JW 메리어트 호텔에 비표 소지 기자용 프레스 파일 공간이 마련된다. 장 회장은 “UFC 비표를 받지 못했다면 라이브 중계는 인근의 다른 공공장소를 활용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백악관 기자실 부스는 평소 주말에도 당직 기자와 프로듀서들이 상주하는 사무 공간이어서, 하루 동안의 전면 폐쇄가 현장 취재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장 회장은 이메일에서 “WHCA가 계속 이의를 제기해 왔지만, 경내 곳곳에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통제 지점이 설치되고 노스론이 선수 대기 구역과 UFC 촬영 구역으로 쓰일 예정이며, 백악관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풀 기자단 21명→35명…논란 커지자 확대 발표
워싱턴포스트는 기사 게재 전 백악관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고, 기사가 나간 뒤에야 올리비아 웨일스 백악관 대변인이 X(옛 트위터)를 통해 풀 기자단 확대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웨일스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보낸 성명에서 “백악관은 풀 기자단을 기존 21명에서 35명으로 늘려 비표를 발급했으며, 이들이 UFC 프리덤 250이 진행되는 동안 사우스론에서 전체 취재를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UFC는 두 매체의 논평 요청에 모두 응하지 않았고, 파라마운트도 답하지 않았다. WHCA는 워싱턴포스트의 논평 요청을 거절했다.
카메라 반입 놓고 줄다리기…“파라마운트 독점권” 명분
당초 공지에는 “파라마운트의 UFC 독점권”을 이유로 풀 기자단의 카메라 반입조차 불허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백악관이 UFC 측을 설득해 풀 카메라 접근은 허용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두 명의 소식통이 악시오스에 확인했다. 이번 일요일 풀 중계 담당 방송사는 폭스뉴스다. 중계권사의 독점 계약 조항이 백악관 풀 취재의 카메라 운용까지 협상 대상으로 만든 셈이다.
UFC가 고른 약 20개 매체
풀에 배정되지 않은 기자 약 20명에 대한 비표는 UFC가 직접 발급한다. 비표 발급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승인 매체에 롤링스톤 같은 전국지 매거진과 할리우드·스포츠 전문지가 포함됐다고 악시오스에 전했다.
장 회장도 UFC가 경기 중 사우스론 접근을 “매우 제한된 수”의 기자에게만 허용한다고 안내했다. 정치·일반 뉴스 매체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스포츠 매체 중심으로 현장 취재진이 꾸려지는 구도다. WHCA는 협상을 통해 비표 4장을 추가 확보했다.
한국에서도 닮은꼴 논란…BTS 광화문 공연 '10분 촬영 제한'
독점 중계 플랫폼이 공적 공간의 취재를 제한하려다 반발에 부딪힌 사례는 한국에서도 있었다.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 'ARIRANG'은 넷플릭스가 전 세계에 독점 생중계한 행사였는데, 주최 측의 촬영 가이드라인은 방송사 영상 취재를 공연 시작 후 10분으로 제한하고 공공구역 삼각대 사용까지 금지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독점 중계권을 가진 넷플릭스와 주최 측의 가이드라인이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다”며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의 공공성을 존중하고 언론이 기록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성명을 냈고, 언론 현업단체와 미디어 비평지의 비판이 이어진 끝에 10분 제한 방침은 공연 당일 철회됐다. 공권력이 동원되는 공적 공간에서 독점 중계 계약이 취재의 범위를 규정하려 했다는 점에서, 백악관 UFC 사례와 구도가 겹친다. 다만 한국에서는 언론 단체의 압박으로 제한이 철회된 반면, 백악관은 풀 확대 외에 경내 출입 차단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관전 포인트
스포츠 리그가 자체 이벤트의 언론 비표를 직접 관리하는 것은 업계 관행에 가깝다. 문제는 그 무대가 백악관이고, 비표에서 배제되는 쪽이 대통령을 일상적으로 취재해 온 출입 기자단이라는 점이다. 중계권·독점권·이벤트 운영권이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스포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작동 방식이 공적 공간의 취재 질서에 그대로 이식된 첫 사례이며, 대통령 측근이 이끄는 스포츠 기업과 독점 중계 플랫폼, 백악관이라는 세 주체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플랫폼 사업자와 권력기관이 결합하는 대형 이벤트가 늘어날수록 비슷한 충돌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